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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블로거] ‘행복한 가족’은 존재할까
by 이여영 | 2010. 0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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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문학동네), 정이현, 1만2천원.

가족은 행복할까. 세상에 존재하는 가족 중에 몇 개의 가정이 온전한 행복을 누리고 있을까. 정확한 통계를 낼 수는 없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가정은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하고 다닌다. 이 세상에 가족보다 소중한 건 없다고, 자신은 완벽한 가정환경 속에 살고 있다고, 가족을 위해서는 어떤 희생이라도 치를 수 있다고.

‘가족’이 소중한 가치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생각이나 의도는 없다. 그러나 그 소중한 것을 지켜내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 지, 겉으로 행복한 척 보이는 것보다 구성원들 개개인이 진정으로 그렇게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정이현의 장편소설 ‘너는 모른다’가 말이다.

전형적인 강남 중산층 모습이 그려진다.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돈을 많이 벌어오는 아버지, 말없이 뒷바라지 잘 하는 우아한 외형의 어머니, 의대에 다니는 조용한 아들, 집에서 꼬박꼬박 용돈을 받아가는 다 큰 백수 딸, 그리고 버버리 키즈 원피스를 입고 바이올린을 배우는 초등학생 막내 딸. 경제적으로 부족함은 없지만 대화가 단절된 지는 오랜 가족.

어느 날 막내딸이 실종된다. 중국을 오가며 장기밀매를 하는 아버지는 자신과 관련된 조직에서 딸을 납치했다고 생각한다.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는 탓에 경찰에 신고를 할 수가 없다. 그래서 탐정을 고용한다. 아버지 김상호와 두 번째 결혼을 한 화교 어머니가 친정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대만에서 어린 시절부터 사귀어 온 남자친구를 만나고 있던 시점이었다. 배다른 오빠가 막내를 봐주기로 한 계획과 달리 집을 비운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오빠는 아버지에게 돈을 뜯어내고자 남자친구와 함께 납치계획을 세운 적이 있는 큰 딸과 함께 있었다. 그리고 마침 그 남자친구의 연락이 끊어지던 그 시점이었다.

가족들은 각자가 막내딸 유지의 실종이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가족들에게 책임을 돌린다. 가정에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누군가 희생양을 찾고 싶어 하는 보통 사람들의 심리 그대로다. 소설 속에는 누구나 겪고 누구나 생각하는 감정들이 불편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딸의 실종과 장기밀매업에 종사하는 아버지, 화교에 정부를 둔 어머니, 그리고 자해를 일삼는 딸이라는 극단적인 소설의 장치가 다를 뿐이다.

leeyy_b01설정이 극단적이기는 했지만, 소설이 아닌 치밀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 탐사보도 한 편을 읽은 느낌이다. 입 밖에 내놓지는 않아도 가족의 해체를 몸으로 겪고 있는 요즘 사람들의 마음과 현실을 이토록 잘 읽어냈다니. 전작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시크한 도시여성의 감성을 대변하던 저자의 작품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멋지고 당당한 솔로로 영원히 살 것 같던 정이현 작가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그렇게 살다보니 가족에게 눈을 돌리게 된 걸까. 전작에 몰입했던, 올해로 서른의 솔로 여성이 된 나로서는 작가에게 일말의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작품에 대한 것일 뿐. 책 관련 프로그램 녹화장에서 만난 정이현은 “작품은 작품이고 저는 또 저의 사생활이 있는 거니까요”라고 단호하지만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작가가 색깔이 다른 작품을 냈다고 해서 독자가 배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은 그 작품 하나하나가 그만큼 읽는 이를 끌어당겼다는 반증 아닐까. 출판평론가들이 사석에서 정이현을 두고 앞으로 우리 문학계를 이끌어나갈 거목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너는 모른다’에 나오는 “시체가 발견된 것은 5월의 마지막 일요일이었다. […] 조기축구회 유니폼을 입은 이기적인 가장들이 넓적다리와 정강이 근육을 조였다 풀었다하면서 중학교 운동장을 달리는 시간이었다”와 같은 미칠 듯이 공감이 가는 사실적인 묘사도 그렇지만, 우리 현재의 문제에 대해 전례 없는 깊은 관심과 관찰을 선사했다는 점에서 그 뒷이야기들이 일리 있게 들렸다. 지금 서점에 나와 있는 소설 중에 단연 최고의 문제의식이라 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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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미디어와 중앙일보를 거쳐 프리랜서 기자로 일한다. 시대상과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라이프스타일 분석이 주 관심사다. 저서로는 20대 직장인을 위한 사회생활 지침서 '규칙도 두려움도 없이'가 있다. (@lifestylereport)
1 Responses to "[책읽는 블로거] ‘행복한 가족’은 존재할까"

달나도를 드라마와 책으로 재미있게 본 저로서는 꼭 한번 보고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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