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교통량·재난 예측…도시, 스마트를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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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인간과 공존하는 바람직한 방향은 바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일 것이다. 눈앞의 불편을 인식하고, 이를 기술로 풀어보려는 시도가 그것이다. 수많은 기술이 탄생한 이유이기도 하고, 엔지니어가 갖춰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 이 중 세 가지 영역에서 기술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풀어봤다. <블로터> 창간 9주년 기획 중 하나다. 도시와 노동, 그리고 사회가 주인공이다. 향후 기사는 다음 순서로 연재될 예정이다.

[기술과 도시] ① 기술에 찾는 도시문제 해법

[기술과 노동] ② 기술이 혁신하는 인류의 노동

[기술과 사회] ③ 기술로 접근하는 사회문제

[기술과 도시] ① 기술에서 찾는 도시문제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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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tie Haugland, 2014, CC BY 2.0

오늘날 전세계 인구 중 54%는 도시에서 생활한다. 앞으로 30년 동안 증가하게 될 인구도 대부분 도시에 근간을 둔다. 지구에서 만들어지는 전체 에너지 중 3분의 2는 도시에서 쓰인다. 2015년을 기준으로 인구 1천만 명 이상이 생활하는 대도시는 전세계 34곳. 일본의 도쿄와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가 인구수 리스트에서 1,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한국의 서울과 인도의 델리, 중국의 상하이가 잇는다.

사람이 모이고, 막대한 생산이 이루어지는 만큼 이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 역시 심각하다. 재난은 한 번에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다. 오염과 도심의 소음으로 몸살을 앓는 도시도 한둘이 아니다. 인구증가를 예측하고, 불어나는 인구가 불러올 문제에 대비하는 것도 도시 운영의 핵심이다. 도시의 문제를 기술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재난 대비하고, 도시문제 예측하고…도시에 스며드는 기술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는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구가 밀집한 도시다. 3천만명이 넘는 시민이 생활하고 있다. 매년 12월에서 다음 해 2월까지가 이곳의 우기인데. 지난 2007년 자카르타는 홍수로 34만명 이상의 시민이 재난에 휘말렸다. 세계은행은 이 사고로 당시 홍수로 7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20만명 이상이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추산했다. 약 9억달러, 우리 돈으로 1조5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음은 물론이다. 안타깝지만, 자카르타는 쓰나미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2004년 발생한 역사상 최악의 인도양 쓰나미로 인도네시아가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가 비영리 온라인 지도 프로젝트 ‘인도주의 오픈스트리트맵 팀(The Humanitarian OpenStreetMap Team, HOT)’과 협력을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12년부터 인도네시아는 ‘오스트레일리아-인도네시아 재난방지기구(AIFDR)’, HOT와 함께 인도네시아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오픈스트리트맵 활용 방법을 교육하기 시작했다. 우기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는 지역과 패턴을 관찰해 이 정보를 지도에 반영하는 일이다. 2013년부터는 자카르타 전역의 267개 마을에서 수 시간마다 관찰한 강우량 기록이 지도에 표기되고 있다. 이 정보는 다양한 형태로 가공된다. 시민들에게 직접 전화통화로 전달되기도 하고, 문자메시지나 팩스로도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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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의 오픈스트리트맵 프로젝트

HOT가 확보한 강우 데이터는 더 다양한 기술로 확장하는 중이다. 소셜미디어에 강우 정보를 노출해 시민이 홍수 피해 지역을 피하도록 돕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는 응용프로그램(앱)에 강우량을 기록하는 기능도 추가했다. 이 정보는 강우량에 따른 피해를 분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서다.

스페인의 항구도시 산탄데르는 센서와 네트워크로 도시공학을 혁신하고 있다. 산탄데르에는 1만2000여개가 넘는 센서가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센서의 주요 역할은 도시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다. 공공장소의 쓰레기양과 교통량, 소음 수준, 공기 질과 같은 데이터다. 이를 ‘스마트 산탄데르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쓰레기 처리 시기를 분석하는 과정은 기술이 혁신하는 도시의 모습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먼저 도시 전역에 깔린 센서가 공공장소 쓰레기통의 쓰레기 적산량을 실시간으로 산출한다. 이 데이터는 도시의 공무원 컴퓨터에 전달된다. 도시를 운영하는 주체는 어떤 쓰레기통에 쓰레기가 얼마나 쌓였는지 모니터로 볼 수 있다. 쓰레기 수거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은 쓰레기가 쌓인 곳만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도시의 센서와 네트워크가 궁극적으로 쓰레기 처리의 운영 효율을 높이는 셈이다. 스페인 산탄데르는 스마트 산탄데르 프로젝트 덕분에 쓰레기 수거에 투입되는 비용을 20% 절감했다. 도시를 운영하는 데 드는 에너지도 25% 절감하는 효과를 봤다.

대도시와 달리 인구가 폭증하기 시작한 지역에서는 다른 성격의 도시계획이 절실하다. 문제 해결이 아니라 예측과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나이지리아가 대표적이다. UN은 오는 2050년이면 나이지리아의 인구가 4억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계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가 된다는 관측이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인구증가가 불러올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IBM과 협력하고 있다. 라고스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도시의 인구 폭등 문제와 이 같은 현상이 불러올 교통, 문화 등 도시문제를 예측하기 위함이다. 나이지리아 정부와 IBM은 2013년부터 IBM의 ‘스마터시티 챌린지’ 프로젝트 아래 라고스시의 교통량을 분석하고 있다. 정보는 스마트폰과 도로의 카메라, GPS 데이터로부터 수집한다. 도시의 치안을 담당하는 나이지리아의 경찰과 의료기관도 IBM의 데이터에 따라 도시계획을 수립한다.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도시문제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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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시작하는 스마트마을…‘북촌 IoT’

국내에서는 서울시청이 먼저 기술을 이용한 도시문제 해결에 나섰다. 서울시청은 오는 가을 북촌 한옥마을을 통해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도시문제 해결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시험할 예정이다. ‘북촌 IoT 시범사업’ 공개를 앞두고 막바지 담금질 중이다.

