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셜미디어, 포털로 진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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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의 역사에서 2015년은 어떻게 기록될까. 뜬금없는 질문처럼 들릴 지 모르겠지만, 2015년이 뉴스 산업에 유난스런 한 해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페이스북이 5월13일 ‘인스턴트 아티클’이라는 뉴스 서비스를 시작했고, 10대들의 메신저 앱 스냅챗은 ‘디스커버리’라는 뉴스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에 뒤질세라 애플이 뉴스 앱을 내놓았고, 트위터도 ‘모멘트’라는 이름으로 뉴스 서비스를 개시했다.

구글은 또 어떤가. 구글 뉴스랩을 출범시켜 저널리즘 콘텐츠를 강화했고 ‘디지털 뉴스 이니셔티브’라는 프로그램도 소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마저도 뉴스를 요약해 음성으로 읽어주는 모바일 앱을 개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카카오가 카카오톡 채널이라는 브랜드를 내놓으며 메신저 앱 안에서 뉴스 콘텐츠 제공을 본격화했다. 네이버는 네이버포스트를 통해 뉴스 사업자와 제휴폭을 넓혀가고 있다. 불과 9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이 뉴스 관련 서비스를 한꺼번에 고구마 줄기 캐듯 내놓은 경우는 이례적이다. 연거푸 쏟아지는 뉴스 관련 새 소식에 현기증이 날 정도다.

인스턴트 아티클이 등장하기까지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사진 출처 :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 공식 페이지)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사진 :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 공식 페이지)

우선 뉴스 생태계에 큰 충격을 던져준 페이스북 사례부터 짚어보자. 페이스북이 뉴스를 호시탐탐 엿본 흔적은 2014년부터 감지된다. 그 시발은 페이스북이 2014년 2월 내놓은 ‘페이퍼’ 앱이다. 페이퍼 앱은 최고의 뉴스 구독 앱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전 세계 미디어 비평지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미려한 디자인, 끊김 없는 경험, 맞춤형 추천 등 뉴스를 소비하는 데 있어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하겠노라 표방했지만 페이퍼 앱은 곧 사용자들의 뇌리에서 자취를 감췄다. 몇 번의 업데이트가 진행되긴 했지만 재차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뉴스를 독립적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유통하려던 페이스북의 구상은 물거품이 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페이퍼는 끝이 아니었다. 오히려 시작이었다. 뉴스 콘텐츠를 페이스북에 담아 사용자들에게 전달하려는 야심은 1년여 만에 ‘인스턴트 아티클’이라는 이름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페이퍼 개발에 참여했던 핵심 멤버들이 인스턴트 아티클 프로젝트에 다시 관여했다. 명분은 “언론사들의 뉴스 사이트가 너무 느려서”였다. 실제 비교 영상까지 선보였다. 페이스북에서 아웃링크로 언론사 뉴스를 읽기 위해서는 무려 8초나 소요되는 데 반해, 인스턴트 아티클은 불과 1~2초면 가능했다. 마크 주커버그는 지난 7월 1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진행한 문답에서 인스턴트 아티클을 고민하게 된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뉴스가 페이스북에 있는 다른 모든 것들처럼 빨라질 때, 사람들은 자연적으로 뉴스를 더 많이 읽게 되겠죠. 이는 세상에 관한 정보를 더 많이 알 수 있도록 도울 것이고, 뉴스 생태계에도 도움이 되겠죠.”

인스턴트 아티클 이후 페이스북은 뉴스 관련 서비스 라인업에 또 한 가지를 추가했다. 속보 서비스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8월11일자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속보만 제공하는 독립적인 모바일 앱을 현재 테스트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 전체를 집어삼키기 위한 일종의 뉴스 블랙홀 전략이 가동되고 있는 것처럼 비춰질 정도다.

기존 뉴스와 무엇이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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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아티클은 뉴스 소비자의 사용자 경험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점에서 기존 뉴스 서비스와 차별적이다. 우선 그들의 설명대로 뉴스를 로딩하는 속도가 개선됐다. 뉴스가 화면 에 펼쳐지길 기다리다 다른 서비스와 콘텐츠로 옮겨가는 이탈률을 감소시켰다. 이를 위해 기 존 아웃링크 방식을 네이버식 인링크 방식으로 전환했다. 인스턴트 아티클을 클릭하면 더 이상 언론사 웹사이트로 이동하지 않는다. 언론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유입된 막대한 양의 트래픽을 잃어버릴 처지에 놓였다.

