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초등포럼] “스마트폰으로 ‘짚계’하고 ‘배사’ 꾸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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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오늘날, 초등학생도 빠질 수 없다. 지난해 말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 고학년은 10명 중 6명꼴로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다. 자녀들 혹은 명절에 만난 조카들이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은 부모들에게도 큰 골칫거리다. 초등학생들의 스마트폰 중독 실태와 위험성을 알리는 보도도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이런 보도 속에 정작 초등학생들의 목소리는 담기지 않았다. 자신의 손보다 큰 스마트폰으로 대체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일시: 2015년 8월12일 오후 7시
  • 장소: 경기도 부천의 한 카페
  • 참석: 너구리(초등학교 6학년), 오스카(초등학교 6학년), 블로터 이슬샘 기자
  • ※ 두 분의 요청으로 실명을 밝히지 않습니다.

이슬샘 : 휴대폰을 언제부터 썼나?

너구리 : 휴대폰은 7살 때부터 썼다. 스마트폰은 2학년 때부터 사용해왔다. 스마트폰으로 바꾸게 된 계기는 장난이랍시고 같은 반 남자애가 내 폴더폰을 가지고 도망가다 고장을 냈다. 그래서 고맙게도 스마트폰으로 바꿨다. (웃음) 지금 쓰는 스마트폰이 4번째 기종이다.

오스카 : 나도 비슷하다. 휴대폰은 6년째 사용 중이고 스마트폰은 5년째 쓰고 있다. 지금 쓰는 스마트폰이 나에겐 3번째 스마트폰이다.

이슬샘 : 하루에 스마트폰을 얼마나 쓰나

너구리 : 방학인 요즘은 하루의 절반 정도가 스마트폰을 쓰면서 흘러간다. 하루를 요약하면 우선 아침에 스마트폰 알람으로 일어난다. 이후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몇 개 본다. 그러다 학원 갈 시간이 되면 스마트폰을 보면서 학원에 간다. 학원 다녀와서는 엄마랑 TV를 좀 보다가 방으로 들어와 스마트폰을 한다. 그러다 잠들면 하루가 끝난다.

오스카 : 나도 별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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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사용 5년차인 너구리와 오스카 학생.

이슬샘 : 스마트폰으로 대체 무엇을 그렇게 하는 것인가?

너구리 : 개인의 취향마다 약간씩 다르다. 일단 카톡은 모두 즐겨한다. 게임을 엄청 하는 친구들도 있다. 근데 나는 주로 영상을 본다. 유튜브에 들어가서 누군가 올려놓은 게임 영상을 많이 찾아보는 편이다. TV 재방송도 보고. 그러다 종종 좋아하는 연예인의 트위터를 확인한다. 트윗을 활발히 올리는 편은 아니고 주로 ‘눈팅’을 한다.

예전엔 ‘카카오스토리'(카스)를 진짜 많이 했는데 요즘엔 유행이 지났다. 한창 유행일 때는 내 하루가 카스에서 시작돼 카스로 끝났다. 고학년 되면서 친구들도 하나둘씩 다 카스를 떠나고 있다.

오스카 : 카스가 유명했을 때는 1분에 한 번씩 게시물을 올리는 친구도 있었다. 한때 카스에서는 ‘멤놀(멤버 놀이)’이 유행이었다. 좋아하는 아이돌, 소설의 주인공이 된 척하고 말하면서 노는 거다. 최근에는 움짤(움직이는 짤방)을 올리는 짚계(이미지 형식인 GIF+계정의 줄임말)가 그나마 흥하고 있는 것 같다.

요즘엔 하나둘 페이스북으로 갈아타는 추세다. 나처럼 스마트폰이 저렴한 기종인 경우, 페이스북 앱을 설치하고 싶어도 용량이 엄청나서 못 한다. 나는 주로 카톡을 하거나 인터넷 소설을 찾아 읽는 편이다.

이슬샘 : 자주 쓰는 앱을 말해 달라.

너구리 : 카톡, 트위터, 음악 감상 앱, 유튜브, 에브리싱(노래방 앱), 네이버 이 정도다.

