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 땅’ 메갈리아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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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가 주류가 된 온라인 공간에 작은 균열을 일으키며 ‘여성혐오를 혐오한다(이하 여혐혐)’는 대항 담론이 등장했다. 얼마 전 메르스 갤러리에서 시작된 여혐혐의 담론은 작지만 꾸준히 성장했고, ‘메갈리아‘라는 웹사이트까지 생겼다. 주류 담론의 거센 공격 속에서 메갈리안(메르스 갤러리를 이용하는 사람들)들은 녹색의 땅을 찾아내기에 이르렀다.

여성혐오는 온라인의 주류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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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메갈리아

여성혐오는 일부 무지한 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애는 언제 낳을 거냐’는 취직시장에서의 질문은 현실이다. ‘여자가 그러면 안 된다’는 조언 같지 않은 충고가 넘쳐나고 ‘데이트 비용의 불균형이 여성 폭력을 가져왔다’는 터무니없는 말이 공적으로 쓰이는 등 이미 일상에 스며들어 있다. 사회의 여성혐오는 온라인에서 좀 더 노골적인 형태로 자리를 잡으면서 ‘주류 담론화’됐다. 포털 뉴스에서 ‘국회의원 월급 깎아’라는 말만큼이나 자주 볼 수 있는 댓글은 ‘여성부 폐지해야 한다’ 다. 웹툰에서는 내용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도 베스트 댓글만 시켜주면 여성부 건물에 테러하겠다는 열혈청년들도 넘쳐난다. 기업인이 성차별적 발언을 해서 논란이 되면 ‘회사 다녀보면 여자 안 뽑는 이유를 알게 된다. 안 뽑을 만하다’는 말이 공감을 얻는다.

“처음 여성혐오 정서를 인지했을 때, 그리고 그것이 온라인상에서 적극적으로 수용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는 어느 정도 ‘극한’이라고 불릴만한 수위에 이르면 멈출 걸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온라인 커뮤니티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여자는 3일에 한 번씩 패야 한다’는 일베만 문제가 아니다. 오유, 보배드림, 디씨 등 여성혐오는 다양한 곳에 존재한다. 실명을 사용해야 하는 페이스북에서조차 얼굴과 이름을 당당히 드러내며 여성 혐오적 발언을 내뱉는다. 특히 ‘김치녀’라는 페이지는 페이스북의 방치 하에 구독자만 14만명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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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김치녀’ 페이지 화면 갈무리

온라인에서의 여성혐오는 ‘김치녀’, ‘군 가산점’, ‘김여사’, ‘성재기’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집적된다. 보편성을 상실한 일반화는 물론이고, 온갖 편파적인 게시물, 혐오를 조성하는 조작게시물도 올라온다.

SNS를 통해 재맥락화되는 여성혐오 담론

탈맥락화된 콘텐츠는 이용자의 처분에 따라 재맥락화된 후 소셜 네트워크로 연결된 친구와 팔로워들에게 전달된다. 재맥락화된 기사들은 그것의 가치를 인정한 다른 이용자들이 ‘리트윗’(트위터)’하거나 자신의 담벼락으로 ‘가져감’(페이스북)으로써 복제되고 확대된다. (중략) 이것은 옆으로 연결되면서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복제되는 수평적 확장의 ‘가상 공론장(virtual public sphere)’이다.

