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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니] ‘애플워치’와 함께한 40일의 기록

2015.08.07

‘애플워치’가 한국에 출시된 게 6월26일이니, 이제 한 달 반 정도 지났군요. 이제 적어도 첫 번째 버전의 워치OS 1.0.1의 기능적인 면에 대해서는 알게 됐고, 시계 자체에도 익숙해졌습니다.

네. ‘지금은 처음보다 더 편하게 차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일단 이제는 “그거 애플워치냐”, “어떠냐”, “나도 차보자”, “나도 사면 좋은가”의 반복이 한결 줄었습니다. 뭐든 너무 뜨거운 관심과 기대는 부작용을 낳기 마련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이 시계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것도 없지만, 한번 제 생각부터 정리를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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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계 중 하나

애플워치를 차고 첫 주를 보냈을 때와 한 달이 지나고서도 달라지지 않은 생각은 ‘시계 중 하나’라는 겁니다. 시계에 거는 기대는 이제 더 이상 ‘정확한 시각’이 아닐 겁니다. 물론 정교한 오토매틱 시계의 경우 1년에 몇 초의 오차가 생기느냐가 중요한 관심사이긴 한데, 그 역시 정확한 시각을 보는 것보다 얼마나 잘 만든 시계냐에 대한 기술적인 접근이 아닐까 합니다.

아무래도 대중적으로 봤을 때 손목시계는 패션의 의미가 강하고, 시간에 가장 빨리 접근한다는 기능적인 부분도 어느 정도는 있을 겁니다. 애플워치는 일단 장난감같다거나 투박한 스마트워치의 인상은 아닙니다. 애플워치를 쓰는 방법은 쓰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게는 시계를 보고, 일정을 보고, 훑어볼 알림 메시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꽤 기능 많은 시계가 됐습니다.

화면 위에 빨간 점이 보이면 알림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화면 위에 빨간 점이 보이면 알림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애초 갖고 있던 ‘주머니에서 스마폰을 꺼내서 보는 것으로 충분한데 시계는 왜 또 있어야 할까’라는 생각이 아주 사라진 건 아니지만, 스마트폰을 봐야 할 때와 보지 않아도 될 때의 구분이 주는 간섭이 줄어든 게 생활에 준 변화는 꽤 큽니다. 그 미묘한 차이를 말로 설명하는 건 어렵습니다. 제가 만났던 누군가는 기온를 바로바로 볼 수 있어서 좋다는 반응도 있었고, 사진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도 합니다. 저마다 쓰는 방법이나 느끼는 감정은 다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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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웨어도 그렇지 않나”라고 하실 수 있습니다. 네, 안드로이드웨어도 애플워치와 경험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시계에서 앱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앱을 적극적으로 쓰지 않는다면 기본적인 경험은 비슷할 겁니다. 둘 다 쓰시던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능적인 면의 차이보다 같은 기술을 어떻게 풀어냈느냐의 차이가 스마트워치를 접하는 느낌의 차이로 이어진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지잉~’하고 울리는 진동과 ‘톡톡’ 두드리는 탭틱 진동의 느낌이 한 예가 될 것 같습니다. 이건 스마트워치를 만드는 회사들이 어떤 관점에서 시계에 접근하느냐에서 오는 차이입니다. 애플워치는 좋은 참고가 될 겁니다.

편하게 써도 되더라

저는 기기에 대한 묘한 결벽증이 있습니다. 기기를 모시고 살지는 말자는 생각을 늘 하지만 조심스러운 마음은 쉽게 고쳐지지가 않습니다. 특히 아이팟을 쓰면서 겪었던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흠집은 애플워치를 받아들 때 마음 한구석을 괴롭혔습니다.

저만 그랬던 건 아니었습니다. 유튜브나 커뮤니티에는 극단적으로 긁힌 이미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긁힘은 어쩔 수 없는 소재의 특성입니다. 그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손때처럼 나름의 멋이 되긴 하지만 이 반짝이는 광택이 조금이라도 더 남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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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조금 조심해서 쓰고 있긴 하지만 그리 크게 부담갖지 않고 쓰고 있습니다. 긁히는 건 걱정하던 것처럼 심하진 않았고, 아직은 광도 살아 있습니다. 정 거슬리면 여느 시계처럼 폴리싱을 한번 거치면 깨끗해질 겁니다. 게다가 애플워치는 각이 없기 때문에 폴리싱한다고 해서 모양에 상처를 입힐 일도 없습니다.

