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가상현실 산업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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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가상현실의 구현 환경

2013년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 ‘그녀(Her)’는 2025년 세계를 그리며 사람과 운영체계(Operating System: OS)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2025년은 OS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이용자와 교감을 할 수 있게끔 스스로 진화를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둘은 서로 사랑에 빠지지만 아뿔싸, 인간 사이의 사랑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육체적 관계의 한계를 느낀다. OS는 대리인을 통해 사랑을 실제로 확인하려 하지만 이용자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관계에 회의를 느끼며 결국 파국에 이른다. 그러나 2015년 현재 기술로도 이들의 문제는 어쩌면 쉽게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를 착용하고, 노빈트 팔콘(Novint Falcon)을 연결시킨 후, 텐가(Tenga)의 자위기구를 활용한다면, 인간과의 육체적 관계보다 오히려 더 큰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먼 미래의 이야기라면,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과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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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영화 ‘그녀(her)’와 오큘러스 리프트+팔콘+텐가의 합작품.(출처 : 출처:https://www.youtube.com/watch?v=nLXVinyXjgA&list=PL7865D0CCFF93F7E2&index=32)

가상현실은 말 그대로 현실과 비슷하게 가상의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가상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재현물과 현실의 유사성 여부에 따라 이용자는 긍정적 또는 부정적 경험을 하게 된다. 기술의 발달은 가상세계를 단지 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가상현실 속에 구현된 것들과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만든다. 가상현실은 이용자와 상호작용이 가능하고, 이용자가 새로운 경험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방적으로 구현된 시뮬레이션과는 구분된다. 가상현실은 이용자를 가상세계에 완전히 몰입시킨다는 점에서 증강현실과 구분된다.

반면 증강현실은 가상환경(virtual environment)의 한 예이긴 하지만, 현실세계에 가상의 대상물(object)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가상현실과 차별점을 보인다. 현실에 가상의 대상물을 구현함으로써 현실을 대체(replace)하는 것이 아닌 현실을 보완(supplement)하고, 현실 세계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성된 가상의 대상물을 결합하여 보여줌으로써 이용자에게 혼합된 영상을 지각하게 하며, 실시간으로 이용자의 행위에 의해 가상객체를 조작하면서 컴퓨터와 상호작용을 한다(Billinghurst, Grasset & Looser, 2005). 아즈마(Azuma, 1997)는 증강현실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으로 현실세계와 가상현실의 융합, 실시간으로 구현 가능한 인터페이스, 3차원으로 구현된 환경 등을 제시하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이용자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그러나 현실성을 강조한 정보를 실세계 정보에 부가하여 상호 작용함으로써 현실 세계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이 포괄하는 범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적용되는 산업분야가 달라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영국의 투자은행 디지-캐피탈(Digi-Capital)은 전세계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관련 시장규모 전망을 2016년에는 약 50억 달러, 그리고 2020년에는 약 1,500억 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증강현실이 가상현실보다 급속도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2020년에 증강현실 산업은 1,200억 달러 그리고 가상현실 산업은 300억 달러로 예측함으로써 약 4배에 달하는 시장 규모의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기에서, 증강현실과 관련된 사업 분야는 하드웨어, 전자상거래, 데이터 비즈니스, 음성통화, 영화/TV 프로그램, 기업용 앱, 광고, 소비자용 앱, 게임, 테마파크 등 다방면에 걸쳐 전개될 전망이며, 특히 새로운 방식의 전자상거래인 증강현실 커머스(AR-commerce)도 여기에 포함된다. 반면, 가상현실 관련 사업 분야는 그 규모 순으로, 게임, 하드웨어, 영화, 테마파크, 니치 마켓(군사, 의류, 교육) 등이며, 게임이 전체 시장의 약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기술적 적용이 상대적으로 증강현실이 더 수월하다는 점과, 널리 보급된 모바일 디바이스에 자연스럽게 적용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스마트 폰의 경우 GPS, 카메라,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기기의 특성으로 인해 증강현실을 구현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저렴한 앱의 가격으로 인해 전달 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로우며, 실시간으로 정보를 송수신할 수 있고, 다양한 결과물을 높은 수준으로 제공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이용자 경험 측면을 지나치게 간과한 점도 보인다. 왜냐하면 새로운 기기를 받아들이는데 있어 이용자가 그 기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즉 얼마나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며, 긍정적 감성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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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구글 글래스의 증강현실과 보이드(VOID)의 가상현실(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Vb2uojqKvFM, https://www.youtube.com/watch?v=cML814JD09g&list=PL7865D0CCFF93F7E2&index=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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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의 적용분야가 다양하고 스마트폰이라는 혁신적 기기로 인해 쉽고 편리하며 저렴하게 이용가능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것은 인간을 둘러싼 외적 환경이고 인간의 심리생리학적 속성은 전혀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 인간의 의사결정 특히 인간의 몸에 착용하는 기기의 이용여부는 매우 민감한데, 발가락에 난 아주 작은 티눈이 얼마나 고통스러우며, 종이에 베인 상처가 얼마나 아린지 경험해 보았다면, 인간의 몸에 무엇인가를 걸친다는 의미가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가능성의 핵심은 상호작용성·미디어 풍요성

