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역사 저장소’ 싸이월드는 다시 일상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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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우리가 가진 강점의 한 면입니다. 이 추억을 현재와 미래로 이을 수 있다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이 사용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승부를 걸어볼 수 있습니다. 라이프로그가 완성되는 소셜미디어, 여기에 싸이월드가 성공할 수 있는 지점이 있습니다.”

김동운 싸이월드 대표는 싸이월드만의 강점은 ‘추억’과 ‘공간’이라고 말했다. 싸이월드가 2014년 1월 독립한 독립한 이후 본격적으로 싸이월드만의 감성을 모바일로 온전히 옮기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 첫 걸음은 ‘싸이홈’이다.

싸이월드 앞에 붙는 형용사는 다양하다. ‘흑역사’, ‘추억저장소’, ‘허세’, ‘중2병’, ‘감성’ 등등. 모바일로의 전환에 적응하지 못해 기억 한켠으로 밀려났던 싸이월드가 주위 우려를 불식하고 다가오는 10월 대대적인 서비스 개편에 들어간다. 개편의 뼈대는 ‘싸이홈’이다. 미니홈피와 블로그가 ‘싸이홈’으로 통합된다. 싸이월드는 지난 9월11일 홈페이지를 통해 ’10월 1일부로 방명록·일촌평·쪽지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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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으로도 분리되는 싸이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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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 사무실 풍경

현재 싸이월드는 2014년 1월부터 SK컴즈에서 분리된 상태다. 김동운 대표는 “싸이월드가 SK에 인수된 다음 외부에서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라며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사업을 벌였는데 이후 감당이 안 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SK컴즈는 싸이월드가 감당이 안 되고, 싸이월드를 해 왔던 직원들은 사업을 계속하고 싶어하는 이해관계가 맞아서 독립하게 됐다”라고 분사 배경을 설명했다. 싸이월드는 인수 당시 싸이월드 직원 29명이 지분을 인수하는 종업원 지주회사 형식으로 SK컴즈에서 독립했다. 독립 이후 SK컴즈에 있을 때 비정규직이던 인력을 정직원으로 채용해서 현재 규모는 40명이 조금 안 되는 수준이다. 분사 당시에는 SK컴즈와 서비스 뒷단이 얽혀 있는 상태였지만, 이번 개편으로 동영상 부문을 포함한 기술적인 분리는 대부분이 이뤄지게 된다.

추억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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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께 하루 방문자 700만명을 웃돌았던 싸이월드는 페이스북 등 다른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세가 많이 줄어들었다. 현재 일간 40만명, 월간 300만명 수준의 사용자가 방문하고 있다. 김주연 싸이월드 싸이홈서비스그룹장은 “블로그나 클럽은 많이 빠진 평소량이 유지되고 있으며, 미니홈피만 최근에 기능 종료 공지로 약간 늘어난 수준”이라고 말했다.

PC에만 집중했던 싸이월드가 모바일로의 변화에 제때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은 대다수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뒤늦게 앱을 손대고 업데이트를 시도했지만, 이미 소는 외양간을 떠난 지 오래였다. 김동운 대표는 싸이월드의 늦은 대응에 대해 “대기업이 인터넷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가면서 변하기에는 취약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라며 “소셜 서비스를 기획하는 사람들인 만큼 트렌드나 흐름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지만 실행에 어려움이 있었다”라고 답했다.

감성은 그대로, 기능은 효율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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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들은 싸이월드를 시골의 외가댁으로 생각합니다. 가끔 들르고 싶고, 따뜻하고, 그대로 있었으면 하는 그런 서비스인 거죠. 그렇지만 그 외가댁이 유지가 되려면 필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싸이월드는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방명록, 일촌평, 쪽지 서비스의 종료는 특히 많은 이용자에게 아쉬움을 불러왔다. 싸이월드의 정체성으로 여겨지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은 시스템과 운영상 효율화가 목적이다. 현재 싸이월드가 운영하는 DB 서버만 2천대가 넘는데, 특히 방명록이 차지하고 있는 데이터가 상당하다. 김주연 그룹장은 “16년 동안 데이터가 쌓여왔다”라며 “그 데이터를 그대로 유지해야 싸이다운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싸이월드는 개편 작업을 거치면서 일촌평이나 방명록 등의 ‘싸이다움’을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최신 트렌드에 맞게 다시 제공할 계획도 있다.

라이프로그 지향하는 ‘싸이홈’

싸이월드의 강점은 추억과 개인 공간이다. 그러나 추억은 머무를 때 의미가 있을 뿐, 현재의 발전동력으로 작용하기는 어렵다. 사람들이 흑역사라고 부르는 다이어리와 사진, BGM, 방명록 등 싸이월드가 제공했던 서비스 경험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싸이월드에 적힌 일상이 기억으로 변하는 동안, 새로운 일상은 다른 서비스에 적히고 있다. 싸이월드는 싸이홈으로의 개편을 통해 싸이월드만의 추억과 감성을 현재와 이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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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운 싸이월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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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홈피와 블로그 서비스는 ‘싸이홈’으로 개편된다. 기존 미니홈피와 블로그가 가지던 각 서비스의 홈이 싸이홈으로 통합된다. 메인에는 최근에 올린 게시물이 배치된다. 크게 전체·태그·메뉴로 구분해서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싸이홈은 사용자가 쓰기에 따라 다양하게 운용할 수 있다. 글 위주로 올라오는 공간이 될 수도 있고, 사진 중심의 갤러리로 꾸며도 된다. 싸이월드 쪽은 사진이나 글이라는 콘텐츠 포맷보다는 ‘일상을 기록하는 공간’이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개편의 중심은 나만의 공간인 ‘홈’에 있다. 그래서 일단 페이스북처럼 이용자가 구독하는 모든 콘텐츠를 한데 모아 보여주는 피드 형식의 모아보기는 배제한다. ‘투데이’나 ‘토탈’, BGM 등 싸이의 고유 색깔이 살아 있는 서비스는 유지된다.

김동운 대표는 “추억은 우리가 가진 강점” 이라면서 “이걸 현재와 미래로 이을 수 있다면 싸이월드를 통해 라이프로그가 완성될 수 있는 형태로 승부를 걸어보고자 한다”라고 개편 배경을 설명했다.

“사람들이 SNS를 하나만 쓰지는 않잖아요. 또 서비스의 흥망은 있어도 서비스 자체가 죽지는 않고요. 가장 오래된 기억이 있는 곳은 싸이월드이고, 여기서부터 이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을 겁니다. 지금 사람들이 사용하는 SNS에서 채우지 못한 필요를 채워주는 공간이 되고 싶어요.”

싸이월드는 분사 이후부터 줄기차게 추억, 홈, 공간을 강조해 왔다. 그동안 싸이월드를 모바일로 옮기겠다는 포부도 이미 여러 번 밝혔다. 싸이월드만의 공간을 모바일로 옮기는 발걸음을 떼기까지 다소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싸이월드는 다시 일상이 될 수 있을까? 지금부터의 변화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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