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열쇳말] 구글과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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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TV 시장 도전기는 ‘역사’라고 부를 만하다. 구글은 데스크톱PC의 검색을 주 사업으로 성장한 회사이지만, 포화된 PC 시장을 돌파할 방법으로 다른 플랫폼을 끊임없이 찾아왔다. 그 중 하나가 스마트폰이며, 그 확장세는 TV와 자동차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 모두가 TV가 스마트폰만큼 똑똑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

▲얼마 전까지 모두가 TV가 스마트폰만큼 똑똑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

[ROUND①] ‘안드로이드TV’ : TV에 안드로이드 심기

하지만 구글의 TV 도전은 만만치 않았다. 처음 시작은 ‘안드로이드TV’였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같은 방식으로 제조사들에게 안드로이드TV 운영체제(OS)와 플랫폼을 무료로 공급했다. 알고보면 TV에 안드로이드 OS를 올리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서비스 자체도 실제 서비스도 안드로이드폰처럼 TV에 직접 응용프로그램(앱)을 설치하고 앱 기반으로 콘텐츠를 받아들이는 식이었다. 앱이나 서비스 개발자들은 TV의 가로 화면에 맞춰 앱을 새로 개발해야 했다.

안드로이드TV는 소니와 LG전자 등이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관심이 다소 시들해졌다. TV 플랫폼의 약점은 TV를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업데이트할 때도 TV까지 바꿔야 했다. 게다가 삼성전자를 비롯한 제조업체들도 안드로이드의 성장을 교훈 삼아 자체 플랫폼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결국 이 안드로이드TV는 일체형 TV보다는 셋톱박스나 동글 형태로 주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는 LG유플러스가 IPTV와 안드로이드TV를 결합한 ‘LG U+tv G’를 내놓기도 했다.

▲안드로이드TV는 TV에 들어가기 쉽지 않았다.

▲안드로이드TV는 TV에 들어가기 쉽지 않았다.

구글의 첫 TV 시도는 다소 주춤거리긴 했지만, 언젠가는 게임기나 셋톱박스 등 앱 기반의 스마트TV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가능성 때문에 이 TV 사업을 온전히 놓지 않았다. 대신 구글은 ‘안드로이드TV’라는 이름을 ‘구글TV’로 바꾸고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성공하진 않았지만 포기한 서비스는 절대 아니다.

[ROUND②] ‘넥서스Q’ : 잘못 꿴 단추였을까

하지만 여전히 이용자들이 TV에서 구글의 서비스를 쓰기 위해 구글TV에 손을 내밀진 않았다. TV 시장은 분명 스마트폰과 달랐다. 구글이 내놓은 두 번째 대안은 ‘넥서스Q’였다. ‘그런 게 있었어?’라고 반문할 사람도 적잖아 보인다. 이 제품은 실제 판매가 아주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도 않았다.

넥서스Q는 안드로이드가 눈부시게 성장하던 2012년 구글의 개발자 컨퍼런스인 ‘구글I/O 2012’에서 처음 소개됐다. 볼링공처럼 생긴 둥근 기기를 TV와 오디오에 연결하고, 같은 네트워크에 연결된 안드로이드폰에 담긴 콘텐츠를 무선으로 전송해 주는 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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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Q는 발표와 달리 금세 출시를 취소했지만, 그 유전자는 구글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넥서스Q가 다루는 주된 콘텐츠는 영상이 아니라 음악 파일이었다. 구글이 제시한 시나리오도 파티 공간에서 사람들이 각자 갖고 있는 음악 재생목록을 현장에서 재생할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스마트 주크박스’같은 개념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 제품의 용도는 모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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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문제는 이 제품의 가격이었다. 구글은 넥서스Q 가격을 299달러로 책정했다. 만만치 않은 값이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애플TV와 넥서스Q를 비교했다. 애플은 애플TV 가격을 99달러로 내리고, 스트리밍 기능을 강화했다. 애플TV도 넥서스Q처럼 네트워크에 연결된 이용자끼리 음악을 전송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영상도 보낼 수 있었다. 자체적으로 스트리밍 서비스에 접속하는 캐스팅 기능도 됐다.