그렇다면,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이 기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요한 특징은 바로 상호작용성(interactivity)과 미디어 풍요성(richness)을 들 수 있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은 다양한 감각을 지원하는 3차원의 입체적 객체를 통해 현실감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이렇게 현실감 있는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은 시각, 청각, 촉각, 후각까지 포함된 지각화의 결과이다(Mclellan, 1996). 깁슨(Gibson, 1986)은 인간의 인지 활동의 능동성을 강조하여 시각, 청각, 촉각이라는 표현 대신 인간이 보고, 듣고, 느낀다는 방식으로 감각을 표현해야 함을 강조하고, 나아가 능동적 탐구를 통해 획득되는 다양한 감각이 서로 보완적으로 상호작용함으로써 인지 활동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하였는데,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은 바로 이러한 다감각에 의존한 표현 방식을 통해 인간의 지각력을 높임으로써 정보에 대한 감각적 몰두(sensory immersion)를 가져온다.

증강현실에서의 감각적 몰두는 실제 이용자가 처해있는 현실 세계의 맥락 속에서 가상객체에 대한 감각적 몰두라면, 가상현실에서의 그것은 현실세계를 벗어난 새로운 미지의 가상세계에 대한 몰두라는 측면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의 지각화 과정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상호작용성이다. 다양한 상호작용성에 대한 정의가 존재하지만,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에서의 상호작용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본적으로 3D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한 시각적 상호작용성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증강현실은 시각에 국한되지 않고 그 실행 방법에 따라 촉각, 청각 등의 모든 감각으로의 적용이 가능하기도 하다(Goldsmith, Liarokapis, Malone & Kamp,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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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를 끼고 상호작용하는 모습.(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aThCr0PsyuA)


