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씨앗, 환경보호…SW를 넘어선 오픈소스 기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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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보통 소프트웨어(SW)를 먼저 떠오르게 된다. 실제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오픈소스 기술들은 리눅스나 안드로이드 같은 SW다. 하지만 오픈소스 기술의 영향력이 높아지자 그 문화를 이어 받으려는 시도가 다양한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드웨어, 건축, 통신기술 등 다양하게 퍼지고 있는 오픈소스 기술들을 살펴보자.

오픈소스 하드웨어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최근들어 가장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오픈소스 하드웨어들은 대부분 CAD 데이터나, 인쇄 배선 회로 기판(PCB) 자료를 공개한다. 그 결과 부품부터 전체 제품까지 개인이 하드웨어를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제조 과정을 투명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오픈소스 하드웨어들은 킥스타터, 인디고고같은 크라우드펀딩 서비스에서도 인기가 많다. 하드웨어는 SW와 달리 재료비나 제작비가 들어가기 마련인데, 대부분 크라우드펀딩 서비스를 이용해 금전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크라우드서플라이라는 크라우드펀딩 서비스는 아예 자유소프트웨어재단(FSF)과 파트너십을 맺고 오픈소스 하드웨어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최근 가장 유행하는 기술을 따라가고 있어 기술 트렌드를 보여주기도 한다.

‘아두이노’나 ‘라즈베리파이’는 오픈소스 하드웨어 열풍을 이끄는 주역이다. 초소형 PC 모듈인 두 제품은 충분히 성숙된 상태라 취미용에 끝나지 않고 IT 업계에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스타트업인 스파크랩은 아두이노와 비슷한 DIY 하드웨어를 개발했다. 인터넷 연결 및 와이파이 기능에 집중한 것이 특징이다. 스파크랩이 제공하는 하드웨어, 펌웨어, 클라우드 기술, 문서 등은 모두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됐다. 이들은 벤처투자사로부터 490만달러를 투자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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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크랩으로 만든 와이파이 RC 자동차(사진: 스파크랩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오픈소스 노트북도 인기를 끌고 있다. ‘노베나’ 노트북을 보자. 제품 정보부터 운영체제까지 모두 오픈소스로 만든 이 제품은 78만달러, 우리돈 9억원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이 노트북은 일반인을 위한 제품이라기보다 기술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함께 원하는 부품 및 디자인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개발됐다. 또 다른 오픈소스 노트북 ‘리브렘15’도 관심을 받았다. 퓨어리즘이란 기업이 만든 리브렘15는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보안을 높이고, 부품을 선택하는 자유를 높이기 위해 오픈소스 노트북을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오픈소스 칫솔 ‘굿웰‘도 있다. 친환경 재료로 만들어졌으며 칫솔 사용 패턴을 휴대폰에 기록해준다. 굿웰은 약 1만달러를 모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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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베나 예(사진 : 크라우드서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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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레15 예(사진 : 크라우드 서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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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웰 예(사진 : 크라우드 서플라이)

매치스틱은 오픈소스 기술를 활용한 스트리밍 어댑터를 개발했다. 오픈소스계의 크롬캐스트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어댑터를 HDMI 단자에 꽂으면, 모바일에서 보던 화면을 TV나 여러 멀티미디어 기기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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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치스틱 예(사진 : 매치스틱 홈페이지)

레이저는 2015년1월 가상현실 헤드셋 관련 오픈소스 프로젝트 ‘OSVR(Open Source Virtual Reality)’를 공개했다. 민리앙 탄 레이저 공동설립자는 트위터 계정을 통해 “OSVR는 기존 HMD(Head Mounted Display, 가상현실 게임을 위해 사용하는 헤드셋) 제품과 경쟁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OSVR 기술은 기존 HMD 제품들과 함께 사용할 수 있으며, 기존 기술을 더 낫게 만들도록 도와준다”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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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VR(사진 : 레이저)

오픈소스 건축

건축은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전문 분야다. 하지만 건축분야에서도 오픈소스 문화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오픈소스 건축은 단순히 설계도를 공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누구나 쉽게 건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영국의 건축가들은 수재민을 돕기위한 오픈소스 집을 개발했다. 일명 ‘플로팅 하우스’다. 플로팅 하우스는 말 그대로 물에 떠다니는 집이다. 집 바닥에는 20×7m 크기의 부력판이 깔려 있다. 이 부력판 덕분에 물에 가라앉지 않고 집 전체가 뜬다. 그 위에는 2층 집을 세운다. 크기는 14×5m에 창문과 난방, 전기 시설도 포함돼 있다. 침실 2개, 서재, 욕실, 거실, 주방까지 갖출 건 다 갖췄다. 집 외부에는 84㎡ 규모의 태양광 판이 붙어 있다. 태양광 판이 전기를 공급할 수 있게 도와준다. 빗물 저장 장치도 지붕에 설치돼 있다. 이 장치는 빗물을 정화해서 식수를 제공한다.

