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미래] ⑤로봇저널리즘, 국내서 보편화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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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저널리즘의 가능성과 한계를 논의한 4번째 글에서는 “로봇저널리즘은 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단숨에 많은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기술 기반의 장밋빛 논의가 다수를 이루기에, 저널리즘 차원에서의 냉정한 분석은 낯설 수도 있다고 사료된다. 이에, 5회에서는 4회에 이어 저널리즘 차원에서의 로봇을 추가적으로 조망한 뒤, 로봇저널리즘의 미래 시나리오를 논하고자 한다.

로봇과 저널리즘의 융합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확산이 아닌 문화의 변화를 수반하기에 파괴적 혁신의 양상을 띠기는 어렵다(※ Sheth(1981)의 혁신저항 개념 참고). 본디, 문화 그리고 제도와 관련된 혁신은 구성원의 저항에 직면하여 무위로 돌아갈 확률이 여타 혁신에 비해 높다.

문화적 측면에서 로봇저널리즘을 논할 때 깊게 고민해야 하는 지점은 기존 체계로의 안착이다. 즉, 로봇이 편집국(보도국)에 융화되지 않는다면 로봇은 겉돌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적지 않은 언론사에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최첨단 기기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방치’돼 있다. 그 대상은 다름아닌 블룸버그 단말기다. 금융가에서 주로 쓰이는 이 단말기는 여러가지 다양한 경제 정보를 신속, 정확하게 제공하기에 정보가 곧 돈이 되는 금융가에서는 반드시 갖춰야 하는 장비 중 하나다. 다양하고 광범위한 쓰임 못지않게, ‘일반인’들이 이 단말기의 정보를 접했을 때 놀라는 대목은 유지비다. 단말기는 ‘블룸버그 대리’ 혹은 ‘블 대리’라 불리는데, 그 이유는 1년에 대기업 대리급 연봉에 준하는 금액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대리급 연봉’ 블룸버그 단말기, 언론사들은 방치

데이터 확보 차원에서 일부 언론사에 배치되어 있는 블룸버그 단말기와 단말기 화면의 모습

데이터 확보 차원에서 일부 언론사에 배치되어 있는 블룸버그 단말기와 단말기 화면.

아마, 환율이나 주가를 소재로 한 TV 뉴스에서 금융사의 사무실 모습을 담았을 때, 이 단말기를 한두번씩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금융가에 있을 법한 ‘블룸버그 대리’가 일부 언론사도 배치돼 있다. 그러나 활용도는 낮다. 기껏해야 야간 당직자가 유럽 증시의 초반 시황을 보는 데 활용할 뿐이다. 최첨단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디지털 콘텐츠가 중요시되고 있지만, 아직도 기자들 대부분의 사고는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다.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로봇저널리즘 본래의 가치를 구현하기를 원한다면 기술과 저널리즘 모두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의 ‘로봇기자’는 버튼만 누르면 모든 것을 알아서 해주는 자동판매기가 아니다.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인간의 관리가 수반돼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저널리즘은 기술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이번 글의 본론으로 들어가자. 로봇기자가 국내 편집국(보도국)에도 적용된다는 가정 아래 전·현직 기자 대상 인터뷰와 문헌 연구를 종합해 작성했다. 인터뷰 대상자는 현직 기자 4명, 전직 기자 2명이며, 평균 근속 연수는 현직 기자가 8.8년, 전직 기자가 8년이었다. 인터뷰는 올해 4월부터 6월에 걸쳐 진행됐다. 인터뷰 참석자에게는 로봇저널리즘에 대한 개념과 관련 예시를 충분히 설명했다. 로봇기자에 따른 실질적 변화에 대한 보다 용이한 논의를 위해, 매출(신문 기반의 광고 매출 포함)의 대부분이 뉴스 콘텐츠인 신문사를 중심으로 인터뷰 대상자 간 논의가 이뤄지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한 국내 신문사의 로봇저널리즘 도입과 이에 따른 변화에 대한 시나리오는 크게 3단계로 나뉘었다. 아래 그림은 로봇저널리즘의 확산 단계와 신문업계의 예상 수익을 기준으로 로봇기자의 수익창출 효과와 한국 신문업계의 매출 추이를 예상해 본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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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저널리즘의 확산 단계에 따른 신문 업계의 예상 수익 예상