하지만 넥서스Q는 여전히 목적이 알쏭달쏭한 기기였다. ‘그래도 구글이 내놓은 건데, 뭔가 더 있을 거야’란 사람들의 생각은 3개월도 채 가지 않았다. 구글은 과감히 넥서스Q를 포기했다. 구글의 공식 발표는 ‘출시 연기’였다. 그러면서 구글은 예약구매자에겐 환불을 해주면서 제품도 보내주는 초유의 조치를 시행했다.

[ROUND③] ‘크롬캐스트’ : 해답은 ‘싸고 쉽게’

세 번째 도전은 ‘크롬캐스트’다. 구글의 기업 문화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 게 바로 이 부분이다. 구글은 일단 필요한 제품이라거나 맞다고 판단한 사안에 대해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여러 방법을 시도해 가며 답을 찾는다. 크롬캐스트는 적절한 시기에 구글에게 적절한 답을 줬다. 그 해답은 ‘간편함’과 ‘가격’이었다.

▲크롬캐스트의 핵심은 단순함이었다. TV에는 목적이 뚜렷한 기기가 필요했다.

▲크롬캐스트의 핵심은 단순함이었다. TV에는 목적이 뚜렷한 기기가 필요했다.

크롬캐스트는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기기다. 크롬캐스트는 TV의 HDMI 포트에 꽂는 간단한 동글 형태의 기기로, 자체적으로 앱을 작동하거나 콘텐츠를 내장하진 않는다. 리모콘 같은 콘트롤러도 없다. 이름 그대로 ‘캐스트’에 집중하는 기기다. 이용자는 유튜브나 티빙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콘텐츠의 주소를 크롬캐스트로 넘겨서 감상할 수 있다. 지금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영화 콘텐츠부터, 뽀로로TV 같은 앱까지 크롬캐스트에 연동해 쓸 수 있다.

안드로이드 뿐 아니다. iOS와 PC로도 크롬캐스트를 쓸 수 있다. 콘텐츠의 인터넷 주소만 넘겨줄 수 있다면 모든 서비스가 이 크롬캐스트와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게다가 값도 싸다. 미국에서 35달러, 국내에서 5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크롬캐스트는 2013년 7월 출시된 뒤 1년 6개월 만에 1천만대가 팔렸다.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에서 TV로 ‘캐스팅’한 횟수는 10억건을 넘었다. 이제는 캐스팅이라는 개념이 일반인에게도 익숙해졌고, 그만큼 시장도 넓어지는 추세다. 그런만큼 크롬캐스트 이용자도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5만원에 해결하는 스마트TV. 지금껏 시장은 스마트TV에 뭘 원했던 걸까.

▲5만원에 해결하는 스마트TV. 지금껏 시장은 스마트TV에 뭘 원했던 걸까.

결국 구글은 크롬캐스트를 통해 구글은 이용자 욕구를 비로소 확인했다. 그들이 TV에 원하는 것은 고성능의 기기가 아니라 가볍게 구입할 수 있고 스마트폰에서 보는 콘텐츠 중에서 더 큰 화면으로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을 쉽게 보여주는 쪽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구글이 넥서스Q를 포기할 때 언급했던 ‘더 나은 제품을 내놓기 위한 연기’에 대한 답이 크롬캐스트인 듯하다.

[ROUND④] ‘넥서스플레이어’ : TV와 안드로이드의 재접목

구글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구글은 2015년 ‘넥서스플레이어’를 출시한다. 넥서스플레이어는 구글이 TV에 접근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일단 기기 형태는 셋톱박스다. 크기는 손바닥에 올려놓을 수 있을 만큼 작고 가볍다. TV에 HDMI 케이블로 연결하는 것도 기존 셋톱박스나 플레이어들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이름도 ‘플레이어’가 붙었다.

넥서스플레이어는 인텔 쿼드코어 아톰 프로세서를 내장하고 1GB 메모리, 8GB의 저장공간을 갖췄다. 기본적인 제어는 리모콘을 이용한다. 블루투스 연결 기능도 제공한다.

▲넥서스플레이어는 구글이 TV에 접근한 출발점인 TV속 안드로이드의 재해석이다.

▲넥서스플레이어는 구글이 TV에 접근한 출발점인 TV속 안드로이드의 재해석이다.

