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카톡’, 어린이집 선생님들 괜찮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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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스마트폰 시대다. 한국 내 스마트폰 사용자 수는 4천만명을 넘어섰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연결돼 있다. 해외에 있는 친구와도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다.

기술의 발달로 삶은 윤택해졌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이다. 스마트폰은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었다. 이제 우리는 일터가 아닌 곳에서도, 근무시간이 아닌 때에도 일과 연결돼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선 노동자의 63%가 근무시간 외에 카카오톡 등의 SNS로 업무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어린이집·유치원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다. 어린이집·유치원은 영·유아를 돌보기 때문에 다른 교육과정보다 학부모-교사 간 긴밀한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스마트폰이 스며든 이후 이곳에서는 부모들의 알권리와 교사들의 사생활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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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늦게 카톡 오는 날엔 잠 설쳐요”

어린이집 보육교사 ㄱ씨(46)의 퇴근 시간은 저녁 6시다. 귀가 후 휴식도 잠시. 곧 불청객이 찾아온다. ‘카톡, 카톡’ 알람이 울리는 순간 평온함은 부서진다. “학부모들한테 9시 넘어서 카톡이 자주 와요. 알람만 울려도 심장이 두근거리죠.” 한번 메시지를 받으면 그날 저녁은 내내 기분이 찜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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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이전에도 다르진 않았다. 그땐 학부모들이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교사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ㄱ씨는 카톡이 생긴 이후에 연락이 더 빈번해졌고, 급한 일이 아닌데도 늦은 시간 메시지가 온다고 말했다. “SNS가 굉장히 가벼운 소통 수단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밤늦게 메시지가 많이 와요.” 얼마 전 야심한 시각에도 그녀의 카톡 알람이 울렸다. ‘아이가 모기에 물려왔다’, ‘옷이 거꾸로 입혀져 왔다’는 학부모들의 항의 메시지였다. “이런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나를 가정부로 생각하시는 건가 싶어요. 제 자신이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죠.”

보육교사 ㄴ씨(23)는 수차례 이런 경험을 거치며 혼자만의 원칙을 세웠다. 미리보기로 보고 급한 사항이면 대답하고, 아니면 일부러 보지 않는 것. 한번 대답하면 끊임없이 메시지가 오기 때문이다. “안 읽으면 안 읽은 대로 마음이 불편해요. 다음 날 아침에 답장할 때까지 내내 찜찜한 기분으로 있는 거죠.”

동료 가운데는 더 심한 경험을 한 사람도 있었다. 밤 늦게 학부모들이 담당 교사를 단체 카톡방에 초대한 것이었다. “한 명의 선생님에게 학부모들이 돌아가며 불만사항을 이야기했어요. 그 선생님은 카톡방을 나가지도 못하고 24시간 대기 중인 거죠. 무섭지 않나요?”

합의된 소통 창구 필요해

인터뷰에 응했던 보육 교사들은 늦은 시간 받는 카톡에 “퇴근해도 퇴근한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든다”라며 입을 모았다. ㄱ씨는 혹여나 주말에도 연락이 와 있을까 내내 마음을 졸인다. “주말에 지인들과 연락하려고 카톡을 켜면서도 (메시지를 받았을까) 불안한 거죠. 우리도 부모님들 마음은 알겠어요. 그런데 저희도 퇴근 후와 주말에는 저희 삶을 살고 싶어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학부모·교사 간 의사소통은 전화, 쪽지, 알림장 등을 통해 이뤄졌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서서히 추세는 SNS, 그 가운데서도 카카오톡으로 이동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메신저 사용자 중 ‘카카오톡을 주 서비스로 사용한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93.5%로 압도적이었다. 유치원 교사와 학부모의 의사소통에 관한 연구에서는 연구 대상자의 65%가 ‘방과 후에 스마트폰을 이용해 학부모와 연락한다’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카카오톡을 대신할 공적 창구를 마련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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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은 자체적으로 앱을 개발했다. 2013년 6월부터 공단에 딸린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공단 어린이집 부모님’과 ‘공단 어린이집 선생님’ 앱을 보급했다. 근로복지공단 신재봉 차장은 “제각기 존재했던 근로복지공단 산하 어린이집 웹사이트를 하나로 통일하면서 스마트폰 앱도 함께 제작했다”라며 “교사와 학부모 간 긴밀한 소통을 위해 만들었다”라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앱으로는 안내 사항 전달, 사진 업로드, 쪽지 등의 기능이 제공된다. 공단에 딸린 어린이집들은 해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학부모들에게 앱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신재봉 차장은 “앱 이용률도 높고 학부모들로부터 기능 업데이트 요구 등의 피드백도 활발하다”라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은 2016년 하반기를 목표로 지속적인 판올림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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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도 비슷한 서비스를 내놨다. 네이버는 올해 2월 ‘어린이집·유치원 밴드(BAND)’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음 카카오도 올해 초 스마트 알림장 ‘키즈노트’를 인수하고 어린이집과 유치원 대상 서비스에 힘을 쏟고 있다. 두 서비스로 알림장 안내, 공지사항 전달, 사진 업로드, 일대일 채팅·쪽지, 단체 채팅 등이 가능하다. 네이버는 밴드 서비스가 “어린이집 및 유치원 밴드를 통해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이 한군데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의 일상과 알림 내용 등을 손쉽게 공유할 수 있는 더욱 활발한 그룹 소통 공간이 될 것”이라고 서비스 제공 취지를 밝혔다.

사회적 약속 재정립돼야

새로운 소통 창구만 생기면 문제가 해결될까. 경희사이버대학교 민경배 교수는 앱 개발이 문제 해결의 마스터 키는 아니라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SNS 에티켓이 형성되지 않는다면 공적 창구가 마련돼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시간과 장소에 대한 공사 구분이 사라진 상황입니다. 앱을 만들어도 카톡으로 소통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용률이 낮을 가능성이 높죠. 그러니 정교한 전략과 설계가 필요합니다. 또한 소통 창구 마련과 동시에 개인의 윤리적 문제라는 시각을 넘어서 시·공간에 대한 사회적 약속이 재정립돼야 합니다.”

카카오톡이 세상에 나오고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연락할 때 우리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노란색 앱을 누른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편리한 수단이 다른 누군가에겐 족쇄가 되고 있다. SNS라는 창구를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