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의 가을, IoT 단풍 들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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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눅한 여름이 물러가고 청량한 가을이 오면, 북한산 밑자락 북촌마을에 낙엽이 내린다. 기술이라는 나무가 떨구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결실이다. 서울시청은 현재 오는 10월 완성을 목표로 한 북촌 IoT 사업의 결실을 준비하기 위해 국내 IoT 스타트업과 북촌을 꾸밀 아이디어를 모으는 중이다. ‘북촌 IoT 시범특구사업’. 재미없고 딱딱한 이름과 달리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북촌에 펼쳐질 예정이다. 지난 7월24일 서울시청이 스타트업을 모아 기술 데모데이를 진행했다. 이날 참여한 스타트업만 25곳. 어떤 기술이 북촌이라는 공간을 수 놓을지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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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서울시청 정보기획관

서울 북촌, IoT 오픈 플랫폼 된다

서울시의 이번 북촌 사업은 ‘오픈 플랫폼’ 형태로 진행된다. 발주와 수주가 기본인 기존 정부사업의 모습과 달리 민간 업체의 자발적인 참여형으로 진행된다. 서울시는 스타트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북촌에 무선인터넷이나 비콘 등의 인프라만 설치할 뿐이다. 서울시가 깔아준 놀이터를 어떤 기술로 가꿔 나갈지는 온전히 스타트업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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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필수 관광지’가 된 북촌은 주민과 관광객, 소상공인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산재해 있다. 주차 문제는 밤낮으로 이어지고, 소음과 사생활 침해로 주민의 삶이 위협받을 정도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관광객의 방문 자제를 요청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북촌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소상공인에게도 북촌의 관광객은 소중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번 북촌 오픈 플랫폼 사업에 다양한 IoT 업체가 참여하길 바라고 있다. 주민과 관광객, 소상공인이 공존할 해법을 IoT에서 찾겠다는 계획이다.

스타트업 처지에서도 북촌은 건질 것이 많은 마을이다. 새 서비스를 개발하면,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시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소규모 업체가 이를 제대로 진행하기란 쉽지 않다. 북촌에 어울리는 서비스를 만들면 북촌의 주민과 관광객, 소상공인이 시범서비스 참여자가 되는 셈이다. 공간 기반 비즈니스에서 어떤 서비스와 기술이 사용자에게 먹힐지 스타트업은 소중한 경험치를 받아갈 수 있다.

“서울시에서 어떤 서비스를 하겠다는 방침은 배제했어요. 시는 기본적인 하드웨어 인프라만 구축하고, 서비스는 민간에 오픈하는 형식으로 갈 겁니다. 민간은 인프라를 통해 주민과 관광객, 소상공인의 새로운 니즈에 접근하고 소통하는 모델을 만들면 됩니다.”

김성호 서울시청 정보기획과 주무관은 “주민과 관광객의 조화가 이번 사업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며 “실제 서비스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서울시가 아니라 스타트업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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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북촌 IoT 스타트업 데모데이’

서울시 역할은 인프라와 공공데이터

서울시는 이번 북촌 IoT 시범특구 사업을 위해 크게 두 가지 분야에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하나는 하드웨어고, 다른 하나는 공공데이터다.

서울시는 북촌에 26개의 무료 와이파이 AP(Access Point)를 설치할 예정이다. 와이파이 커버리지를 넓히기 위한 13개의 브릿지 장비도 포함된다. 북촌 전역을 커버할 수 있도록 해 관광객과 주민, 소상공인 누구나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게 서울시의 계획이다. 무료 인터넷 장비는 북촌에 적용할 서비스를 기획 중인 스타트업에도 중요한 네트워크 인프라다.

근거리무선통신을 위한 비콘 장비도 북촌에 마련된다. 비콘 장비는 SK플래닛에서 설치 지원을 약속했다. 북촌에 참여하는 스타트업은 누구나 비콘을 활용하는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다.

유동인구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CCTV도 추가로 설치된다. 주요 관광객 동선에 설비돼 초 단위로 유동인구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장비다. 유동인구 숫자가 파악되면, 인기 있는 북촌의 관광 코스를 중심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다. 반대로 아직 관광객들이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코스를 기획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유동인구 데이터는 서울시의 공공데이터로 개방될 예정이다.

이밖에 서울시는 북촌에 있는 21개 한옥 체험시설을 중심으로 보행자를 위한 다국어 음성 길안내 데이터를 준비 중이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음성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각종 시설의 위치와 관심지역, 텍스트를 동반한 위치의 상세정보 등 공간정보도 API 형태로 제작해 스타트업이 개발하는 새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와이파이망과 비콘, 유동인구 정보를 비롯해 다국어 음성 데이터와 공간정보 API 모두 스타트업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북촌의 표정이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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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온이 소개한 주차관제 시스템 센서

주차장 공유하고, ‘미션’ 즐기고…IoT가 바꿀 북촌의 가을

북촌에는 주차문제가 심각하다. 주민들에게는 거주자 우선 주차공간이 배정돼 있지만, 관광객들에게는 마땅한 공간이 없다. 45인승 대형 관광버스의 불법주차 문제도 주민들에게는 스트레스다. 이 밖에 관광객이 만들어내는 소음이나 쓰레기 무단투기, 사생활침해 문제 등 북촌의 문제는 복합적이다. 24일 북촌 IoT 시범특구 사업 데모데이 행사에 참여한 국내 IoT 스타트업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도시 문제를 기술로 해결해 보자는 것이 이번 북촌 사업의 핵심이다. 데모데이 현장에서는 총 25개 스타트업의 아이디어 발굴이 이어졌다.

