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가 인스타그램에 ‘#EDM’을 달지 못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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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박명수 씨는 최근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의 DJ로 나선 것이다. 열심히 공부한 덕에 페스티벌에 DJ로도 출연하고, 근래엔 홍대에 EDM 라운지도 차렸다.

그는 자신의 디제잉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행복감을 만끽한다. “#DJ #DJ찰스 #DJpark #EDM …” 어라? ‘#EDM’이 안 된다. 뭐? 금지됐다고?

요즘 인스타그램이 유행입니다. 2010년 발표된 인스타그램은 한때 ‘앱등이’만 쓸 수 있는 앱이었지만 안드로이드 서비스까지 지원하면서 전 세계적인 SNS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인스타그램은 사용자 수가 트위터 사용자 수를 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인스타그램의 재미는 무엇일까요? 사진에 한껏 분위기를 낼 수 있는 다양한 필터? 아닙니다. 뭐니뭐니해도 인스타그램의 참맛은 ‘#해시태그’에 있습니다. 사용자는 해시태그 뒤에 특정 단어를 넣어 게시물의 주제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해당 해시태그를 입력한 다른 사용자의 글들까지 모아서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블로터’를 검색하면 ‘#블로터’를 입력한 다른 이들의 글들이 주루룩 뜨는 식입니다.

해시태그 열풍은 새로운 어휘들을 낳기도 했습니다. ‘#먹스타그램(먹을 것+인스타그램, 음식 사진)’, ‘#셀스타그램(셀카+인스타그램, 셀카 사진)’ 등이 그 예입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카카오톡은 ‘#검색’을, 네이버는 ‘폴라’라는 해시태그 기반 SNS를 출시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던 해시태그. 그런데 이 해시태그가 최근에는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이 특정 해시태그 사용을 막아버렸기 때문입니다. DJ 박명수 씨가 인스타그램에 ‘#EDM’을 달 수 없는 이유도 인스타그램의 정책 때문이랍니다. 대체 어떤 영문일까요?

‘가지’가 선정적이라는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은 특정 해시태그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해시태그가 금지되면 그 해시태그를 입력한 글들이 있어도 ‘인기 게시물’만이 모여져 보이거나 아예 ‘게시물 없음’이라고 나옵니다. 인기 게시물에는 인스타그램이 안전하다고 판단한 소수의 글만 노출됩니다. 즉, 금지된 해시태그는 입력은 되지만 실제 기능하지 않습니다.

인스타그램은 금지된 해시태그 목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해시태그를 입력해보고 그 여부를 추측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해시태그들이 금지되고 있을까요? 먼저 인스타그램의 이용 약관을 살펴봅시다.

폭력, 외설, 부분적 외설, 차별, 불법, 침해, 편파, 포르노 또는 선정적인 사진이나 기타 게시물을 서비스를 통해 게시할 수 없습니다.”

약관을 읽으면 인스타그램이 어떤 게시글을 검열하려는지 대충 감이 옵니다. 인스타그램은 ‘원칙을 위반하는 게시글은 검색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약관을 위반하는 계정은 비활성화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특정 해시태그가 유해 콘텐츠를 공유하기 위해 사용된다면 해당 해시태그의 사용을 막아버립니다. 현재 ‘#sex’, ‘#sexy’, ‘#nude’, ‘#fuck’, ‘#nipple’ 등의 어휘가 금지돼 있습니다.

얼핏 보면 유해 게시물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해주는 듯한 이 정책.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인스타그램의 정책이 조금 지나치다 싶기 때문입니다.

인스타그램은 지난 주 ‘#EDM’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인스타그램의 대변인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금지 이유는 ‘#EDM’으로 약관을 위반하는 선정적인 게시물이 공유됐기 때문이랍니다. 현재 인스타그램에 ‘#EDM’을 검색하면 인스타그램이 선정한 인기 게시물만이 보입니다.

