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션’과 1인 창작자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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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y weir

영화 ‘더 마션’의 동명 원작 소설 작가인 앤디 위어.(출처 : 앤디 위어 페이스북)

앤디 위어는 작가를 꿈꾸던 실력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다.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즐겨했지만 직업으로 갖진 못했다. 블리자드와 AOL 등에서 20년 넘게 개발을 해왔다. 게임 ‘워크래프트2’ 개발에 참여한 경력도 있다. 직업에 대한 만족감도 그리 낮진 않았다. 다만 글쓰기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었을 뿐.

글쓰기에 대한 열망은 블로깅으로 대신했다. 낮엔 코딩을 했고 밤에 글을 썼다. 물론 글쓰기는 취미였다. 프로그래머라는 본업을 버릴 순 없어서다. 20대 때부터 자신의 블로그에 소설을 한건 한건 포스팅하던 습관이 벌써 10여년째 이어졌다.

‘마션'(The Martian)은 2009년께 앤디 위어가 블로그에 동시에 연재한 3개 작품 가운데 하나였다. 연재가 계속되자 블로그를 통해 피드백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독자들이 보낸 e메일도 서서히 늘어갔다. 그러던 중 한 독자가 “e리더 버전으로 만들어주면 안되겠냐”고 요청했다. 그렇게 했다. e북 버전으로 제작해 파일을 웹사이트에 올렸다.

그는 또 한 통의 e메일을 받았다. 그 독자는 “e리더 버전의 파일을 내려받아서 e북 리더에서 어떻게 봐야 할지 잘 모르겠다. 킨들에서 볼 수 있게 해주면 안 되겠냐”고 부탁해왔다. 또 그렇게 했다. 다만 아마존에 등록하면 최소 0.99달러의 수수료를 필요로 하기에 책값도 0.99달러로 책정했다. 사실상 무료로 독자들에게 제공한 것이다.

그의 연재물을 열독할 수 있는 기술적 장벽이 이렇게 제거되면서 팬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다 시쳇말로 ‘대박’이 터졌다. 긍정적인 리뷰를 수없이 받으며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출판과 영화 제작 문의가 이어졌다. 랜덤 하우스로부터 출판을, 폭스스튜디오로부터 영화 제작을 제의 받았다. 너무나 한꺼번에 일어난 일이라 그조차도 놀라워했다.

앤디 위어와 1인 창작

영화 '더 마션' 포스터.

영화 ‘더 마션’ 포스터.

오는 10월초 국내에 개봉하게 될 영화 ‘마션’은 이렇게 탄생했다. 앤디 위어라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마션’이란 제목으로 연재한 SF 소설이 영화와 정식 소설로 외투를 갈아입은 것이다. 무료 구독으로 시작된 취미가 그를 세계적인 소설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셈이다.

다시 말하지만 앤디 위어는 전문 소설가가 아니었다. 1999년 웹 코믹 소설 ‘케시와 앤디’를 시작으로 블로그를 통해 못 이룬 꿈을 펼치던 개인 작가이자 자가출판가였을 뿐이다. 하지만 2009년부터 3년 간 연재해온 ‘마션’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블로그, 킨들, 메일링리스트가 그를 전세계에서 가장 조명 받는 소설가의 한 사람으로 키워낸 것이다.

그는 누구보다 웹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개인 창작자였다.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첫 번째 작품인 ‘더 에그’는 온라인 사용자들의 열독 패턴을 감안해 5분 만에 읽을 수 있도록 1천 단어로만 구성했다. 독특한 포맷 탓에 화제를 불러모았다. ‘더 에그’는 자발적 번역가들의 힘으로 현재 30여개 언어로 번역됐다.

그는 이렇게 자신의 홈페이지 방문한 독자들을 메일링 리스트로 관리했다. 새로운 소설을 연재할 때마다 그들에게 메일로 새소식을 전달했다. 그렇게 대략 3천명의 고정 팬을 모았다. 앤드 위어는 <레인메이커>와 인터뷰에서 “3천명 정도의 고정 독자만 있다면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마션도 그 팬들이 추천을 하면서 인기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노력은 3년여 만에 빛을 발했다. 2013년 2월 전문 에이전시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곧바로 랜덤하우스와 ‘마션’의 종이책 출판 계약을 맺었다.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영화화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것이 맷 데이먼 주연의 ‘마션’으로 전세계 영화팬들의 시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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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열리는 기회의 문, ‘1인 창작’

앤디 위어의 성공 사례는 ‘엽기적인 그녀’ 원작자인 김호식 작가를 떠올리게 한다. 김 작가는 PC통신 나우누리 유머게시판에 취미 삼아 짧은 소설을 연재하다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됐다. 취미를 위해 본업을 관둔 선택도 닮았다.

앤디 위어는 ‘1인 창작’의 성공 가능성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전보다 1인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플랫폼은 늘어났다. 앤디 위어처럼 킨들의 자가출판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내에선 웹소설을 연재할 수 있는 서비스, 장문의 글을 가독성 높게 보여주는 블로그도 등장했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 웹소설 시장은 모바일을 만나 급성장 중이다. 지난 2014년 웹소설 시장 매출은 약 200억원 규모였지만 올해는 2배 이상 성장한 400억원 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1인 창작자들이 활약할 수 있는 반경은 넓어졌고 지속할 수 있는 조건도 개선됐다.

‘마션’의 앤디 위어는 1인 창작자의 창의력이 기술과 결합했을 때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시너지를 입증해 보였다. 취미가 본업이 되고 본업이 취미가 되는 세상이 더욱 가까워졌다는 방증이다. 그는 1인 창작자가 미디어의 내일을 이끌어갈 중요한 주체라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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