미디어 풍요성은 ‘매개된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얼마나 다양한 단서를 통해서 전달할 수 있는가’ 하는 미디어의 능력을 말한다(Daft & Lengel, 1986). 이러한 능력은 다수의 단서(multiple cues), 피드백의 즉시성(immediacy of feedback), 언어 다양성(language variety), 그리고 개인화(personal focus)의 네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데, 비록 이러한 특징들은 미디어 자체의 속성으로 규정하기도 하지만, 미디어에 대한 수용자들의 인식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되어 진다. 한편, 스튜어(Steuer, 1992)는 미디어 풍요성을 매개된 환경이 감각에 제공하는 정보들의 밀도라고 정의했다. 스튜어는 미디어 풍요성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다양성(sensory breadth)과 깊이감(sensory depth)으로 구분하면서, 다양함은 동시에 제공되는 감각적 차원의 수를 의미하며, 깊이감은 각 감각채널의 정확도라고 정의했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기술이 상호작용성과 풍요성을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따라 긍정적 또는 부정적 경험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가상세계로의 몰입을 중시하는 몰입형 디스플레이는 특정 장소에서 사용할 때, 특히 다른 제품과 함께 사용함으로써 상호작용성과 미디어 풍요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서두에서 영화 ‘그녀’를 소개하며 묘사했던 사례를 다시 들면, 오큘러스 리프트라는 몰입형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액세서리와 함께 사용가능하다. 3D 터치 센서 기술을 갖고 있는 노빈트 팔콘은 촉각으로 세밀한 움직임을 잡아낼 수 있어 영상 내에서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실행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자위기구 업체인 텐가의 제품을 노빈트 팔콘에 연결시키면 자위기구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영상에 구현된다. 즉, 오큘러스 리프트가 3D 촉각 장치와 연결됨으로써 실감나는 영상을 시청하면서, 그와 연계된 촉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가상현실 기술이 액서서리와 결합함으로써 더욱 현실적이면서도 다양한 감각을 활용할 수 있는 경험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증강·가상현실의 긍정적·부정적 경험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처럼 기술의 매개를 통해 인간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데, 긍정적인 경험의 대표적인 사례가 프레즌스(presence)이다. 프레즌스는 원격기술을 이용한 피드백 시스템을 통하여 다른 장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고 느낄 수 있게끔 하는 원격조작을 의미(Minsky, 1980)하였다. 이후 ‘거기에 있다(being there)’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특정 장소 혹은 환경 안에 존재하는 감각을 프레즌스로 정의하기도 하였으며, 환경에 대한 자연적 지각이며, 특정 환경 안에 ‘있는 감각(sense of being)’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이후, ‘거기에 있다’라는 의미를 가상세계로 확장시켜, 가상환경 안의 개인이 그 안에서 ‘독립된 객체(separate entity)’로 존재한다는 느낌으로 설명되기도 하였고, 더 나아가 물리적으로 자신이 어떤 곳에 위치해 있음에도 다른 장소 혹은 가상 환경 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더 크게 느끼는 주관적 경험으로 일컫기도 하였다.

이를 정리해보면, 프레즌스는 자신이 실제 존재하는 환경보다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매개된 환경’ 안에 존재한다고 느끼는 주관적 경험을 의미하는 것으로써, 가상적 경험을 인식하지 못하는 심리적 상태라고 볼 수 있다. 프레즌스 연구자의 모임인 ISPR(International Society of Presence Research, 2000)은 프레즌스를 비록 개인의 일부 또는 모든 현재 경험이 테크놀로지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개인은 이러한 테크놀로지의 역할을 잊게 되는 심리적 상태(psychological state) 혹은 주관적 지각(subjective perception)으로 정의하는데, 이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환경에서 이용자들이 HMD(Head-Mounted Display)나 그 밖의 도구를 활용해 경험하지만,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구현으로 인해 HMD를 이용하는 것을 지각하지 못한 채 내가 가상세계 안에 있거나, 증강현실 대상물이 실존하는 것처럼 느끼는 경험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 소개된 오큘러스 리프트의 경우 롤러코스터를 타는 이용자가 실제로 타는 것 이상으로 두려움에 제대로 서있지도 못할 정도로 떠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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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오큘러스 리프트를 착용하고 롤러코스터를 타는 가상현실.(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INDKNA7kXoo)


반면, 피로도(fatigue)는 부정적인 경험의 대표적인 예로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기술의 확산을 막는 이용자 반응이다. 인간의 시야각(Field of View, FOV: 한눈에 정보를 볼 수 있는 시각적 영역)은 수평 200°, 수직 130°의 범위에 한정되어 있어서 정보를 탐색할 경우 시야각의 중심에 위치하는 정보에 집중된다. HMD는 정보 전달 측면에서 인간의 시야각과 스크린이 가까이 위치함으로써 시각 탐색에 대한 부담을 줄여준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배경 정보와의 중첩으로 가까이 있는 정보 인식에 어려움이 생긴다. HMD의 디스플레이의 시야각은 인간의 FOV를 전체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스크린의 구성 및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시각 인터페이스의 범위가 좁고 불편하다. 또한 HMD에서 보이는 시각 영역에 따라 수집하는 정보량이 지나지게 방대하게 되면 시야 확보에 문제가 발생한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기술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교화 되고, 소형화되며, 상호작용성과 채널이 더욱 풍요로워졌는데, 산업초기만 하더라도 가상현실은 HMD로 통칭하던 몰입형 디스플레이가 소개되다가, 기술의 발달로 인해 FMD(Face-Mounted Display), EMD(Eye-glass Mounted Display)로, 최근에는 안경에 착탈하는 방식인 EGD(Eye Glasses-type Display) 등의 소형의 투시 착용형 디스플레이로 확장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정교화되는 기술을 통해 피로도의 감소까지 책임지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큘러스 리프트는 몰입형 디스플레이의 한 예로 앞이 막힌, 즉, 두 눈은 디스플레이에만 노출이 되어 이를 통해 가상현실을 보여주기 때문에 시야각이 다른 제품과 비교해 월등히 넓지만, 투시 착용형 디스플레이의 한 예인 구글 글래스의 시야각은 14° 밖에 되지 않아 마치 단추정도의 크기를 통해 디스플레이를 보는 것과 같다.

