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가 바꾸는 뉴스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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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는 38~42mm. 해상도는 가로∙세로 각각 272×340 수준. 조금 과장해 말하자면, 어른 엄지손가락으로 화면 대부분을 가릴 수 있는 정도다. ‘애플워치’의 화면 사이즈 얘기다. 손톱 만 한 손목시계를 두고, 어떤 이는 차세대 모바일 플랫폼이라 부르고, 다른 이는 모바일 기기의 보조 도구라고 말한다. 그냥 시계일 뿐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적잖다. 보통 시계와 다를 바 없는 크기의 작은 유리 화면에 디지털 정보를 표기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다. 언론사들에는 말이다.

과거의 뉴스는 신문이 핵심 플랫폼이었다. 370×510mm에 이르는 거대한 종이 위에 언론이 쏟아내는 글자가 빼곡히 들어찼다. 이후 뉴스는 웹과 동고동락하게 됐다. 국내에서는 포털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보는 이들이 많지만, 해외에서는 언론사 홈페이지가 뉴스의 주요 플랫폼이다. 사람 몸통 만하던 신문이 좀 더 작은 모니터 속으로 들어간 셈이다.

2007년 애플에서 스마트폰을 만들었다. 휴대폰에서 자유롭게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되면서 뉴스가 제공되는 화면이 좀 더 작아졌다. 아무리 커도 스마트폰은 5인치에 지나지 않는다. 이보다 조금 더 큰 10인치대 크기의 태블릿PC도 언론사의 새로운 플랫폼이 됐다. 그야말로 손 안의 뉴스 시대가 시작됐다. 다음은 또 어떤 플랫폼이 나올까. 언론사는 새로운 스크린이 나올 때마다 크기와 사용 환경에 맞춰 가장 적절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인다. 아직 언론사들의 스마트폰 따라잡기가 채 끝나지도 않은 지난 4월, 애플은 애플워치를 내놓았다. 뉴스를 읽는 플랫폼의 크기는 과거 신문에서 오늘날 애플워치까지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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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에서 한 줄 뉴스까지

애플워치 출시 전후로 전세계 언론사들이 바빠졌다. <뉴욕타임스>와 <CNN> 등 신문이나 방송을 가리지 않고, 익히 알만한 미국의 뉴스 채널은 모두 애플워치용 응용프로그램(앱)을 만들었다. <BBC> 등 영국 언론은 물론이고, ‘플립보드’나 ‘야후 뉴스 다이제스트’와 같은 뉴스 모음 서비스도 저마다 애플워치에 최적화된 앱을 앞다퉈 제공하고 있다. 언론사 처지에서 보면, 또 다른 디스플레이의 등장은 고민일 수밖에 없다. 언론사의 각자도생 전략은 애플워치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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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공영방송사 <NPR>이 만든 애플워치 앱을 보자. <NPR>는 가장 자신 있는 콘텐츠를 손에 들고 애플워치 플랫폼에 뛰어들었다.

<NPR>가 만든 애플워치용 앱 ‘NPR원’은 글자 대신 음성으로 소식을 전해준다. 라디오 방송사다운 선택이다. 사용자는 작은 화면에서 글자를 보느라 눈을 찡그릴 필요가 없다. 굳이 화면을 보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소식을 소리로 들을 수 있다. 애플워치의 작은 화면은 현재 재생 중인 채널의 이름이나 프로그램 이름을 보여주는 역할에 머무른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선택은 문자다. <뉴욕타임스> 역시 길고 긴 기사를 고작 1.5에 불과한 화면에 모두 보여줄 생각은 없었던 모양이다. <뉴욕타임스>는 애플워치 출시에 맞춰 한 줄 뉴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뉴욕타임스>의 한 줄 뉴스는 기사의 제목을 보여주는 것과는 다르다. 뉴스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전달한다는 점에서 기사 원문과 별도의 콘텐츠다. 기사가 궁금한 이들은 2가지 기능을 이용해 원문으로 이동할 수 있다. 하나는 애플의 ‘핸드오프’ 기능이고, 다른 하나는 ‘나중에 보기’다.

핸드오프 기능은 애플워치에서 아이폰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기능이다. 애플워치에서 한 줄 뉴스를 보고, ‘아이폰’의 잠금화면에서 <뉴욕타임스>로 옮겨갈 수 있다. 애플워치에서 하던 일을 아이폰에서도 이어서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나중에 보기는 애플워치에서 저장한 기사를 다른 기기에서 꺼내보는 기능이다. 애플워치의 <뉴욕타임스> 앱은 독자를 기사 본문으로 끌어들이는 관문 역할을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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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끔 보는 개인화된 ‘마이크로 콘텐츠’

애플워치의 핵심인 사용자조작환경(UI)을 꼽으라면, 단연 ‘글랜스’다 힐끔 보라는 뜻이다. 국내 출시된 애플워치 설정 메뉴에서는 ‘한눈에 보기’로 표기돼 있다. 글랜스UI는 애플워치 화면을 아래에서 위로 쓸어올려 불러낼 수 있다. 화면을 위에서 아래로 문질러야 볼 수 있는 ‘알림센터’ 기능과 비슷하게 동작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글랜스UI에는 퍽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가급적 사용자들이 별다른 조작을 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하고, 아주 짧은 시간에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다음은 애플워치 앱 디자인 가이드라인 중 글랜스에 해당하는 부분 중 몇 개를 옮긴 것이다.

