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초 안에 다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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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이나 연극 연출자 출신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예상과 달리 성지환 72초TV 대표는 프로그래머 출신이었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으로 시작해 IT 쪽 연구원으로도 1년 있었고, IT 관련 사업을 하려고 했어요.“ IT 쪽에서 차곡차곡 경력을 쌓던 그는 31살에 공연업계로 뛰어들었다. ”바로 공연 기획 아카데미를 등록해 수업을 들었어요. 그리고 공연 자원봉사도 하고, 그러다 2008년께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서 기획과 마케팅을 하다 2010년 인더비를 설립하게 됐어요.”

△ 성지환 72초TV 대표

△ 성지환 72초TV 대표

2010년 시청각 예술 창작 집단 인더비 설립

72초의 전신은 인더비다. 인더비 핵심 멤버들이 주축이 돼 2015년 2월 새로 시작한 제작단체가 72초다. 인더비의 작품들의 면면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모바일 드라마 72초가 갑자기 툭 튀어나온 콘텐츠가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또 72초드라마 이후의 72초 콘텐츠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는 게 도무지 어렵기도 하다.

인더비는 지난 2010년 성지환 대표가 주축이 돼 만들어진 시청각 예술 창작 집단이다. 무대감독과 프로그래머, 배우, 뮤지션, 작가, 마케터, 미디어아티스트 등 다양한 창작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콘서트 연출하다가 유럽 유학 다녀온 친구, 뮤지컬 무대감독 출신인데 역시 유럽에서 연출 공부하고 온 친구, 저는 공연에 필요해 코딩을 했었고… 정말 다양해요.”

△ 인더비 웹사이트 갈무리

△ 인더비 웹사이트 갈무리

햇수로 약 5년. 그간 인더비가 진행해 온 프로젝트는 장르의 경계가 없다. 클래식 음악 비디오 매체의 협연 ‘비디오 콘체르트 NO.1′ 영화와 공연이 혼재된 퍼포먼스 ‘잇츠 낫 어 시네마’, 여러 장르의 창작가들이 모여 만드는 아트파티 공연 ‘톰과 제리의 밤’, 리쌍의 ‘겸손은 힘들어’ 뮤직비디오 제작 등 동영상을 기반으로 다양한 실험을 이어왔다.

“‘A’가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과 취향이라고 하면, 세상의 변화라는 건 B였던 게 A가 되면 온다고 생각해요. 그럼 A가 될 수 있는 B를 다루겠다는, 그렇다고 C는 아닌… 아 인더비 얘기 오랜만에 하네요.(웃음)”

간단하게 말해서 72초

72초는 제작진이 약 2년 전부터 준비한 작품이다. 72초도 인더비의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였다.

성지환 대표와 제작진은 2년 전 프랑스 시트콤 ‘브레프’를 보고 72초 드라마의 영감을 얻었단다. 지난 2011년 프랑스에서 큰 인기를 모은 브레프는 2분이 채 되지 않는 러닝타임을 가진 초압축 드라마다. 브레프(bref.)도 프랑스어로 ‘간단히 말해서’라는 뜻이다. 브레프는 모바일 콘텐츠는 아니다. TV에서 방영하는 일일 시트콤이었다.

성 대표는 브레프를 보고 우선 재미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형식면에서 모바일에서 꽤 괜찮은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 한 편을 거의 따라 만들었다. “인더비 때는 영상을 하던 팀도 아니었어요. 그래도 만들어봤는데 나름 나쁘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2014년 여름 72초TV는 본격적으로 작가와 함께 작업해 72초 시즌0을 만들어 냈다. 브레프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했다는 것도 굳이 숨기지도 않았다. 현재 유튜브에 공개된 72초TV 시즌0의 에피소드들을 보면 영상 말미에 ‘프랑스 시트콤 브레프의 콘셉트를 빌려왔다’라고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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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초 시즌0 첫 에피소드 마지막 장면 갈무리

지금의 72초 드라마 형식을 갖추기까지 2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단다. 확실한 건 처음부터 기존 드라마 제작 방식과는 다르게 접근했다. 일례로 드라마 작가들이 제작진에 합류하진 않았다. 성지환 대표는 “시즌 1때는 라디오 작가와 함께 했으며 시즌 2는 내부 연출자가 직접 대본을 썼다”라고 말했다.