북촌은 서울의 관광명소다. 옛 모습을 갖고 있는 서울의 유일한 마을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해마다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북촌을 찾는다. 마을 전체가 관광 코스로 바뀌면서 상업시설도 늘었다. 좁은 골목을 따라 카페나 전통문화 체험관, 식당이 줄을 잇는다. 관광객과 거주민, 소상공인이 공존하는 마을이 바로 북촌이다.

덕분에 북촌이 겪는 도시문제는 복합적이다. 관광객과 함께 마을을 침범하는 교통, 쓰레기, 소음 문제가 주민들을 괴롭히지만, 관광객의 발길 없이는 소상공인이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 주민과 소상공인, 관광객 사이에 복합하게 엉킨 실타래를 푸는 역할은 서울시청의 몫이다.

김성호 서울시청 정보기획과 주무관은 “북촌 IoT 시범사업은 서울시가 갖고 있는 인프라에 스타트업이 갖고 있는 새로운 기술을 북촌에 적용하려는 계획”이라며 “북촌 거주민과 상권, 관광객이 가진 문제를 IoT로 해결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가장 큰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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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IoT 시범사업’에 참여할 예정인 주차관제시스템

서울시청의 북촌 IoT 시범사업은 공개 플랫폼 형식으로 진행된다. 시청이 사업을 발주하고, 특정 업체가 수주하는 방식이 아니라 참여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은 모두 북촌에 기술을 선보일 수 있다. 북촌이 스타트업의 기술 놀이터가 되는 셈이다.

예를 들어 주차문제 솔루션을 가진 업체는 북촌 관광객을 위한 주차 관제 시스템을 선보일 수 있다. 이큐브랩이 북촌 IoT 시범사업 참여를 약속했다. 이큐브랩은 적외선 센서를 활용한 주차 솔루션을 들고 나왔다. 센서를 주차공간에 설치하기만 하면, 해당 공간에 차량이 주차돼 있는지 아닌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이큐브랩의 센서는 3G 이동통신네트워크에 연결된다. 주차 상황을 볼 수 있는 관제시스템도 현재 개발 중이다. 차량이 들어간 곳은 빨간색, 비어있는 주차 공간은 초록색으로 표기되는 식이다. 관광객은 어떤 공간에 주차를 하면 되는지 인터넷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스페인의 산탄데르처럼 센서를 활용해 쓰레기양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서비스를 기획한 스타트업도 있다. 주민을 위한 소음정보, 관광객을 위한 길 안내 서비스 등 다양한 기술이 북촌에 깔릴 예정이다. 서울시청은 오는 9월11일부터 12일까지 시청광장에서 ‘앱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북촌 IoT 시범사업에 참여를 약속한 스타트업의 다양한 기술을 미리 볼 기회다. 북촌에 IoT 기술은 앞으로 두 달여 동안 개발이 진행돼 오는 10월23일 처음으로 일반 사용자와 주민, 광관객에게 공개된다.

데이터 개방에 달린 ‘스마트시티’의 미래

IBM을 선두로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업체에서는 벌써 스마트시티 조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에서는 도시의 기술 인프라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투자가 앞으로 5년 안에 수백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어떤 기술이 도시에 스며드느냐, 혹은 얼마나 적극적인 투자가 진행되느냐도 이른바 ‘스마트시티’ 성립의 중요한 요소지만,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가 핵심이다. 데이터 개방이 그것이다.

데이터 개방은 스마트시티 조성에 필수적이다. 스마트시티는 정보를 바탕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또 정보의 개방은 예측하지 못한 도시의 다양한 재난과 문제에 응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한다. 자카르타에서 HOT가 우기 강우량을 관측하고, 피해 규모를 예측하는 것이 개방형 지도 프로젝트인 ‘오픈스트릿맵’의 도움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말이다. 오픈스트릿맵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이들의 빠른 반응과 실시간 정보가 자카르타의 호우 피해를 최소화하는 요소다. 도시운영 주체인 공공기관의 데이터 개방은 그래서 중요하다.

영국에서 공개 데이터를 활용한 교육을 진행하고, 창업 컨설턴트 역할을 하는 기관 ‘ODI(Open Data Institute)‘의 벤자민 케이브 트레이너는 “도시의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데이터 개방의 의미”라며 “어떠한 계획도 미리 규정하지 않으며, 이는 도시에서 사람들이 얻고자 하는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언제든지 새로운 길이나 방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현재 약 4천여가지의 통계데이터를 공공에 제공하고 있다. 시민이 직접 데이터를 활용하도록 독려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 북촌 IoT 시범사업에 필요한 공공데이터를 지원하기 위해 관심 지역 정보와 공간의 상세정보를 기록한 텍스트 등 26개 분야에서 430여가지에 이르는 공간정보 API도 열어뒀다.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이 자유롭게 정보에 접근해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을 돕기 위함이다. 이밖에 서울시청은 비콘이나 이동통신네트워크 등 인프라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는 도시계획의 기본 방향이 기존의 국가주도, 혹은 공급자 주도 방식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돼야 함을 의미한다. 도시운영 주체가 수립한 일련의 계획에 따르는 것보다 문제 해결과 실질적인 수요에 중심을 둔 도시운영이 효율적이라는 뜻이다. 그동안 공공기관이 축적한 데이터의 개방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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