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학 3.0> 김광수(김광수경제연구소 소장) 지음. 더난출판 펴냄.
“빨간 신호등이라도 모두 함께 건너면 무섭지 않다.”
일본의 유명 코미디언이자 영화배우인 기타노 다케시가 맹목적 집단주의를 경계하며 인용한 금언이다. 한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모범적으로 헤쳐 나왔다는 자화자찬, 중동에 진출한 ‘녹색’ 원전기술이 친환경 신성장동력이 될 거라는 장밋빛 전망으로 넘쳐나는 최근 신문·방송의 경제뉴스들을 보면서 나는 잠깐 빨간 신호등을 떠올렸다. 정치인과 관료들, KDI 같은 국책연구기관, SERI를 비롯한 재벌계열의 경제연구소들이 모두 한 목소리를 낸다고 그들의 이야기가 진실이라는 보장은 없다. 1997년 환란, 2003년 카드채 사태,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환율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그런 교훈을 배웠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 부동산 버블 관련 논의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도 친숙해진 민간 경제연구소다. 정부나 오너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한국에선 거의 유일한 독립 싱크탱크이다. 김광수 소장은 최근에도 정부의 4대강 및 부동산 정책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또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진행방향이 뭔가 잘못됐으며,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노동시장 구조와 벤처를 죽이는 재벌체제를 깨야만 지속가능한 민주주의 시장경제가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의 말대로라면 한국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십여 년 동안 빨간 신호등임에도 교차로를 건너고 있었던 셈이다.
김광수 소장은 어떤 인물인가. <한겨레> 정남구 기자가 쓴 옛 기사에는 김 소장이 처음 유명세를 타던 시절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1997년 12월3일, 우리 정부가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경제 관료들조차 사태 전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던 때였다. 이틀 뒤 50여 쪽짜리 한 보고서가 주요 경제부처와 청와대, 한국은행 간부들에게 건네졌다. 외환위기는 왜 발생했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담은 것이었다. 보고서는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노무라연구소 서울지점에서 일하던 김광수가 개인 자격으로 쓴 보고서였다. 그는 이후에도 몇 달에 한 번씩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정책결정에 참고가 될 보고서를 만들어 돌렸다. 그리고 2000년 8월 그는 주식회사 김광수경제연구소를 세워 유례없는 독립연구소 실험에 뛰어들었다. 연구용역과 보고서 판매를 수익원으로 하는 그의 연구소는 ‘정직하고 도덕적인 지식의 생산기관’을 표방한다.
김광수 소장의 경제 진단이 가진 논리적 배경
도쿄대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노무라연구소에서 일한 김 소장의 이력을 보면, 그의 작업이 일본모델을 적극 참조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뒤바뀐 경제 패러다임을 해명하는 걸 뼈대로 삼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는 1990년대 중후반 한국 경제가 자본집약적 성장 방식의 한계를 만났으며, 동시에 기술 집약적 패러다임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었다고 말한다. 개발연대의 경제 사이클은 4~5년 주기였다. 자본이 확보되면 공장을 설립하는 데 1년 반 정도 걸리고, 몇 천 명씩 기능 인력을 고용해 표준화된 제품을 생산했다. 그런데 기술 집약적 성장 패러다임의 특징은 기술 개발을 해야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같은 기술 개발은 10~15년 정도 걸린다. 막대한 투자비용이 들어가지만, 성공할 확률은 상당히 낮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5% 미만의 확률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나 CDMA 기술의 상용화가 이런 과정을 거쳤다.