△ 센서로 주차난 해결, 이큐브랩

이큐브랩은 원래 태양광 쓰레기통 개발업체다. 쓰레기통 안에 든 쓰레기의 양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도 개발했는데, 북촌에서는 쓰레기 센서를 주자 문제에 활용할 예정이다. 센서를 주차공간에 설치하기만 하면, 공간에 차량이 주차돼 있는지 아닌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센서는 3G 이동통신네트워크에 연결된다. 주차 상황을 볼 수 있는 관제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차량이 들어간 곳은 빨간색, 비어있는 주차 공간은 초록색으로 표기되는 식이다. 관광객은 어떤 공간에 주차를 하면 되는지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큐브랩은 인터넷 주차 예약 기능,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 공유 사업 모델도 북촌에서 실험할 예정이다.

△ 공공 알림도 와이파이로, 리앤컴퍼니

광고 기반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 ‘와플’을 개발한 리앤컴퍼니도 북촌에 들어갈 예정이다. 리앤컴퍼니는 무료 와이파이 접속을 바탕으로 북촌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광고, 공공메시지 전달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기본 개념은 간단하다. 북촌을 찾은 관광객이 북촌의 무료 와이파이에 접속하면, 북촌에서 갈만한 상점의 광고를 띄워주는 식이다. 광고가 아니라 공공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 해외 관광객도 그 나라에 맞는 언어로 된 광고를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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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웍스가 소개한 환경 감지 센서

△ 북촌 소통 솔루션, 리바이벌랩스

리바이벌랩스는 주민과 관광객, 소상공인이 모두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북촌에 펼쳐놓을 예정이다. 이른바 공간 기반 소통 플랫폼이다. 리바이벌랩스가 개발 중인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앱)을 쓰면, 마치 ‘카카오톡’ 그룹채팅처럼 푸시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 서울시가 북촌에 마련할 비콘을 감지해 관광객의 스마트폰에 북촌 소식이 푸시되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토크광장’ 기능으로 주민의 소통을 돕겠다는 계획이다. 여러 사람이 찍은 사진을 함께 보고, 각종 이벤트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리바이벌랩스의 서비스 목표다.

△ 에티켓 알림, 코전트 솔루션

코전트 솔루션도 위치 기반 알림 서비스를 북촌에 심을 예정이다. 북촌에 마련된 관광코스는 대부분 실제 주민이 살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심한 소음에 시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코전트 솔루션은 관광객의 스마트폰에 ‘에티켓 지역알림’ 기능 등 위치에 따라 필요한 메시지를 띄워주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관광객에 도움이 되는 체험공간 등 위치를 알려주는 기능은 기본이다.

△ 관광도 게임처럼, 유비게이트

유비게이트는 관광객의 여행 경험을 개선할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마치 TV 프로그램 ‘러닝맨’처럼 북촌을 무대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지역 역사 퀴즈를 풀거나 한옥마을에 어울리는 게임 ‘미션’, 가족끼리 경쟁모드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제공될 예정이다. 관광에 게이미피케이션을 결합한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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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호 달리웍스 대표

△ 스타트업 지원하는 클라우드 플랫폼, 달리웍스

IoT 클라우드 플랫폼 ‘씽플러스’를 서비스 중인 달리웍스도 북촌에 참여한다. 씽플러스는 각종 센서 장비를 활용해 지역의 환경 정보를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는 서비스다. 북촌 사업에 참여하는 스타트업은 씽플러스를 바탕으로 북촌의 습도나 날씨 등 다양한 정보를 받아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분산으로 해결하는 주차문제, 모두컴퍼니

스마트폰용 주차 서비스 ‘모두의 주차장’을 서비스 중인 모두컴퍼니는 북촌의 주차 문제를 분산에서 찾고 있다. 관광객은 북촌 주차 공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이를 알려주는 서비스도 마땅찮다는 게 모두컴퍼니의 분석이다. 관광객의 차량을 북촌 인근 다른 주차장으로 돌릴 수 있다면 어떨까. 차는 북촌 밖에 세우고 걸어가도록 하면, 주변 상점으로 더 많은 고객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북촌 내부의 주차문제도 한결 숨통이 트일 것이다. 모두컴퍼니는 주차 센서를 이용해 북촌 인근 대형 건물의 주차장이나 유료주차장의 빈 주차공간 정보를 관광객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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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빈이 소개한 물통용 RFID 센서

△ 물통을 내비게이션으로, 커빈

GPS나 와이파이를 바탕으로 위치를 검출하는 기본 내비게이션의 문제는 사용자의 기대만큼 정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좁은 골목길 사이사이 관광 포인트가 즐비한 북촌에서는 불리한 기술이다. 커빈은 골목 곳곳에 마련될 RFID 센서로 이 문제를 해결할 예정이다. 골목의 돌담이나 가로등, 전봇대 센서를 부착하면, 관광객은 센서에 직접 태그하기만 하면 된다. 물론 관광객의 손에는 RFID 센서가 들여 있어야 한다. 물통에 간편하게 끼워 휴대할 수 있는 RFID 센서가 지급되도록 준비 중이다. 태그 기반 위치 서비스의 장점은 오차 없는 정확한 위치정보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 북촌을 스마트 홈셰어 플랫폼으로, 코자자

북촌에 해외 관광객이 몰리자 게스트하우스 등 홈쉐어 서비스도 부지기수로 들어섰다. 코자자는 북촌의 관광객과 호스트(게스트 하우스)를 대상으로 스마트 홈쉐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열쇠 없이 스마트폰으로 게스트 하우스의 문을 열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락’ 기능. 관광객과 게스트 하우스 주변 상점을 연결해주는 쿠폰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기획 중이다. 북촌에서는 코자자 앱이 호텔 열쇠가 되고, 상점 쿠폰이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