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안 ‘스마트교육’, 어디쯤 접속해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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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프트웨어(SW) 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밀려난 정책이 있다. ‘스마트교육’이라는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시작된 스마트교육 정책은 3년 전만 해도 국내외 기업과 교육기관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투자가 줄어들었고, 지금은 사실상 침체기다. 그렇다고 스마트교육 정책이 온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여전히 해마다 100곳이 넘는 학교에서 스마트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예산도 집행되고 있다. 스마트교육은 다시 살아나야 할까 아니면 이대로 무너질까.

4년차 스마트교육의 모습

스마트교육은 2011년 처음 제안되고 2012년부터 본격 시행됐다. 스마트교육의 주요 목적은 자기주도학습 및 맞춤형 수업을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세부 과제를 살펴보면 ▲디지털교과서 개발▲교사 양성▲온라인 교육 콘텐츠 확산▲교실 유·무선 인터넷 환경 구축 등이 포함됐다. 2011년 제안된 공식 문서엔 모든 학생에게 스마트교육을 진행한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대신 단계적으로 스마트교육을 진행하고, 디지털 교과서도 일부 과목만 개발하기로 돼 있었다.

수치상으로 살펴보면 2014년 기준으로 연구학교라고 지정된 163곳 학교에는 평균 83대의 스마트 기기가 제공됐다. 농·산·어촌 지역에 위치한 4천여곳 학교에는 평균 10대의 기기가 제공됐다. 김진숙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교육정보본부장은 8월8일 열린 스마트교육학회 발표를 통해 “지난 3년간 중복 인원을 포함해 30여만명이 스마트교육 연수를 받았다”라며 “사실상 스마트교육이 무엇인지, 디지털교과서가 무엇인지 교사에게 알렸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수업 지원 목적 보상금이 합의됐고, 19개 협력 기관을 통해 2만건 이상의 콘텐츠를 확보했다”라며 “우수 수업 동영상 등 교육 정보를 10만건 이상 공유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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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제안된 스마트교육 추진전략(사진 : 링크)

스마트교육 정책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학부모, 교사, 언론 등은 스마트교육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먼저 예산에 대한 반감이 컸다. 정부 보고서에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스마트교육에 2조2천억원이 투자된다는 얘기가 포함됐다. 김진숙 본부장은 8월8일 열린 스마트교육 학회에서 “매년 교육정보화 관련 예산이 2500억원 정도로 이미 확보돼 있었고, 한 해마다 추가로 3천억원이 확보돼야 한다는 의미였는데, 이에 대한 설명이 외부에 잘 전달되지 않았다”라며 “실제로 예산 확보에 난항을 겪어 한 해 평균 예상 예산의 2.3%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교육부가 스마트 교육에 투자한 예산은 2012년 약 129억원, 2013년 약 187억원, 2014년 약 136억원, 2015년 약 54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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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교육이 가진 역기능도 주요 쟁점 중 하나였다. 아이들의 뇌 혹은 시력이 나빠지거나, 스마트 기기에 중독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과연 컴퓨터로 공부가 되느냐’라는 선입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역기능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여전히 조사중이다. 현재까지 국내 연구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큰 문제가 발견되진 않았다.

예컨대 500명의 학생을 조사한 ‘디지털교과서 스마트교 연구학교 대상 시계열 효과분석 연구‘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교사와 학생간의 소통이 활성화됨으로써 학생들의 교사화의 관계 만족도, 학교에서의 행복도가 향상됐다”라고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교원대학교와 KERIS가 공동 연구한 ‘디지털 교과서 활용이 뇌 기능에 영향 연구‘도 “디지털교과서 활용 그룹에서 디지털 기기 활용으로 인한 인지능력의 저하나 중독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라며 “공간 지각과제 수행에 있어 디지털교과서 활용 그룹이 서책형 교과서 활용 그룹보다 과제에 대한 스트레스 정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스마트교육에 대한 만족감은 차이가 있다. 연구학교같은 곳은 교사가 자발적으로 스마트교육을 진행하고 관심도 많다. 이런 학교에서는 학생과 교사에 대한 만족감이 높은 편이다. 정부기관이 일괄적으로 하드웨어부터 보급하면서 스마트교육을 시작한 학교도 있었다. 이런 경우 콘텐츠에 대한 준비가 미처 안 돼 있었기에 교사에게 스마트교육에 대한 반감이 생겨나기도 했다.

