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써보니] ‘애플워치’는 시계다

2015.07.05

‘애플워치’를 손목에 두르고 다닌 지 이제 딱 1주일이 됐습니다. 서둘러 미국이나 일본에서 제품을 구할 수도 있었지만 조금 시간을 두었습니다. 애플워치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씩 시간을 더 갖고 공유할 생각입니다. 한 번에 판단하기도 쉽지 않고, 이 복잡미묘한 기계를 단숨에 설명할 자신도 없습니다. 다른 애플 제품과 마찬가지로 애플워치 역시 앱 생태계가 제품의 역할을 만들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한 달 정도 애플워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생각인데, 그 사이에 저도 제 생각이 어떻게 매주 달라질 지 모르겠습니다. 혹시라도 생각의 변화가 있다면 그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첫번째로 애플워치와 한 주일을 보낸 이야기를 먼저 풀어봅니다. 기능적인 부분보다 시계 그 자체로 애플워치가 어땠는지 이야기입니다.

applemusic

기대 그 이상의 인기, 왜?

애플워치는 꽤 순항하고 있습니다. 비가 오던 출시일에도 줄이 늘어섰고, 2200만원짜리 ‘에디션’도 팔려나갔다고 합니다. 한 애플 제품 유통사는 출시 전 물량이 적지 않게 들어와 기대 반 걱정 반이라고 했는데, 기우에 불과했던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처럼 꼭 필요한 제품은 아니지만 관심과 인기는 대단합니다. 페이스북은 온통 애플워치 사진이고, 구입하시는 분들이 제게 보내는 ‘하트 신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첫 인사는 꼭 시계였습니다. 언제부터 사람들이 손목에 시계를 두르는 데 관심을 가졌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applewatch_06

먼저 애플워치를 사야 하냐고 묻는 분이 꽤 계십니다. 그 질문에는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스마트폰처럼 꼭 필요한 제품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사고 싶은데 명분을 달라’는 심리가 아닐까요.

애플워치를 말이나 글로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기기 관점에서 보자면 더더욱 어렵습니다. 왜냐면 기능적으로는 그 동안 나왔던 웨어러블 기기나 안드로이드웨어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우리는 그 동안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큰 환상만큼 식상함도 함께 얻었던 바 있습니다. 애플워치도 기능적인 설명만으로는 특별히 다르지 않습니다.

applewatch_04

그런데 애플워치를 손목에 차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이건 지난 해 9월 애플워치가 처음 발표되던 때도 겪었던 비슷한 생각이기도 합니다. ‘다른 제품들이랑 비슷한데?’라는 생각이 스쳤고, 키노트 후 손목에 차보고 나서 ‘뭔가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지금도 아마 그 느낌이 많은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했을 겁니다. 제게 온 애플워치는 10달 동안 잊고 있던 그 기분을 다시 되돌려주었습니다. “아, 시계였지….”

“이건 시계야”

몸에 뭔가 차고 있는 것을 썩 좋아하진 않지만, 시계는 챙겨서 차는 편입니다. 시계는 꽤 재미있는 기계입니다. 비교적 잘 맞는 쿼츠 시계보다 잘 맞지 않는 오토매틱 시계가 더 비쌉니다. 시계는 내가 시각을 보기 위한 기계가 아니라 패션을 위한 액세서리 역할로 가고 있습니다. 애플은 그 부분을 짚어낸 것 같습니다.

언어에서 오는 느낌이 이질감을 주는 것 같은데 ‘애플워치’는 그 자체로 이름이기도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애플이 만든 시계’라는 의미를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선택한 건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애플워치 42mm 밀레니즈 루프입니다.

applewatch_boxing

애플은 구입하고 제품 포장을 뜯는 것부터 제품에 대한 경험이 시작되고, 그 첫인상이 제품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애플워치는 그런 애플 제품들 중에서도 구매 과정과 포장에 가장 신경 썼습니다. 시계처럼 말이죠.

애플워치는 애플이 만들고, 애플의 유통처를 통해 판매되지만 그 과정은 시계를 구입하는 과정과 거의 같습니다. 유리 테이블 전시대에 전시된 시계를 고르고, 부드러운 천 받침에 받쳐온 제품을 차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식이지요. 그게 우리가 맥이나 아이폰을 사던 장소고, 판매하는 분들도 아이패드와 아이팟을 팔던 분이라는 묘한 이질감이 있긴 합니다. 여기에서부터 애플은 이게 전자제품이 아니라 ‘시계’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품을 열었을 때 받는 인상도 다릅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애플워치의 경우 여느 애플 제품처럼 하얀색 종이 상자를 열면 다시 플라스틱 상자가 나옵니다. 그 안에 시계가 들어가 있습니다. 좀 간지럽지만 “나 시계야”라고 다시 한번 말하는 겁니다. 포장도 거의 시계를 구입했을 때의 구성과 비슷합니다. 다만 충전 케이블과 어댑터는 종이상자 아래쪽에 따로 집어 넣어두었습니다.

applewatch_0705_2

그게 애플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신선한 접근이고, 이른바 ‘명품’ 제품 구입에 익숙지 않은 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일 겁니다. 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동경처럼 비치기도 합니다. 물론 이건 국내 구매 환경에 따른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 애플스토어가 있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살 때는 또 다른 느낌이 있지 않을까요. 어쨌든 시계를 구입할 생각이 있다면 온라인으로 주문하더라도 오프라인 매장에 꼭 한번 들려서 차 보는 게 좋습니다.

