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마케팅’은 어떻게 ‘쓰레기’를 만들어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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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독자로부터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그는 블로그 관리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경험이 조금 특이했다고 말했습니다. 신변을 보호하고 싶다는 본인 요청에 따라 실명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방학을 맞은 대학생 김재희(가명) 씨는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뒤지다 생소한 문구를 발견했다.

‘블로그 관리 및 포스팅 아르바이트 모집.’

어떤 일을 하는 건지 의심됐지만 시급이 하루 6천원대로 짠 편은 아니었다. 실내에서 컴퓨터로 일하는 점도 끌렸다. 온라인 지원을 하고 며칠이나 지났을까. 재희 씨는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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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블로그’를 치면 수많은 구인 게시물이 뜬다.

사무실 위치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근처였다. 찾아간 주소엔 뜻밖에도 직업교육 학원이 있었다. “수강생이 꽤 많은 학원이었어요. 건물이 번듯해서 이런 데서 블로그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건가 의문이 들었죠. 나중에 일하면서 안 사실인데, 학원이 온라인으로 마케팅을 하다가 이게 꽤 돈벌이가 된다 싶으니까 확장을 한 거였더라고요.”

재희 씨는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적힌 ‘업무 소개’로는 도저히 어떤 일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면접 때 마주 앉은 담당자에게선 ‘블로그를 관리한다’는 두루뭉술한 설명만 돌아왔다. 관리 대상은 모두 네이버에 개설된 블로그였다. 재희 씨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낌새를 알아챈 담당자는 “불법이 아니다”라고 미리 못박았다. 재희 씨는 일단은 해보자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다.

하루 15개 블로그 대리 관리해

첫날 출근한 그가 안내받은 곳은 면접을 본 학원에서 2~3분 거리에 있는 작은 사무실이었다. 알바생들을 관리한다는 ‘팀장’이란 사람은 학원 내부에도 작은 사무실이 있지만 주로 이곳에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실 규모는 30평이 조금 넘어 보였고, 20여명의 알바생들이 컴퓨터를 하나씩 꿰차고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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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처음으로 주어진 것은 ‘현황판’이었다. 현황판이라고 불리는 엑셀 파일에는 15개 정도의 아이피(IP)와 네이버 아이디·비밀번호가 적혀 있었다. 옆에는 의뢰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이름도 함께 쓰여 있었다. “로그인할 때는 모두 다른 아이피를 통해 접속해야만 해요. ‘네이버 쪽에 들키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팀장이 주의를 줬어요.”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글 0개, 이웃 수 0명’의 블로그에 글을 쓰고 이웃을 늘리는 것이었다. 하루 최소 한 블로그에 하나 이상의 글을 써야만 했다. 글을 작성한 이후에는 이전 게시물에 달린 댓글에 하나 하나 답글을 달아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웃 블로그에 들어가서 가장 최신글에 댓글을 단다. “그 이후엔 이웃 추가에 들어가야죠.” 마지막으로 이웃의 이웃 블로그에도 방문해 놀러 왔다고 하면서 ‘서이추(서로 이웃 추가)’를 걸어야 한다. 이 과정이 하루의 기본 사이클이다. 퇴근 시간 전에 사이클을 한번 마치면 회사는 블로그를 몇 개 더 관리하라고 주거나 이웃을 더 철저히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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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작성에도 원칙이 있었다. 이미 어딘가 게재돼 있는 글을 ‘복붙’해서는 안 된다는 것, 자신이 관리하는 15개의 블로그에도 같은 글을 써서는 안 된다고 팀장은 전했다. 또 필수적으로 한 게시물 당 최소 4장의 사진을 삽입하라고 덧붙였다. “질이 좋아 보여야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라고 재희 씨는 말했다. 글에 해시 태그를 입력하는 것도 필수 사항이었다.

글의 내용은 ‘순수’해 보여야 했다. 여기서 ‘순수하다’라는 건 블로그에 어떤 상업적인 연결고리도 만들면 안 된다는 뜻이다. 뭘 먹었다, 어디 여행을 갔다, 뭘 하고 싶다 같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 관한 모습을 담아야 했다. 예를 들어 음식에 관한 글에서는 상호를 과도하게 노출하면 안 된다. 그리고 절대 상업적인 블로그와 엮여서는 안 된다. 부동산업자, 상담사 등이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들어오는 이웃 추가 요청은 모두 거절해야 했다. 함께 상업적인 블로그로 비춰지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팀장은 주의를 시켰다.