  • 정보를 신속하게 전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많은 텍스트를 보여주려 하지 말 것. 디자인과 색깔,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정보를 제공할 것.
  • 가장 중요한 정보에 집중할 것. 글랜스는 ‘워치킷(애플워치용 앱 개발 도구)’ 앱의 정제된 버전으로, ‘워치킷’ 앱을 대체하지 않는다.
  • 글랜스UI에 상호작용하는 요소를 포함하지 말 것.
  • 시기 적절한 정보를 표기할 것.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애플워치 화면을 아래에서 위로 쓸어올렸을 때 달력 앱은 지나간 일정은 숨기고 가장 가까운 다음 일정만을 보여주면 된다. 일정을 수정하는 등 복잡한 작업은 아이폰에서 하면 된다. ‘트위터’ 앱도 마찬가지다. 애플워치용 트위터 앱은 현재 사용자의 타임라인에서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중요 트렌드만 보여주도록 디자인됐다. 시간을 들여 지나간 타임라인을 아래로 훑어보는 일은 스마트폰에서 하면 그만이다. 애플이 권장하는 글랜스UI는 신속함과 중요성, 그리고 단순함이다.

뉴스 앱은 글랜스UI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현재 시간과 사용자의 위치, 관심사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가장 관심 있어 할만한 소식 하나를 보여주는 방향으로 글랜스UI를 디자인할 수 있다. 애플워치에서 새로 소개된 이 기능이 앞으로 애플워치를 뉴스 플랫폼으로 활용하려는 언론사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하는 이들이 적잖다.

앤드류 펠프스 뉴욕타임스 수석 제품매니저는 영국 언론 <저널리즘>과 가진 인터뷰에서 “새로운 기기가 나오면, 사람들이 기기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흐르곤 한다”라며 “웨어러블 기기는 손목에서 뉴스를 힐끔 보는 매우 보편적인 기기가 될 것”이라며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해외에서는 애플워치의 등장과 함께 ‘글랜스 저널리즘’이라는 새로운 용어에서 저널리즘의 내일을 찾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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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법에서 경기 결과까지

작은 화면에 모든 이야기를 담을 수 없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요약된 정보만을 제공하거나 아이폰으로 이동할 것을 유도해야만 한다면, 정보량이 적은 특수한 정보는 애플워치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요리법이나 스포츠경기 점수판이 바로 애플워치에서 충분히 소화 가능한 특수한 정보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애플워치용 뉴스 앱을 내놓은 한편, 요리법만을 따로 전하는 <NYT 쿠킹> 앱도 함께 내놨다. 요리에 필요한 재료와 요리를 마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작은 카드 형태로 전하는 앱이다. 곱씹어 읽을 필요도 없고, 두고두고 봐야 할 콘텐츠도 아니다. 필요한 재료와 필요한 조리법만 손목에서 확인하면 그만인 덕분이다.

스포츠 경기의 점수도 손목에 모두 담길 수 있는 정보다. ‘엠엘비닷컴앳뱃’ 앱이 애플워치에서 서비스 중이다. 진행 중인 경기의 이닝과 볼카운트, 투수의 투구 방향, 타석에 들어선 타자의 간략한 정보를 카드 형태로 전하는 앱이다. 글자가 필요 없는 실시간 야구 중계 뉴스 서비스인 셈이다. ‘사커스코어프로’나 ‘원풋볼’이라는 이름의 앱도 이미 애플워치에서 서비스 중이다. 기능은 그리 많지 않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경기의 점수를 실시간으로 전해주는 것이 이 같은 서비스의 목적이다.

“웨어러블 기기가 언론과 저널리즘에 자극제 될 것”

국내에서는 <한국경제신문>이 처음으로 애플워치용 앱을 내놨다. <한국경제신문>은 애플워치 국내 출시일인 지난 6월26일부터 애플워치용 ‘한국경제’ 앱을 서비스 중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몰이 중인 소식이나 연예, 가벼운 소식을 주로 전하는 <한경플러스>도 애플워치용 앱이 출시된 상태다. 한국경제 앱은 애플워치에서 기사의 헤드라인을 짤막하게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종이신문이 새로운 기기에 뉴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뉴스룸 구성원에게 중요한 자극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PC나 웹을 통한 유통에만 쏟던 생각이 새로운 플랫폼으로 옮겨오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기사작성 방식 등을 고민하게 되는 것이죠.”

새로운 기기의 등장이 국내 저널리즘 환경에 갖는 의미에 대해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디지털전략팀 차장은 ‘자극’에서 찾았다. <한국경제신문>은 애플의 ‘아이패드’가 출시된 직후에도 뉴스 앱을 만들어 서비스한 바 있다. 신문에서 웹으로, 웹에서 스마트폰으로, 다시 태블릿PC로 뉴스 플랫폼이 이동하는 것이 뉴스 전달방식을 고민하도록 하는 자극제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애플워치가 이끌 웨어러블 저널리즘으로 최진순 차장은 2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실시간 정보고, 다른 하나는 최적화된 뉴스다. 애플워치가 손목에 차는 기기라는 점, 글랜스UI를 통해 마치 알림메시지를 받는 것처럼 뉴스를 소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시간 뉴스의 중요성이 강조될 수 있다. 또, 작은 화면에서 핵심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애플워치에서 최적화된 기사 쓰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최진순 차장의 분석이다.

새로운 기기에서 비롯된 자극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동력이 된다. <한국경제신문>은 현재 애플워치용 ‘한국경제’ 앱을 보완한 다음 버전을 올해 하반기 소개할 예정이다. 작은 화면에서 독자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쪽으로 앱 개발 방향이 잡혔다는 게 최진순 차장의 설명이다.

최진순 차장은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모인 것은 아니지만, 현재 앱에 관한 평가를 바탕으로 좀 더 진보한 서비스를 마련할 것”이라며 “작은 화면에서 강렬한 인상을 주는 방법이나 직관적인 문구를 제공하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