증강·가상현실의 해결 과제

자연환경에서 수렴(convergence)과 조절(accommodation)거리는 일반적으로 일치하기 때문에 수렴과 조절이 서로 협응하여 작용하지만 인공적인 3D 디스플레이를 통해 자극이 제시되는 경우에는 수렴과 조절에 불일치가 발생하며, 이는 시각피로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다. 수렴은 디스플레이보다 돌출되는 대상이나 들어가는 대상에 맞추어 일어나는 반면, 조절은 디스플레이 평면상에 맞추어 일어나기 때문에 발생하는데,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에 나타나는 대상물 역시 인공적인 3D 영상이므로 영상에서의 수렴-조절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입체영상의 과도한 깊이감은 수렴-조절 불일치와 운동시차(motion parallax)의 부자연스러움을 유발하기 때문에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에서 이를 구현할 때는 적절한 수준으로 제공되어야 하며, 시청자의 입장에서 수렴-조절 불일치를 최소화할 수 있게끔 사용성 개선에 힘써야 한다. 게다가 증강현실의 경우는 현실상에 존재하는 것을 보면서 가상의 대상물을 함께 보기 때문에 정보가 중첩되어 복잡도가 증가하며 시야 확보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구글 글래스의 예를 들면, 정보를 보기 위해 오른쪽 상단에 있는 디스플레이에 수시로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눈동자의 빈번한 움직임을 초래하게 되고, 이는 뇌에서 일종의 멀티태스킹으로 받아들여 정보처리의 부자연스러움을 가져오게 된다. 이러한 정보처리 과정에서 정보 과부화(overload)가 발생하게 되는데, 방대한 정보량을 처리해야 하므로 원활한 정보처리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각 피로도는 물론 어지러움이나 멀미 등과 같은 심리적, 육체적 반응을 초래하기도 한다.

대상물을 ‘본다’는 의미는 뇌와 연결되어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주의(attention)는 선택(selective), 초점(focused) 그리고, 분산(divided)으로 나누어지는데, 선택 주의는 특정 대상을 탐색하고 이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의미하고, 초점 주의는 시야의 한 영역이나 한 대상에 집중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말한다. 이에 반해, 분산 주의는 선택이나 초점 주의와 달리 멀티태스킹을 수행하며 두 개 이상의 대상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주의 능력은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운전하는 동안 DMB 방송을 보지 못하게 도로교통법을 개정한 이유는 DMB 시청 시 측정한 전방주시율이 약 50%로,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1%의 만취 상태에서 측정한 전방주시율 72% 보다도 훨씬 낮기 때문이다. 이처럼 분산 주의는 주의력을 떨어트려 사고의 위험을 가져온다. 투시 착용형 HMD를 착용했을 때는 눈앞의 현실 정보와 가상의 대상물에 주의를 기울여야하므로, 두가지 이상의 과업을 수행하면서 분산 주의를 수행한다.