–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사회운동의 변화’, 백욱인, 동향과 전망 84호, p134

예컨대 이런 식이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여성이 말하는 장면이 있다. “능력 좋은 남자를 빨리 만나서 학자금 대출도 갚아주고” 라는 자막이 붙어 있다. 콘텐츠를 본 사람들은 여성을 비하하고 더 나아가 여성들이 전부 의존적인 것처럼 비약한다. 게시물은 많은 공감을 얻고, 사람들은 분노하면서 공유하고 욕을 한마디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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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 맥락은 좀 다르다. “결혼이요? 뭐 능력 좋은 남자 빨리 만나서 학자금 대출도 갚아주고 또 나까지 책임져 줄 수 있으면 상관없는데 그런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결혼을 생각할 여유가 없을 것 같아요. 등록금 시위하고 있는 저기 저 학생들도요. 같은 처지니까….” 라는 내용이 전문이다. 이렇게 여성혐오를 조장하는 게시물은 ‘재맥락화’되고 가상의 공론장에서 전달돼 확대된다. 정작 사고는 (남성이 운전면허를 더 많이 가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더라도) 남성이 훨씬 많이 내지만, ‘김여사’만 논란이 된다. 성 구매자인 남성은 온데없고, 성 판매 여성만 ‘창녀’가 된다.

김치녀는 이렇게 생산되고 확대된다. 위의 사례는 ‘분노’와 엮여있지만, 여성혐오는 유머와 엮이기도 한다. 유머와 분노처럼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가 여성혐오라는 담론과 결합 되면서 확장력을 가지고 전파됐다. 실제로 그런 여성이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는 재맥락화와 복제와 확대를 거쳐 더 노골적인 여성혐오를 작동시킨다.

‘일부’와 ‘조작’을 바라보며 모두가 ‘김치녀’만의 이야기라고 말하지만, 콘텐츠를 소비한 뒤 남는 것은 ‘특정 개인에 대한 분노’가 아니다. 이미 사용자들은 머릿속으로는 ‘전체’를 가정하고 있다. 메르스 갤러리로 인해 촉발된 갈등이 성별을 축으로 하는 갈등을 가지고 왔다는 것 자체가 기존의 담론이 여성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는 점을 방증한다.

시발점이 된 메르스 갤러리

‘여혐혐’의 시작은 확실하지 않다. <슬로우뉴스> 기사에 따르면 초창기 메르스 갤러리에서 메르스 의심환자인지 모르고 홍콩에서 돌아다녔다는 한국 여성에 대한 비하는 늘어놓는 글이 많았음에도 최초 환자가 남성이라는 점은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 상황에 대해 여성들이 반박하면서 벌어진 싸움이 시발점이다.

여성혐오라는 주류의 담론 속에서 수적인 열세로 눌렸던 소수의 발화는 메르스 갤러리를 기점으로 이용자의 새로운 참여와 개입을 집중시켰다. 메르스 갤러리는 촉발점이었을 뿐,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의 운영자는 “여자로 살면서 느껴왔던 불안감, 위축감, 두려움과 차별 등을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억누르며 살아왔는데, 여성혐오의 거친 말투를 그대로 쓰면서 여성들이 느끼던 불합리함을 지적하니 통쾌해는 사람들이 많았다” 라며 “굳이 홍콩 사건이 아니었더라도 언제든지 ‘메르스 갤러리’는 생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복제의 강력한 파급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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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리아 화면 갈무리

여성혐오의 논리는 사람들에게 무척이나 익숙하다. 김치녀 담론을 그대로 복제했기 때문이다. 메르스 갤러리 이용자들은 주류 담론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주류 담론의 방법론을 모방하며 ‘여혐혐’의 게시물을 복제 확산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혐오는 유머와 분노의 형태로 소비됨으로써 강력함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메르스 갤러리의 콘텐츠를 자주 소비하는 알리사(가명) 씨는 “완성된 현존하는 (혐오의) 언어체계를 모방한 것”라며 “메겔의 게시물들은 별다른 수고 없이 효율적으로 끊임없이 생산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감춰진 맥락을 드러내는 일은 번거롭고, 자세하다. 자세한 말은 온라인에서 전파속도가 느리고 효율적이지도 못하다. 여성혐오에 대해 진지하게 반박하는 글이 효과가 떨어지는 이유다. 그러나 미러링은 익숙한 혐오의 언어체계를 차용함으로써 빠른 전파속도와 공감 확장을 가질 수 있었다.

