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신소] “개인 노트북으로 업무 보면 불법이라굽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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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신소’는 돈을 받고 남의 뒤를 밟는 일을 주로 한다고 합니다. ‘블로터 흥신소’는 독자 여러분의 질문을 받고, 궁금한 점을 대신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IT에 관한 질문, 아낌없이 던져주세요. 블로터 흥신소는 공짜입니다. e메일(sideway@bloter.net),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Bloter.net), 트위터 (@bloter_news) 모두 열려 있습니다.

개인 소유 노트북을 회사에 들고 가서 업무를 보면 불법일까요?

이상한 질문이지만, 놀랍게도 결론은 ‘불법일 가능성이 있다’ 입니다. 회사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가 어떤 라이선스로 동작하는지에 따라 다르기에 그렇습니다. 소프트웨어 저작권과 라이선스 적용 범위는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복잡한 문제 중 하나죠. ‘블로터 흥신소’에서 몇 가지 가상 상황을 만들어 소프트웨어 저작권과 라이선스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궁금증을 풀어봤습니다.

출처 : 플리커 CC BY Ivan David Gomez Arce

출처 : 플리커 CC BY Ivan David Gomez Arce

1. 개인 라이선스로 회사 업무 : 불법

내 돈으로 구입한 노트북으로 회사 업무를 보는 것이 불법이라는 설명은 다소 도발적일 수 있지만, 말을 바꿔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개인 노트북에 개인 라이선스로 구입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회사 업무를 보는 것이 불법이라는 뜻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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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MS)의 ‘MS 오피스’는 기업 사용자용과 개인 사용자용으로 라이선스가 분리돼 있습니다. 개인 사용자용 라이선스로 회사에서 업무를 보면 형법상 저작권법 위반입니다. 만약 이때를 맞춰 저작권 단속반이 사무실을 방문한다면, 꼼짝없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개인 소유의 노트북을 회사에 갖고 왔을 때 저작권 단속반이 왔다면, 개인 소유 노트북도 단속의 대상이 됩니다. 저작권 단속은 품목이 아니라 영업장, 즉 공간을 단속 대상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런 사례가 단속 현장에서 종종 일어난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입니다. 개인 노트북을 회사에 갖고 왔다가 단속반과 마주치게 되는 상황인 것이죠.

라이선스 컨설팅 업체 쓰리체크의 최진웅 대표는 “개인용 노트북을 수사하려 할 때 일부러 던지는 등 망가뜨리는 사람들도 있다”라며 “개인 노트북과 개인 라이선스로 구입한 소프트웨어를 회사에서 업무에 활용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단, 단속반이 만약 영장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 회사 소유의 컴퓨터나 개인 소유의 노트북 모두 보여줄 의무가 없습니다. 영장 없이 단속반이 온 경우에도 규정을 잘 몰라 불안해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는 게 최진웅 대표의 설명입니다.

2. 기업 라이선스를 개인 용도로 : 라이선스 위반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기업용 라이선스로 발급받은 소프트웨어를 개인이 집에 가져가 개인 용도로 쓰는 것은 어떨까요. 이 경우에는 라이선스 규정 위반입니다. 단, 개인 라이선스로 회사 업무를 볼 때와 달리 저작권법 위반은 아닙니다. 형법 대신 민법이 적용된다는 뜻입니다.

라이선스 위반이지만, 이 경우 단속으로 적발되는 사례는 흔하지 않습니다. 2가지 이유에서 그렇습니다. 하나는 말 그대로 집 등 개인 공간에서의 단속이 불가능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의 욕심 때문에 그렇습니다.

기업의 욕심이란 소프트웨어의 시장지배력과 관련이 깊습니다. 자사의 소프트웨어가 시장에서 많이 쓰이길 바라는 것이 모든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의 바람일 것입니다. 이 때문에 설령 라이선스 위반으로 의심되는 행위가 발생하더라도 굳이 나서서 문제 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심지어는 소프트웨어가 토렌트 등 경로를 통해 불법으로 공유되더라도 이를 못 본 척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전문가의 전언입니다.