글로벌 전문 통계업체 파슬리가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00개 미디어 웹사이트의 페이스북 트래픽 의존도는 4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은 30% 중반에 그쳤다. 수 년 간 1위 유입 경로 자리를 잃지 않았던 구글 검색이 마침내 페이스북에 권좌를 내어주게 된 것이다. 그 의미를 차치하고 인스턴트 아티클이 확산된다면 언론사로 내보냈던 트래픽을 페이스북이 서서히 되찾아올 수 있게 된다. 자연스럽게 언론사의 트래픽은 감소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대신 페이스북은 언론사에 당근을 쥐어줬다. 첫 번째는 뉴스 콘텐츠 포맷의 혁신이다. 쉽게 설명하면 언론사가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에 글을 제공하면 <뉴욕타임스>의 ‘스노우폴’과 같은 실감형 스토리텔링을 손쉽게 독자들에게 선사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 보유한 탁월한 콘텐츠 렌더링 기술이 결합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푸시 팝 프레스라는 스타트업을 인수하면서 그들이 보유하고 있던 대부분의 사용자경험(UX) 설계 노하우를 페이퍼에 적용했고, 다시 인스턴트 아티클에도 포함시켰다. 음성 캡션, 이미지나 지도의 줌인·줌아웃, 슬라이드형 이미지 스크롤링 등 웬만한 언론사들이 흉내내기조차 쉽지 않은 기술들은 애플 아이패드 디자인 설계에 참여한 푸시팝 창업자들에게서 비롯된 것들이다.

광고 수익 공유도 빠트릴 수 없는 유혹이다. 페이스북은 인스턴트 아티클로 발생하는 광고 수익의 70%를 언론사에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언론사가 직접 광고를 영업할 경우 100% 돌려준다는 메시지도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인스턴트 아티클을 네이티브 광고의 창고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도 열어줬다. 국내 상황에 비유해본다면, 네이버에 네이티브 광고를 전송하더라도 이를 인정하고 수익은 100% 언론사에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각종 뉴스 소비 데이터를 언론사에 제공함으로써 이를 합산 발표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도 했다.

국내 포털 뉴스 서비스와의 차이

인스턴트 아티클은 동일한 인링크 방식인 네이버 뉴스와도 차이를 보인다. 네이버 뉴스는 언론사의 뉴스 제공과 정보 제공료가 교환되는 일종의 신디케이션 서비스다. 네이버는 뉴스 수급을 위해 상당한 비용을 언론사에 지불하고 있다. 반면 인스턴트 아티클은 플랫폼만을 제공하며 광고 수익을 공유할 뿐이다. 페이스북으로선 직접적인 정보 수급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다. 카카오톡 채널도 인스턴트 아티클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매력적인 UX 디자인은 인스턴트 아티클의 두드러진 차별성이다. 네이버 뉴스는 모바일에서도 텍스트 위주의 단순 콘텐츠 포맷만 지원한다. 언론사가 다채로운 멀티미디어로 뉴스를 구성하더라도 네이버 뉴스에선 앙상한 텍스트와 이미지로만 보일 뿐이다. 멀티미디어로 구성하기 위해 삽입된 코드에서 보안상의 문제나 음란성 정보 링크가 발견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인스턴트 아티클은 언론사의 이미지조차도 더 파격적인 형태로 꾸며준다. 고해상도 이미지에 음성 캡션을 탑재할 수도 있다. 동영상이나 사진 슬라이드도 잡지와 같은 자연스러운 형태로 보여준다. 언론사로선 큰 공력을 들이지 않고도 혁신적인 뉴스 포맷 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 그만큼 독자에게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 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 특성은 카카오톡 채널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매혹적인 요소다.

SNS 뉴스 진출 전략의 맥락 읽기

트위터의 뉴스 서비스 '모멘츠'.

트위터의 뉴스 서비스 ‘모멘츠’.

