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포럼] “선생님들, SW 교육 해보니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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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프트웨어(SW) 교육 정책이 구체화되면서 SW 교육 방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미래부는 ‘선도학교’, 교육부는 ‘시범학교’라는 정책으로 학교에서 SW 교육을 진행하도록 예산 및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SW교육을 교실에서 시행하고 있는 학교는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보니 SW교육 방법이나 가치에 대해 공유하고 있는 교사들도 적은 편이다. 현재 SW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교사들은 누구일까. 어떤 이유로 SW 교육을 시작했을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특수학교 교실에서 SW 교육을 먼저 진행한 교사들에게 SW 교육에 대한 철학과 전반적인 경험을 들었다.

  • 일시: 2015년 9월16일
  • 장소: 사당역 근처 카페
  • 참석: 김병련 경운학교 교사, 박찬규 신남성초등학교 교사, 송석리 선린인터넷고 교사, 양나리 소프트웨어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이지현 <블로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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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련 서울경운학교 교사, 송석리 선린인터넷고 교사, 양나리 소프트웨어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박찬규 신남성초등학교 교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지현 블로터 기자 : 각자 소개와 함께 SW 교육을 시작 된 계기를 알려달라.

김병련 경운학교 교사 : 교사생활 한 지는 16년이 됐고, 고등학교 특수학급에서 주로 근무했다. 최근에는 장애인 학생들만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경운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평소 미디어교육이나 진로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이에 대한 도구로 SW 교육을 활용했다. 또한 SW 교육이 특수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괜찮은 도구라고 생각했다. 자발적인 연구집단인 ‘인텔 크리에이티브 티처’에서 모더레이터로 활동하며 SW 교육에 대한 관심을 넓혔다.

양나리 소프트웨어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 2013년부터 중학교 교사로 일했고, 2014년 소프트웨어교육연구소(세듀랩) 창립멤버로 참여했다. 최근에 교사직를 잠시 그만뒀다. 대신 SW 교육에 관한 책도 쓰고 이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원래 가정교육이랑 영어교육을 전공했다. 사실 사범대 전에 공대에 1년 정도 다녔다. 공대생 시절 C언어를 잠깐 배운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문득 프로그래밍을 다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공부하는 도중에 이런 공부를 아이들과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SW 교육을 시작했다. 연구원으로서 외부 캠프 지원이나 교육에 나가기도 했다.

박찬규 신남성초등학교 교사 : 신남성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교사 생활한 지는 18년 정도 됐다. 과학정보부장을 14년간 맡았고, 6학년 부장을 10년 맡았다. SW 교육을 시작한 계기는 2013년에 학습연구년을 진행했을 때였다. 당시 웹 앱을 만들고 협동수업 도구로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여러가지 연수에 대한 정보를 얻다가 인텔 교육팀이 진행하는 ‘미래교육 21세기 핵심 역량 강화’ 수업 연수에 참여했다. 그때의 경험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SW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다. 교사란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하는 것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미리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매년 똑같은 것만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지 않았다.

송석리 선린인터넷고 교사 : 컴퓨터교육을 전공했다. 선린인터넷고등학교에서 7년 반 정도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디자인 씽킹을 가르치고 있다. IT특성화고등학교이다보니 SW 교육을 가르칠 수 있는 수업 시간이 많은 편이다. 평소 교육할 때 추구하는 목표는 창의성, 비판적 사고, 소통, 협업 능력같은 ‘21세기 핵심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다. 또 최근엔 창업 과정에 대한 관심도 많아 아이들에게 사람들이 필요한 기술, 비즈니스적인 측면을 생각하는 기회를 많이 주려고 한다. SW를 창작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이지현 : 구체적으로 어떤 SW 교육을 진행했는가?

박찬규 : 여러 과목에 접목하고 있다. 미술, 수학, 음악 등 아이디어가 생기면 그때마다 SW 교육 요소를 적용하는 식이다. 한 가지 도구에만 활용하지 않고, 다양한 교재나 도구를 계속 시도해보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아이들에게 스마트 줄넘기를 보여줬다. 줄넘기를 하면 숫자를 세주는 도구였다. 아이들은 거기서 ‘숫자만 나올 거면 그냥 혼자 세면 되지 않느냐’라고 바로 묻더라. 그래서 ‘이게 스마트폰에 다 기록이 된다’고 하니깐 아이들 관심이 확 높아졌다. 아이들이 ‘이런 거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해요?’라고 물으면 그때부터 차근차근 필요한 정보를 주면서 수업을 진행한다.

