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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페이스북 악플러 고소하기 – ②처리편

2015.08.30

블로터에는 [써보니]라는 꼭지가 있습니다. 직접 소프트웨어를 체험하거나 제품을 만져본 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이번 [해보니]에서는 블로터 인턴기자가 직접 페이스북 악플러를 고소까지 해 보는 이야기를 담아보겠습니다.

1편에서는 접수까지 알아봤습니다. 처리 편에서는 페이스북에서 악플러를 고소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는지, 왜 그런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민원실에서 접수를 마치면 상황에 따라 바로 수사관을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정문에서 출입증을 받아 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으로 들어갔습니다. 수사관은 고소장을 쭉 훑어보더니 난처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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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과 욕설을 남기고 간 페이스북 계정. 현재는 삭제된 상태입니다.

“페이스북 계정이 일단 살아 있어야 하거든요… 페이스북이 수사 협조를 안 해주기 때문에 계정을 지금 확인할 수 없으면 저희도 좀 어렵습니다.”

제 개인 페이스북 계정의 게시물에 와서 욕설과 폭언을 남긴 아이디는 ‘이명박’ 과 ‘홍길동’ 입니다. 프로필 사진도 없고, 실명이 아닐 가능성도 무척 큽니다. 친구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보아 임시 계정으로 운영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임시 계정을 수사하려면 단순히 욕설 자료만 가지고는 힘듭니다. 페이스북의 데이터베이스 자료가 필요합니다. 적어도 IP는 있어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에 IP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웹사이트의 국적은 서버 위치로 구분합니다. 페이스북 데이터센터는 프린빌, 오레곤 등지에 있습니다. 이렇게 서버가 미국에 있는 회사들은 미국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국내법을 이유로 페이스북 쪽에 정보를 요구한다고 해서 페이스북이 들어줄 의무는 없습니다. 어차피 서버가 외국에 있으면 영장이 나온다고 해도 집행을 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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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정부 요청 보고서

페이스북은 전 세계의 정부로부터 어떤 요청이 접수되며,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해 ‘정부 요청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2014년 1월부터 2014년 6월까지 통계를 보면 총 요청 수는 13건, 사용자·계정 요청 수는 14건이고 데이터 제공 비율은 23.08%입니다. 2014년 7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데이터는 총 요청 수 14건, 사용자·계정 요청 수 29건, 데이터 제공 비율은 42.86%입니다. 어떤 항목으로 요청했는지 구체적인 내용까지 알 수는 없어서 판단이 쉽지는 않습니다만, 달라는 대로 주지 않는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페이스북은 국내법을 무시한다는 의미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페이스북은 기본적으로는 현지법을 존중한다는 입장입니다. 페이스북은 정부 요청 보고서 소개문에서 “접수되는 모든 요청에 대해 법적 요건 충족 여부를 확인하고, 요청에 대한 법적 및 사실적 근거를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으며, 정보 요구가 너무 광범위하거나 모호하거나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경우에는 요청을 돌려보냅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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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대해 요청을 받을 때 데이터를 쉽게 제공하지 않는 것이 꼭 부정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우선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는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는 죄가 아닙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도 있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대한 규정이 없습니다. 한국에서도 논란이 많습니다.

특히 한국은 명예훼손을 ‘반의사불벌죄’로 정하고 있습니다. 반의사불벌죄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를 의미합니다. 핵심은 ‘처벌할 수 없다’가 아닙니다. 명예훼손죄는 당사자가 직접 고소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뜻입니다. 국가가 바로 수사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요청했다고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오히려 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페이스북이 이런 내용을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은 제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이용자 권리보호 입장에서 정부의 요청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서비스 제공자의 기본적인 태도로 볼 수 있습니다. 김가연 오픈넷 변호사는 <블로터>와의 인터뷰에서 “경미한 범죄 내지는 범죄가 아닐 수 있는 행위에 대한 수사에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내주면서 협조를 한다는 것은 이용자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가연 변호사는 또한 “표현의 자유침해는 물론 프라이버시 침해 여지도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 참고 :  학계에서 논란은 있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분명히 사이버 명예훼손 혹은 모욕으로 고소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수사관들은 “페이스북으로 수사하는 게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100% 장담은 못 하지만, 계정이 살아있을 경우 신원을 파악해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chaibs@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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