문제는 기술 집약적 성장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기능인력이 해고됐다는 점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 비정규직이 급증한 까닭도, 그는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찾는다. 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기술개발 능력이 있는 대기업은 성장동력을 확보해 더욱 성장한 반면, 기술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탈락이 가속화됐다. 외환위기의 충격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가 극심해진 것도 이 때문이라고 김 소장은 지적한다.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었는데도 민간 금융 시스템은 옛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바뀐 경제구조에서는 최하 10~15년간 금융시장이 기업의 리스크를 걸러줘야 하는데, 우리 금융기관에는 이런 능력이 없었다. 대신 은행은 기업들에게 담보와 보증을 요구했다. 과거 자본집약적 성장방식에서 10위에서 15위권에 있던 대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모두 몰락해버린 원인이 여기에 있다. 게다가 시중 은행들의 영업형태가 도매금융에서 소매금융으로 바뀌면서 신용카드 버블, 부동산 버블과 같은 혼란이 발생했다. 지금 은행은 가계의 부동산 투기 심리를 부추겨 부동산 버블을 키우는 펌프 역할을 하고 있다고 김 소장은 비판한다.
그에게 폴 크루그먼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까닭
<경제학 3.0>은 삼성전자의 고용형태, GDP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부동산 연착륙론의 모순, 한국에서 MS와 구글이 나올 수 없는 까닭 등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책을 덮고 나서 나는 김 소장이 <대폭로>나 <미래를 말하다>에서 보여준 폴 크루그먼의 입장과 비슷한 의견을 갖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크루그먼이 현재 미국의 소득불평등 상황을 경제가 아닌 정치의 결과물로 보듯, 김 소장은 현실 정치판이 한국사회와 국민들의 삶 모두를 더럽히는 원흉이라고 꼬집는다. 크루그먼이 오바마의 대선승리와 의료보험 개혁에서 미국경제의 희망을 찾는다면, 김 소장은 기존의 정경언권사법 유착을 깨치고 20~40대 자식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해 과감한 세대교체를 해야만 한국경제의 위기를 피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념과잉의 정치권력에 대해 그는 왜 그렇게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일까. 그는 1930년대 대공황이 발생하기 전 미국을 돌아볼 것을 제안한다. 1921년부터 대공황이 진행되던 1933년까지 미국에서는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3차례 연속으로 집권한다. 권력남용과 부패로 미국 최악의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워렌 하딩(1921~1923)과 캘빈 쿨리지(1923~1929), 그리고 허버트 후버(1929~1933)가 그 주인공들이다. 특히 후버는 선거 유세에서 “어느 가정의 냄비에도 날마다 닭 한 마리를, 어느 가정의 차고에도 자가용 2대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으며, 취임식 연설에선 “오늘날 미국인들은 그 어느 나라의 역사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빈곤에 대한 최종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명언(?)을 남겼다.
김 소장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가 1920년대 말 미국 공화당의 후버 대통령과 닮았다고 주장한다.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부동산 버블 붕괴와 금융위기가 진행되고 있던 때에 부동산 가격 올리기와 747공약(7% 경제성장, 4만달러, 세계 7대강국)을 내세워 선거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후버의 슬로건에 빗댄다면 “모든 가정이 아파트 투기로 7% 경제성장과 4만 달러 소득 달성을”이라는 공약을 내세워 당선된 꼴이라는 것이다. 김 소장은 이렇게 말한다.
“돌아보면, 경제위기는 정치적 이념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 같다. 특히 자유주의와 자유방임주의를 혼동하는 정치 이념이 시장경제를 지배할 경우 경제 혼란은 더욱 커진다. 신고전파의 자유주의가 정치 이념 세력과 결합하게 되면 특권 계층 위주의 자유방임주의로 쉽게 변질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는 김광수 소장의 논리가 무조건 옳다고 맹신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고용모델을 비판하며 자동차업체인 일본의 도요타를 언급하는 것은 왠지 불공정한 비교로 보인다. 그의 말대로 부동산 버블 연착륙론을 펼치는 것은 버블을 키우는 어리석음의 소치일지 모르나, 부동산 파국이 자칫 금융시스템 전반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재벌그룹의 왜곡된 지배구조를 혁파하고 기술 벤처가 뿌리내릴 수 있는 산업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부동산 투기를 차단해 지속가능한 생산적 성장경제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는 도무지 딴죽을 걸 재간이 없다.
