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의 어쩌면 마지막 플랫폼,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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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올레tv’, ‘Btv’, ‘LTE비디오포털’, ‘푹’, ‘카카오TV’, ‘네이버TV캐스트’, ‘아프리카TV’, ‘유튜브’…. 손 안에서 TV를 볼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존재한다. 이들은 대개 인터넷·통신 사업자들이 선보였다. 이 가운데 콘텐츠 사업자가 만드는 서비스는 딱 한 곳, 푹 뿐이다.

푹은 KBS, MBC, SBS, EBS 등 지상파 방송사가 뭉친 콘텐츠연합플랫폼(CAP)이 운영 중인 서비스다. PC와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TV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지상파 콘텐츠를 포함한 30여개 채널을 실시간 또는 다시보기(VOD)로 시청할 수 있는 유료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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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이 나오기까지의 사연은 조금 길다. 콘텐츠 제작 역량과 송출로서의 네트워크 기능을 갖춘 지상파는 미디어 업계에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었다. 그런데 1995년 케이블TV 방송을 시작으로 종편까지 다른 볼거리가 등장했다. 위성과 IPTV, N스크린 등이 등장하며 지상 송신탑 전파의 영향력도 줄었다. 결과는 알다시피 지상파 시청률이 떨어졌고 광고비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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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의 ‘2014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의 광고 매출 기준 시장 점유율은 MBC 계열 1위이며 그 다음이 SBS 계열, KBS 계열, CJ 계열 순이다. 2008년부터 이 순위에는 변함이 없지만, 격차는 줄었다. 2013년 지상파 3사의 점유율은 전년에 비해 1.4%p 떨어졌다.

지상파는 자신들의 방송 프로그램을 유료 플랫폼들에 적극적으로 유통하고 있다. 부족한 광고 매출을 매우기 위해서다. 실제로 2004년 이후 광고매출은 줄었지만 2차 유통 매출이 늘어 지상파 전체 매출은 오름세다. 그 유통 매출이 나오는 곳 하나가 푹이었다. 지상파는 푹을 통해 모바일 IPTV사업자와 티빙 등에 콘텐츠를 유통했다.

그러다 지난 달, 지상파는 결단을 내린다. 모바일 IPTV 사업자인 이통 3사와 콘텐츠 이용료를 가지고 협상을 벌인 것이다. 결렬될 줄 알고 그런가 싶을 만큼 단호하고 신속하게. 어쨌든 협상은 결렬됐고, 이에 따라 CAP는 이통 3사에 실시간채널 및 VOD 공급 중단을 통보했다. 이게 현재까지의 상황이다.

플랫폼으로서의 푹, 경쟁력은 

이를 두고 누군가는 지상파가 던진 마지막 승부수라고 한다. 사실 자신감이기도 하다. 기존에 자신들의 콘텐츠를 유통시켰던 플랫폼들과 경쟁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푹은 도매상은 그만둬도 될 만큼 소매상으로서의 플랫폼 경쟁력이 있는 편은 아니다.

MBC 매체전략소속팀 이현석 씨는 2013년 방송공학회지에 낸 ‘지상파연합플랫폼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보고서에서 푹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상품 경쟁력을 꼽았다. 보고서는 “푹이 서비스 상의 문제점을 노출되어 비판받고 있기도 하다”며 “화질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되고 있으며 접속자 폭주로 서버가 다운되는 등 기술적인 문제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푹 '안드로이드' 앱

△푹 ‘안드로이드’ 앱

2년이 지났지만 푹에 대한 사용자 경험은 여전히 유쾌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15년 7월24일 구글플레이 스토어 기준으로 푹의 평점은 2.3점으로 경쟁 서비스들과 비교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티빙은 3.3점, 올레TV 3.1점, BTV 3.0점, 아프리카TV 3.3점, 유튜브 4.1점, LTE비디오포털 3.3점이다.

하지만 사용자 경험은 기존 방송 플랫폼과 달리 OTT 플랫폼에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디지털스미스(2014)가 미국에서 OTT 서비스 이용 이유를 조사한 결과 ‘편의성’이 1위를 차지했으며 에릭슨 컨슈머랩(2014) 조사에 따르면 월 1회 이상 스트리밍으로 비디오를 보는 이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 특성은 화질이었다.

