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4일 벅스뮤직이 BMW용 앱을 내놓았다. 차량에 아이폰을 연결하면 자동차 시스템으로 벅스뮤직의 음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앱이다. 쓰는 입장에서는 ‘그냥 차에서 벅스뮤직 듣는 게 뭔 대수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자동차와 스마트폰 그리고 서비스가 적극적으로 붙은 사례다. 되짚어보면 그게 썩 흔치도 않다.

BMW는 앱과 통신을 자동차에 접목하는 노력을 오랫동안 해 왔다. 컨소시엄을 만들어서 관련 기술을 함께 개발하고, 그렇게 나온 기술을 업계에 공유한다. 차량 기능과 자원도 안전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한에서 열겠다고 발표했다. BMW코리아는 국내에서도 앱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2012년 약속했고, 실제로 2013년부터 앱이 준비돼 왔다. 먼저 BMW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커넥티드 드라이브’는 국내에서도 대부분의 기능을 쓸 수 있게 되면서 BMW와 서드파티 기업들이 만든 앱을 활용할 길이 열렸고, 그 사이에 파트너를 선정해 앱도 만들었다. 그게 벅스뮤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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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스뮤직, BMW에 접목한 첫 국내 서비스

벅스뮤직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든 BMW 차량용 앱이다.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사례다. BMW는 본사가 있는 독일과 미국, 중국에 앱 개발센터를 두고 주변 지역의 서비스들을 차량에 접목하려고 하고 있다. 벅스뮤직은 앱 개발 센터가 해외 개발을 지원한 첫 번째 사례이기도 하다. ‘작품’을 만들어낸 BMW코리아와 벅스뮤직의 기획, 개발 실무자들을 만나 차량용 앱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어떤 절차를 통해 앱 개발이 이뤄지느냐다. 출발은 명확하다. ‘차량에서 어떤 앱이 필요한지’에서 시작한다. 마케팅과 상품기획팀에서 아이디어를 만들어 개발 업체에 제안하기도 하고, 외부 앱 개발사들이 BMW에 제안하기도 한다. BMW코리아의 김가은 매니저는 “앱 개발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활짝 열려 있다”고 말했다. BMW는 본사도, 한국도 앱 생태계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다. 벅스뮤직의 경우도 BMW코리아가 밀접하게 붙어 최종 결정까지 도왔다. 영종도에 있는 R&D센터가 하는 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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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벅스뮤직처럼 양사간에 앱 개발이 결정이 되면 앱센터를 통해 전반적인 앱 개발 과정을 진행한다. 아시아 지역은 중국 상하이에 있는 글로벌 앱센터가 파트너가 된다. 앱 개발이 결정되면 상하이에서 앱 개발에 대한 교육 워크숍을 진행한다. 새 플랫폼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앱을 만드는 방법은 2가지가 있어요. 차량에 직접 앱을 설치하고 자체적으로 작동하는 ‘BMW 온라인’이 있고, 스마트폰 자원을 활용하는 A4A(App for Automobility) 형태가 있습니다. 벅스뮤직은 인터넷이나 시스템 자원을 많이 쓰기 때문에 A4A 방식으로 진행됐고, 뉴스나 주식 앱처럼 짤막한 텍스트들이 주가 되는 앱은 BMW 온라인 방식으로 설계됩니다.”

BMW코리아 제갈명식 매니저의 설명이다. 최근 BMW에는 WCDMA로 통신할 수 있는 USIM 어댑터가 들어가 있어서 간단한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차량 자체에는 앱이 활용하면 좋은 자원이 매우 많다. 아이디어가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는 게 좋을지에 대한 고민부터 진지하다. 이건 그냥 화면 하나 늘리는 개발 과정은 아니었다.

SDK·에뮬레이터 등 지원…“개발 어렵지 않아”

기획서 검토가 끝나면 실질적으로 개발에 들어간다. BMW의 개발 지원은 SDK(소프트웨어 개발도구)와 에뮬레이터가 제공된다. 벅스뮤직에서 뮤직앱 개발을 맡고 있는 손광현 매니저는 실제 앱 개발 과정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차량은 없었지만 앱을 개발하는 데에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개발도구 자체는 굉장히 명확하고, 글로벌 앱센터의 지원도 명확합니다. 아직 시스템이 가다듬어지고 있지만 BMW가 갖고 있는 UX나 시스템 경험이 앱 개발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테스트 장비는 약간의 걸림돌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해결됐습니다. 글로벌 앱센터에서는 실제 차량의 시스템과 똑같은 워크벤치가 마련되어 있어서 앱을 만들고 즉각적으로 올려서 테스트할 수 있었습니다. 앱을 처음 개발할 때는 국내에 그 시스템이 없다가 R&D센터가 생기면서 직접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아참, 차량이 한 대 있었으면 좋았겠어요.(웃음)”

벅스뮤직 손광현 매니저(왼쪽), 강선권 실장(오른쪽)

벅스뮤직 손광현 매니저(왼쪽)와 강순권 실장

사실 벅스뮤직의 앱 개발은 약 1년 반이 걸렸다.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 사이에 SDK도 두 번이나 업데이트됐고, 개발 환경은 계속해서 보강됐다. 앱 개발이 오래 걸린 이유는 개발의 어려움보다는 안전을 중심에 두고 사용자 경험을 고민한 것 때문이라고 두 회사의 담당자는 입을 모았다. BMW코리아 김가은 매니저는 완성된 앱이 BMW 본사의 안전평가팀을 통해 12주의 걸쳐 앱을 테스트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는 기능도 기능이지만 안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BMW는 여기에 4가지 명확한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유저 인터페이스가 쓰기 쉬운지, 앱이 차량 운행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지, 앱이 특별한 상황에서 말썽을 부리지 않는지, 그리고 동영상처럼 앱이 운전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지를 면밀하게 따집니다. 벅스의 경우에도 앱 전체 기능이 너무 방대했기 때문에 그걸 차량으로 다 옮기는 건 어려웠고, 꼭 필요한 부분들만 옮기는 쪽으로 조율했습니다.”

