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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니] 회전식 조작판에 심은 영특함, 삼성 ‘기어S2’

2015.09.25

디지털 세상은 빠른 속도로 흐른다. 새 제품도 이내 지루해진다. 스마트워치도 그렇다. 이미 스마트워치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아니다. 공교롭게도 지금까지 출시된 스마트워치 대부분은 시장에서 그리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잊혀졌다. 애플의 ‘애플워치’만이 작은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을 뿐이다.

삼성전자가 또 스마트워치를 내놨다. 이름은 ‘기어S2’다. 사진으로만 접했을 땐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래픽으로 다져진 그림일 뿐이었지만, 너무 커 보인다는 첫인상을 받은 탓이다. 회전식 베젤의 활용법에도 의구심은 지워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출시된 원형 스마트워치는 모두 실패하지 않았나. 두껍고, 크고, 못생긴 손목시계는 원형이어도, 설령 별 모양이어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기어S2를 직접 만져봤다. 애플워치를 두 달여 동안 활용해온 것과 달리 기어S2는 겨우 몇 시간 정도 훑어봤을 뿐이다. 하지만 회전식 베젤은 어떻게 동작하는지, 사용자경험(UX) 측면에서 원형 스마트워치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어렴풋이 더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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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식 베젤이 높이는 조작의 편의성

기어S2의 핵심은 단연 회전식 베젤이다. 회전 베젤은 원래 잠수부를 위한 시계나 비행기 조종사를 위한 손목시계에서 시간 이외에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장치다. 잠수한 시간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는 기어S2에서 회전식 베젤을 한 번 더 변주한다. 기어S2에서 회전 베젤의 역할은 스마트워치를 조작하는 일이다. 이 대목에서 애플워치를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애플은 옛 시계의 크라운(용두)을 스마트워치로 이식해 조작 방식의 하나로 활용했다. 삼성전자의 기어S2도 같은 전략이다. 아날로그 시계에 담긴 유산을 스마트워치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끌어들여 그들만의 영감으로 재탄생시켰다는 점에서 그렇다.

회전식 베젤은 이렇게 동작한다. 좌우로 배치된 다수의 항목을 선택할 때, 베젤을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오른쪽에 있는 항목을 선택할 수 있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리면 왼쪽에 있는 것을 고를 수 있다. 좌우가 아닌 위아래로 늘어선 항목을 조작할 때도 비슷하다.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화면을 아래로 스크롤 할 수 있고,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리면 위로 올라갈 수 있다.

숫자를 조작할 때도 회전식 베젤이 유용하게 쓰인다. 예를 들어 스톱워치나 시계의 알람을 설정할 때 베젤을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숫자를 높일 수 있다. 베젤을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12:01분이 12:02분으로 바뀌는 식이다. 반대방향으로 돌리면 숫자는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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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으로 디자인된 타이젠 UI는 회전식 베젤의 조작법과 잘 어울린다.

베젤과 터치, 단추를 조합한 조작법

물론, 회전식 베젤이 기어S2의 모든 조작을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화면을 터치하는 조작도 중요한 조작법이다. 첫 화면(워치페이스)에서 화면을 길게 누르면, 다른 워치페이스를 고를 수 있고, 베젤을 돌려 앱을 선택한 이후 화면을 가볍게 터치해 앱을 실행하는 식이다.

애플워치의 디지털 크라운과 마찬가지로 기어S2의 회전식 베젤은 화면을 터치하는 일을 최소화한다. 이는 스마트워치에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보통 스마트워치의 디스플레이 크기는 1.3~1.5인치 남짓. 화면이 너무 작은 탓에 손가락이 화면 대부분을 가리게 되는 상황을 줄일 수 있는 덕분이다.

이 외에도 기어S2에는 단추 2개가 더 있다. 시계 오른쪽 옆면에 위아래로 하나씩 있는 단추다. 위쪽 단추는 즉시 첫 화면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일종의 홈 단추다. 아래 쪽 단추는 앱 선택 화면으로 들어가도록 하는 단추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전체 앱 보기 단추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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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S2의 옆면 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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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S2에는 다양한 워치페이스가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

원형 스마트워치의 특징 살린 영리한 소프트웨어

외형뿐만 아니라 기어S2의 내부 사용자조작환경(UI)도 지금까지 출시된 삼성전자의 다른 제품과 차별화된다. 원형으로 디자인됐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잠깐 다른 제품 얘기를 해보자. 모토로라의 ‘모토360’이나 LG전자의 ‘LG워치 어베인’ 등은 원형으로 디자인된 스마트워치라는 점에서 주목받은 바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디자인이 예쁘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안드로이드웨어의 완성도가 썩 훌륭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 UI가 엉망이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화면을 잘리기 일쑤였고, 이 때문에 전체 디스플레이에서 영역에서 정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면적은 크리 크지 않았다. 안드로이드웨어가 원형 디자인을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스마트폰의 화면 크기를 극단적으로 줄인 또 다른 전자제품이었을 뿐, 스마트워치에 어울릴만한 UI는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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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S2에서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시도한 원형 UI는 동그라미로 설계된 제품의 겉모습과 잘 어울린다. 이전 제품에서는 스마트폰처럼 바둑판식으로 앱을 나열했다면, 기어S2에서는 제품의 원형 테두리를 따라 배치했다. 베젤을 돌리는 행동과 화면의 원형 UI가 맞물려 조작에 직관성을 높인다.

현대 디자인 철학에서 지난 100여년 동안 되풀이된 유명한 철학 중 하나는 바로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의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정신이었다. 기어S2에 구현된 형태와 기능은 철저히 이 오래된 ‘디자인 경전’에 복무한다. 내부의 원형 UI는 기어S2의 겉모습과 일치한다. 회전식 베젤을 돌리는 조작법도 원형 스마트워치를 대하는 사용자의 시각적인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다. 제품의 디자인과 내부의 UI·UX 관점에서 ‘영리하다’는 수사는 삼성전자의 것이 아니었지만, 기어S2에는 이 같은 평가를 해도 좋다.

삼성전자가 스마트워치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7번째다. 진짜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 사업은 기어S2를 기점으로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어S2의 성패와 무관하게 기어S2 이후 삼성전자가 내놓을 웨어러블 제품이 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게 될지 기대되는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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