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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군중의 부상과 다자간 네트워크의 미래

2007.08.13

바야흐로 참여의 시대다. 휴대폰, PDA 같은 휴대기기와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네트워크 기술을 기반으로 연대한 참여군중의 등장으로 언제어디서나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통해 관심사를 교환하고 토론하는 다자간 네트워크가 어색하지 않은 지금이다.

그렇다면 휴대폰과 인터넷으로 중무장한 참여군중은 우리사회를 어떻게 탈바꿈시킬 것인가? 보다 민주적인 사이버 공동체 건설에 이바지할까 아니면 근거없는 욕설과 상호 비방을 부추길 것인가?


하워드 라인골드의 저서 <참여군중> 참여군중의 확산으로 인한 사회 변화를 다루고 있다. 사회과학적인 내용이 많아서인지 내 깜냥으로 100% 소화하기는 힘들었지만 핵심만 뽑아보자면 참여군중에 의해 만들어진 다자간 네트워크로 인한 미래상은 불확실하며 민주주의 확산에 참여군중이 이바지하려면 상호 협력의 증진과 정교한 평판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나온지 몇년 된 책이라 최근 상황과 거리가 있어보이는 대목도 엿보였지만 큰 물줄기를 다루고 있기에 옛날얘기 읽는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중간중간에 번역에 대한 아쉬움을 느꼈던 것만 빼고…


참여군중에 대한 라인골드의 스탠스는 각종 신기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만들어진 다자간 네트워크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기술을 생각할때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기술로 인해 우리가 어떤 유형의 인간이 되는지를 염려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퍽 인상적이다.


앞서 밝혔듯 저자는 참여군중에 기반한 다자간 네트워크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상호 협력 증진과 평판 체계 구축이 담보돼야 한다고 했다. 협력을 다룬 부분은 게임이론도 등장하고, 심리학적인 내용까지 첨부돼있어서인지 알듯말듯한 대목이 적지 않았다.

결론은 적절한 방법만 쓴다면 사이버 공간에서 참여군중간 협력 시스템 구축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협력으로 인해 명예가 올라간다면 인간은 협력을 하게된다는 얘기였다. 순간적으로 ‘협력은 인간의 본능’이라는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졌다.

물론 반대 시나리오도 그려볼 수 있다. 출판 권력의 민주화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남발되고 비협력이 협력을 압도한다면 다자간 네트워크는 무용지물로 전락하는 고통스러운 아이러니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의 참여에 있어 일정 부분 혼란은 피할 수 없겠지만 혼란이 지나치면 심각한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평판 시스템은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많은지라 꼼꼼히 읽어본 편이다. 평판 시스템이 부실하면 사이버 공간은 공유지의 딜레마라는 고전적인 비극에 처하게 된다는 저자의 논리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완벽한 모델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다수가 신뢰할 수 있는 평판 시스템이 있어야만 참여군중에 의한 다자간 네트워크는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리라.

<참여군중>에는 평판 체계와 관련해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하는데 추천과 관련한 대목이 흥미롭다.

국내 대표적인 메타블로그인 올블로그의 추천 프로세스는 좋은 글을 보면 ‘추천’할 수 있는 기능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지금과 달리 추천 항목을  ‘높이 추천할만한’, ‘다소 추천할만한’, ‘추천받지 못함’으로 세분화시킨다면 보다 정교한 평판 체계를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은 내 생각이 아니라 라인골드가 누군가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예로 든 사례다.

라인골드는 평판 시스템을 설명하며 커뮤니티 형태의 정보 공유 공간인 슬래시닷을 많이 언급했는데, 책을 쓴 시점에 딕닷컴이란 추천 기반 뉴스 사이트가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때문에 평판 시스템 관점에서  슬래시닷과 딕닷컴을 바라보는 라인골드의 견해가 무척 궁금해진다.

라인골드는 자신의 책을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며 마무리한다.

“향후 몇년에 걸쳐 발생하는 영리한 군중은 결국 중앙에서 통제되는 매체에서 이동가능하지만 수동적인 소비자가 되고 말것인가? 아니면 많은 소비자들이 동시에 생산하는 힘을 가진 혁신적인 공유지가 번성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그가 제시한 조건, 즉 협력의 증진과 평판 시스템 구축을 담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지 않을까 싶다. 한편 <참여군중> 한국어판에는 라인골드가 한국 독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읽어볼만하다 싶은 한 문단을 정리해본다.





“도구를 과제로 착각하지 마십시요. 모든 영리한 군중이 반드시 현명한 군중은 아니라는 점을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그것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문제들에 대해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이들이 중요한 사안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 사안들과 그들에 의해 영향받는 정부 정책들에 관해 토론하지 못한다면 모든 지도자들이 공정한 선거를 통해 선출됐다고 하더라고 민주주의는 공허한것, 쉽게 조작될 수 있는 것이 될 것입니다. 무지하고 구호가 난무하는 온라인상의 전투와 구분시키는 것은 예의와 이성과 증거입니다. 웹은 풍부한 자원이며 검색엔진은 강력한 도구입니다. 만약 당신이 어떤 사안을 주장하려 한다면 2분정도를 투자해 그것에 관해 검색하고 당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관련 링크를 첨부하십시요. 당신은 증거에 의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증거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과학과 법률 지식의 토대위에서입니다. 사안과 증거에 대한 논쟁이지 인신공격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delight41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