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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연착륙한 40만원대 폭스콘 폰, TG ‘루나’

2015.09.06

SK텔레콤과 TG앤코(TG&Co)가 스마트폰 ‘루나’를 출시했다. 요즘 스마트폰이 새로 나온다고 해도 그렇게 크게 관심을 받는 분위기는 아닌데 루나는 꽤 시선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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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루나의 뿌리는 폭스콘에 있다. 폭스콘의 주 사업 분야는 위탁생산이다.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 제품이 대표적인 제품이고 PC 메인보드, 그래픽카드를 비롯해 노트북, PC 등 사실상 세계적인 하드웨어 공장이다.

TG와 폭스콘, 그리고 겹쳐지는 PC시장

하지만 폭스콘은 위탁생산만 하진 않는다. 지난해부터 자체 브랜드를 만들고 스마트폰과 케이블, 이어폰, 스피커 등 관련 액세서리 등을 직접 만들어서 판매한다. 놀랄 일도 아니다. 폭스콘은 과거에도 인텔 레퍼런스 메인보드를 생산하다가 비슷한 설계의 자체 메인보드를 만들어 팔기도 했고, 노트북을 OEM 공급하기도 한다.

당장 비교되는 제품은 인포커스의 ‘m812’다. 사실상 스마트폰의 하드웨어는 디스플레이와 모바일 프로세서 SoC단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두 제품의 기기적인 차이는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내부는 좀 다르다. 그 이야기는 소프트웨어 쪽에서 다시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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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TG앤코, 즉 TG삼보가 왜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남는다. 삼보컴퓨터는 폭스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폭스콘의 부품으로 PC를 만들어 팔기도 했고, 법정관리 과정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보다 폭스콘을 통한 OEM 생산으로 정책이 바뀐 바 있다. TG삼보가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겠다면 폭스콘의 제품을 가져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업 수순이긴 하다.

어쩌면 TG삼보로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스마트폰의 성장세는 PC와 노트북 시장의 흐름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다. 차이점이라면 시간을 매우 압축해서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 정도일 뿐이다. 고가 제품에서 시작해 브랜드와 프리미엄 제품의 인기로 성장하다가, 대중적인 운영체제와 하드웨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대중화되는 그 그림이다. 그리고 결국 아예 프리미엄 제품과 가격 중심의 제품으로 갈라지는 과정인데, 스마트폰 시장은 중국 기업들이 뛰어들면서 벌써 그 마지막 단계까지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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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스마트폰 상황은 중국산 제품으로 가격이 무너지던 2005년 경 노트북 시장과 매우 닮아 있다. TG삼보는 당시 ‘에버라텍’으로 노트북 가격 100만원 대를 무너뜨리면서 ‘노트북 가격파괴’ 흐름에 빨리 올라탄 기업이다. 더 싼 값에 들어오는 중국산 노트북에 어려움을 겪기는 했지만 결국 어떤 제품이든 대중화와 성숙기에 접어들게 마련이다. TG삼보도 그 부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폭스콘 제품을 중국 스마트폰이라고 말하기는 애매한 면이 없진 않지만 TG삼보가 폭스콘과 스마트폰을 들여오는 과정에는 과거의 경험도 어느 정도 들어가 있을 것이다.

스냅드래곤801에 5.5인치 디스플레이

루나의 하드웨어는 딱 1년 전 플래그십 제품들과 거의 같다. 2.5GHz로 작동하는 스냅드래곤801AC 프로세서에 5.5인치 풀HD 해상도다. 시스템 메모리는 3GB고, 저장 공간은 16GB다. 배터리를 분리할 수 없는 일체형 디자인이지만 아이폰처럼 옆면 슬롯을 이용해 USIM과 SD카드를 꽂을 수 있다. 루나에는 16GB 마이크로SD카드를 하나 끼워준다.