최진웅 대표는 “토렌트로 영화를 다운받거나 업로드를 했다는 이유로 개인이 고소를 당하는 일이 무척 많은데, 상용 소프트웨어는 저작권을 가진 업체에서 공유자나 업로더를 고소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라며 “소프트웨어가 그런 식으로 퍼지는 것도 저작권사는 일종의 시장지배력 확대로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3. 다른 업체에 파견됐을 때 : 라이선스 정책 확인 필요

이번엔 상황을 좀 극단적으로 만들어 봅시다. 만약 A업체에 근무하는 직원이 B업체에 파견근무를 갔다가 B업체 현장에서 라이선스 단속반과 만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파견 직원은 자신이 B업체의 직원이 아니므로 라이선스 단속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단속반이 B업체 현장에 있을 때 A 본사에 연락을 취해 조직도나 급여지급증명 등을 받으면 해결됩니다.

단, 파견지에서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다가 라이선스 위반으로 적발되는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수한 상황인데, 설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PTC는 자사의 많은 설계용 소프트웨어를 파견지에서는 쓸 수 없도록 규정합니다. 파견지에서도 해당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려면 별도의 라이선스를 또 구입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해당 소프트웨어의 파견에 관한 라이선스 정책을 반드시 살펴봐야 합니다.

최진웅 대표는 “파견 근무가 많거나 협력업체 관계가 복잡한 제조업에서 특히 이런 경우를 볼 수 있다”라며 “파견 업체에서 라이선스 구입을 지원해주지 않으면, 파견을 보낸 업체가 해당 라이선스를 구입해야 하는 상황도 종종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이는 특수한 사례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MS 오피스나 ‘한컴오피스’ 같은 소프트웨어는 이처럼 파견 근무에 관한 라이선스를 별도로 마련하지 않습니다.

4. 태블릿PC도 라이선스 단속 대상일까?

기술 발달로 업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기의 종류가 늘어났습니다. 태블릿PC나 스마트폰 등이 대표적입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에서 활용하는 응용프로그램(앱)은 기업이나 개인으로 라이선스를 나누지 않습니다. 유료 앱인 경우에는 돈을 내고 구입하면 끝입니다. 따라서 사무실에 저작권 단속반이 오더라도 태블릿PC는 특별히 단속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최진웅 대표는 “하지만 앞으로 태블릿PC나 스마트폰의 생산성이 높아져 업무 영역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지면, 앱의 라이선스 정책도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이런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PC를 원격에서 조작할 수 있도록 돕는 협업 도구 앱 ‘팀뷰어’가 태블릿PC에 있을 경우, 라이선스 단속반은 팀뷰어 앱에 연결된 PC를 단속 대상에 포함할 수 있습니다. 이 상황은 특히 제조시설과 사무실이 분리된 제조업이나 영업사원 등 외근이 잦은 이들이 신경 써야 합니다.

5. 노트북, 태블릿PC? 구분이 애매한 기기

기기 형태가 다양해지는 추세에 라이선스 정책도 세분될 필요가 있습니다. 노트북인지, 태블릿PC인지 구분이 어려운 제품도 많습니다. MS가 개발한 ‘서피스’ 시리즈가 대표적입니다. 분명 윈도우 운영체제(OS)로 동작하는 제품인데, 형태는 누가 봐도 태블릿PC이니 말입니다. 이 경우에는 저작권 단속반이 서피스의 제품 특성을 이해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단속 대상이 되기도, 단속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한답니다.

또, OS의 종류에 따라 라이선스 위반으로 적발될 수 있습니다. ‘윈도우RT’나 ‘윈도우 위드 빙’으로 동작하는 서피스나, 안드로이드 OS로 동작하는 태블릿PC는 단속 대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윈도우8.1’ 등 PC나 노트북과 똑같은 윈도우를 구동할 수 있는 태블릿PC는 당연히 단속 대상입니다. 그 속에 설치된 소프트웨어가 기업용인지 개인용 라이선스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6.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최근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서 클라우드 환경을 바탕으로 한 소프트웨어를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어도비의 ‘어도비 CC’, MS의 ‘오피스365’ 등이 대표적입니다.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오피스365를 기업 계정으로 발급받았다면 업무용으로 써도 됩니다. 개인 계정과 연결된 오피스356는 당연히 업무용으로 쓰면 안 됩니다. 노트북이나 태블릿PC를 구입하면 오피스365가 설치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개인 계정으로 구동할지 기업용 계정으로 구동할지 잘 판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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