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역사 궁금하다면 ‘유로피아나’를 방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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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선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나 대영박물관을 꼭 들러야 했다. 하지만 이 공식이 바뀌고 있다. 디지털 시대, 유럽의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선 ‘유로피아나‘를 반드시 접속해야 한다. 이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유로피아나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유럽 문명을 품은 디지털 저장소다. 디지털 도서관이자 박물관이다. 역사 교과서에 소개된 서구의 역사 기록물은 유로피아나에 거의 대부분 담겨 있다. 기록물 형태로 남겨진 유럽의 역사가 고스란히 저장돼있는 유럽의 디지털 자존심이기도 하다.

유로피아나의 시작과 구글

유로피아나 웹사이트.

유로피아나 웹사이트.

굳이 디지털 자존심이라고 표현한 데는 이유가 있다. 유로피아나는 구글의 디지털도서관 프로그램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구글은 2004년 12월 디지털도서관 구축을 위한 장대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하버드대 도서관을 시작으로, 미시간대, 뉴욕 공공 도서관 등의 자료를 모두 디지털화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구글의 야심은 이미 유럽으로 향하고 있었다. 옥스퍼드대 보를리안도서관의 백 만 장서를 모두 스캔해 검색 가능한 디지털 기록으로 변환시키겠다는 계획을 분명히했다. ‘자존심’ 강한 유럽 도서관들이 발끈하는 건 순리, 구글이라는 민간 기업에 유럽의 영혼을 바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대응책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구글의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에 가장 먼저 반기를 든 쪽은 프랑스였다. 장 노엘 잔느 프랑스국립도서관장의 2005년 <르몽드> 기고문은 유로피아나 프로젝트의 시발점이었다. 잔느 도서관장은 당시 기고문에서 “구글이 전자도서관 콘텐츠로 사용될 서적을 선정하는 데 미국적 사고방식을 적용하고 있다”라며 “유럽연합(EU)이 구글의 전자도서관 및 관련 검색 엔진 구축 프로그램을 조정하는 데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노엘 잔느 프랑스국립도서관장의 기고는 곧 현실로 옮겨졌다. 프랑스가 나섰고 유럽이 동참했다. 미국의 어버이인 유럽이 미국 기업에 문화적 영혼을 넘겨줘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은 작동했다. 2005년 유럽 6개국은 유럽위원회에 유럽디지털도서관 창설을 제안했고 재빠르게 대응 프로젝트를 탄생시켰다. 그것이 바로 유로피아나다.

방대한 기록물

2008년 프로토타입이 완성됐을 때 유로피아나에 등록된 컬렉션은 200만점 내외였지만 이듬해 500만점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2015년 9월 현재 유로피아나에 등록된 기록물은 약 4000만건에 육박했다. 이 가운데 2300만점은 이미지 기록물이다. 미술관에서나 만나봄직한 저명한 유럽 화가의 미술작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텍스트는 1500만점, 음악이나 육성 기록물은 50만건이 담겨있다. 유로피아나는 올해 말까지 4500만점까지 기록물을 늘릴 계획이다.

독일은 유로피아나에 가장 많은 문화 유산을 제공하고 있는 나라다. 유로피아나 설립을 제안했던 프랑스보다 수백만점 이상을 유로피아나에 등록해두고 있다. 그 뒤로 네덜란드, 프랑스 순이다.

데이터 아카이빙 기술의 집약

유로피아나 핀터레스트 계정. 적지 않은 작품들이 CC0 라이선스를 달고 있다.(이미지 출처 : 유로피아나 핀터레스트)

유로피아나 핀터레스트 계정. 적지 않은 작품들이 CC0 라이선스를 달고 있다.(이미지 출처 : 유로피아나 핀터레스트)

유로피아나에는 유럽의 역사와 함께 디지털 아카이빙 기술이 집약돼 있다. 다양한 유럽 국가들이 네트워크 형태로 참여하면서 저장된 기록물 간의 원활한 상호운영 및 교류는 필수적인 요소였다. 이를 위해 유로피아나는 EDM(Europiana Data Model)이라는 데이터 기록 모델을 만들어 체계적인 아카이빙을 시도했다.