 신문사는 초기 로봇기자 채용하지 않을 가능성 높아

초기 단계는 뉴스 업계 일부에서 로봇기자를 선도적으로 도입했을 때다. 최근 10여년간의 신문업계 흐름과 N스크린 시대로 접어든 이후 온라인 중심으로 공고화돼 있는 미디어 레퍼토리(media repertoire) 경향을 볼 때, 로봇기자를 앞서 도입한 매체로 인해 신문업계는 고객 이탈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새로운 기술의 출현 시, 이에 대한 신문업계의 늦은 도입과 적용은 2000년 전후로 시작된 온라인 뉴스에 보인 안이한 대응 태도를 근거로 삼았다. 종이신문 구독률은 1996년 69.3%에서 2013년 20.4%까지 48.9%p나 떨어졌지만, 주요 신문사는 역설적으로 여전히 신문 중심의 매출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일례로, 발행부수 기준으로 국내 1위 신문사인 조선일보 매출에서 신문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91.6%에서 2013년 92.6%로 큰 차이가 없다. 반면, 같은 기간 조선일보의 전체 매출액은 4753억원에서 3362억원으로 29.3% 줄었다.

국내 신문사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콘텐츠 시장의 무게 중심이 이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종이신문’에만 매달리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를 유료화해서 돈을 벌고 있는 신문사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이러한 더딘 대응은 로봇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반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 중심의 일부 매체가 선제적으로 로봇을 중심으로 한 사업 모델을 전개하며 시장에 안착된 모습을 보일 때까지 신문사는 변화의 흐름을 바라보다가 실적이 훼손되는 상황에 처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훼손치는 로봇을 통한 수익 창출 효과의 반대급부적인 성격을 띨 것으로 사료된다.

신문사의 미온적 기술 수용 태도 이외에 유관 인력이 태부족한 신문사 내부의 상황도 신문업계의 더딘 로봇저널리즘 수용에 한몫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분과 관련해 신문사에서 할 경영적 판단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앞서, 블룸버그 단말기의 관리비용을 언급했다. 한 기업의 ‘대리급’ 연봉이 대략 5천만원 전후라고 가정하자. 이 정도 비용이면, 임금이 낮은 언론사에서는 기자 두어 명을 채용할 수 있다. 이 기자들은 데이터 발굴 능력과 처리 속도는 로봇에 비해 열위일 수 있다. 그러나 ‘인간기자’들은 일일이 프로그램을 새로 짜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여러 주제와 영역에 대한 기사를 쓸 수 있다. 게다가 로봇기자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을 채용하려면 부가 비용이 발생될 수 있다. 이러한 셈법을 기초로 신문사는 로봇저널리즘 초기에 로봇기자를 ‘채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로봇저널리즘 초기의 신문사의 로봇 기자에 대한 경영 판단 예상 시나리오

확산 단계는 신문사가 로봇의 도입을 점차 늘리는 시점이다. 이 기간에는 초기 단계에 선도적으로 로봇을 도입한 신문사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저널리즘의 효과와 온라인상에서 단순 사실만을 기반으로 한 뉴스 콘텐츠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신문사들도 서서히 로봇의 도입을 늘려 갈 것으로 예상된다. 신문사뿐만 아니라 여타 매체들도 로봇저널리즘에 대한 대응 전략을 이와 유사하게 가져갈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할 점은, 로봇을 가진 매체와 그렇지 못한 매체의 공존이 가져올 결과다. 포털이란 유통 플랫폼 하에서 독자의 시선을 얻기 위한 매체들 간의 경쟁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가? 이 시각에도 선정적이며 자극적인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전통의 신문사들도 체면 불구하고 기사 제목의 선정적인 각색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앞선 전력을 고려하면, 로봇을 가지지 못한 매체가 인간의 장점인 ‘심층 뉴스’ 중심의 전략을 펼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신, 인간기자로만 구성된 매체도 로봇에 맞서기 위한 속보 경쟁을 펼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저널리즘의 질 저하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과 인간의 백중세가 지속되면, 물량 중심 저널리즘 경쟁의 기간 역시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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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저널리즘 확산기, 심층 뉴스 가능성은 낮아

또한, 확산기에는 로봇의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드러날 것이다. 특히, 물량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쓰인 로봇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제기되며, 상대적으로 부족한 심층 기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 과잉 시대에 부가가치가 큰 기사가 주목받는 모습은 오늘날에도 찾아볼 수 있다. 현재도 기사 가운데 오랫동안 온라인 상에서 읽히는 롱테일 효과는 시의성이 제거된 독창성 있는 기사에서 비롯된다. 달리 말하면, 기자 고유의 해석과 전문성이 가미된 기사가 많이 회자되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셈이다.