감정을 건드리는 콘텐츠는 강력하다. 여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메르스 갤러리의 콘텐츠가 호응을 받기 시작하고, 남초 커뮤니티에서 주눅이 들었던 여성들도 메르스 갤러리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메르스 갤러리 사용자들은 이 과정에서 연대하고 있다고 느꼈다. 한 사용자는 “연대하는 다수 사이에서 용기를 얻은 상태로 (여성혐오를 정당화하는)자료를 마주 본 나는 그제서야 그게 정말 조잡하고 형편 없는 수준이라는 걸 알게 됐다”라며 “한두 번의 구글 검색으로도 그 논지를 뒤집는 공식적 자료를 충분히 찾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여성혐오라는 주류 담론에 대항하는 ‘여혐혐’의 대항 담론은 간결-명확성을 바탕으로 여성혐오 게시물을 수용하기만 했던 다양한 커뮤니티 및 소셜 미디어 등 네트워크의 이용자들에게 흐름을 제공했다. 메르스 갤러리로 촉발되고 형성된 대항 담론은 담론의 이용자에게 연대의 감각을 제공하며 담론의 성장동력을 만들었다.

자리 잡은 대항 담론, 메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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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리아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한마디 응원의 말을 던지며 같이 고민하는 남자들에게 왜 이렇게 고마움을 느끼는지, 이렇게 서로를 보듬으려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인지 생각할수록 메르스 갤러리이라는 공간의 존재는 더 많은 여자를 포용할 수밖에 없는 공간임을 생각하게 된다.”

메갈리아는 메르스 갤러리와 소설책 ‘이갈리아의 딸들’에 나오는 ‘이갈리아’의 합성어다. 이갈리아는 평등주의와 유토피아의 합성어이며, 이갈리아의 딸들은 여자와 남자가 뒤바뀐다는 설정(가부장주의가 아닌 가모장주의, 여성의 기본명사를 wom으로 표시)을 바탕으로 한다.

디씨에서 ‘김치남’이라는 단어 사용을 금지해버리는 등 메르스 갤러리를 중심으로 한 움직임에 대해 탄압이 있었다. ‘김치녀’ 페이지는 ‘커뮤니티 표준을 위반한 적이 없다’며 손을 놨던 페이스북도 메르스 갤러리의 콘텐츠에 대해서는 세 번의 페이지 폐쇄를 시행했다. 시작 단계인 저항의 목소리를 누르려는 시도는 오히려 동질감과 적대감을 더 느끼게 된 사람들이 뭉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콘텐츠의 파급력을 바탕으로 형성된 흐름은 제도적인 저항을 받고도 튼튼하게 유지됐다. 오히려 탄압은 상시적인 여성혐오에서 벗어난 공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가 현재의 메갈리아 웹사이트다.

물론 ‘여혐혐’ 대항 담론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대학원생 A씨는 “여혐혐 담론은 여혐의 문제점을 세상 밖에 잘 드러내 준 동시에, ‘여혐’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는 의식을 주기도 했다”라며 의의를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잘못했을 때 강하게 지적을 하면 그게 ‘잘못’이라는 기억이 강하게 남을 수도 있지만, 동시에 왜 이걸로 그러나? 라는 반감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라며 “모든 움직임은 그것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을 잃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메르스 갤러리 사용자들이 꼽는 메갈리아의 장점은 안정감과 위안이다. 알리사 씨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공간이 있다는 게 위안이 된다”라며 “사회적으로 비난받아온 여성의 욕망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일종의 프라이드 운동”이라고 평했다. 다른 이용자는 “메갈리아가 차별을 깨닫게 되는 곳, 소수자들이 차별 받지 않고 자기 얘기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참고

  1. 인터뷰는 본인의 요청으로 인해 익명으로 진행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2. 메갈리아 사용자의 인터뷰는 메갈리아 홈페이지에서 더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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