망가졌을 때의 문제는 꽤 마음을 졸이게 합니다. 주로 시계를 풀다 떨어뜨려 사파이어 글래스가 깨지는 일이 많이 눈에 띕니다. 사파이어 글래스는 긁힘에는 아주 강합니다. 하지만 충격에는 약합니다. 이를 수리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29만원에서 41만원의 리퍼 비용은 부담스럽긴 합니다. 아이폰의 리퍼 비용과 비슷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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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걱정은 안 해도

물에 대한 공포도 좀 덜어냈습니다. 애플워치는 IPx7의 방수 조건을 만족합니다. 이건 1m 깊이의 물에서 30분 동안 버틸 수 있다는 뜻인데, 보증이나 인증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물에 대해서는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전자기기라는 인상이 있어서 조금 더 조심하긴 했는데, 일반적인 오토매틱 시계와 비슷한 느낌으로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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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주변에서 애플워치가 물 때문에 고장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IPx7 등급 제품들도 세차게 쏟아지는 수돗물에 손을 씻을 때는 주의하라고 합니다. 수돗물을 직접 맞는 건 물에 담그는 것보다 훨씬 수압이 높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면 물에 대해 신경 쓸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시계를 쓸 때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밴드 교체는 재미있는 요소입니다. 밴드 따라서 차는 느낌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일단 시계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손목에 감기는 느낌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당연한 이야기죠. 애플 정품 외에도 서드파티 시곗줄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시계로서는 흔치 않은 현상이죠.

앱, 많이 쓰시나요?

제 경우 앱에 대한 의존도는 아직도 그리 높진 않습니다. 일단 앱 로딩 속도가 느린 편이고, 이걸로 뭔가 명령을 내리는 것도 쉽지 않더군요. 물론 용두와 포스 터치는 작은 화면의 한계를 극복하기에 좋은 수단이지만 저는 아이폰이 보내는 알림 메시지들을 받아보는 것만으로도 기능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손만 뻗으면 아이폰이 있으니 아이폰을 직접 쓰는 게 훨씬 편합니다.

이건 기기적인 한계라기보다 앱들이 시계를 어떻게 쓸 지에 대한 고민이 끝나지 않은 탓으로 보입니다. 근래 가장 잘 써먹고 있는 앱은 ‘서울버스’ 앱입니다. 기가 막힙니다. 화면을 스윽 밀어올려 한눈에 보기를 띄우면 아이폰에서 등록해 둔 버스의 도착 정보를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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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버스는 애플워치가 오히려 아이폰을 쓰는 것보다 편합니다. 자그마한 애플워치 화면을 기가 막히게 활용하는 사례입니다. 앱 개발사들이 애플워치를 어떻게 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죠. 지금은 일단 애플워치에서 쓸 수 있다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긴 한데 없어도 될 것 같은 앱도 상당히 많긴 합니다. 페이스북이 아직 애플워치 앱을 만들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서울버스와 ‘에버노트’, ‘클리어’, ‘맥ID’ 정도는 꼭 써보면 좋을 앱입니다.

운동은 자극, ‘일어나기’는 좋아

운동량 관리는 거의 모든 웨어러블 기기가 갖고 있는 기능이죠. 몇 걸음이나 걸었는지, 운동이라고 마음 먹고 한 건 몇 분이나 움직였는지 같은 체크들이죠. 몸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기기다보니 동작센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는 건데요. 그 실용성에 대해서는 좀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운동량 체크가 얼마나 정확한지에 대해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몇 걸음을 걸었는지 셀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사람마다 걷는 움직임이 다르기 때문에 걸음 판정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애플워치, 나이키 퓨얼밴드, 인바디 밴드 등을 같이 차고 다녔는데 값은 서로 다 다릅니다. 어떤 게 정확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죠. 심지어 요즘처럼 더울 때는 밴드에 땀이 차서 일할 때는 풀어놓기도 합니다. 어차피 운동선수처럼 식단부터 운동량까지 세세히 체크할 게 아니라면 정확도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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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건 몸을 움직이게 하는 자극, 동기를 얼마나 주느냐에 있습니다. 핏빗을 차고 다닐 때는 계단을 올라가는 데 자극을 받았고, 나이키 퓨얼밴드는 조금이라도 뛰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체지방률을 재 주는 인바디 밴드는 음식까지 신경쓰게 만들어 줍니다.

