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신소] 포털사이트 아이디 거래, 불법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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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신소’는 돈을 받고 남의 뒤를 밟는 일을 주로 한다고 합니다. ‘블로터 흥신소’는 독자 여러분의 질문을 받고, 궁금한 점을 대신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IT에 관한 질문, 아낌없이 던져주세요. 블로터 흥신소는 공짜입니다. e메일(chaibs@bloter.net),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Bloter.net), 트위터 (@bloter_news) 모두 열려 있습니다.

“네이버, 다음 등의 사이트 계정을 거래하면 불법인가요?” – 페이스북 독자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가끔 특별한 물건이 거래 목록으로 올라옵니다. 예컨대 포털 커뮤니티 아이디가 그렇습니다. 까닭이 있습니다. 특정 커뮤니티는 20-30대 초반 여성만 가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광고용으로 포털 아이디를 구매하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네이버 아이디를 몇백개씩 만들어 파는 ‘업자’도 생겨났습니다. 계정당 1500원에서 5천원에 30개씩 묶어서 대량으로 판매합니다. 네이버의 불법 대량생성 아이디에 필터링에 걸리면 ‘AS’도 해줍니다. 그런데 <블로터> 독자분이 여쭤보시네요. “이거 불법 아닌가요?”

IDtrade

구매를 문의하면 이렇게 연락이 옵니다. :)

이왕 취재하는김에,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에서는 계정 거래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함께 알아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죄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입니다. 오픈넷의 김가연 변호사는 <블로터>와 통화에서 “아이디 매매를 직접적으로 처벌하거나 제재하는 규정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관련 판례에서 검토한 ‘정당한 접근권한’으로 볼 때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1항의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가능성도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48조의 1항에서는 ‘누구든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여서는 아니 된다’ 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정당한 접근권한’에 대한 해석을 보기 위해 다음 판례를 보겠습니다.

이용자가 자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며 사용을 승낙하여 제3자로 하여금 정보통신망을 사용하도록 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제3자의 사용이 이용자의 사자(사자) 내지 사실행위를 대행하는 자에 불과할 뿐 이용자의 의도에 따라 이용자의 이익을 위하여 사용되는 경우와 같이 사회 통념상 이용자가 직접 사용하는 것에 불과하거나, 서비스제공자가 이용자에게 제3자로 하여금 사용할 수 있도록 승낙하는 권한을 부여하였다고 볼 수 있거나 또는 서비스제공자에게 제3자로 하여금 사용하도록 한 사정을 고지하였다면 서비스제공자도 동의하였으리라고 추인되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그 제3자에게는 정당한 접근권한이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 대법원 2005.11.25. 선고 2005도870

말이 좀 어렵습니다. 요약하자면

  1. A가 할 일을 B가 빌려서 대신 해줬을 때(“나 대신 e메일 좀 보내줘”)
  2. 서비스 제공자가 B의 사용을 용인했을 때(약관에서 타인의 아이디를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

이 2가지 경우가 아니면 정당한 접근권한이 없다고 봅니다. 그러니 1의 경우가 아니라면 서비스 제공자의 약관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됩니다. 불법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는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약관을 봐야 한다는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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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카오 관계자는 “다음 카카오 계정 모두 운영정책 또는 서비스 약관에 따라 계정 거래에 대한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금지하는 활동을 하는 경우 정상적인 이용 회원의 신속한 보호를 위해 사전 안내 없이 위반·방해 활동 회원의 서비스 이용이 한시적·영구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는 서비스 제한의 조처를 하지만, 다른 이용자에게 심한 피해를 유발하는 경우에는 법적인 처벌도 고려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네이버는 비정상적인 로그인이라고 판단되는 사례를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비정상적인 로그인은 접속지가 ‘중국-서울’, ‘부산-서울’ 식으로 계속 바뀌는 경우 등을 말합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러한 사실이 발견되면 해당 개인에게 알리고, 매매로 드러날 경우 약관에 의거해 해당 계정 사용을 중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계정 거래가 다른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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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ckr, The Conmunity – Pop Culture Geek, CC BY

그렇다면 게임은 어떨까요? 예컨대 제가 ‘던전 앤 파이터’ +15에픽 리볼버인 ‘로드 오브 레전드’를 끼고 있는 계정을 돈을 주고 샀습니다.(물론 가정입니다. 저는 그럴 생각도, 돈도 없습니다. oTL) 그런데 판매자가 냉큼 비밀번호를 변경해 버렸습니다. 저는 상대방을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고소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고소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위와 같은 관계 법령의 규정 및 해석론에 따르면, ‘ 정보통신망법 제49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타인의 정보를 훼손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그 전제가 되는 정보의 귀속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의하여 그 접근권한이 부여되거나 허용된 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정해져야 할 것이고, …(중략)… 게임정보에 관한 이용약관상 소유관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0.07.22선고. 2010도63

비밀번호의 변경이 ‘타인의 정보를 훼손한 행위’가 되려면 구매한 계정에 대한 접근 권한이 제게 부여되거나 허용돼야 합니다. 그리고 접근 권한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의해 결정됩니다. 여기서도 서비스 제공자의 약관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찾아보니 ‘던전 앤 파이터’는 개인 간의 계정 거래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정도 따져봐야겠지만, 판매자가 비밀번호를 바꾼 것은 정보통신망법 제49조의 규정을 위반해 타인의 정보를 훼손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다른 방향의 해석도 있습니다. 최호진 단국대학교 법학과 교수가 위 판결을 대상으로 작성한 평석(판례를 비평하거나 풀이한 글)을 보겠습니다.

하지만 게임계정과 같은 사적 영역의 경우 또는 등록자와 실제 이용자가 반드시 일치할 필요가 없는 경우, 대표ID와 같이 누구나 접근을 할 수 있는 경우에 계정양도행위는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며, 제3자가 이에 접근하거나 등록된 정보를 변경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정보통신망법 정보통신망침입 또는 정보훼손죄로 평가할 수 없다. 만약 계정양도를 약관에 의해서 금지를 하고 있더라고 이는 민법상 약관위배행위로 처리를 해야 할 것이며, 형사법적으로 접근을 하는 것은 과도한 형사처벌을 양산하는 것으로 형법의 보충성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다. – 최호진, <온라인게임 계정거래와 정보훼손죄 성립여부>, p381, 형사판례연구[21]

최호진 교수는 웹사이트 계정과 게임 계정은 다르게 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형사법으로 접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죠. 다만 이 경우 사기죄가 적용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처음부터 계정을 양도할 생각이 없었다면 대가를 속여서 빼앗은 상황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아이디 거래는 아직 ‘이렇다’라고 딱 부러지게 내려진 결론이 없습니다. 개별 상황마다 판단이 달라질 수 있지만, 대법원은 계정 거래를 불법에 가깝게 보고 있으므로 안 하는 게 좋습니다. 약관을 준수하는 올바른 사용자가 돼야겠습니다.

※ 이 글은 이슬샘·황유덕·채반석 인턴기자가 공동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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