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 뽑을까, 말까’…무인차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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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는 칼 벤츠가 1886년 개발한 ‘패턴트 모터바겐’이라는 3륜차다. 이 차량엔 우리에게 익숙한 원형 운전대(스티어링 휠)가 없다. 처음엔 자전거용 운전대가 장착됐다가 10년 뒤 피벗식 핸들로 교체됐다.

요즘 운전대의 원형은 애커먼식 핸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독일 랑켄 스페르거가 물레방아를 보고 고안한 애커먼식 스티어링은 양쪽 바퀴에 큰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방향으로 전환이 가능한 구조다. 애커먼식 핸들이 개발되면서 지금의 원형 스티어링 휠이 보편적인 운전대의 모습으로 안착하게 됐다.

운전대는 자동차의 탄생과 역사적 궤를 같이 했다. 그리고 운전대는 사람의 손에 의해 조작되는 것을 운명처럼 여겼다. 어떻게 하면 운전대를 조작하는 사람의 힘을 덜어줄 것인가, 더 쉽게 작동시킬 것인가가 고민거리였을 뿐이다.

구글이 자율주행차로 그리는 자동차의 미래

On the road – Google Self-Driving Car Project

구글 자율주행차 프로토타입의 내부. 운전석에 운전대가 없다.(사진 출처 : 구글 자율주행차 웹사이트)

자동차와 운명을 같이 했던 손때 묻은 운전대가 역사적 기로에 섰다. 뽑힐 것이냐 남겨질 것이냐. 운전대가 사라진다는 의미는 자동차 운행에 사람의 모든 개입이 차단된다는 의미와 다름없다. 물론 가속, 브레이크 페달 등도 이와 동등한 지위를 갖고 있는 장치들이다. 그만큼 운전대의 존재 여부는 자동차라는 정의와 직결되는 기계장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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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지난 6월 자율주행자동차의 초기 모델이 올 여름부터 일반 도로 주행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 자동차엔 운전대가 없다. 심지어 엑셀러레이터도 브레이크도 없다. 사람은 앉아서 스마트폰으로 위치만 지정하면 된다. 단 하나, 위급시 모든 동작을 멈추도록 설계된 붉은색 e스톱 버튼만 있다. 1886년 가솔린 자동차가 처음 등장한 이래 운전대 없는 자동차의 첫 출현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이니아주 시험운행 당시만 해도 당국의 규제에 따라 불가피하게 운전대를 부착했다. 하지만 실제 내놓은 프로토타입에는 이 장치들이 모두 제거됐다. 인간 운전자의 개입 배제는 구글이 의도했던 바다. <뉴욕타임스>의 2014년 5월17일 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세르게이 브린 등과의 인터뷰를 종합하면서 “구글은 운전자와 운전대, 브레이크, 가속 페달 없이 자동차가 안전하게 운행될 수 있도록 규제 당국을 설득해내길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와이어드>도 구글은 5년 뒤 사람의 운전 개입 없는 자동차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운전대 없는 자동차, 즉 사람의 운전 개입 없는 자동차는 구글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자동차 혁신의 미래상인 것이다.

구글이 운전대 없는 자동차를 목표로 삼는 이유는 의외로 인간을 위해서다. 구체적으로는 인간의 안전과 여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구글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사고는 대부분이 인간의 부주의 탓에 발생했다. 구글 자율주행차를 뒤따라 오던 운전자가 전방 주시를 하지 않아 들이받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결국 도로 위에 인간이 운전하는 차량이 줄어들면 사고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여유도 비슷한 맥락에서 강조되고 있다. 크리스 엄슨 구글 자율주행차 총괄 이사는  지난 7월1일 공개된 테드 온라인 강연에서 미국 시민이 도로 위에서 낭비하고 있는 시간이 무려 60억 분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평균 수명 70세 기준 미국인 162명의 시간과 동일하다고 했다. 이렇게 낭비되는 시간을 더 생산적인 영역에 투입하는 게 훨씬 나을 것이라는 게 크리스 엄슨의 생각이다.

