“심사대상 언론더러 언론을 평가하라는 건 넌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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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8일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으로 포털과 제휴하는 언론사를 평가할 기구를 만들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실시간 검색어를 활용한 어뷰징(오용, 남용) 기사가 넘치는 언론계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또 추락한 언론의 공적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두 포털 업체가 밝힌 평가위원회의 핵심 기능은 다음과 같다.

언론계가 주도하는 독립 뉴스 제휴 평가기구 ‘공개형 뉴스제휴 평가위원회(가칭)’를 설립하고 제휴 심사를 맡긴다. △평가위원회는 언론사의 제휴 심사를 진행하며, 기존 제휴 언론사 계약 해지 여부를 판단한다. △평가위원회는 과도한 어뷰징 기사 및 사이비 언론행위(협박성 기사로 광고비를 뜯어내는 행위 등)를 거르기 위한 기준을 마련한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평가위원회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뉴스 제휴 여부를 결정하며, 평가위원회 활동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발표 직후 수많은 의견이 가지처럼 뻗어나 왔다. 필요 없다는 쪽과 “할 거면 잘해라”라는 의견에 대한민국 언론이 ‘기레기’ 판이 된 것에 대한 책임론도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고백하자면, 일반 독자들보단 언론사들이 더 집중하고 있는 문제라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뉴스 소비가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국내의 구조적 특성상 언론사의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어떤 언론사는 생존을 우려해야 할 만큼 말이다. 지난 6월25일 국회에서 토론회가 마련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미디어오늘>이 주최했다.

NYX

사진: 플리커, Jon S, CC-BY 2.0

심사 대상이 심사를 하는 기괴한 풍경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어뷰징 뉴스, 사이비 언론행위 등을 일삼은 쪽은 언론사다. 심사를 받아야 하는 이들을 심사위원 자리에 앉히는 것이 현재 제휴평가위원회 구성안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는 비판이 따라올 수 밖에 없다.

“준비위원회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단체를 보니 ‘온라인신문협회’, ‘언론학회’, ‘인터넷신문협회’ 등이 있던데, 그 사람들이 평가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평가 받는 대상이 평가를 한겠다는 꼴입니다. 포털 뉴스 제휴를 결정하는 주도권 언론사들에게 돌아가게 되고요.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부분입니다.”

포털의 관리 책임, ‘고심 끝에 해체’하려나

제휴평가위원회를 마련하는 것은 포털의 책임회피라는 의견도 뒤따랐다. 포털은 이미 뉴스 제휴 약관에 콘텐츠를 정화할 수 있는 규정을 갖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민중의 소리>가 기사를 중복으로 전송해 네이버에서 퇴출당한 바 있다. <민중의 소리>는 법에 하소연했지만, 법원은 포털의 손을 들어줬다. 제휴평가위원회는 직접 할 수 있는 일을 다른 쪽에, 그것도 언론사에 떠넘기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근영 프레시안 경영대표의 의견을 들어보자.

“운영자 입장에서 보면 포털이 좀 안타깝고 아쉬워요. 포털은 언론을 통치할 수 있는 규정을 이미 갖고 있거든요. 있는데, 안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뷰징해서 먹고 사는, 이미 망했어야 하는 매체들을 살려두고, 지금은 그 매체들로부터 역공을 받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이건(제휴평가위원회 만드는 것) 포털의 항복선언이죠.”

송경재 경희대학교 교수의 의견도 비슷하다. 포털은 이미 언론사와 뉴스 공급 계약을 맺을 때, 어뷰징을 비롯한 비정상적인 행위를 저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제휴평가위원회와 같이 포털 외부에서 해결책을 찾겠다는 것은 언론 눈치를 보는 포털의 책임회피일 뿐이라는 의견이다.

“현재 위원회 만든다고 하는데 기존에 이미 가이드가 있어요. 계약서 5조2항에 있거든요. 언론사와 결별하면 됩니다. 왜 못하느냐면, 어뷰징하는 언론사는 메이저 언론이 대부분이거든요. 스스로 칼은 못 대니까 ‘대신 누군가가 해주십시오’ 하는 거죠. 손 안 대고 코 풀기 아닙니까?”

정보제공 계약서

5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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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하겠다면, 균형이 필수

반대의견이 많지만, 그래도 해야겠다면 균형이 필수다. 평가위원회는 언론사와 포털의 제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권력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언론의 입김이 작용할 우려도, 정권이나 기업의 나팔수 역할을 하게 될 걱정도 있기 때문이다.

최진봉 교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평가위원회의 한 축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은 넌센스”라며 “정부 측의 입장을 일부 전달할 수 있게 될 우려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최진봉 교수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위원회 구성이 필수적”이라며 “주류 언론사가 관여할 수 있도록 한 것 바꿔야 하며, 주류 언론사의 정치적 성향 등이 그대로 반영될 위험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엄호동 파이낸셜뉴스 부국장의 의견도 같다. 현재 평가위원회에 비관적인 의견이 쏟아지는 원인으로 “성급하게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취지와 목적은 좋은데, 추진하는 과정이 우려스럽습니다. 굉장히 서두르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요. 협회나 언론재단과 논의한 것이 별로 없더라고요. 너무 성급하게, 또 일부 기득권층에 권력을 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네이버·다음카카오 “일단 지켜봐 달라”

토론회장은 사실상 청문회 분위기를 방불케 했다. 청문회 대상은 물론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재현 네이버 정책실장과 김수 다음카카오 대외협력실장은 쏟아지는 질문에 뾰족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직 구성 중이다” 혹은 “의견을 듣고 반영하겠다”는 식의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다 돌아갔다.

“언론은 독특한 상품입니다. 분명히 민간기업이 만드는 상품인데, 그런데도 이것을 정부가 나서서 규제할 수도 없어요. 사법부가 판단하기도 어렵고요. 그런 상황에서 일개 기업인 포털이 이건 어뷰징이고, 저건 나쁜 기사라고 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적절한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요.”

한재현 네이버 정책실장은 “언론을 평가하는 일은 포털이 갖고 있을 만한 것이 아닌 것 같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며 “전문가(평가위원회)의 판단에 맡겨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별도의 외부 평가기관을 세우겠다는 것에 “포털의 책임회피”라는 의견도 쏟아졌지만, 포털이 떠안은 고민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수 다음카카오 대외협력실장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기자협회나 시민단체를 비롯해 많은 목소리가 더해져 바른길로 가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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