플로팅 하우스는 페이퍼하우스칼터너아키텍트라는 건축 단체가 힘을 합쳐 개발했다. 최근 영국에서 심해지고 있는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플로팅 하우스를 떠올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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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팅 하우스(사진 : 페이퍼하우스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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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팅 하우스(사진 : 페이퍼하우스 블로그)

오픈소스 건축 커뮤니티 위키하우스는 오픈소스 건축물 ‘위키하우스4.0’을 개발했다. 위키하우스4.0은 건축 지식이 없는 비전문가도 쉽게 집을 지을 수 있게 돕는다. 건물 자재와 필요한 부품도 3D 프린터로 인쇄하거나 합판을 잘라서 만들 수 있다. 위키하우스4.0은 2개의 침실을 포함한 2층짜리 건물이다. 면적은 69㎥. 집을 지탱하는 주요 기둥은 나무를 조립해서 만들었다. 화장실, 창문, 계단 등 집에서 볼 수 있는 공간은 다 갖췄다. 위키하우스4.0은 스마트홈으로 디자인됐다. 전등이나 전력을 모바일 기기로 조절할 수 있다. 전구, 센서, 환기구 등도 자동화돼 있다. 위키하우스4.0은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소비하는 친환경 건축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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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키하우스4.0 건설 과정 (출처 : 위키하우스 핀터레스트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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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위키하우스4.0(출처: http://www.margauxcarron.com)

인류를 위한 건축(AFH)’이란 단체는 오픈소스 건축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파하는 단체다. AFH는 새로운 건축물을 구상하며, 건축물로 사회에 이로운 일을 시도하고 있다.건축가, 디자이너, 엔지니어 등 4700명이 넘는 봉사자가 AFH에 합류했다. AFH는 지난 15년간 총 163개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덕분에 100만명이 넘는 사람이 혜택을 받았다. 이들은 지진,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한 현장으로 찾아가 건축물을 짓고 재해민에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주고 있다. 또한 가난한 나라에 가서 학교나 운동장, 문화시설을 지어주고 있다. 비영리단체였던 AFH는 2015년1월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어 미국 본사 건물을 폐쇄하기도 했다. 현재 공식 홈페이지는 문을 닫은 상태이며 영국사무소만 열어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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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H에서 진행한 도호쿠 재건 프로젝트(출처 : 오픈아키텍트네트워크)

건축은 아니지만 스마트홈 시스템을 개발하는 오픈모틱스도 오픈소스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오픈모틱스는 홈 자동화 플랫폼이다. 냉·난방이나 전기시스템 등을 자동화시키고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으로 시스템을 관리할 수 있게 지원한다. 외출할 때는 전등을 알아서 꺼주거나, 스마트폰으로 여러 방에 있는 전구를 한꺼번에 끌 수 있도록 돕는다. 스마트폰으로 전기, 난방 사용량 정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만들 수도 있다.

최근 일반 기업들도 스마트 홈 시스템을 많이 내놓고 있다. 오픈모틱스는 저렴한 가격으로 스마트홈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프레드릭 리코바시 오픈모틱스 공동설립자는 2014년 12월8일 <오픈소스닷컴>을 통해을 통해 “현재 스마트홈 시스템은 말도 안 되게 비싸다”라며 “이는 많은 업체들이 값비싼 집을 대상으로 시스템을 설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오픈소스로 공개된 덕분에 사용자가 직접 스마트홈 기술들을 유지보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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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오토모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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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오토모틱스 구조

