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좋아요’가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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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개인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세상과 연결된다. 그중 20대는 SNS를 가장 많이 쓰는 세대다. 2014년 기준으로 20대의 SNS 이용률은 87.8%로 전체 세대에서 가장 높았다. 20대는 하루 평균 약 36분을 SNS에 사용하고 있다.

SNS 중에서도 이용률이 높은 건 단연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관계를 관리하기 용이하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의 소식을 뉴스피드에서 접할 수 있고, ‘좋아요’ 한 번으로 호감을 표현할 수도 있다. 행사 등의 유용한 정보를 쉽게 구독할 수 있다는 것도 페이스북의 이점이다.

하지만 동시에 20대는 SNS 때문에 피로하다. 페이스북에서 오는 피로감 때문에 계정을 비활성화하거나 삭제하는 경우도 있다. 20대는 SNS에서 어떤 피로감을 느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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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만 불행한가?…상대적 박탈감

페이스북에는 연애, 여행, 취업 등 행복하고 즐거운 소식들이 가득하다. A+로 채워진 성적표를 자랑하는 인증샷이 올라오기도 한다. 이주연(22) 씨는 “페이스북에는 긍정적인 소식이 부정적인 것보다 더 많이 올라온다”라며 “그런 소식들을 보면서 나만 힘든가 싶어 기분이 안 좋을 때는 페이스북을 안 하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관계에서 오는 박탈감도 있다. 서준상(25) 씨는 페이스북 친구(페친)와 소통을 원했다. 하지만 글을 올렸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반응들이 돌아온 뒤로 점점 페이스북을 하지 않게 됐다. “좋아요와 댓글을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또 SNS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들의 친교를 보며 받는 소외감도 있다고 말했다.

2. 광고로 뒤덮여버린 뉴스피드

많은 응답자가 페이스북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로 광고를 꼽았다. 인기 있는 계정과 페이지에는 상업적인 글들이 올라오고, 구독자가 많은 페이지는 팔려 나간다. 이종민(26) 씨는 “요즘 페이스북에 광고나 홍보 글이 무척 많아졌다”라며 “광고를 원하지 않는데도 뉴스피드에 노출되니까 피곤하다”라고 했다. 이주연 씨도 “카톡을 캡처해 놓은 글인 줄 알고 한참 읽었는데 마지막에 상품을 홍보하더라”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상(22) 씨는 “페이스북을 처음 시작했던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라며 “요즘엔 뉴스피드에 친구들 글보다 광고 글이 더 많이 보인다”라고 말했다.

3. 내 사생활 새나갈까 두려워

자신의 정보와 사생활이 쉽게 노출돼 피로감을 느끼는 사용자들도 있었다. 페이스북에서 ‘친구 추천’을 받기 위해서는 학력과 직장 등의 개인정보를 입력해야만 한다. 페이스북 메신저에서는 친구의 최종 접속시간을 보여준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페이스북 사용자는 자신이 나온 사진을 지우지 못해 난감한 경험이 있었다. “옛 애인과 캠퍼스 커플(CC)이었는데 함께 찍은 사진을 그 사람이 안 지웠어요.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 타임라인에 가서 사진을 보고 우리가 연인이었던 걸 알 수 있는 거죠. 한번은 친구들이 놀린답시고 같이 찍었던 사진에 ‘좋아요’를 한 거예요. 그래서 옛날 사진인데 지인들 뉴스피드에 다 뜨고… 불쾌했어요.”

페이스북에 노출된 정보를 스토킹에 악용한 사례도 있다. 이주연 씨에게는 페이스북에서 스토킹을 당한 친구가 있다. “모르는 사람이 친구추가 요청을 한 거예요. 그래서 그냥 친구로 받아주고 몇 번 메신저로 대화했는데, 오프라인에서 만나자고 한 거죠. 싫다고 하니까, 공개돼 있는 페이스북 친구 목록을 들먹이면서 안 만나주면 지인들을 해치겠다고 협박했대요. 생활하는 곳도 추측할 수 있으니까, 찾아가겠다고 위협하기도 했고요.” 이후 그 친구는 페이스북의 친구 추가 기능을 막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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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뉴스피드에 난립하는 콘텐츠

보기 싫은 게시물들이 뉴스피드에 가득 차 피로감을 낳기도 한다. 노치원(26) 씨는 페이스북 뉴스피드 앞에서 무력감을 느낀다. “과거 싸이월드에서는 원하는 사람의 미니홈피에 들어가서 글을 보는 식이었죠. 하지만 페이스북 뉴스피드에는 모든 소식이 한꺼번에 주욱 올라오잖아요. 긴 글, 짧은 글, 사진부터 보기 싫은 사람의 글까지 올라오니까 피곤해요. 과잉 커뮤니케이션 같아요.” 메신저로 말하면 될 용건인데도 타임라인에 일일이 글을 써 불쾌감을 유발한 지인도 있었다고 노치원 씨는 덧붙였다.

황수미(26) 씨는 이런 피로감을 줄이고자 보기 싫은 글을 올리는 페북 친구들을 팔로우 취소하거나 아예 친구를 끊고 있다. 현실에서 많이 마주치는 친구도 그렇게 하는 편이라고 했다.

페친이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남긴 콘텐츠가 뉴스피드에 뜨는 것도 피로감을 유발하는 요소 중 하나다. 신상원(27) 씨는 “친구가 야한 동영상이나 교통사고 상황 같은 잔인한 영상에 ‘좋아요’를 눌러 그 글들이 내 뉴스피드에 떴다”라며 민망했던 기억을 전했다.

반대로 신지영(22) 씨는 자신이 반응한 콘텐츠가 페친의 뉴스피드에 도배돼 비난받은 경험이 있다. “사실 제가 하는 활동이 페친들의 뉴스피드에 뜬다고 해서 신경 쓰면서 활동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애초에 그게 안 뜨면 되는 건데 말예요.”

5. 페친이 너무 복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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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윤(23) 씨는 “페이스북에 사적인 관계와 공적인 관계가 얽혀 있다”라며 “그러다 보니 맘대로 못 쓰는 얘기가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계정을 사적인 친목 용도로 만들었지만 관계의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피로감을 느낀다. 김미현(26) 씨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적인 글과 소소한 일상 사이에서 무엇을 공유할 것이냐를 두고 고민한다.

최근 노치원 씨는 같은 이유로 가명의 부계정을 만들었다. 본 계정은 친구가 많아 공식적으로 알릴 사항이 있으면 사용한다. 부계정은 친한 지인들과만 소통하고, 소식·일정을 알고 싶은 페이지를 구독하는 용도로 쓴다. “저는 관계에서 오는 피로도 때문에 인스타그램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하는 사람도 적고 했으니까요. 근데 최근엔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유입되는 사람이 많아서 인스타그램도 피곤해지더라고요.” 홍하경(24) 씨도 같은 이유로 인스타그램을 애용한다. “인스타그램은 광고가 안 보여서 좋아요. 근데 요즘엔 모르는 사람들이 찾아와 ‘#맞팔(함께 팔로우 하는 것), #선팔(먼저 팔로우 하는 것), #소통’을 요구해서 싫어요.”

6. 페이스북은 모르쇠

오현우(24) 씨는 “관심을 끌기 위해 자극적이거나 신빙성이 없는 콘텐츠들이 범람하지만 페이스북 측에서는 피드백을 반영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정세윤 씨도 “불법적으로 콘텐츠를 베끼거나 혐오를 조장하는 계정과 페이지도 매우 많은데 페이스북에 신고해도 받아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 이 글은 이슬샘·채반석·황유덕 인턴기자가 공동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