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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니] 애플워치 3주차, ‘디테일’이 주는 재미

2015.07.19

‘애플워치’를 쓴 지 딱 3주가 지났습니다. 제게 애플워치의 용도는 점점 더 확실히 시계쪽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더 많은 정보를 주는 전자시계랄까요. 어쨌든 이제 애플워치를 안 차고 있으면 허전합니다.

요즘 신경이 쓰이는 건 상처입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가 표면이 잘 긁힌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죠. 실제로 어느 정도 상처가 보이긴 합니다. 여느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 시계와 다르지 않습니다. 같은 소재니까요. 그래도 잔뜩 긁혀 있는 애플워치 사진들을 보면 신경이 쓰이긴 합니다.

[써보니] 애플워치 2주차, 아이폰 사용 습관이 바뀌다
[써보니] ‘애플워치’는 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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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상처들이 스테인리스 스틸 시계의 멋이긴 하지만, 조금은 더 번쩍였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연마제로 살살 닦아내면 됩니다. 애플워치 표면은 각이 없고 둥글둥글해서 폴리싱하기에 좋은 편입니다. 아직까지는 기사에 쓸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마음에 애지중지 모시고 살았는데, 이제부터는 조금 편하게 써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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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물에 대해서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보통 3~5기압 방수 시계들에는 방수가 되긴 하지만 강한 비를 맞거나 수도꼭지에서 튀는 물에 맞지 말라는 안내가 따라붙습니다. 사실상 물이 묻는 것 외에는 물 근처에도 가지 말라는 얘기죠. 애플워치는 기압 대신 JIS 규격으로 IPx7 등급을 갖고 있습니다. 담수 1m 깊이에서 30분 동안 버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비도 맞아보고, 손 씻고 양치할 때도 그냥 시계는 차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물과 닿는 건 찜찜하긴 합니다.

‘어떻게 작동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세 번째 글에선 ‘디테일’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디테일은 애플 제품을 쓰는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애플워치는 곳곳에 세심한 처리들을 상당히 잘 해뒀습니다. 곳곳의 공정이나 밴드, 그리고 접합 부분에서 보여주는 하드웨어의 만듦새 만큼이나 소프트웨어의 세세함이 시계를 쓰는 소소한 재미가 되기도 합니다.

그 디테일들은 특별한 기능이라기보다 평소 시계를 쓰는 모든 과정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 있습니다. 시계를 차고, 아이폰을 만지는 것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적용돼 있습니다. 그 열쇠는 애플워치 뒷면의 심박센서에 있습니다. 이 심박센서는 운동중에 심장 박동수를 읽어들이는 기능도 있지만, 일상에서는 이용자가 시계를 차고 있다는 것을 뚜렷하게 인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 다르게 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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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제품을 쓰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가 입력돼 있습니다. 애플워치는 그에 따라 적절하게 움직입니다. 애플워치를 쓸 때는 ‘그렇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글로 쓰면서 되짚어보니 고민깨나 했겠다 싶습니다.

애플워치를 처음 설정할 때 비밀번호를 묻습니다. 되도록이면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는 4자리 숫자를 입력합니다. 필요에 따라 6자리 비밀번호를 쓸 수도 있습니다. 독특한 것은 이 비밀번호는 아이폰의 보안 정책을 그대로 따릅니다. 큰 기업들은 개인용 기기를 업무에 활용하는 BYOD(Bring Your Own Device)에 따라 기기 보안 프로파일을 스마트폰에 적용하도록 합니다. 아이폰도 그 정책을 따르는데 회사에서 비밀번호를 최소 6자리 이상으로 입력하도록 정책을 세웠다면 애플워치도 6자리 비밀번호만 쓸 수 있더군요.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놀랐던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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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를 쓰면서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는 별로 없습니다. 아이폰과 적절히 연동되기 때문입니다. 일단 비밀번호는 애플워치를 손목에 차고 나면 곧바로 물어봅니다. 비밀번호를 풀지 않으면 시계 외의 메뉴는 열어보지 못합니다. 화면을 터치해서 비밀번호를 입력할 수도 있지만, 애플워치를 손목에 차고 아이폰을 잠금해제하면 애플워치의 비밀번호도 풀립니다. 이는 기본 설정인데, 혹시라도 이렇게 작동하지 않는다면 아이폰의 애플워치 설정에서 ‘iPhone으로 잠금 해제’를 켜면 됩니다.