EDM 모델에 따라서 거의 모든 기록물을 링크드 오픈 데이터(LOD)로 연결시켰다. 링크드 오픈 데이터는 메타데이터 간의 연결을 보장하는 데이터 규약이다. 예를 들어 베토벤의 악보와 베토벤의 친필 편지를 베토벤이라는 메타데이터로 연결함으로써 다른 양식 간의 기록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시맨틱 기술도 더했다. 내부 기록물들은 상대적으로 유연한 RDF 데이터 모형을 따르고 있다. RDF 모형은 특성상 시맨틱을 정의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수많은 기록물 간의 맥락적 상호호환을 보증해준다. 사용자들이 유럽의 수많은 기록물들을 쉽게 검색하고 찾아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이렇게 디지털화한 유럽의 역사적 기록물 상당수에는 CC0라는 라이선스가 적용돼있다. 저작권자의 허락을 구하지 않아도 누구나 내려받아 재가공하거나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CC0 라이선스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스가 제안한 저작물의 ‘퍼블릭 도메인’ 선언으로 상업적 활용조차도 인정하는 포괄적 저작권 사용 규약이다. 제3자는 유로피아나가 개발한 API를 이용해 앱을 개발할 수도 있고, 신규 웹서비스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미 유로피아나 랩 사이트에는 API를 이용해 제작된 전세계 160종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이 등록돼있다.

플랫폼 전략과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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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피아나는 혁신적인 데이터 관리 체계를 기반으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젠 생태계 전략을 고민하는 단계로 진입하는 중이다. 특히 2015년은 유로피아나가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는 해다. 2015~2020 전략이 시작되는 첫해이기도 하다.

유로피아나는 올해 안으로 누적 데이터베이스를 4500만건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예술사 기록물을 확장하기 위해 관련 미술관들과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을 유인하기 위한 기술적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개별 파트너 박물관에 통계 대쉬보드를 제공해 기록물의 활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사용자들을 관심을 배가하기 위해 예술사, 패션, 음악, 세계대전 등의 역사 기록물을 더 발견하기 쉽도록 배치했다. 핀터레스트를 통한 소셜미디어 공유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늦어도 올해 말까지 600만명의 순방문자, 6600만 임프레션을 기록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페이스북이나 핀터레스트를 통한 사용자 참여 지표도 35만 건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세운 상태다.

유로피아나는 디지털 공공 도서관의 교범이다. 전세계 국립도서관과 박물관은 구글이 아니라 유로피아나를 벤치마킹 모델로 삼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유로피아나를 본뜬 ‘한중일 디지털도서관‘이 2016년 말께 오픈할 예정이다. 전세계 도서관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유로피아나를 참조하며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관리하는 문화유산 디지털 허브 사이트. 검색할 때마다 에러 메시지가 뜬다.(사이트 캡처 : 2015년 10월 1일 오전 9시30분)

문화재청이 관리하는 문화유산 디지털 허브 사이트. 검색할 때마다 에러 메시지가 뜬다.(사이트 캡처 : 2015년 10월 1일 오전 9시30분)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풀어야 할 숙제가 첩첩산중이다. 문화재청 주도로 개발된 문화유산 디지털 허브가 존재하지만 검색은 어렵고 결과도 정확하지 않다. 디지털 문화 유산을 제3자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API 안내 페이지도 좀체 찾아내기 쉽지 않다. 웹사이트에 로그인 기능이 없음에도 로그인 하위 카테고리에 오픈API 안내 페이지를 두고 있다. 저작권 정책은 활용이 먼저인지 보호가 우선인지 모호하게 기술돼 있어 이용자로 하여금 혼란을 부추긴다. 개방와 이용을 철학적 구심점으로 삼고 있는 유로피아나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때마침 폴 켈러 유로피아나재단 이사가 ‘CC 글로벌 서밋 2015’ 참석을 위해 10월17일 한국을 방문한다. 그는 이날 행사에서 ‘저작권 개혁을 위한 실천적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 문화 유산의 디지털 아카이빙 전략을 고민하는 국내 정책 담당자들이라면 그의 조언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블로터>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가 주최하는 ‘CC 글로벌 서밋 2015‘의 미디어 후원사입니다. 폴 켈러 유로피아나재단 이사는 10월17일 2015 CC 글로벌 서밋에서 ‘저작권 개혁을 위한 실천적 전략‘을 주제로 발표할 예정입니다. <블로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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