테슬라 모델S 오토파일럿과 차이

테슬라 모델 S

▲테슬라 모델 S(사진 출처 : 테슬라 웹사이트)

테슬라는 다른 흐름의 자율주행차를 설계하는 대표적 자동차 기업이다. 물론 BMW, 벤츠, 닛산 등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도 이미 자율주행차 분야에선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다. 단, 상용화 모델에선 테슬라고 일부 앞선다는 평가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을 의미하는 ‘오토파일럿‘ 기능을 올해 안에 선보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2014년 10월 이후에 출시된 ’모델 S’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버전 7.0)만으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고 호언했다. 테슬라는 구글 자율주행차와 달리 운전대를 뽑아내지 않는다. 자율주행 기술 분야에서 탄탄한 기술력을 보유한 BMW, 벤츠, 닛산 등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사람의 개입 여지를 남겨둔다.

이는 적용된 기술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2014년 이후 생산된 테슬라 모델S에는 전망주시 카메라와 레이더, 360도 소나 센서가 부착돼있다. 이를 통해 현재 위치와 주변 상황을 파악한다. 반면, 구글 자율주행차에는 64빔 라이더(LIDAR)가 부착돼있다. 반경 182m(600피트) 내 모든 차량과 보행자, 장애물의 인식이 가능하다.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현재 위치를 실시간 확인하는 기술에선 구글 자율주행차가 다소 앞선다.

무엇보다 두 자율주행 차량의 핵심적인 차이는 설계 의도에서 드러난다. 구글은 앞서 설명했다시피 인간의 여유와 안전을 위해 인간의 운전 개입을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모든 도로에 알고리즘으로 작동하는 자율주행차만 운행된다면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가설이 깔려있다. 테슬라는 인간의 안전을 위해 인간의 운전을 돕는다는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의 접근 방식와 이와 다르지 않다.

운송 혁신을 바라보는 두 기업의 철학적 차이는 운전대로 상징되는 인간의 개입 수준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구글과 테슬라가 목표로 하고 있는 영역도 다르다. 구글은 시내 주행을 먼저 자율주행차로 대체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구글 자율주행차는 이를 위해 최대 속도를 25마일로 설정했다. 뉴욕 맨하튼의 택시 평균 속도가 10~11마일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테슬라는 고속도로 운행을 오토파일럿으로 대체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미국 교통 당국의 기준

미국 도로교통안전청 차량 자동화 등급 규정표.(자료 출처 : KISTI 보고서)

미국 도로교통안전청 차량 자동화 등급 규정표.(자료 출처 : KISTI 보고서)

미국 교통도로안전청(NHTSA)는 차량 자동화 등급을 5단계로 나누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테슬라의 모델S는 대략 레벨 3단계에 해당한다. 구글 자율주행차는 가장 마지막 단계엔 레벨 4로 분류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이 두 기업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이들이 주도하는 방향에 따라 자동차의 미래 모습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화할 수도 있다. 어쩌면 2020년대엔 운전대가 없는 자동차가 거리를 활보하는 풍경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테슬라의 꿈이 보편화한다면, 아마 우리는 2020년대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날 때 자동으로 자율주행모드로 변환되는 자동차를 갖게 될 것이다. 그나마 시내 주행에선 직접 운전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는 있을 것이다. 만약 구글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의 주인이 된다면 인간은 차량 안에서 잠을 자거나 책을 읽고 영화를 감상하는 일상이 가능해진다. 시각장애인이 주변 여건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이동하는 세상도 현실이 될 수 있다.

여러분의 생각은?

운전대 없는 차량은 정치적 결정의 문제입니다. 자동차와 관련된 규제가 바뀌지 않으면 도로를 활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만큼 시민의 판단과 생각이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기사에선 어느 쪽이 바람직하다는 등의 결론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들은 인간의 안전을 위해서 운전대를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지 아니면 여전히 인간의 운행을 허용함으로써 주행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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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율주행자동차의 설계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이 인간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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