오스카 : 나도 비슷하다. 저기에 카스, 아프리카TV까지 자주 쓴다.

이슬샘 : 유튜브에서는 어떤 영상을 주로 보나.

너구리 : 게임하는 영상을 주로 본다. 요즘엔 덜하지만 ‘마인크래프트’가 엄청난 유행이었다.

오스카 : 유튜브 스타 ‘양띵’은 초등학생들이 거의 다 안다. 1학년들도 알더라. 게임하는 애들은 다 안다고 보면 된다. 안티도 많다. 좀 인지도 있는 아이돌 정도로 유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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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 : 양띵 말고도 유튜브 스타들을 조금씩 알게 된다. 게임을 안 하더라도 친구 옆에서 같이 영상을 보다가 알게 되는 식이다.

이슬샘 : 게임은 직접 하는 게 더 재밌지 않나?

너구리 : 직접 하는 것도 재밌긴 한데 내가 하는 것보다 게임 영상을 보는 게 더 재밌더라.

오스카 : 맞다. 왜냐면 유튜브에 올리는 사람들이 콘텐츠를 재밌게 잘 만든다.

이슬샘 : 게임 영상 이외에는 또 뭘 보나?

오스카 : 나는 주로 못 본 TV 프로그램들을 챙겨본다. 본방송 시간에는 학원에 가거나 프로그램이 너무 늦은 시간에 방송돼서 못 본다.

너구리 : 유튜브에만 공개된 영상들도 본다. 유튜브에는 엄청 많은 동영상이 있어서 그중에 인기 있거나 재밌어 보이는 것들을 골라서 본다.

오스카 : 재밌는 영상이 매일 올라오는 건 아니다. 그럴 땐 그냥 계속 봤던 거 또 보고 그런다.

이슬샘 : 아까 트위터도 한다고 했다. 트위터는 어떻게 쓰고 있나

너구리 : 좋아하는 연예인 소식을 주로 받아본다. 팬들이 그린 팬아트를 보고 ‘리트윗’도 한다. 가끔 ‘그림이 좋다’고 멘션을 보내면서 인사를 주고받는다. 그러다가 ‘맞팔’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나도 직접 쓴 캘리그라피를 종종 올린다.

이슬샘 :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희열을 느낄 때도 있나

오스카 : 좋아하는 콘텐츠에 댓글을 일등으로 달았을 때 오는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너구리 : 나는 스마트폰 거치대를 사서 그림 그리는 과정을 녹화하고 완성품을 사진으로 찍어둔다. 직접 만든 미니어처 사진을 찍어서 한 사이트 홈페이지에 올렸는데 뽑혀서 상품권을 탔다. 굉장히 뿌듯했다.

상메’, ‘배사꾸미기는 필수라고요

이슬샘 : 한 반에 스마트폰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나

너구리 : 우리 반 전체 26명 중에 한두명 빼고는 다 갖고 있다. 3~4학년 때까지만 해도 없는 애들이 5~6명 정도는 있었는데 학년이 높아지면서 다들 하나씩 생겼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전화도 안 되고 카톡 같은 메신저도 안 되니까.

오스카 : 폴더폰을 쓰는 애들도 있긴 있다. 근데 폴더폰을 가진 애와 아예 휴대폰이 없는 애들이 합쳐서 반에 한두명 정도다. 나머지는 다 스마트폰. 요즘엔 카톡이 되는 폴더폰도 나왔던데 그걸 사용하는 친구는 거의 못 봤다.

너구리 : 근데 똑같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어도 쓸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은 친구마다 다 다르다.

오스카 : 그렇다. 나처럼 데이터가 따로 없는 요금제라 와이파이 존에서만 휴대폰을 쓸 수 있는 친구들도 많다.

너구리 : 그럴 때는 주로 ‘와이파이 루팡’을 한다. 길가다 와이파이 터지는 곳에 서서 휴대폰을 쓰는 거다. 주로 편의점이나 통신사 앞이다. 뜬금없는 곳에 서서 휴대폰을 하는 대부분의 초등학생이 이런 경우일 거다. 나처럼 3G 무제한 요금제를 쓰는 사람은 ‘핫스팟 셔틀’이 되기 쉽다. 친구들이 맨날 나만 보면 “핫스팟 좀 켜줘!”라고 한다.