스마트교육의 문제점 

8월8일 배재대학교에서 열린 스마트교육학회 토론회에선 여러 전문가들이 현재까지 진행된 스마트교육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영식 전주교육대학교 컴퓨터교육과 교수는 “교사 역량을 강화하는 방식이 교사의 입장에서 고려되는 것이 아니라 정책 추진하는 입장에서 고려됐다”라며 “또한 정책이 디지털교과서 개발에 너무 치우쳐 있다”라고 지적했다.

“21세기에 맞는 학습자 역량이 있듯이 21세기에 맞는 교수자 역량이 있습니다. 이 역량을 키우는 하나의 방법으로 IT가 활용되야 합니다. 마치 교사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식으로 교사에게 새로운 정책을 따라가고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면, 교사들의 자발적 동참이 많이 부족해질 것입니다. 지금 효과 분석도 대부분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이야기뿐입니다. 스마트교육에 대한 체계적인 효과 분석이 부족합니다.”

스마트교육을 진행해온 손범석 이태원초등학교 교사는 좀 더 명확한 스마트교육 방식을 요구했다.

“많은 교사들이 자기 생각대로 스마트교육을 정의하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고 스마트교육 자체에 대한 불신도 있었습니다. 다시 스마트교육을 고민한다면 기존에 모호한 부분을 명확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수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명확하게 정하고 진행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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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8일 열린 스마트교육학회 토론회. ‘다시 시작하는 스마트교육의 방향’을 주제로 토론이 열렸다. 김진숙 KERIS 교육정보본부장, 정영식 전주교대 교수, 손범석 이태원초등학교 교사, 서봉현 인스에듀테인먼트 대표(왼쪽부터)

교육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서봉현 인스에듀테인먼트 대표는 일관성 있는 정부 정책을 주문했다. 그는 “IT나 교육 분야에서 시행착오는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중국, 일본, 미국 역시 스마트교육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지만 동일한 정책을 기반으로 계속 투자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진숙 본부장은 “초기 스마트교육 정책을 추진할 때 외부 의견을 듣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았다”라며 “앞으로 민간 기업에 대한 지원, 교원 역량 강화 방식 등 다양한 의견을 듣는 자리를 여러차례 갖겠다”라고 밝혔다.

2015년, 다시 시작하는 스마트교육?

침체돼 있던 스마트교육은 2015년 들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일단 학교 내 무선인터넷을 구축하는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2015년 6월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스쿨넷 전문기술지원센터’를 개소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스쿨넷전문기술지원센터는 유·무선인터넷 구축과 관련해 문제가 생길 시 학교에 자문을 제공할 예정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한국교육정보진흥협회와 함께 ‘무선접속서비스’를 시범단계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학교 안에서는 보안상의 이유로 쉽게 무선인터넷을 구축할 수 없었다. 학교 스스로 구축하려 해도 학교 내부 인력이 보안 및 IT 기술을 이해하고 장비를 구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무선접속서비스를 이용하면 기술적인 어려움을 전문가 기관과 업체에 맡겨 해결할 수 있다. 무선접속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업자는 학교 무선랜 구축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구축된 무선인프라에 대한 운영, 유지보수, 관제 등을 통째로 지원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통신사와 학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학교는 1-2개 소규모 교실에서도 무선접속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요금은 월 이용료를 내는 방식으로 적용된다. 이 서비스를 원하는 학교는 현재 한국정보화진흥원에 공문을 전달해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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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접속서비스 구조(사진 : 무선랜구축운영가이드북(최종본))

학교 스스로 무선인터넷을 구축할 수 있는 환경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무선인터넷에 필요한 무선 인증 서버나 무선 콘트롤러 하드웨어를 구입하고 이를 학교에서 연동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도 비슷한 무선인터넷 보안 장비를 구매하고 학교에서 연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대신 보안 인증 과정 및 필요 요건은 교육청마다 달라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현재 무선인터넷 환경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고자 하는 학교는 각 시·도교육청 무선인증 담당관에게 문의하면 된다.

