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인] 박조은 “육아휴직 2년, 개발자로 돌아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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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열린 파이썬 컨퍼런스 ‘파이콘2015‘에서는 조금 색다른 발표가 있었다. 기술 사례나 트렌드에 관한 내용이 아니다. ‘어느 여자 개발자의 육아휴직 2년’이란 주제로 진행된 발표였다. 발표 자료의 조회수는 8천회가 넘었다. 왜 많은 참가들은 이 발표에 관심을 보였을까? 당시 발표를 진행했던 박조은 개발자에게 그 후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육아휴직 2년, 네 가능합니다.”

박조은 개발자는 NBT의 서버 개발자이다. 동시에 두 아이를 둔 엄마다. 육아휴직 이야기는 NBT 이전 직장에서 겪었던 경험담이다. 박조은 개발자의 아이가 1살, 4살이던 시절, 아이들과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자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육아휴직은 한 아이당 1년씩 쓸 수 있다. 이때 한 번에 한해 육아휴직 기간을 나눠 쓸 수 있다. 박조은 개발자는 첫째 아이를 낳았을 당시 사용하고 남은 육아휴직 기간과 둘째 아이 육아휴직 기간을 붙여 약 2년여간 휴가를 냈다.

“당시에 1천여명 규모인 모바일게임 회사에 다녔어요. 이전 회사는 복지제도는 좋은 편이었죠. 그런데 2년 정도 육아휴직을 쓰겠다고 말하니 인사담당자가 ‘그게 가능하냐’라고 되물어보더라고요. 나쁜 의도로 물어본 건 아니었고요. 정말로 몰라서 그러셨어요. 그래서 제가 고용노동부에 직접 전화해서 물어보고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그렇게 육아휴직을 받을 수 있었죠. 육아휴직 급여도 받았어요. 참고로 육아휴직은 실업급여랑 비슷하게 국가로부터 돈을 받는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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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조은 NBT 개발자(사진 : NBT)

박조은 개발자는 육아휴직 기간동안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동시에 조금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아무래도 집안일만 하니 사회와 단절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아이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며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육아휴직 기간을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기회를 삼기로 마음먹었다. 각종 개발자 세미나와 컨퍼런스 찾아다니고, 동네 도서관에서 보고 싶었던 책들을 마음껏 빌려 읽었다. 코드카데미를 통해 파이썬 언어도 새로 공부해보고 배운 내용을 블로그에 정리해 올렸다.

아예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도 만들었다. 당시 박조은 개발자는 교육 동영상들을 유튜브에서 검색해 아이에게 보여주곤 했다. ‘이 좋은 동영상을 다른 부모에게 쉽게 공유할 수 없을까’라고 고민하다 영어동요만 볼 수 있는 모바일 앱을 만들기 시작했다. 미리 공부했던 파이썬과 파이썬 프레임워크 ‘장고‘를 이용했다. 우여곡절 끝에 앱을 완성해 구글 플레이에 등록했지만, 아무도 박조은 개발자가 만든 앱을 내려받지 않았다. 심지어 검색도 제대로 되지않았다.

“3달이 지나서야 다운로드 횟수가 100회를 넘었죠.  그러던 중 키워드를 검색해도 제 앱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앱 마케팅을 공부했어요. SEO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앱에 대한 설명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등을 배웠죠. 그 결과 한 달도 안 돼 앱 다운로드 횟수가 1천회를 넘었어요. 예전에 저는 주로 서버 기술만 공부했을 텐데요. 집에 있으면서 모바일 앱을 처음부터 끝까지 통째로 개발해볼 수 있었죠. 뿐만 아니라 앱 디자인, 기획, 마케팅, 출시까지 해본 좋은 경험이었어요. 제품 출시하는 모든 과정을 스스로 익힐 수 있었고, 나중에 이직할 때도 도움이 됐어요. 지금도 ‘유아동요’라고 검색하면 제 앱이 나오고요. 운영비가 들긴 하지만 계속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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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조은 개발자가 만든 유아영어동요 앱(사진 : 박조은 개발자 슬라이드셰어)

육아휴직이 끝나고 박조은 개발자는 다시 회사로 복귀할 준비를 했다. 그런데 막상 회사에 전화하니 이전에 일했던 팀은 없어졌다는 말과 함께 퇴직하는 게 어떠냐는 권유가 돌아왔다. 회사는 육아휴직을 사용한 다른 여성 개발자들도 대부분 퇴직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박조은 개발자는 팀이 없더라도 회사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게 이해가 안 됐다. 거기다 박조은 개발자도 모르는 사이 육아휴직은 일반휴직으로 변경돼 있었다. 육아휴직자에 대한 복직거부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고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다. 박조은 개발자는 일종의 사법경찰인 근로감독관을 찾아 당시 상황에 대해 문의를 했다. 근로감독관이 회사에 연락을 하고 난 뒤, 회사는 박조은 개발자에게 다시 연락했다. 이전 과정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하고 복직을 시켜주겠다는 답변이었다.