‘#EDM’ 뿐만이 아닙니다. ‘#eggplant(가지)’ 또한 같은 이유로 금지됐습니다. 잡초와 담배의 뜻을 함께 가지고 있는 ‘#weed’도 마찬가지입니다. 2013년 닉 드류라는 인스타그램 사용자는 이런 이유로 200개 넘는 어휘가 사용불가하다며 블로그에 목록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현재 ‘#일탈’, ‘#육덕’ 등의 어휘가 금지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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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줏대 없는 금지 정책

정작 인스타그램이 이용 약관에서 밝히고 있는 ‘폭력적, 외설적, 차별적, 불법적’인 다른 어휘들은 그대로 검색됩니다.‘#gunsales’, ‘#drugsales’, ‘#마약’등의 어휘와 ‘#bitch’를 비롯한 수많은 욕설은 걸러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 영어 어휘는 금지됐는데 한국 어휘는 사용 가능한 예도 많습니다. ‘#sex’, ‘#boobs’는 차단돼 있지만 ‘#섹스’, ‘#가슴’은 검색 가능합니다. 하지만 ‘#슴가’는 검색이 불가합니다. 앞서 말한 ‘#eggplant’는 검열의 대상이지만, ‘#가지’는 아닙니다. 이쯤 되면 인스타그램이 어떤 기준으로 해시태그를 금지하고 있는지 갸우뚱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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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금지가 성 차별 요소를 지니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인스타그램은 ‘#sexygirl’, ‘#hotgirls’, ‘#goddess‘의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하지만 동일한 의미의 남성을 묘사하는 언어 ‘#sexyboy’, ‘#hotguys’, ‘#god’은 해시태그를 통해 유해 게시물이 공유되고 있지만 사용 가능합니다. 인스타그램 이용자 @ladyhawken은 “인스타그램이 점점 더 터무니 없게 변하고 있다”라며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정책 운영에도 일관성이 없습니다. 인스타그램은 올해 7월 중순 ‘#curvy’의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유해 게시물이 해당 해시태그로 공유된다’라는 이유에서입니니다. 여성 사용자들은 “‘#curvy’를 노출 사진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체에 대한 긍정적인 표현으로 쓰는 사용자도 있었다”라며 비판했습니다. 또 “‘#curvy’는 금지됐지만 ‘#thin’, ‘#skinny’ 등의 신체 묘사는 가능하다”라며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 정책이 외모지상주의적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논란이 일자 인스타그램은 일주일 뒤 ‘#curvy’ 검색 결과를 ‘게시물 없음’에서 ‘인기 게시물’을 노출하는 것으로 변경했습니다. 현재 총 ‘#curvy’를 입력한 약 210만개의 글 중 36개의 글만 볼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curvy’를 입력한 일반 사용자의 게시물은 여전히 검색 결과에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EDM’도 검색 결과가 같은 방식으로 변경됐습니다.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 금지는 결과적으로도 별 실효성이 없어 보입니다.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은 인스타그램의 정책을 비웃는 듯이 어휘를 살짝 변형해 글을 공유합니다. 예로 ‘#curvy’가 금지된 후 ‘#curvee’로 약 1만4천개가 넘는 게시물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금지가 최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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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은 ‘#bringgoddessback’이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goddess’를 허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인스타그램이 ‘키워드’를 중심으로 게시물을 검열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인스타그램 대변인은 최근 <리코드>와 인터뷰에서 검열 원칙에 대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이 특정 어휘의 검색을 금지할 때 그 어휘의 실제적 의미는 금지 이유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대신 인스타그램은 부적절하고 외설적인 결과가 나오는 어휘들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원칙이라면 ‘#행복’, ‘#일상’과 같은 일상적인 어휘도 언제든지 금지될 수 있습니다. 단어의 의미와 필요성은 판단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해시태그 금지가 결과적으로는 사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해칠 수 있다’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인스타그램은 사용자에게 어떤 어휘가, 왜 금지됐는지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언어를 박탈당합니다. 뒤늦게 해시태그가 금지됐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용자들은 “#bringgoddessback”, “#bringcurvyback” 등의 해시태그를 달며 항의하고 있습니다.

SNS는 사람과 사람이 대화하는 또 하나의 공간입니다. 대화에는 단어가 필요합니다. 인스타그램이 사용자의 단어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소통없는 공론장’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딱지를 떼지 못할 것입니다. 문제가 되는 단어를 제한할 순 있겠지만, ‘원칙’은 명확해야겠지요. 인스타그램은 그런 면에서 아직까지는 오락가락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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