성지환 대표는 72초는 영화보다는 뮤직비디오 문법에 더 가깝다고 했다. 72초의 전신 인더비는 12편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72초 드라마의 편집 호흡은 매우 경쾌하게 느껴진다. 기자도 콘텐츠가 짧아서라기 보다는 편집과 구성이 주는 리듬감 때문에 72초를 끝까지 보게 된다. 72초보다 짧은 영상은 인터넷에 얼마든지 있다.

“짧은 게 중요한 건 아니에요. 짧기 때문에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요.“ 성지환 대표는 모바일 동영상은 단순히 짧게 만들면 재미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성 대표는 “콘텐츠를 무조건 압축한다고 재미있는 건 아니다”라며 “(72초 제작진) 내부적으로는 72초의 재미가 압축에서 오진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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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초 시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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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초 시즌2

수익화에 대한 다양한 시도 중

72초의 편당 제작비는 약 1천만원씩이다. 내부 직원들의 인건비를 제한 액수다. 네이버TV캐스트에서 72초 시즌1이 좋은 성과를 냈으나 유의미한 수익모델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것만으로는 제작비 회수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72초는 현재 다른 형태의 수익원을 찾기 위해 노력중이다. 성 대표는 “앞으로 수익화에 대한 시도들을 이어갈 것”이라며 “여러 가지 방법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하나의 방법으로 기업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이다. 그는 “우선 광고인 듯 광고 아닌 듯 하는 콘텐츠는 지양한다”라며 “대놓고 광고라고 밝히면서도 72초 콘텐츠화시킬 수 있는 것을 시도할 것”이라고 했다.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는 콘텐츠 제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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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환 대표는 72초TV가 모바일 최적화 콘텐츠는 아니라 모바일 친화적인 콘텐츠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는 무궁무진하게 많이 나올 수 있다”라며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았거나 나올 수 있는 콘텐츠를 재미있게 보여주는 작업을 해가고 싶다”고 말했다. 어쩌면 인더비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모바일 다음 플랫폼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다. 지금은 가상현실(VR) 기기로 볼 수 있는 VR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72초 감독 중에 이전부터 가상현실에 관심 있는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가 주축이 돼 VR드라마를 제작하고 있어요.” 현재 VR드라마 프로젝트는 내부 직원과 외부 직원이 협업하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제작비는 72초가 댄다.

“VR는 실험에 가깝죠. 뭐, 모바일도 실험이었지만.” 성지환 대표는 가상현실 콘텐츠의 가능성을 확인하고도 싶어 실험이라고 생각하고 VR드라마를 만드는 중이다. “유튜브도 가상현실 콘텐츠를 지원한다고 하는데, 아직 볼만한 콘텐츠는 없잖아요.” 72초의 VR 첫 결과물은 9월 안에 나올 예정이다.

인더비부터 72초까지 이어지는 콘텐츠 실험에 대한 열정은 어디서 나올까. 답은 좀 허무했다. 정말 재미있어서란다. “재미에 대한 탐구가 제일 커요. 기본적으로 저희들이 재미있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그런 것들로 돈도 벌 수 있을 것 같으니 사업을 하고 있는 거겠죠?”

72초는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는 콘텐츠 제작사를 꿈꾼다. 어떤 플랫폼에나 올라갈 순 있겠지만 그 플랫폼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플랫폼에 특화된 콘텐츠를 만들려 한단다. “만약 저희한테 72초 드라마를 웹툰같은 다른 장르로 만들라고 하면 저흰 원점부터 다시 시작이에요. 웹툰 플랫폼에 대해 고민하고 그곳에 적절하게 72초가 또 바뀌겠죠.”

“앞으로도 다양한 플랫폼과 환경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해 나갈 것 같아요. 어느 순간 보면 물리적인 플랫폼은 없지만 버추얼한 플랫폼은 돼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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