애플워치에는 대부분의 기능들이 있긴 하지만, 쓰면서 가장 자극을 받았던 것은 자리에서 일어나기였습니다. 한 시간에 한 번씩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조금이라도 걸으라는 건데, 꽤나 도움이 됩니다. 자리에 앉아서 일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앉아 있게 되는데 애플워치의 일어서기 알림은 조금이라도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해줍니다. 회의나 미팅이 길어질 때도 앉은 지 1시간을 알려주기 때문에 자리가 빨리 정리되는 묘한 ‘부가기능’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안 하던 운동을 더 하게 해주는 건 아닙니다. 조금 더 자극을 줄 뿐이긴 합니다. 다른 제품들과 차이점이라고 하면 이따금 운동량 통계에 따라 목표치에 대한 기준을 조금씩 다르게 제안해주는데 그 목표치가 아예 동떨어진 게 아니라 하루를 마칠 때쯤이면 아슬아슬하게 모자란 정도입니다. 운동의 의지가 있다면 잘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낮에 운동량이 부족했다면 저녁에 조금 더 움직이라는 등의 메시지도 좋아 보입니다. 그래도 운동은 본인 의지가 가장 크지요.

2세대가 금방 나올까

“2세대 제품이 곧 나올 것이기 때문에 필요해도 당장은 안 쓰겠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 애플은 대부분의 라인업을 해마다 재정비하긴 하지만, 또 ‘애플TV’처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애플워치를 쓰다보니 당장 2세대에 대한 기대를 할 제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는 현재 제품을 당장 버리진 않을 겁니다. 새로운 제품이 나와야 하는 이유는 디자인과 성능을 꼽을 수 있습니다. 현재 애플워치의 앱 로딩 속도는 꽤 스트레스가 됩니다. 하지만 현재 프로세서 기술로 로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애초 고성능을 바랐다면 더 빠른 칩을 쓸 수도 있었겠지만 마이크로콘트롤러 수준의 저전력 프로세서에서 현재 배터리 시간을 유지하면서 당장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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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다른 디자인이라고 하면 조금 더 가능성이 있겠네요. 늘 이야기되는 동그란 디스플레이라든가 또 다른 디자인의 시계는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신 저는 그건 2세대가 아니라 또 하나의 라인업이 된다는 쪽에 무게를 더 두고 있습니다.

저마다 다른 ‘개인적인 기기’라는 의미

“그래서 사라는 것이냐?”라고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호기심이라면 장담할 수 없고, 시계를 즐겨 찬다면 여러 시계 중의 하나로 한 번 느껴볼 필요는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UX와 관련된 분이라면 꼭 써봐야 한다고 봅니다. 시계 자체가 대중적이지 않기 때문에 애플워치도 모두가 필수품처럼 차야 하는 건 아닙니다. 누군가는 기능이 아니라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는게 바로 시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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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보면 한 달쯤 지나니까 애플워치를 포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다른 웨어러블 기기에 비해서는 확실히 지속성이 있습니다. 애플은 애플워치를 세상에서 가장 개인적인 기기라고 말합니다. 그 의미는 모두가 다르게 느낄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는 세상을 바꿔놓을 만큼 큰 의미를 가진 기기는 아니지만 조금씩 생활 패턴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점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어느정도 떨어져 있을 수 있고, 집중을 흩트리지 않는 것도 강점이라고 봅니다.

물론 다른 기기처럼 꼭 써야 한다고 부추길 수는 없습니다. 이 경험을 옆 사람도 써보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다는 게 웨어러블 기기의 어려운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만 느낄 수 있는 조심스러운 접근, 도드라지지 않는 소심한 기기라는 점이 다른 웨어러블 기기보다 질리지 않는 이유인 것도 같습니다. 워치OS 2.0에 접어들면 이용자들도, 애플도, 앱 개발자들도 또 달라질 겁니다. 다음 애플워치 이야기는 워치OS2.0과 함께 하겠네요.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