사회를 바꾸는 오픈소스 기술들

종묘업과 오픈소스 문화가 결합된 사례도 있다. 미국 위스콘신-메디슨 대학이 개발한 ‘오픈소스 씨앗’이다. 오픈소스 씨앗은 그 자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오픈소스 씨앗으로 생산한 수확물에 대해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다. 이를 ‘오픈소스 시드 이니시티브(Open Source Seed Initiative, OSSI)‘라고 부르며 2011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씨앗 개발자, 농부, 종묘업체, 대학연구진이 합류해 씨앗을 연구하고 개선하고 있다. OSSI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픈소스 운동에 영향을 받아 OSSI를 시작했다”라며 “씨앗에 대한 사용 제약이 생산성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고 설립 취지를 밝혔다. 현재 OSSI는 브로콜리, 셀러리, 메밀 등을 변형한 새로운 품종 29개 씨앗을 종류별로 묶어 25달러에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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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 씨앗 (사진 : OSSI 홈페에지)

인도네이시아 재난경보청(BPBD)과 울런공대학교 소속 스마트인프라스트럭처연구소, 트위터는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개발했다. ‘페타자카르타’라는 프로젝트다. 인도네시아는 지리적 여건상 홍수나 태풍이 많이 발생한다. 2013년 1월에는 100만여명이 홍수 피해를 입기도 했다. 페타자카르타는 크라우드소싱 데이터를 모으는 기술이다. 특히 트위터 데이터를 활용해 어느 지역에서 홍수가 심해지고 있는지 지도에 시각화해서 보여준다. 지도는 ‘오픈스트리트맵’을 활용했다 ‘코그니시티’라는 오픈소스 프레임워크도 개발됐다. 코그니시티는 트위터로 모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웹에 결과물을 송출하는 기술이다. 호주 울런공대학교 소속 스마트 인프라 연구소가 코그니시티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페타자카르타에 활용된 데이터도 모두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하고 있다.

페타자카르타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페타자카르타로 홍수 모니터링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고 한다”라며 “코그니시티는 쉽고 간편한 기술이기 때문에 다른 도시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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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기반으로 홍수가 심한 지역을 즉각적으로 볼 수 있다.(사진 : 페타자카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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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타자카르타 시스템 구조(출처 : 페타자카르타 소개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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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우림 지역의 불법 벌목을 막는 오픈소스 기술도 등장했다. 인터폴 자료에 따르면 현재 매일 진행하는 벌목 중 최소 50%에서 최대 90%가 불법 벌목이다. 관리자가 있더라도 열대우림 지역이 너무 넓기 때문에, 쉽게 불법벌목 현장을 발각하지 못한다. 물리학자 토퍼 화이트는 인도네시아에 여행을 갔다 불법 벌목 현장을 목격하고 숲을 지키기 위한 기술을 고민했다. 그 결과 열대우림을 지켜주는 스피커 ‘레인포레스트 커넥션’이 탄생했다.

레인포레스트 커넥션은 특수 제작된 스피커다. 열대우림 나무에 매달아두면 준비는 끝난다. 이 스피커는 가운데 폐휴대폰을 놓고 주변에 태양광 판을 붙인 모습을 띠고 있다. 가운데 달린 휴대폰은 열대우림지역 소리를 녹음하고 모바일 앱으로 공유한다. 태양광 판은 전력을 공급한다. 주변에서 톱소리나 큰 소음이 발생하면 스피커는 이를 벌목으로 간주하고 주변 관리자들에게 해당 위치를 알려준다. 레인포레스트 커넥션에 녹음되는 소리는 관리자 뿐만 아니라 앱을 내려받은 누구나 들을 수 있다. 사용된 코드와 저장되는 데이터까지 모두 오픈소스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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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매단 레인포레스트 커넥션(사진 : 레인포레스트 커낵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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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포레스트 커넥션 기술 구조(사진 : 레인포레스트 커낵션 홈페이지)

오픈소스 2G 통신기술도 있다. 레인지네트웍스가 만든 ‘오픈BTS’다. 오픈BTS는 2세대 GSM을 활용한 통신망 설비 기술이다. 무료로 공개됐고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다. 레인지네트웍스는 오픈BTS로 기지국을 만들 수 있는 장비도 개발했다. 이를 직접 팔아 수익을 내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마을공동체, 비영리단체 등과 협업해 통신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힘쓰고 있다. 실제로 멕시코 남쪽 오악사카주 고산지대 탈레아 데 카스트로라는 지역에서는 오픈BTS를 이용해 통신시스템을 개선했다. 과거 탈레아 마을에는 전화를 걸려면 ‘전화방’에 가야 했지만, 현재는 레인지네트웍스의 도움을 받아 휴대폰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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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B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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