기능과 안전의 ‘밀당’

벅스 역시 처음에는 앱의 더 많은 부분을 차량에 넣고 싶었던 눈치다. 강순권 서비스개발실장은 현재 벅스뮤직 전체 서비스의 20~30% 정도만 차량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운전하면서 쓸 수 있는 기능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CD나 USB로 듣는 음악과 벅스로 듣는 음악은 경험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근본적인 접근부터 고민해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정답은 없는 법이다. 답은 이제 만들어가야 하지만 적어도 안전에 대한 실패, 실수는 없어야 한다. 자동차 회사로서 안전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이유이자, 타 기업이 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수단이기도 했다.

“현재는 플레이리스트와 라디오, 음악 큐레이션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운전하면서 곡을 검색한다거나 플레이리스트를 새로 만드는 건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BMW 글로벌 앱센터에서도 이를 권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생각한 시나리오는 차까지 가면서 듣던 음악을 차에서 이어서 듣는 경험을 우선적으로 생각했습니다.”

BMW는 기본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했고, 그에 따라 나온 앱은 BMW 자체의 음악 앱과 거의 같은 느낌으로 쓸 수 있다. 메뉴의 깊이가 많은 것도 조작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제한을 둔다. 버튼 모양도 이용자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미리 만들어져 있는 것을 쓰는 걸 추천했다. 만약 새로 만들어야 하면 직관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본사까지 달려들어 디자인을 거들었다.

기술적으로 안 되는 부분은 별로 없다는 게 벅스와 BMW의 설명이다. 음악 다운로드와 재생 등의 핵심 기능은 스마트폰이 맡고, 전송 역시 기존 USB 오디오 형태를 쓴다. 커넥티드 드라이브 화면에 어떻게 뜨느냐에 대한 화면 콘트롤이 앱 개발의 중심이다. 앱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단다. 다만 ‘운전중’이라는 특수 환경이 모든 기능의 출발점이다. 기능을 많이 넣는 게 중요한 건 아니고 왜 넣어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우선적이다. 기능과 안전을 둔 줄다리기가 전반적인 개발 과정에서 양쪽이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다. 넣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넣어도 되느냐에 대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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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벅스가 넣고 싶은 기능중 하나가 개인화를 통한 음악 추천이었다. 차량의 위치 정보, 주행 속도, 날씨, 시간 등의 정보를 받아 플레이리스트에 반영하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다. 일단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도 논의중이지만 차량 정보를 받아내는 것에 대한 안전성이 만족돼야 한다. 다음 업데이트에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차량이 많은데 앱의 파편회는 없을까? 특별한 파편화는 없다고 한다. BMW 화면은 반으로 나눠 2가지 정보를 한번에 띄울 수 있는데 그에 대한 UI만 설계하면 차량별로 설정할 필요는 없다. BMW 뿐 아니라 같은 그룹에서 만드는 ‘미니’도 된다. 벅스 같은 A4A앱은 BMW 앱스가 되는 차량이라면 모두 쓸 수 있다. 2012년 하반기에 출고된 BMW 차량부터는 대부분 BMW 앱스를 쓸 수 있고, 2014년 하반기부터 나온 차량들부터는 WCDMA를 통한 커넥티드 드라이브도 가능하다.

자동차은 또 하나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BMW는 차량과 IT의 결합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다. 티어1, 티어2 같은 협력 업체가 아니라 외부 업체에 개발 환경을 열어준 회사는 BMW가 유일하다. 김가은 매니저는 “서비스가 좋고 앱 개발의 역량만 있다면 기업이 아니라 개인 개발자도 막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동차 그 자체가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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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스뮤직의 개발자들 역시 “처음에는 SDK에 부족한 점들이 많았는데 유니코드부터 많은 부분들이 자유롭게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업무 역시 벅스, BMW코리아, 글로벌 앱센터, 뮌헨 본사 등 4개 조직이 계속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이뤄졌다. 커뮤니케이션은 활발했고, 같이 고민해보자는 분위기가 탄탄했다고 벅스뮤직 손광현 매니저는 말했다.

앱 개발 개발 진행 과정을 듣다 보니 어디에서 많이 본 방식이다. 구글과 애플 등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들의 초기 킬러 앱을 개발하는 형태다. 모두에게 모든 자원을 자유롭게 열어줄 수는 없는 게 자동차 환경이지만 그 동안의 ‘못 열겠다’가 아니라 ‘열면 어떻게 써야 하나’라는 고민 자체가 다른 브랜드와 분명히 차별되는 부분이다. BMW와 커넥티드 드라이브가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BMW의 다음 목표는 소셜, POI(위치기반정보) 등 활짝 열려 있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