앞서 언급했던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산업의 미래를 낙관한 것, 특히 증강현실 산업의 폭발적 성장이 이용자 경험 측면을 간과했다는 비판이 바로 이점이다. 현재 소개되는 HMD는 구글 글래스로 대표되는 투시 착용형 디스플레이와 오큘러스 리프트로 대표되는 몰입형 디스플레이가 일반적인데, 특히 투시 착용형 디스플레이는 이러한 분산주의를 촉진시킨다. 그나마 고정된 장소에서 사용할 때는 그 위험도가 덜 하지만, 현실에 더해 부가적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이동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그 위험성도 증대된다. 따라서 운전 중 DMB와 같은 영상표시장치의 이용을 금하듯이, 투시 착용형 HMD에 대한 정책적, 법적 논의가 필요하다.

몰래 나를 찍고 가상현실에 투명한다면?

 

Oculus Rift

Oculus Rift

개인정보 문제도 중요한 이슈이다. 누군가 나를 찍고 있다면?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사진과 영상을 찍고 있다면? 그리고 누군가 이것을 자신의 공간에서 증강현실 또는 가상현실 속에 투영하여 상호작용한다면? 상상 속의 이야기이지만 그리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디스플레이와 관련하여서도 개인정보는 고민거리다. 물론 영상을 단지 시청하기만 한다면, 마치 텔레비전을 보는 것처럼 특별할 것도 없지만, 문제는 HMD가 영상을 시청하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영상을 찍을 수도 있고, 영상을 시청하는 시청자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도 있는 도구도 된다는 점이다. 소셜미디어 회사인 페이스북이 오큘러스 리프트를 23억불이라는 거금을 주고 인수한 이유는 가상현실의 주요 사업 영역인 게임 엔터테인먼트나 섹스관련 산업에 진출하려는 이유도 있겠지마는 가상현실 속에서 이용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함으로써 마케팅 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환경에서의 행동패턴을 착용하고 있는 기기를 통해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개인정보 보호법’상 영상정보처리기기는 “일정한 공간에 지속적으로 설치되어 사람 또는 사물의 영상 등을 촬영하거나 이를 유·무선망을 통하여 전송하는 장치”를 의미한다. 따라서 HMD와 같은 착용형 기기는 “고정 설치되어 일정한 장소를 지속적으로 촬영”하는 영상 정보처리기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공개된 장소에서 이들 기기를 이용하더라도 개인정보 보호법을 적용하여 기기의 이용 목적 및 이용방법을 제한하기 어려울 수 있다. 공개된 장소에서 착용형 기기를 이용한 경우에도 사생활 및 초상권에 대한 피해를 입은 자는 민법 제750조에 따라 착용형 기기 이용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자가 착용형 기기 이용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피해자가 입증을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착용형 기기 이용자가 피해자의 사생활 및 초상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지를 인식하는 것조차 알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 더욱 큰 문제이다.

또 다른 문제는 사물인터넷 시대의 개인정보 강화가 산업적 관점에서는 큰 저해점이 된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강력한 개인정보 정책을 취하고 있는데, 사물인터넷 시대에 개인정보를 강화하는 정책을 마냥 고수하는 것은 세계적 흐름에 부합된다고 보기 힘들다. 개인정보 활용 여부를 위해 일일이 옵트인(opt-in) 방식을 취해야 한다면 이는 결국 사물인터넷과 관련된 서비스의 개별 사항에 대한 동의를 전제로 요구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사물인터넷이 갖는 복잡한 ‘connected’ 환경을 이해한다면, 이렇게 일일이 동의를 취하는 것이 얼마나 ‘disconnected’한 환경을 만드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이 산업 전분야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대해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기술적 발전과 더불어 이용자의 최적 경험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그리고 개인의 기본권을 보호하면서도 산업 발전을 촉진시킬 수 있는 균형 잡힌 제도가 요구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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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euer J. (1992). Defining virtual reality: Dimensions determining telepresence. Journal of Communication, 42(4), 73~93.

이 기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KISDI가 ICT인문사회 혁신기반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발간하는 ‘ICT인문사회융합동향’ 2015년 2호에 게시된 글입니다. 원고의 저자는 정동훈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Comm. & Tech. Lab 소장)입니다. 블로터는 KISDI와 콘텐츠 제휴를 맺고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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