한편, 로봇의 보급률이 증가함에 따라 로봇이 창출해 내던 수익 창출 효과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반해 로봇을 갖춘 신문사가 늘어남에 따라 ‘제로(zero) 로봇’ 시대에 당했던 신문사의 실적 훼손 추세는 둔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 보편화 단계는 로봇기자의 쓰임이 대중화되는 시기다. 확산기로의 진입은 어느 정도 예상되지만, 로봇저널리즘의 보편화 단계까지 이를지에 대해서는 필자와 인터뷰 대상자 모두 확신하지 못했다. 보편화로 인해 로봇기자의 도입 비용이 낮아진다고 해도 관련 비용은 부담이 되는 수준일 것이고, 기업의 기본 운영 원리인 이윤 추구 관점에서 신문사는 저비용의 대안을 선택할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로봇저널리즘이 보편화 단계에 진입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이 망설여지는 또 다른 이유로는 소비자의 뉴스 콘텐츠 구매 양상과 형태, 그리고 신문사의 미온적인 디지털 콘텐츠 전환 정책을 들 수 있다. 라떼 2잔 가격 수준인 신문의 월간 구독료를 아까워하고, 포털의 대문이나 검색어에 뜬 뉴스나 페이스북으로 전달되는 뉴스만 보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대부분의 국내 신문사는 콘텐츠 사업을 벌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뉴스=공짜’란 인식이 강한 소비자 인식 그리고 이것을 뒤바꾸지 못한 채 구독자 수(방문자 수) 중심의 광고 수익에만 치중하는 신문사의 수익 전략이 지속되면, 로봇기자는 색다른 콘텐츠를 만들어 낼 분야보다는 기존의 전장인 물량 중심의 기사 생산 부문으로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급했지만 경쟁이 이러한 구도로 흐르면 속도 측면에서 로봇에 밀리겠지만 인턴기자를 몇 명 붙이면서 대등한 경쟁력을 좇는 방향으로 신문사들이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뉴스=공짜’란 소비자 인식, 구독자 수 중심의 광고 수익에만 치중하는 신문사의 수익 전략이 지속되면, 로봇기자는 색다른 콘텐츠를 만들 분야보다는 기존 물량 중심의 기사 생산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 : Flickr Justin Morgan https://www.flickr.com/photos/jmorgan/5164271. CC BY-SA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2.0/.

‘뉴스=공짜’란 소비자 인식, 구독자 수 중심의 광고 수익에만 치중하는 신문사의 수익 전략이 지속되면, 로봇기자는 색다른 콘텐츠를 만들 분야보다는 기존 물량 중심의 기사 생산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 : Flickr Justin Morgan. CC BY-SA.

신문사, IT 발달된 IB 형태로 변모될 수 있을 것

그래서 차라리 로봇저널리즘이 보편화 단계로 진입해, 로봇과 인간기자 간 업무 분장이 확실하게 이뤄지는 시대가 빨리 열리는 게 저널리즘의 질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인터뷰 대상자들의 중론이었다. 로봇과 인간기자 간의 확실한 업무 분장의 모습은 현재 유명 글로벌 투자은행(Investment Bank, IB)의 구조를 닮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유명 투자은행은 자신들을 “우리는 IB업체”라고 말한다. IT를 통해 데이터를 가공하고, 관련 결과를 토대로 투자를 위한 결정을 진행하거나 고객을 위한 투자참고 자료를 만든다.

로봇이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대중 대상의 개인화 서비스(Mass Personalization) 수단으로 활용되고 인간기자는 심층 기사 혹은 탐사 보도에 매달리게 되는 환경이 조성되면, 신문사 역시도 IT가 발달된 IB의 모습처럼 변모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로봇저널리즘이 안착된다면, 로봇의 수익 창출 효과와 국내 신문업계의 매출이 동반 상승하는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다섯 차례에 걸친 글을 통해, 저널리즘 관점에서 로봇저널리즘을 조명하는 데 글의 중점을 두었다. 그러하기에 글에는 지금까지 주되게 논의된 기술 중심의 로봇저널리즘과는 다소 다른 시선이 담겼다. 필자의 시각은 새로운 기술에 환호하기보다는 냉정하게 그 기술과 저널리즘 간 융합의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 낯선 시선을 통해 강조하고 하는 바는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이 배제된 채 기술과 경제성에만 매몰된 로봇저널리즘 논의는 공허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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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위근, 김성해, 김동윤 (2013). 뉴스의 대중화 혹은 저널리즘의 게토화. , 30권 2호, 33-72.
  • 이범준 (2015.6.2). 신문의 위기는 권력 감시의 위기? , 1128호.
  • Sheth, J. N. (1981). Psychology of innovation resistance: The less developed concept (LDC) in diffusion research. Research in Marketing, 4, 273-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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