교육부 자체에서도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화 인터뷰에서 “얼마 전 스마트교육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이 구성됐다”라며 “스마트교육을 점검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라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스마트교육 교사들은 이미 진화 중

스마트교육에 대한 찬반 의견이 오가가면서 그동안 교실에서는 많은 실험들이 진행됐다. 처음에는 주로 구글 문서, 영상 제작도구, 교육용 앱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는 데 집중했다. 최근에는 수업 시간 100%를 스마트 기기에 의존하지 않고, 일부 시간에서만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김해동 한빛맹학교 교사이자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 대표는 지난해부터 비주얼씽킹 교육을 진행했다. 배운 내용이나 특정 개념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교육 방식이다. 미술수업이 아니다. 글로 정리하던 내용을 그림으로 대체한 방식이다. 김해동 교사는 아직 시력이 남아 있는 저시력 시각장애인 학생에 이 수업을 우선 적용했다. 김해동 교사는 “실제로 몰입도도 좋았고,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화하는 데 좋았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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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동 교사가 진행한 디지털 비주얼씽킹 수업(사진 : 김해동 교사 제공)

김해동 교사는 종이와 펜을 이용하는 것 외에 10여대의 디지털 기기을 활용해 비주얼씽킹 수업을 진행했다. 스마트 기기를 이용할 때는 명확하게 수업 계획을 짜서 진행한다고 한다. 보통 한 수업 당 15-20분 정도만 이용한다. 이때 디지털 기기는 단순히 새로운 도구로만 활용되지 않는다.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이해도와 친숙도를 높여주는 역할로도 활용된다.

김해동 교사는 “시각장애인 학생은 비장애인 학생보다 디지털 기기를 늦게 배우게 된다”라며 “접근성이 좋지 않아 스마트 기기는 시각장애인 학생에게 낯선 도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어떤 시각장애인 학생은 종이에 반사되는 빛이 불편해 잘 안 보이고, 태블릿 화면은 훨씬 더 선명하다고 느껴 그림 그리기 더 편해한다”라며 “가끔씩 동영상, 이미지 등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관심을 받는 교육 방식으로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이 있다. 우리말로 ‘거꾸로교실’이라고 불린다. 거꾸로교실은 강의는 집에서 듣도록 하고, 교실에서는 주로 문제풀이와 토론 등의 활동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교사는 5분 안팎의 간단한 수업 동영상 강의를 만들어, 일종의 예습을 하도록 만든다.

김백균 태백 장성초등학교 교사는 2013년부터 학교에서 태블릿을 구매하고 스마트교육 수업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반응이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수업과 놀이의 경계선이 모호해졌다. 김백균 교사는 “아이들의 반응을 보고 기기의 능력에 기대기보다 수업의 기본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라고 설명했다.

김백균 교사는 교수법을 바꿨지만, 태블릿을 버리진 않았다. 대신 꼭 태블릿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가르쳤다. 가령 이전에는 학생에게 “태블릿으로 웹브라우저에 접속해 ‘A’라는 주제에 대해 검색해보자”라고 했다면 지금은 “A라는 주제에 대해 어떤 정보가 있는지 살펴보자”라고 제안한다. 학생들은 태블릿을 이용하거나, 책을 찾거나, 주변 사람에게 질문을 하면서 스마트 기기보다는 수업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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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균 교사가 진행한 수업 풍경. (시잔 : 김백균 교사 블로그)

천세영 충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이자 스마트교육학회장은 “스마트교육을 할 수 있는 교사, 하고 싶어하는 교사, 배우고 싶어하는 교사에게 먼저 정책적으로 기회를 주고 주고 온·오프라인 등의 다양한 행사에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라며 “정부는 공통적으로 필요한 최소한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민간에 맡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