시계와 웨어러블, 접근과 관점의 차이

네, 자꾸 이야기해서 식상해지려고 하는데 애플은 애플워치를 웨어러블 컴퓨터 관점보다는 시계에서 먼저 시작했습니다. 물론 OS가 들어가고, 그 안에서 돌아가는 프로세서, 애플리케이션 등에 대한 고민도 있었겠지만 전반적으로 제품에 접근하는 방법이 시계에서 시작합니다.

서두에 ‘손목에 차보면 다르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손목에 닿는 느낌은 고급 시계에 가깝습니다. 사각형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시계가 손목에 감기는 느낌 자체는 완벽히 시계입니다. 시계 자체 크기는 비교적 작은 편입니다. 손목이 얇은 제게 42mm는 조금 큰 느낌이 있지만 다른 남성시계에 비해서는 그리 크진 않습니다. 38mm도 너무 작지 않습니다. 크기 선정은 잘 된 것 같습니다.

applewatch_0705_1

그리고 줄이 팔목을 감싸는 느낌이 좋습니다. 제가 선택한 것은 밀레니즈 루프였는데 손에 착 감기면서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심박 센서 때문에 꽤 밀착해서 차야 하는데 흘러내리지 않고 편하게 찰 수 있습니다. 여기에 묵직한 무게감이 더해 값이 제법 나가는 오토매틱 시계를 찬 것 같습니다.

대개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접근은 가벼워야 한다는 전제가 따랐던 바 있는데 애플워치는 오히려 이를 뒤집습니다. 무거운 시계가 불편할 수도 있지만 고급 시계를 차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데는 한몫하는 듯합니다.

무게가 배터리 때문은 아닌 듯합니다. 알루미늄을 쓴 ‘애플워치 스포트’는 조금 가볍긴 합니다. 스테인리스 스틸을 실제 시계 만들듯 두툼하게 가공한 게 무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배터리 이야기가 나왔으니 덧붙이자면, 아직까지는 배터리 걱정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아침 출근 시간에 찬 시계는 저녁에 풀어 놓을 때까지 30~40%는 남아 있습니다. 애플이 고지한 18시간은 충분히 쓸 수 있습니다.

applewatch_0705_5

충전은 그리 불편하진 않습니다. 잠잘 때까지 차고 있어야 할 시계는 아니니 자연스레 집에 들어오면 풀어서 충전하게 됩니다. 아직은 새 제품이고 함부로 막 풀어놓을 시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잘 풀어 놓다보면 충전기에 손이 가게 됩니다. 하지만 걱정 없이 이틀은 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깜빡 잊고 충전을 안 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시계줄이 분리되지 않는 밀레니즈 루프는 충전할 때 바닥에 내려놓기 약간 애매합니다. 거치대도 하나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없어도 되지만…

전반적으로 애플워치는 시계에 더 가깝습니다. 물론 웨어러블 기기 맞습니다. 다만 어느 쪽에서 봤느냐에 대한 차이가 빚어내는 차이는 꽤 큽니다. 웨어러블 기기의 편리성은 분명히 있지만 그간의 시계는 누가 봐도 전자제품에 가까웠습니다. 웨어러블 기기의 편리함 때문에 감수하고 썼다고 봐야겠지요. 용도에 따라 패션 시계와 스마트워치를 갈아타는 것이 맞긴 하지만 일단 애플워치는 둘 다를 만족시키려는 욕심이 확실히 보입니다. 그리고 밴드를 갈아 끼울 수 있도록 했지요.

applewatch_0705_2

사실 웨어러블 기기에 기능적으로 새로운 것을 더 넣을 것도 아직은 없습니다. 그럼 남은 건 디자인입니다. ‘시계를 아는 사람이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그 관점에서는 성공했다고 봅니다. 소비자들의 허세를 잘 찔렀다는 생각도 듭니다. 애플워치는 다른 웨어러블 기기에 비해 비싼 편이긴 합니다. 시계라는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요? 개인적으로 가죽밴드나 링크 브레이슬릿은 잘 모르겠지만 밀레니즈 루프 시계가 86만원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스마트워치가 아니라 워치OS 대신 고급쿼츠와 크로노를 넣고 시계 브랜드 이름을 새겨 넣어도 이 정도 가격은 잡힐 것 같습니다.

기능에 비해 비싸다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손목시계는 애초 요즘 세상에는 필요가 없는 액세서리니까요. 없어도 스마트폰 쓰는 데 전혀 지장은 없지만, 차고 있으면 매일이 뭔가 조금씩 달라지는 정도의 차이랄까요? 그 차이가 얼마나 커지느냐가 애플워치의 가치가 되겠지요. 제게 아직 큰 변화는 없었지만 뭔가 조금 꿈틀대고 있긴 합니다. 제가 이번주 한 주 동안 애플워치를 쓰면서 가장 놀랐던 순간의 영상으로 첫번째 이야기를 마무리해봅니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