현재 푹의 개발 역량은 어느 정도일까. 우선 외부 개발 업체에 의뢰하는 식은 아니라는 게 CAP 쪽 의견이다. 이희주 CAP 실장은 “구체적인 개발자 규모에 대해 밝힌 순 없지만 최근에는 자체 개발 중심으로 가고 있다”라며 “더 이상 적은 개발자거나 그렇진 않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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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영상 서비스 모바일 안드로이드 앱 2015년 월별 순이용자(UU) 추이 (자료제공 : 코리안클릭)

☞ 동영상 서비스 앱 UU (안드로이드 OS 기준)  구글 표로 보기(자료 : 코리안클릭)

플랫폼 사업자들의 반격

새 플랫폼이 아직은 어렵고 또 서툴 수 있다.  그렇다면 콘텐츠 왕좌는 잘 지키고 있을까.  지금으로선 그 자리도 불안해 보인다.

최근 플랫폼 사업자는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제작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수급에 어려움을 겪자 ‘하우스 오브 카드’와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등 드라마를 직접 만들어 배급했으며 최근에는 영화 제작에도 나섰다. 아마존, 스냅챗, 오큘러스, 알리바바 등도 자체 제작 콘텐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네이버는 스타 1인 방송 ‘브이’를 오는 8월 중 출시할 계획이며 자회사 라인을 통해서는 배우 소지섭이 출연하는 웹드라마 ‘좋은 날’을 자체 제작한 바 있다. 지난 7월22일 아프리카TV와 미스틱엔터테인먼트는 조인트벤처 프릭을 설립해 모바일에 적합한 콘텐츠를 제작한다고 나섰다.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소장은 이런 흐름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전통적인 지상파 콘텐츠 사업자가 요구하는 라이선스 비용에 대한 협상력을 키우고 싶어 한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한 “네이버TV캐스트나 카카오TV 등 유통업자들은 사용자를 끌기 위해 독점 콘텐츠 확보 경쟁을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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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하우스 오브 카드’

이렇게 플랫폼 사업자까지 자체 제작을 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콘텐츠 확보는 미래 TV 전쟁에 중요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센터 센터장은 보고서 ‘OTT 서비스 확산이 콘텐츠 생산, 유통, 소비에 미친 영향에 관한 연구(2015)’ 에서 “과거 경쟁력의 중심에 플랫폼이 있었다면 이제는 그 자리를 콘텐츠에게 물려줬다”며 “콘텐츠의 경쟁력이 부상하면서 OTT 서비스 내부에서도 콘텐츠의 장르에 따른 차별화, 전문화가 이루어졌다”고 설명한다.

지난 2011년부터 미국 지상파 방송사들은 훌루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방영하고 있다. 문지현 KDB 대우증권 연구원은 “지상파 방송사들은 TV의 광고단가가 굉장히 높기 때문에 TV에 콘텐츠를 먼저 방영하는 것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는데, 미국 방송사들이 훌루 전용 콘텐츠를 늘리고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라고 아웃리포트에 밝힌다.

하지만 아직까지 2012년 출시된 푹에서는 푹 오리지널 콘텐츠를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으로선 TV에서 먼저 방영된 콘텐츠를 다시 유통하는 플랫폼 정도로 활용되고 있다. 이희주 CAP 실장은 “아직 전용 콘텐츠 만들 정도의 수익이 나는 건 아니다”라며 “추후에 계획이 있다”라고 말했다.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로 주도권 장악해야 

당장 플랫폼과 콘텐츠 두 마리 토끼 잡기를 포기하고 우선 모바일에 통하는 콘텐츠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강정수 소장은 “지상파 사업자는 모바일에서도 통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이용자층을 확보한 다음에 유통 사업에 뛰어드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상파는 자신의 콘텐츠에 엄청난 자신감이 있다”라며 “지상파에서 통하는 게 페이스북이나 네이버, 카카오톡, 유튜브와 같은 모바일에서도 통할 거라는 생각은 오해”라고 말했다.

강 소장은 “지금은 지상파에 무한도전이나 복면가왕 등 킬러 콘텐츠가 있어 분산 미디어 전략을 쓸 필요가 없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시청자가 있는 곳에 가야 한다”라며 “모바일에서 지상파를 대체할 콘텐츠가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시청자가 있다면 피키캐스트나 몬캐스트와도 협업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 참고자료

  • 이현석. (2013). 지상파연합플랫폼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방송과 미디어
  • 김영주. (2015). OTT 서비스 확산이 콘텐츠 생산, 유통, 소비에 미친 영향에 관한 연구. 방송문화연구.
  • 김원. (2013). 플랫폼 시대의 지상파 방송사 매체전략 변화 연구. 문화 더하기 콘텐츠.
  • KDB 대우증권. (2014). 미디어 콘텐츠 광고 경계를 넘어선 진화. 2015아웃룩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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