전반적으로 루나의 기본 실루엣은 아이폰6플러스를 닮았다. 그냥 닮은 정도를 넘어 아이폰6플러스의 케이스를 씌우면 버튼 위치를 빼고 꼭 들어맞을 정도다. 언뜻 보면 놀랄 정도로 비슷해 보인다. 폭스콘은 아이폰을 만드는 회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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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유니바디로 입혔다. 아래쪽에 플라스틱으로 NFC 신호가 통과할 숨구멍을 냈다. 이어폰 단자는 위에 있고 전원과 음량 조작 버튼은 모두 왼쪽에 있다. 오른쪽에는 USIM과 마이크로SD카드 슬롯이 대신하고 있다. 알루미늄 유니바디인 만큼 전반적인 마감 완성도는 매우 좋은 편이다. 하지만 SD카드 슬롯쪽은 꽉 들어맞는 일체감이 조금 떨어진다. 전반적으로 손에 쥐는 느낌은 아이폰6플러스와 거의 같다고 보면 맞다.

스냅드래곤801은 어찌 보면 요즘이 전성기인 것 같다. 퀄컴이 ARM v7 기반의 크레잇 코어를 내려놓고 차세대 프로세서들로 전환하면서 산통을 앓고 있다. 물론 스냅드래곤810은 성능이 뛰어나지만 발열에 대해 시장에 도는 묘한 불안감이 세대전환의 걸림돌이 되면서 스냅드래곤808같은 제품이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면서 이전세대인 스냅드래곤801의 성능이 여전히 지금 쓰기에도 충분히 빠르고, 발열이나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가 좋기 때문에 중저가 제품에 속속 적용되고 있다. 루나는 대체로 발열도 적은 편이다. 이 제품 역시 정형화되어 있고 상향 평준화된 만큼 성능에 대해서는 논할 게 별로 없다.

중국 스마트폰의 연착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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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루나는 중국산 스마트폰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줄이고 연착륙하기에 좋은 모델이다. 앞서 인포커스 이야기를 했는데, 루나를 쓰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소프트웨어였다. 루나의 OS는 사이아노젠의 CM롬을 기반으로 한 안드로이드로 보이는데 최적화가 잘 되어 있다. 특히 눈에 부담을 덜어준다는 블루라이트 필터가 OS단에 적용되어 있고, 퀵 메뉴에서 간단히 켜고 끌 수 있는 점도 좋다.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설정 메뉴 안에 SK텔레콤과 관련된 메뉴들이 잘 녹아 있다. OS는 TG앤코에서 개발하고 있는데 SK텔레콤과 관련된 설정들이 구석구석에 들어가 있다. 기기설정이 여러가지 앱으로 들어가 있는 것보다 아예 설정 메뉴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 조작이 집중되는 효과도 있고 앱 서랍 관리도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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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이 중요하다. SK텔레콤으로서는 필요한 서비스들을 적절히 녹인 전용폰을 얻는 효과가 있다. TG앤코로서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창구가 열렸으니 아예 SK텔레콤에 최적화된 OS를 만드는 것이 편하다. 루나에는 프리로드로 몇 가지 SK텔레콤의 앱이 깔려 나오는데 다 삭제할 수 있다. 폭스콘의 폰을 그대로 들여왔다는 이슈는 계속 되는 듯한데, 따지고 보면 폭스콘이 판매하는 하드웨어는 같지만 소프트웨어는 전혀 다르다고 보면 된다.

걱정되는 것은 ‘OS 업데이트 지원은 제대로 될까’였다. 현재 루나의 OS는 안드로이드5.0.2고, 9월4일 아침 OTA 방식으로 온라인 업데이트가 한번 떴다. 앞으로도 계속 업데이트가 될 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TG앤코가 계속 OS를 관리하겠다는 정도의 답은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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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의 값은 44만9천원이다. 보조금은 10만원대 요금제를 썼을 때 31만원이고, 밴드51 요금제를 쓰면 18만3천원 할인받을 수 있다. 완전 저가 제품이라고 하기는 애매하고, 중저가정도에 들어갈 수 있다. 전반적으로 ‘최고’라는 이야기를 할 제품은 아니지만 모난 데 없고, 중국산 폰의 불안감을 상당히 덜어낼 수 있다. 루나의 성공여부는 중국산 폰에 대한 선입견이 서서히 무너지는 계기가 될 것 같다. 흔한 제품이 아니다 보니 투명 플라스틱 케이스를 함께 끼워주는 센스도 재미있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