페이스북이 인스턴트 아티클을 내놓은 표면적인 이유는 뉴스 소비를 방해하는 느린 로딩 속도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면 페이스북이 세상의 모든 콘텐츠 유형을 흡인하려는 전략과 맞닥뜨리게 된다. 뉴스의 소비 경험 개선은 레토릭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소위 ‘콘텐츠 블랙홀 전략’은 자연스럽게 사용자와 광고 시장의 제어 전략으로 이어진다. 모바일에서 일어나는 플랫폼 전쟁은 24시간이라는 한정된 사용자의 콘텐츠 소비 시간을 최대한 장악하는 데 있다. 아침에 눈을 떠 잠드는 시간까지 어떤 인터넷 서비스가 가장 우위에 설 수 있는가는 생존을 가르는 핵심 요인이다.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 가운데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쓰는 앱은 5~6개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다시 말해 사용자가 일상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상위 5~6개 앱에 포함되지 못하면 사실상 죽은 서비스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모바일 시대가 개화되는 시점부터 수많은 언론들이 자체 모바일 앱을 제작했지만 두드러진 성과를 거둔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사용자의 콘텐츠 소비 시간을 장악할 수 있는 소수의 플랫폼만이 수익의 기회를 만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24시간을 통제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콘텐츠 흡인 전략을 구사해왔다. 뉴스는 그 전략 가운데 하나의 카테고리일 뿐이다. 잠시 페이스북의 동영상 전략으로 눈을 돌려보자. 페이스북은 동영상 플랫폼 영역에선 후발주자 가운데 후발주자였다. 유튜브의 압도적인 우위 구도에 밀려 있었지만 채 1년도 안돼 이를 뒤집었다. 모바일 공간에서 사용자들이 동영상에 주목하고 소비 시간을 늘려간다는 신호를 감지한 뒤에 벌어진 결과다. 최근에는 미디엄이라는 블로그 플랫폼을 시작으로 장문 스토리가 콘텐츠 체류 시간을 높여나가자 페이스북은 기존 ‘노트’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후속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페이스북이 뉴스에 투자하는 전략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될 필요가 있다. 물론 페이스북의 콘텐츠 블랙홀 전략은 페이스북이 곧 인터넷이 되겠다는 더 큰 열망과 맞물려 있기도 하다.

controlrevol플랫폼 사업자의 뉴스 진출의 사회적 함의

해외에서는 페이스북, 국내에선 카카오톡으로 대변되는 소셜미디어와 언론사간의 유통 격전을 한꺼풀 파헤치고 보면 뉴스 소비 그리고 광고 제어권을 장악하기 위한 경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뉴스 혹은 콘텐츠 소비를 통제할 수 있어야 광고 시장을 제어할 수 있는 권력을 얻어낼 수 있다. 인쇄매체는 라디오와 방송의 등장으로 서서히 콘텐츠 소비 제어권을 상실해 왔고 방송 또한 인터넷의 등장으로 제어권을 빼앗기고 있는 중이다. 전언했다시피 소비의 제어권은 광고 시장의 통제권과 직결되는 문제다.

‘컨트롤 레볼루션’의 저자 제임스 베니거(Beniger, 1986/2009)는 정보사회의 제어권에서 정보 프로세싱과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콘텐츠의 과잉 생산 시대가 도래하면서 정보 프로세싱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필수적인 요인이 됐다. 단, 정보 프로세싱은 기술 의존적이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구성된 소프트웨어가 이 과정에 개입한다. 페이스북은 앞서 언급했듯 언론사가 보유하지 못한 콘텐츠 렌더링 기술과 더불어 각종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량 맞춤형 전달 기반을 구축했다. 데이터과학이라는, 언론사보다 몇 배 효율적인 정보 프로세싱 기술을 갖추고 뉴스 소비자들에게 접근한다. 누가 언제 어떤 뉴스를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고 어떤 뉴스를 선호하는지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양방향 커뮤니케이션도 마찬가지다. 베니거는 제어의 결과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제어의 대상에서 제어의 주체로 정보가 되먹임되는 반대 방향의 흐름, 즉 피드백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드백을 수용하고 분석하는 데 있어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은 언론사에 비해 월등한 수준의 기술적 토대를 갖추고 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 개개인의 콘텐츠 소비창이라 할 수 있는 뉴스피드를 ‘엣지 랭크’라는 알고리즘의 통제 속에서 운영한다. 자주 눈길을 주지 않고 ‘좋아요’ 등 관여 행위의 정도가 낮으면 뉴스피드에 나타나지 않도록 제어하는데, 이는 전적으로 정량화된 사용자의 피드백 데이터에 기반한다.