“물론 회사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 특히 제가 일했던 부서는 모바일 앱 개발 부서였고, 개발 주기가 빨라서 팀이 없어질 수 있거든요. 그래도 저는 회사에는 일단 들어가서 다른 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는지 물어보고 알아보고 싶었어요. 회사에 들어가는 출입증조차 만들어주지 않는 게  좀 이해가 안됐죠. 그렇게 복직했지만 결국 금방 이직을 결심했어요. 제가 들어갈 만한 팀이 마땅히 없었거든요. 그럼에도 제가 근로감독관한테 간 이유는 하나예요. 저와 같은 사람이 다시 나오지 않기를 바랐어요. 육아휴직을 쓰고 복직이 불가능한 사항에 처하지 않도록요. 회사 사정만을 계속 생각한다면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육아휴직을 받고 복직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박조은 개발자는 이것이 자신만이 겪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특히 ‘여자개발자모임터’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그곳에 있는 많은 엄마 개발자들이 일과 양육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박조은 개발자는 “어떤 회사에서는 육아휴직 정책이 잘 정착되고 이를 잘 사용하는 여성 개발자가 있긴 하다”라며 “하지만 여전히 아이를 둔 여성 개발자를 업계에서 보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아이에게는 엄마만 필요한 게 아니에요. 아빠도 필요해요. 그런데 아직 육아휴직이 여성을 위한 제도처럼 비춰지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부모들이 복직이 안될까봐 육아휴직을 사용 못해요. 만약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공유된다면 어떨까요?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비슷하게 저는 회사의 선배 워킹맘들이 회사를 잘 다니는 걸 보고, 출산 후에 문제없이 일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개발자분들도 육아휴직을 많이 사용해서 하나의 문화가 형성됐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최근 파이콘 발표 현장에서나 페이스북 메시지로 육아휴직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왔어요. 이미 남성 개발자분들도 육아휴직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참고로 고용노동부나 관련 부처에 전화를 하면 상담을 잘 해줘서 필요한 정보를 많이 받을 수 있어요.”

나를 성장시키는 세 요소…’피드백’, ‘롤모델’, ‘가족’

박조은 개발자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NBT는 3년차 스타트업이다. NBT는 ‘캐시슬라이드’라는 잠금화면 앱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중국 진출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박조은 개발자가 NBT에 들어온 지는 2개월이 조금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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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T가 제공하는 서비스 ‘캐시슬라이드’

박조은 개발자는 NBT에 지원하는 이유에 대해 “좋은 개발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고, 회사와 직원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라며 “가고 싶은 세미나 혹은 컨퍼런스에 적극적으로 들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라고 설명했다.  NBT 사무실에는 수면실, 독서실 등을 마련해 놓는 등 독특한 업무환경을 지원하고 있다.

“저는 개발 주기가 짧은 개발을 선호해요. 피드백을 빨리 받아야 내가 고쳐야 할 점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으니까요. 동시에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더 쉽게 알 수 있고요. 그래서 작은 기능이라도 매일 아침 빌드하고 배포하려고 노력해요. 습관처럼요. NBT에 와서는 아예 기획담당자 옆으로 이동해 일하고 있어요. 가령 제가 1주일 동안 기능을 개발했는데, 막상 기획자가 원하는 게 아닐 수 있잖아요. 그러면 저도 허무하고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거든요. 최대한 기획자 옆에서 수시로 보여주면서 필요한 기능을 만들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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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조은 개발자는 개발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좋은 롤모델을 만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스마트스터디의 박현우 부사장 겸 개발자, 네티라는 오픈소스 기술을 만든 이희승 개발자가 자신의 대표 롤모델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을 만난 건 중·고등학교 시절 하이텔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한 이후부터였다.

“대학시절 이희승 개발자와 박현우 부사장이 ‘아미료’라는 서버를 운영했어요. 따로 관심있는 사람은 아미료에 입주할 수 있어서 신청했고요. 그때 제로보드를 이용해 첫 웹페이지를 만들어봤어요. 개인적인 일기같은 것을 적은 홈페이지였는데요. 직접 만들고 눈으로 보니까 재밌더라고요. 그때부터  오픈소스 이야기도 듣고, 프로그래밍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이번 파이콘 참여도 박현우 부사장이 제안했어요. 이전에는 오프라인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았는데요. 이번 기회에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도 알고, 능동적으로 일하는 법도 배운 것 같아요. ”

박조은 개발자는 파이콘에서 발표를 맡은 것 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로도 참여했다. 파이콘 컨퍼런스 현장 뿐만 아니라 준비 기간 동안에는 주말을 반납해야 했다. 이때 남편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그녀는 “육아는 엄마 혼자 하기 어려운 일이고, 가족의 도움 없이는 지칠 수 있다”라며 “남편은 나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최고의 멘토이며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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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조은 개발자

미래 목표는 ‘프로그래밍하는 디지털 노마드’

약 10년간 프로그래머로 살아온 박조은 개발자는 앞으로도 평생 프로그래밍하는 게 꿈이다. 동시에 ‘오래된 미래’ 책에 나오는 ‘라다크’같은 마을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라다크에서는 최소한의 것으로 자급자족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살아간다. 그녀는 “프로그래밍도 비슷하게 필요한 도구를 직접 만들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비록 제가 작성한 코드가 형편없어도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피드백을 받고, 코드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저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껴요. 그때 행복하기도 하고요.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한 개발자예요. 항상 배우고 성장하고 싶어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프리랜서 프로그래머로 살아가고 싶어요. 제 아이들에게도 프로그래밍을 조금씩 알려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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