느슨하게 차도 ‘OK’

암호는 손목에 차서 한번 해제되면 다시 묻지 않습니다. 손목에서 풀면 곧바로 잠깁니다. 따로 설정할 것도 없습니다. 시계를 풀었다는 판단은 역시 심박센서가 합니다.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손목에 차고 아이폰을 한번 켜면 암호가 풀리고, 다시 시계를 벗어서 내려놓으면 곧장 잠긴다고 보면 됩니다. 비밀번호로 잠겨 있지만 실제로는 비밀번호를 누를 일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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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얼마나 꽉 차고 있어야 할까요? 처음에는 심박 측정 센서 때문에 손목에 딱 맞게 차야 할 것 같았습니다. 시계가 풀린 것으로 판단해 잠금 상태로 될까 하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날씨도 덥고 땀이 차서 조금 헐겁게 찼습니다. 그래도 전혀 작동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심박 센서는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떨어져도 시계를 차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어차피 시계를 보면서 심박 측정을 할 때는 손목 위에 저절로 밀착이 됩니다. 그러니 불편하게 꽉 졸라맬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금속 재질의 밴드를 쓰시면 일반 시계를 찰 때처럼 조금 느슨하게 차도 됩니다. 물론 운동할 때는 덜렁덜렁 흔들리지 않도록 스포트 밴드를 차는 게 낫긴 합니다.

알림 메시지를 주는 시나리오도 살펴볼 만 합니다. 일단 아이폰으로 오는 알림 메시지는 앱과 관계 없이 100% 애플워치로 받을 수 있습니다. 일단 아이폰을 쓰지 않고 있을 때는 애플워치로만 알림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이폰은 진동이나 소리가 아예 울리지 않습니다. 한참동안 받지 않으면 일부 앱은 아이폰으로 기존처럼 알람 메시지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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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아이폰이 켜져 있을 때는 애플워치에 진동과 소리 등을 전달하지 않습니다. 아이폰을 보고 있다면 알림 메시지를 받았다고 판단하는 것이죠. 굳이 다시 애플워치로 또 알려줘 귀찮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이때도 메시지를 애플워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계를 풀었을 때는 어떨까요? 당연히 애플워치는 잠잠하고 아이폰으로 즉시 알림을 띄웁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단순합니다. 현재 어떤 기기에 더 빨리 접근할 수 있느냐에 우선권을 주고, 그러면서도 귀찮게 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곳곳에 숨겨둔 재미

시계를 차면서 일부러 시간을 앞당겨 놓는 분들 많이 계시죠? 애플워치도 시간을 앞당겨 놓을 수 있습니다. 애플워치의 설정에서 ‘시간’ 항목에 들어가면 시간을 분 단위로 당겨놓을 수 있습니다. 1분부터 59분까지 됩니다. 시간을 늦추는 건 없습니다. 필요가 없는 기능이니까요.

이렇게 시계를 당겨놔도 알람이나 일정 확인 등은 정시에 울립니다. 이 화면은 그저 보이는 시각만 앞당겨 줍니다. 알람과 메시지 등 시간과 관련된 모든 기록은 정확한 시간에 맞춰 작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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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가 걸려왔을 때도 용두를 위로 밀면 당장 전화를 받고 끊는 것 외에 메시지를 보내거나 아이폰을 찾는 동안 전화가 끊어지지 않게 잡아주는 메뉴가 뜹니다. 화면을 길게 누르는 포스터치는 많은 앱에서 숨은 기능들을 꺼내 줍니다.

애플워치에는 세세한 기능들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여전히 디자인과 숨겨둔 디테일에 대한 밀당은 제품에 재미를 주는 요소이긴 합니다.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실제 제품의 특징을 디지털로 옮기는 ‘스큐어모피즘’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스콧 포스톨이 애플워치에 참여했다면 워치페이스에 따라 스피커에서 ‘째깍째깍’소리를 흘려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해 봅니다.

다른 한편으로 심심찮게 들리는 ‘직관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이런 부분에서 나온 게 아닌가 합니다. 어떻게 보면 깊게 누르고 돌리는 단순한 동작 뿐이긴 하지만 ‘아, 이런 것도 있었구나’ 싶을 때가 있습니다. UI에 대해 나오는 불만들도 이와 연결돼 있지요. 해보면 될 것 같긴 하지만 해보기 전에는 잘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겁니다.

UI의 고민들은 대체로 기능을 잘 보이면 보기에 썩 좋지 않고, 잘 안 보이게 하면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애플의 인터페이스는 재미와 어려움의 적절한 경계선을 잘 찾는 편인데, 애플워치의 작은 화면은 아직 숙제가 남아 있긴 합니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