최근 개설된 카카오톡의 채널은 ‘루빅스(RUBICS, Realtime User Behavior-based Interactive Content recommender System)’라는 사용자 반응형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루빅스는 개별 사용자의 뉴스 소비 패턴을 분석한 뒤 유사 성향을 지닌 사용자들을 그룹화한다. 유사 집단에게 그들이 관심 가질 만한 뉴스를 추천해주는 시스템이다. 머신러닝 기술은 이들의 소비 성향이 변화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알고리즘이 학습하도록 돕는다. 피드백 시스템이 이 알고리즘에 통합돼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두 사례는 베니거가 언급했던 정보사회의 제어권을 취하는 데 필요한 핵심적인 요소, 즉 정보 프로세싱과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장악했다는 사실을 대변한다.

1930년대 인쇄매체가 산업혁명 이후 소비와 광고 시장 제어권의 절정기를 점유했던 시기, 신문은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시스템에 통합하는 데까진 나아가지 못했다. 1914년 설립된 신문의 유료부수 집계 기관인 언론감시연합(AAM)은 인쇄산업의 외곽 지대에 독립적으로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 페이스북 등은 언론감시연합이 집계하는 ABC 데이터 그 이상까지 정밀한 수준으로 수집하고 통제한다. 베니거는 대중매체는 잠재적 소비자에서 광고주로 정보가 되먹임되는 수단과 연동돼야 비로소 완전한 제어를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Beniger, 1986/2009. pp. 52~53). 생산, 유통,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페이스북은 압도적인 위상으로 베니거가 말한 ‘완전한 제어’를 달성하고 있는 셈이다.

2013-2014 세계 모바일 광고 시장 점유율 조사 결과.(출처 : 이마케터, www.emarketer.com) 

2013-2014 세계 모바일 광고 시장 점유율 조사 결과.(출처 : 이마케터, www.emarketer.com)

결과는 광고 시장의 점유율로 드러나고 있다. 이마케터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페이스북의 글로벌 모바일광고 시장점유율은 18.4%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구글은 46.6%로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2013년에 비해 6% 이상 낮아졌다. 물론 광고를 핵심 수익모델로 삼고 있는 언론사들은 이들과 비교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점유율이 미미한 편이다.

관심은 뉴스 산업을 둘러싼 포괄적인 제어권의 향배로 모아지기 마련이다. 섣부른 판단일 수 있겠지만 잃어버린 제어권은 빠른 시간 안에 되찾기는 어려울 듯 보인다. 신문이 방송과 같은 당대의 뉴미디어 출현으로 제어권의 쇠퇴기를 맞았던 역사적 사례에 견주어보더라도 다시 인 쇄매체의 영화를 불러오길 기대하는 건 무리다. 앞서 언급했던 정보사회 제어권의 요체는 정보 프로세싱과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통제력의 확보다. 이 측면에서 언론사는 이미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비해 기술적 열위에 놓였고 그 격차도 점차 더 큰 폭으로 벌어지고 있다.

콜럼비아 저널리즘스쿨 토우센터의 에밀리 벨 교수는 2015년을 “소셜미디어 기업이 퍼블리셔가 된 시점”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곤 이렇게 부연했다.

“언론사는 200년 역사상 처음으로 뉴스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제어권을 잃어버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외부 플랫폼을 끌어안으면서도 언론사 플랫폼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대량 맞춤형 시대의 도래

제어권 재환수 그리고 언론사 플랫폼의 독립성 유지가 어려운 또 한 가지 이유는 모바일화로 본격화하고 있는 대량 맞춤화 시대에 대한 대응력의 부재다. 조셉 파인은 자신의 저서 ‘대량 맞춤’에서 “정보 혁명은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차단하는 정보 과잉을 만들어냈다”면서 “정보 기업가들은 유익한 의사결정을 위해 관련 정보와 비관련 정보를 분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적었다(Joseph Pine. 1992, p.177). 대량 맞춤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예견한 언급이었다.

미디어 영역에서 대량 맞춤 시대의 도래는 데이터과학을 불러냈다. 데이터과학은 다수 대중을 향한 정밀한 타깃팅 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돕는 필수 도구다. 불가능으로 여겨졌 던 독자 한 명 한 명의 선호 측정이 데이터과학의 힘을 빌려 가능하게 됐다. ‘대량 맞춤’의 시대에 미디어가 생존할 수 있는 해법을 데이터과학이 제시해준 것이다.