이슬샘 : 친구들과는 함께 주로 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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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 씨는 스마트폰 테마를 친구들과 맞춰 설치했다.

너구리 : 대부분 카톡으로 수다를 떤다. 재밌는 링크도 공유하고. (휴대폰을 보여주며) 이렇게 런처로 휴대폰 테마를 직접 꾸미기도 한다. 이 테마는 친구들과 함께 맞춘 거다.

오스카 : 요즘엔 다들 자신의 상태를 카톡 ‘상메(상태 메시지)’에 엄청 잘 나타낸다. 그걸 보면 그 친구가 요즘 뭐에 관심 있는 지 다 알 수 있다. ‘배사(배경 사진)’ 꾸미기도 필수다.

너구리 : 그래서 카톡 못하는 애들은 약간 소식도 늦고 소외되는 것 같다. 약속 잡기도 어렵고. 원래 오늘도 한 명 더 같이 오기로 했는데 그 친구의 스마트폰이 얼마 전에 고장 났다. 결국 연락이 안 돼 같이 못 왔다.

이슬샘 : 카톡에 대한 안 좋은 기억도 있다고 들었다.

오스카 : 내가 직접 겪었던 일은 아닌데 좀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 작년에 6학년 선배 몇 명이 아는 5학년들을 ‘단톡방’에 다 초대했다. 한 80명을 모아놓고 자기들을 뒤에서 욕하고 다녔다고, 예의가 없다면서 화내고 욕했다.

너구리 : 나도 친구가 그 카톡방에 초대돼 대화 기록을 보는데 섬뜩했다. 카톡방을 나가면 다시 초대해서 뭐라고 하더라. 잘못 없는 친구들도 사과하고 그랬다. 이후에 나도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지나가다 6학년 선배들을 보면 무서웠다.

“스마트폰 때문에 공부 못 하는 거 아니에요

이슬샘 : 듣자하니 스마트폰을 정말 ‘달고’ 사는 것 같다. 어른들이 뭐라고 안 하시나

너구리 : 맨날 우리 부모님은 휴대폰 하는 날 볼 때마다 제일 먼저 “뭐해?”라고 하신다. 근데 저 말이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 같기도 하고 약간 화를 내는 것 같기도 하다.

오스카 : “너는 스마트폰 중독자다”, “그러다 머리 나빠진다” 이런 반응이 거의 전부다. 잔소리만 들어봤지 제대로 된 스마트폰 교육을 받은 기억이 없다. 학교에서는 스마트폰 중독에 관한 설문조사 밖에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너구리 : 저런 말씀들이 잔소리로 들려서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건강을 걱정해서 하는 말인 건 이해하겠지만….

오스카 : 문제는 스마트폰과 성적을 과도하게 연결한다는 거다. 우리 엄마는 이런 말을 한다. “스마트폰 많이 해서 대학교 안 좋은 데 가서 취업 못 하면 어떡할 거냐”고. 나는 그게 싫다. 아직 초등학생인데 벌써부터 대학 입시, 취직을 얘기한다. 고등학생도 아닌데. 성적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스마트폰” 때문이라며 혼난다. 한 번은 성적이 85점이어서 못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잔소리를 들었다.

너구리 : 스마트폰이 나에게서 없어진다고 해서 하기 싫은 공부가 좋아지는 건 아니다. 우리는 스마트폰이 아니더라도 공부가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거다. 스마트폰이 없어지더라도 딴짓할 것들을 찾아볼 텐데.

오스카 : 100% 동의한다. (웃음)

너구리 : 그리고 엄마들도 3~4시간 전화기 잡고 통화하지 않나. 우리도 스마트폰으로 친구랑 수다 떠는 거다. 어른들도 TV보고, 컴퓨터 하는 것처럼 우리도 스마트폰으로 다 하는 거다. 우리가 어리다고 너무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것 같다.