<경제학 3.0>의 핵심내용은 아니지만, 경제 관료들의 무지와 탐욕을 비판하는 대목에서는 기자시절의 체험이 떠올라 무릎을 탁 치기도 했다. 김 소장은 “솔직히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50조원 녹색 뉴딜 사업도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안 봐도 뻔하다. 각 부처의 몇몇 관료들이 며칠 동안 사업 꼭지들의 예산 수치를 짜 맞추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보도자료를 만드느라 고생했을 것이다. 수십 년에 걸쳐 추진되어야 할 중요한 정책을 며칠 만에 뚝딱 만들어내니(…) 이런 행태는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고 말한다.
이런 코미디는 노무현 정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경제부 초년병 기자시절 제일 처음 쓴 게 ‘혁신형 중기 육성 우왕좌왕’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당시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청의 연도별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계획을 보면, 벤처와 이노비즈 등을 더해 2008년까지 3만개를 육성한다고 잡고 있었다. 노대통령이 혁신형 중기 3만개 육성을 표방한 뒤 정부의 구체적 시간표를 제시한 것인데, 2008년 시점에 벤처를 1만5천개 이노비즈 기업을 1만개 만들겠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이노비즈 기업의 70% 안팎이 벤처인증도 함께 받은 기업인데도 이를 단순 합산한 것이었다. 소풍 간 아기돼지들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당시 산업자원부의 한 서기관은 “기사 나간 뒤 청와대에서 깨졌다. 솔직히 우리도 중복계산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차라리 이번에 혼나 잘됐다”고 털어놓았다.
오직 김광수경제연구소만이 진실을 말한다고 누군가 주장한다면 분명한 아집이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문제는 ‘거룩한’ 경제문제를 대중들에게 알기 쉽게 풀어주는, 그래서 공론의 장에서 다양한 토론들이 이루어지게 도와주는 전문가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 아닐까. 김광수 소장의 책 출간이 반가웠던 까닭이 여기에 있다. 국민을 위해 섬기는, 그래서 국민이 진짜 주인이 되는 경제정책과 정치는 언제쯤 출현하게 될까. 나는 자꾸 한숨을 내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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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의 소위메이저신문과 일부경제지들을 보면 온통 현란한 색깔로 덧칠한 이상야릇한 포장지가 생각되더군요.
호기심에 뜯어보면 음 ..벌거아닌데 머야! 예전에 다 하던건데 새삼스럽게.. 이런 소리가 가 나지 않을까 하는 제품을 말입니다. 근데 이젠 정도가 너무 지나쳐 과연 이런 요란함이 언제까지 갈것이며 이런식의 덧칠이 정말 한국이라는 국민에게 도움이 될것인가 하는생각이 듭니다. 시대를 이끌어간다는 이들 언론인들 ! 과연 그들은 기자정신이 조금이라도 있는것일까요??
혹시나 그들의 내일 기사거리는 대기업이나 정부에서 제공하는 값비싼 식당이나 술집에서 만들어지지는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This post was mentioned on Twitter by YJ Amber Chang, igetahead@gmail.com. igetahead@gmail.com said: Bloter.net – 독립 싱크탱크가 말하는 한국경제 http://www.bloter.net/archives/23981 [...]
첫 문구가 상당히 인상적이네요 .. 기자가 쓴것인지.. 책의 본문을 인지.. 모르겠으나..
문장이 참 가관이네요..
“빨강… ” 다 같이 죽자는 건지… 아님… 운좋은 힘있는 넘들만 살아남는다는 건지..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새마을운동식 문구가 판치는지.. 참..제발 생각좀 하고 살기를 바란다.. 나라면.. “녹색불 들어올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건널목 건너는게 상책이 아닌가 싶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할 꺼라고 믿는다..
2010년세계리더쉽 도서강추/ 출세만세를 보고나서 이책이딱이다라고생각합니다
전형적글로벌리더쉽을 말하고있읍니다 시간돼면 꼭한번 강추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 하시네
댓글 달고 싶으시면 본문부터 읽으시죠
이건 대충 읽은 수준도 아니고 아예 첫번째줄만 빼고 다 안읽었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