하지만 언론사들은 여전히 매스미디어라는 고전적 위상에 집착했다. ‘원소스 멀티유즈’라는 철지난 플랫폼에 몰두하면서 모바일로 초래된 파편화된 독자들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콘텐츠로 구현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 틈새를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꿰차고 들어온 것이다. 페이스북의 뉴스피드와 카카오톡 채널은 사용자들의 정보 욕구를 적절한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대량 맞춤형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 뉴스 포털 진화 가능성

애플 뉴스앱.

애플 뉴스 앱.

페이스북을 위시한 소셜미디어가 포털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은 더 이상 부인하기 어렵다. 사용자의 24시간을 통제하기 위한 최상의 전략은 사용자들이 소비하는 모든 콘텐츠를 단일 플랫폼 내에서 제공하는 것이다. 그것이 뉴스가 됐든, 동영상이 됐든, 블로그가 됐든, 음악이 됐든,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페이스북은 2012년 음악 듣기 버튼을 추가하며 잠시 음악 시장에도 문을 두드린 바 있다. 지금은 애플 등에 밀려 주춤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도 재개를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저명한 사회학자 다니엘 벨은 1973년 자신의 저서 ‘탈산업사회의 도래’에서 정보사회의 미래를 다음과 같이 전망한 바 있다.

“조직된 복잡성은 후기 산업사회의 지적·사회적 골칫거리다. 거대 시스템은 상호작용적 변수가 무수히 많이 뒤엉켜 있기 때문에 제대로 관리하여 주어진 목적으로 이루기가 매우 어렵다. 이에 대한 해법이 바로 ‘지적 기술’로 그 핵심은 직관적 판단을 일련의 알고리즘으로 대체하는 데 있다. 알고리즘은 흔히 자동기계, 컴퓨터 프로그램, 통계학적 또는 수학적 공식에 의거한 일련의 지침으로 구현된다.” (Bell, 1976/2006)

다니엘 벨이 언급한 ‘지적 기술’은 2004년 탄생한 페이스북엔 익숙할 뿐 아니라 체화돼 있다. 하지만 정작 탈산업사회의 도래를 예견했던 수십년 전통의 언론사들은 준비가 미숙했다. 과연 언론사가 이 기술을 갖추고 다시 비약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쉽지 않다. <뉴욕타임스>와 같은 세계 유력 매체 일부만이 투자를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버즈피드>와 같은 신생 미디어는 지적 기술을 기초로 콘텐츠의 생산을 컨트롤하고 있다. ‘파운드’라는 데이터 분석 및 예측 소프트웨어로 소비자들의 선호를 파악하고 내다본다. <버즈피드> 발행인 다오 누엔이 “우리는 인기 있는 콘텐츠를 프로모션하지 않는다. 인기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콘텐츠를 프로모션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에의 입점도 그들은 오히려 우려보다는 기회로 삼고 있다. <버즈피드>의 전략이 조명을 받는 이유는 트래픽을 가져오는 방식에서 트래픽을 밖으로 내보내고도 비즈니스를 향유할 수 있는 지식 기술의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말하는 버티컬 통합 전략에서 네트워크 통합 전략으로의 전환이다. 네트워크 통합은 자사 콘텐츠가 소비되는 플랫폼 경로에 구애 받지 않고도 비즈니스를 영위할 수 있는 전략이다. 광고 시장을 제어하기 위한 접근 방식으로 자사 콘텐츠가 누구에게 어떤 형태로, 어느 정도 규모로 전달됐는지 다른 플랫폼으로부터 직접 수집하거나 획득해낸다. 이를 통해 광고주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고 소비를 제어한다.

기실 플랫폼이 뉴스를 매개하는 방식이 주류가 되면 저널리즘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개연성이 있다. 예를 들면, 뉴스 콘텐츠의 가치를 시장의 판단에 전적으로 내맡기는 방식이 정당화된다.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채널은 자신들의 알고리즘에 따라 뉴스 가치를 판단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구조다. 뉴스 생산자가 부여한 가치는 플랫폼을 거치면서 시장의 가치로 대체된다(Siapera. 2014). 저널리즘을 두고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형성됐던 긴장감은 해체되고 시장의 선호만이 뉴스 소비의 중심에 남는다. 이것이 저널리즘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지는 생각해볼 대목이다.