오스카 : 나는 저번에 뭘 잘못 먹어서 배가 아프다고 하니까 스마트폰 많이 써서 몸에 전자파가 들어와서 그렇다고 잔소리를 들었다.

이슬샘 : 스마트폰을 많이 해서 부모님께 뺏긴 친구들도 있다던데.

오스카 : 그렇다. 나도 뺏긴 적 많다. 주로 성적이 떨어진 게 이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연락해야 하니까 대부분 얼마 못 가서 돌려주신다. 정말 엄한 부모님의 경우는 스마트폰에서 2G폰으로 바꿔버리는 경우도 가끔 있다. 나는 엄마가 갑자기 내 스마트폰을 뺏는다면, 열심히 공부해서 다 100점 맞은 다음 스마트폰을 돌려 달라고 요구할 거다. (일동 웃음)

이슬샘 : 그래도 스마트폰을 많이 쓰게 되면서 스스로 걱정되지 않나.

너구리 : 진심으로 걱정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하면서도 ‘내가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 휴대폰을 쓰는데도 심심하다.

오스카 : 나도 그렇다. 너무 많이 하게 돼버린 것 같다. 근데 할 게 없으니까 계속 하게 된다. 학원 갔다 와서 스마트폰으로라도 스트레스를 푸는 거다. 친구들은 만나서 놀고 싶어도 못 만난다. 학원 때문에.

너구리 : 맞다. 스마트폰보다 친구들하고 같이 노는 게 훨씬 재미있는데 못 논다. 각자 다니는 학원이 너무 많다. 놀기는커녕 같은 학원이 아니면 얼굴 보기도 어렵다. 방학인데도 다들 특강 가야 한다고 더 바빠졌다. 차라리 학교 다닐 때가 얼굴을 더 많이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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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샘 : 학원을 그렇게 많이 다니나

너구리 : 나는 미술, 피아노, 영어, 역사탐험. 이렇게 네 곳을 다닌다. 주말만 빼고 하루에 한 곳 이상은 간다.

오스카 : 나는 피아노, 기타, 컴퓨터, 영어, 역사탐험, 수영 총 6개를 다닌다. 재밌어서 다니는 것도 있는데 엄마의 요구로 가는 것도 있다. 하루에 두세 곳의 학원을 간다. 집에 오면 어느덧 해가 저물어 친구를 못 만난다. 그래도 우리는 좀 나은 편이다. 보습학원을 몇 개씩 다니는 친구들도 엄청 많다.

너구리 : 우리도 친구랑 노는 게 더 재밌는데 시간이 하나도 안 맞으니까 같이 못 노는 거다. 결국엔 집에서 혼자 놀아야 하고 그러다 보니 스마트폰을 자주 쓰게 되고 중독되고…. 그나마 못 만나는 친구들이랑 카톡으로라도 연락을 주고받는 거다. 이게 우리가 스마트폰을 쓰는 진짜 이유다. 혼자 집에 있으면 너무 심심하다.

오스카 : 친구들이랑 시간만 맞으면 되는 것도 아니다. 밖에서 만나서 놀면 돈을 너무 많이 쓰게 된다. 돈 안 쓰고 놀 수 있는 곳이 없다. 친구네 집에 놀러 가는 것도 왠지 눈치 보인다. 빙수 하나 사 먹으려고 카페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온 적도 많다.

이슬샘 : 스마트폰을 쓰는 것과 친구와 노는 것 중 하나를 고르라면?

너구리·오스카 : (이구동성으로) 당연히 친구랑 노는 거다.

오스카 : 하지만 당장 스마트폰이 없어진다면 못 살 것 같다.

너구리 : 안 그래도 심심한데 더 심심해져서 잠만 자다 죽지 않을까. (웃음)

이슬샘 :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스마트폰이란 어떤 것인지 한 단어로 표현해 달라

오스카 : 나에게 스마트폰은 ‘대타 친구’다. 친구 대신. 혼자 놀 수 있는 게 스마트폰밖에 없으니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너구리 : ‘그냥’ 하는 거. 하면서도 아무 생각이 없고, 하고 나서도 아무 생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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