양나리 : 나는 여기 있는 교사분들처럼 아주 전문가는 아니다. 이제 막 SW 교육을 공부하고 있으며,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자는 마음으로 수업을 준비했다. 지난해 기술 시간에 두 달 정도 SW 수업을 진행했다. 스크래치와 아두이노를 활용했다. 아이들에게 만들어보고 싶은 게임이 있는지 먼저 묻고 그것을 구현하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아이들 중에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SW 교육을 이해하는 학생들도 있더라. 가령 나는 2~3시간 정도 스크래치만 알려줬는데, 그 친구는 인터넷에서 소리나 아이콘같은 추가정보를 검색해서 ‘슈퍼마리오’ 게임을 만들어 왔다. 그리고나서 특정 기능을 만드는 법을 질문했는데, ‘선생님도 지금 당장은 그 답을 모르겠는데 우리 같이 검색해보자’라고 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주었다.

송석리 : 처음에는 나도 대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강의식으로 C언어를 가르쳤다. 지금은 대다수의 수업을 프로젝트형으로 바꿔서 진행한다. 처음에 조금 이론을 알려준 뒤 학생들끼리 서로 도와가며 스스로 창작할 수 있게 돕는다. 과정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도 갖는다. 논리적인 사고가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같은 문제 풀이 과정을 SNS로 공유해보기도 한다. 최근에는 ‘깃허브’를 활용해 협업하고 공유하는 문화도 정착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병련 : 일주일에 2시간씩 15차시 정도 수업을 진행해봤다. 특수교육 분야에서는 사회 적응력을 키워주는 게 교육 핵심이다. 기존 교과속에 SW 교육 요소를 녹이는 식으로 수업을 구성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학교에서 충무로 지하철역까지 가는 연습을 한다고 가정했을때, 바로 지하철을 타지 않고 로봇을 만들고 프로그래밍해서 미리 시뮬레이션을 해본다. 이러면서 아이들에게 좀 더 자신감이 생긴다. 언어장애가 있는 학생의 경우, 자신은 표현을 제대로 못하지만 음성 지원이 되는 로봇을 보면서 흥미와 자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1회성 캠프도 진행했다. 비장애 학생과 장애 학생이 함께 수업을 받는 통합교육을 SW 요소와 접목시켜 운영했다. 비장애 학생들이 누군가를 도와주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한다. 이때 같은 팀의 시·청각장애인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레 그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 수 있었다. SW 교육으로 서로 잘 융합되는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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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규 신남성초등학교 교사(왼쪽), 양나리 소프트웨어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오른쪽)

이지현 : SW 교육은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박찬규 : SW 교육을 한다고 해서 모든 아이들이 SW 교육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는 게 아니다. SW 교육으로 아이들의 시각을 넓혀주고 재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문제 상황을 분석하는 연습도 시켜줄 수 있다. SW 교육은 어떤 직업을 선택할 지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사고하는 방법을 키우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아이들이 좋아하기도 한다.

송석리 : 점점 물리적인 세상과 디지털 세상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SW 교육은 이런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디지털 세상을 만들 힘을 길러준다. 가끔씩 우리 학교에도 화학공학과, 기계공학과, 생명과학과 같은 곳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있다. 이러한 친구들도 SW에 대한 기초지식을 얻고 융합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제자 중 한 명은 고등학교때 프로그래밍 관련 전공이 아니어서 3시간 정도만 프로그래밍 수업을 들었다. 실제 현재 물류관련 기업에서 직장을 얻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의 경험으로 회사 개발자들과 수월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는 피드백도 받았다.

양나리 : 지난해 내가 근무했던 중학교는 혁신학교로 지정돼 남학생 10명, 여학생 10명으로 학생 수가 적은 편이었다. 아이들에게 꿈을 써보라고 하니 ‘프로그래머’, ‘웹 UI디자이너’라고 쓰는 아이들이 여러명 있었다. 아이들이 이미 ‘웹UI’란 단어를 알고 있어 놀라기도 했다. 지금 아이들은 구체적으로 ‘게임개발자’, ‘웹개발자’라는 꿈을 쓰고 있다. 시대가 변하고 있는데 대학교에서만 SW를 배우는 건 아쉬운 것 같다. 아이들이 배우고 싶은 과목이 무엇인지에 집중해서 SW 교육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김병련 : 장애인 학생들도 미래를 살아가는 입장에서 미래 교육이 필요하다. 미래 교육을 수행하기 위한 도구로 SW를 활용할 수 있다. 장애인 학생은 추상적인 개념보단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수업을 더 쉽게 이해한다. 로봇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학습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지기도 한다. 이제 문자로 프로그래밍하는 게 아니라 스크래치 같은 블록형 언어로 프로그래밍을 쉽게 할 수 있다. 장애 학생 중에서 말은 잘 하지만 글을 모르는 학생들이 꽤 있다. 이 아이들도 아이콘이나 그림으로 된 블록형 언어를 이용해 프로그래밍 수업에 쉽게 참여한다. 기존보다 경험이 넓어지면서 아이들은 ‘나도 이걸 할 수 있다’라며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