국내 언론사에 주는 시사점

스냅챗 뉴스 서비스 '디스커버'.

스냅챗 뉴스 서비스 ‘디스커버’.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이 국내로 진출할지는 미지수다. 카카오톡 채널 또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단정하기 쉽지 않다. 다만 한 가지 사실은 명징하다. 뉴스를 매개로 소비자와 광고 시장의 제어권을 쟁취하기 위한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의 노력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보사회의 속성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이 주체들이 강력한 네트워크 파워와 기술력을 앞세워 영향력을 확장해나갈 것이라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페이스북이 페이퍼 앱의 실패를 교훈 삼아 인스턴트 아티클을 제시했고, 카카오는 카카오토픽의 실패를 거울삼아 카카오톡 채널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그것이 또 한 번의 실패 과정을 겪더라도 뉴스의 제어권 장악으로 발생할 이익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언론사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미 온라인에서 언론사 브랜드의 존재감은 희미해지고 있다. 인스턴트 아티클에 결합하는 순간 페이스북에 뉴스를 공급하는 콘텐츠 프로바이더(CP)로 위상이 추락한다. 생산, 유통, 소비를 장악했던 신문의 위상은 그저 추억거리에 불과해진다. 에밀리 벨의 지적처럼 자사 플랫폼의 독립적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단순 콘텐츠 사업자로 전락할 위기를 맞게 된다. 역으로 이들 플랫폼에 뉴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독자 와의 접점을 유지함으로써 창출할 수 있는 적지 않은 광고 수익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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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무엇보다 자사 플랫폼의 자생력을 증대시킬 수 있는 링크의 흡인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바라바시는 네트워크의 속성을 언급하면서 적익부(fit-get-rich)의 원리를 언급한 바 있다(Barabasi, 2002/2002). 적합성이 네트워크의 부를 만들어낸다는 맥락에서다. 일부는 이 원리를 네트워크의 승자독식을 초래하는 근원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적합도란 다른 웹페이지보다 더 많은 링크를 연결시키는 매력의 정도다. 현재 언론사들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비해 적합도 측면에서 취약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국내 언론사의 경우 수많은 혐오 광고를 부착하며 링크의 연결 매력을 감쇄시키고 있다못해 링크의 단절을 유도한다. 결과적으로 플랫폼 자생력은 하락하게 될 것이고, 이는 다시 네이버나 카카오로의 네트워크 집중을 초래할 것이다. 당분간 포털 플랫폼이 경쟁 우위가 지속될 가능성이 더 높은 이유다.

다시 말하지만 언론사가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제어권을 뒤집을 확률은 당분간 높지 않다. 현재의 문제가 아니라 10~20년간 누적돼 온 대응 방식의 소홀함에서 비롯된 결과다. 어쩌면 페이스북과 카카오의 제어력 노쇠화를 기다리며 절치부심 다음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른다.

종합적인 맥락에서 언론사가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과 국내 포털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오히려 <버즈피드>의 네트워크 통합 전략처럼, 데이터와 콘텐츠 공급을 교환하면서 자신의 콘텐츠와 네트워크 파워를 크로스 플랫폼의 관점에서 성장시키는 것이 현실적이다.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으면서도 콘텐츠와 관계 네트워크를 무기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MCN 사례도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소셜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들과 대등한 협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보 프로세싱의 혁신을 차근차근 이뤄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상생은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을 통해 쟁취하는 것임을 언론사는 잊어서는 안된다.

참고 문헌

  • Barabasi and Albert-Laszlo, 2002. Linked : The New Science of network ; 강병남·김기훈 역, 2002, 『링크 : 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의 과학』 (동아시아).
  • Beniger and James., 1986, The Control Revolution. Harvard University Press.; 윤원화 역, 2009,『컨트롤 레볼루션 : 현대 자본주의의 또 다른 기원』 (현실문화).
  • Bell and Daniel., 1976, The Coming of Post-Industrial Society. Basic Books.; 김원동·박형신 역, 2006, 『탈산업사회의 도래』 (아카넷).
  • Pine and Joseph., 1992, Mass Customization : The New Frontier in Business Competition.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 Siapera and Eugenia., 2013, “Platform Informediation and Jouralism,” Culture Machine, Vol.14.

이 원고는 한국언론중재위원회 정기간행물 ‘언론중재’ 가을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블로터>는 한국언론중재위원회의 양해를 얻어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