굳이 인기검색어에 올라와 있는 화제에 대해 쓸 필요는 없었다. 회사 측에서 제일 강조했던 것은 댓글과 이웃 수였다. 이웃에도 질이 있었다. “소위 파워블로거들은 서이추를 잘 안 해주거든요. 그래서 그들에게는 애초부터 관심을 별로 기울이지 않아요. 회사는 꼭 서로 이웃을 맺어야 한다고 했어요. 별 영향력 없는 블로거들이라도 꼭 서로 이웃을 맺으라고.”

블로그 관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네이버 검색 결과 상위에 블로그를 노출하는 것이었다. “회사는 네이버 블로그에 점수 같은 게 있다고 했어요. ‘최적화 블로그’라는 것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하더라고요.” 회사는 글을 작성하고 나면 필수적으로 글 제목을 네이버에 검색해보라고 했다. 분명히 오늘 작성한 글인데도 검색 결과에는 나오지 않는 블로그 상태를 회사는 ‘죽었다’고 표현했다. 죽은 블로그는 검색 결과에서 차단된 것이라고 팀장은 설명했다. 그런 블로그를 회사는 더 이상 관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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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 ‘최적화 블로그’를 치면 ‘최적화 블로그 구매’가 자동완성으로 뜬다. 실제로 지식인, 블로그 등에서 많은 사람이 구매를 문의하고 있었다.

쓰레기를 만들고 있다고 느꼈어요

회사는 의뢰인에 관한 정보와 블로그 관리 목적을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절대 말해주지 않았다. 현황판에는 의뢰인 이름과 성별 정도의 정보만 쓰여 있었다. “그렇게 키워서 사업성 블로그로 바꾸려고 하는 게 아닐까요?”라고 재희 씨는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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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희 씨는 일을 잘 하는 편이었다. 아무도 올 것 같지 않은 블로그에는 댓글이 무수히 달리기 시작했다. 한 달 동안 관리한 블로그들의 이웃 수는 어느덧 300명을 넘었다. 옆자리에 앉은 아르바이트생은 이웃이 늘지 않아 팀장이 눈치를 줬다. 관리한 블로그들이 네이버 검색 결과 상위에도 자주 노출됐다고 말했다. “지금 저더러 돈 주면서 파워블로그 하나 만들어달라고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5개 관리하다 1개 하는 거야 뭐, 껌일 것 같은데요?”

어느 날은 어떤 사용자가 서로 이웃 요청을 보내며 메시지에 “30만원에 블로그를 팔 생각이 없느냐”라고 물었다. 팀장이 “30만원이면 헐값인데 그 돈 받고 팔겠느냐”는 식으로 말했다고 재희 씨는 전했다.

하지만 블로그 관리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는 처음엔 이야기를 지어내 글을 썼다. 먹지 않은 것을 먹었다 하고, 가지 않은 곳을 갔다고 하는 식이었다. 주로 음식에 관한 사진을 올리거나 연예인 얘기 등의 가십거리를 읊어주는 글을 썼다. “회사 측에서 강조한 게 ‘영혼 없이 해라’였어요. 정보의 정확성은 상관 없어요. 그러다 보니 부담은 없는데, 매일 같이 사진 찾고 화제도 겹치지 않게 써야 하니 힘들어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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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소재가 고갈되면서, 이야기를 지어내는 데 드는 시간도 길어졌다. 퇴근 시간은 6시였지만, 한 사이클을 돌리지 못하면 퇴근할 수 없었다. 점심을 먹으며 일하는 것도 일상이 됐다. 나중엔 재희 씨는 자기 자신을 ‘블로그화’했다. “어느 순간부터 제 모든 경험과 일상을 파는 듯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자주 찍지 않던 사진도 글을 쓰기 위해 찍게 됐다. 가족들을 비롯한 지인들에게 사진을 보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글 쓸거리를 찾아야 하니까요.” 과거에 직접 촬영한 아끼는 여행 사진들을 올린 적도 있었다. 얼마 전 바다에 다녀왔다는 코멘트와 함께.

“저는 맨날 거짓말을 하고 있던 거죠.” 한 때 글 쓰는 것을 업으로 삼고 싶었던 재희 씨는 하지도 않은 일들을 한 것처럼 꾸며대는 자신이 혐오스러웠다고 말했다. 아침에 법원 근처로 출근하는 변호사들을 볼 때마다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었다. “‘내가 지금 쓰레기를 만들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진짜.”

한 달을 일하고 재희 씨는 임금 체불 문제로 직장에서 해고됐다. 한 달 여 기억들을 회상하고 있는 그에게 물었다. “블로그 글을 보고 업체에서 쓴 글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으세요?” 재희 씨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블로그들, 진짜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