넥서스플레이어가 크롬캐스트와 가장 큰 차이점은 자체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OS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안드로이드 ‘롤리팝’의 최신 버전이 올라가 있고, 구글이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테스트중인 ‘안드로이드M’도 올릴 수 있다. 그렇다고 화면 제어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런처로 하는 건 아니다. 넥서스플레이어는 TV와 리모콘에 맞는 자체 사용자 조작화면(UI)을 갖고 있다.

구글이 ‘플레이’하려는 콘텐츠는 일단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있는 것들이다. 구글의 영화가 핵심이고, 국내에서는 서비스되지 않는 ‘구글 뮤직’도 넥서스플레이어가 다룰 영역이다. 자체 시스템 성능도 좋기에, 플레이스토어의 앱들이 잘 작동된다. 그래서 구글이 넥서스플레이어에 기대하는 것 중 하나가 게임이다.

이미 적지 않은 게임들이 넥서스플레이어에 맞춰 나와 있고, 아예 전용 게임 콘트롤러를 판매하기도 한다. 아톰 프로세서의 성능이 좋기 때문에 풀HDTV 해상도에 맞춰도 게임이 제법 원활하게 돌아간다. 구글과 애플이 그 동안 앱 장터에 쌓인 게임을 무기로 TV 콘솔게임기 시장에 들어올 것이라는 소문은 오래 전부터 나왔다. 넥서스플레이어는 그 결과물에 한 발짝 다가선 제품이다.

물론 리모콘을 이용해 유튜브도 볼 수 있고,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쓰던 여러가지 앱들도 내려받을 수 있다. 구글이 따로 콘텐츠 OTT들을 제한하거나 앱을 막는 정책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에 앱 개발사들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기기에 맞춘 앱을 배포할 수 있다.

넥서스플레이어는 크롬캐스트와 함께 쓰는 기기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넥서스플레이어는 크롬캐스트의 모든 기능을 그대로 끌어안고 있다. 콘텐츠 캐스팅은 물론이고, 안드로이드의 경우 스마트폰 화면을 TV로 그대로 전송하는 미러링, ‘구글캐스트’도 된다. 값은 미국에서 99달러, 국내에서는 12만9천원으로 크롬캐스트에 비교해도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게임 콘트롤러도 옵션으로 판매한다. 게임은 구글플레이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게임 콘트롤러도 옵션으로 판매한다. 게임은 구글플레이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기능 면에서는 크롬캐스트를 끌어안고 있지만, 넥서스플레이어는 단순히 크롬캐스트의 상위 모델은 아니다. 브랜드는 크롬과 넥서스로 갈리지만, 이는 구글이 내부적으로 채택한 운영체제의 차이일 뿐이다. 구글이 두 기기를 바라보는 방향의 차이는 ‘캐스트’와 ‘플레이어’에 있다. 하나 덧붙이자면, 안드로이드TV의 ‘안드로이드’가 있겠다.

안드로이드→캐스트→안드로이드

애초 구글은 TV에 안드로이드를 올리고 싶어했다. 앱 생태계가 갖춰지면 뭐든 될 것이라는 건 당시의 시장 분위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앱 생태계는 물론이고, 하드웨어 플랫폼조차 깔기 어려웠던 게 안드로이드TV다. 당시는 ‘안드로이드’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이후 넥서스Q를 통해 스트리밍에 대한 시도를 했지만 그에 대한 방향은 ‘캐스트’로 접근했다. 덕분에 기기는 가벼워졌고, 값도 내려갔다. 캐스트는 개인 콘텐츠를 큰 화면에서 보고 싶어하는 욕구, 그리고 여러 사람과 콘텐츠를 함께 보고 싶어하는 욕구를 모두 채워주는 방법이었다.

넥서스플레이어는 다시 안드로이드TV에 대한 목적을 새롭게 풀어내는 기기다. 안드로이드 그 자체로 TV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콘텐츠를 보여줄지 확실히 하되 서비스의 기본 환경을 일체형 TV가 아니라 별도 기기로 떼어내는 방식이다. 성능이 좋아진 기기에 맞춰 게임 콘텐츠도 놓치지 않았다. 그걸 모두 구글이 갖고 있는 생태계에서 다시 제공하는 것이다. 넥서스플레이어는 구글을 ‘플레이’하는 기기인 셈이다.

이 글은 ‘네이버캐스트→테크놀로지월드→용어로 보는 IT’에도 게재됐습니다. ☞‘네이버캐스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