이지현 : 방과후수업 교사 같은 민간 SW 교육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김병련 : 실제로 내 아이가 관심을 보여 예전에 외부에서 진행하는 SW 교육 캠프에 참여해봤다. 내 아이뿐만 아니라 거기 참여한 많은 아이들도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외부 행사를 통해 학부모에게 SW 교육을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교육 시장에서 지금 SW 교육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는 말은 곧 부모들도 거기에 관심이 있다는 뜻이다. 물론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논의하지도 않고, 방과후교실이나 ‘지도사 자격증’과 같은 이야기에만 관심이 쏠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송석리 : 민간영역에서 물론 SW 교육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공교육에서 좀 더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까지 이어지는 큰 로드맵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면서 방향을 정했으면 좋겠다. 특히 어떤 아이는 SW를 배우고 어떤 아이는 배우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공교육에서 선행돼야 한다. 실제로 현재 중·고등학교에서 SW 교육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가 적다. 이 상태로 계속 간다면 결국 제대로 교육이 안 되거나 아이들이 사교육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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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련 서울경운학교 교사(왼쪽)와 송석리 선린인터넷고 교사.

양나리 : 방과후교사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현재 방과후수업 교사 상황을 보면 과거 SW를 전공하거나 관련 직업을 다니다가 육아 때문에 직업을 그만둔 분들이 많다. 방과후교실에 참여하는 강사분들 자체는 열정이 많고 관련 지식도 많은 편이다. 문제가 있다면 강사가 아니라 관련 업체 대표의 경영 방향 때문에 생길 수도 있다. 또한 방과후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스스로 원해서 찾아온다.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다보니 수업하기 좋은 환경이 마련되기도 한다.

이지현 : 초·중·고교 모두에서 SW 교육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김병련 : 초등학교에서 SW 교육이 가능하다고 본다. 초등학교는 통합교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 수급이나 독립교과 선정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한다면, 중학교부터는 동아리 형태로 자율적으로 SW 교육을 접했으면 한다. ‘자유학기제’를 활용해 SW 교육을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고등학교는 아이들이 진로가 결정되는 시기이고 특성화고나 전문 고등학교가 있다. 초·중등에서 이미 배웠다면 고등학교때는 심화과정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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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나리 : 중학교때까지는 진행했으면 좋겠다. 어쨌든 현실적으로 고등학교때 수능 과목에 들어가지 않는 과목은 아이들이 집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SW 교육은 재밌고 현실과 맞닿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학생들이 중학교에서 한번씩 재밌게 SW 교육을 배웠으면 좋겠다.

박찬규 : 고등학교 1학년까지는 교양 차원에서 배웠으면 좋겠다. 꼭 공부 잘 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SW 교육으로 새로운 직업을 탐색할 수 있고 학습에 대한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고 본다. 요즘 대학교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프로그래밍 수업을 접하는데, 미리 배우면 좋을 것 같다.

이지현: 앞으로 SW 교육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 선행돼야 하는 건 무엇일까?

박찬규 : 교사들끼리 SW 교육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동시에 교사들 스스로 SW 교육 문화를 이끌 수 있는 힘이 생겼으면 좋겠다. 더 많은 홍보도 필요하다. SW 교육에 대한 의미가 제대로 전달돼야 하니까.

양나리 : 너무 정치적으로 보지 말고 교육법 같은 근본적인 내용에 대해 더 많은 토론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김병련 : 좀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큰 틀의 정책이 잘 구성됐으면 좋겠다. 아직 특수학교를 위한 SW 교육에 대한 정보는 적다. 일반 학교에서 진행되는 SW 교육을 참고해서 교육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SW 교육 도구들이 특수학교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좀 더 ‘유니버셜 디자인’을 따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석리 : 오늘 토론으로도 느꼈지만 각자의 인식에 따라 SW 교육에 대한 중요도를 다르게 평가하는 것 같다. 정말 중요하다면 정치적인 싸움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SW 교육이 왜 필요한 지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힘 써줬으면 좋겠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서 인식을 바꿔나가는 과정이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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