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정책, 무인화 대책은 안 보이네

가 +
가 -

삶이 곧 고단인 세상이다. 취직은 어렵고 일자리는 희박하다. 팍팍한 삶에 청년들의 성격은 비뚤어지기 일쑤다. 실업이 낳은 분노는 극단의 분열을 낳고 있다. 일자리의 소멸이 불러온 투쟁 같은 경쟁 사회의 단면이다.

일자리 창출에 또다른 장벽이 쌓이고 있다. 무인화라는 기술의 벽이다. 인공지능 로봇으로 상징되는 무인화 흐름은 더 이상 미래 얘기가 아니다. 이미 생산 현장 곳곳에 로봇이 투입되고 있고 기존 노동 인력을 대체하고 있는 현실이다.

인공지능 로봇의 가격 하락도 제조업 무인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인공지능 산업로봇을 대표하는 리씽크 로보틱스와 유니버셜로봇은 각각 2만달러, 3만달러대 로봇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리씽크 로보틱스의 산업로봇 ‘소이어’는 2만9천달러부터 판매되고 있고 유니버셜로봇의 UR3도 2만3천달러 수준이다. 웬만한 노동자들의 연봉보다 낮은 가격으로 실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너무나 빠른 한국 경제의 로봇 자동화

https   www.bcgperspectives.com Images BCG_The_Robotics_Revolution_Sep_2015_tcm80-197133.pdf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인도네시아 등과 함께 한국을 공격적인 로봇 채택 국가로 분류했다. 로봇 에 의한 인간 노동 대체 속도 측면에서 보면, 미국이나 중국보다 더 빠르다고 본 셈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지난 9월 공개한 ‘로봇 혁명’ 보고서는 한국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한국은 인텔리전트 로봇 산업의 육성을 위한 신규 5개년 계획을 시작했고 광범위하게 이를 채택하기 위해 독려하고 있다. 이런 경향이 더 강화할수록 현 노동 규제 하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퇴직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해고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공격적인 수용형 경제구조에서는 인간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게 더 쉽다”

뿐만 아니라 한국을 어느 나라보다 로봇에 의한 노동 대체율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5년까지 제조업 일자리의 약 40%가 로봇으로 자동화될 것이라는 게 보스턴컬설팅보고서의 지적이다. 보고서의 성격상 기업의 유익의을 설명하는 측면이 중심이 된 탓에 “다른 국가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비용 절감으로 한국이 유리한 지위를 갖게 될 것”이라고 긍정적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로봇 대체 가능성이 높은 산업군은 보고서 등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중공업, 운송 장치 산업, 컴퓨터와 전자 제품, 전기장치와 가전 등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대부분이 대체 가능성 높은 산업군에 포함돼있다. 일자리 창출보다는 로봇에 의한 자동화가 더 빨리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보고서의 전망대로라면 앞으로 10년 안에 국내 제조업 상당수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 창출 노력이 제조업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정치권 관심에서 무인화 일자리 감소는 후순위

인간의 노동 행위를 학습할 수 있는 유니버셜 로봇의 산업용 로봇 홍보 자료. 빠른 비용 회수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이미지 출처 : 유니버셜로봇 홈페이지)

인간의 노동 행위를 학습할 수 있는 유니버셜 로봇의 산업용 로봇 홍보 자료. 빠른 비용 회수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이미지 출처 : 유니버셜로봇 홈페이지)

정치권은 미래입법이라는 산업의 자동화를 진작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예를 들면 무인자동차의 임시운행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자동차 관리법 개정안’이다.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여성가족부 장관)이 대표 발의한 이 개정안에는 자율주행자동차의 정의 조항을 신설하고 시험, 연구 목적으로 무인차 운행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의 무인화가 가져올 일자리 감소 등 사회적 부작용에 대응하는 정책은 정치권에선 아직 논의되고 있지 않다. 앞서 언급했듯 일자리 창출 대책에 ‘자동화’라는 변수는 고려도 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보다 로봇 대체 정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영국에서는 자동화에 따른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화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 바이 있다. 로봇 권위자인 영국 브리스틀대 전자공학과 앨런 윈필드 교수는 “저숙련 노동자의 경우 대부분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퇴직금은 아주 적거나 없는 경우가 많다”라며 자동화로 1차적 피해를 입게 되는 노동자를 위해 별도의 지원금을 쌓아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동화세가 자동화 기술 자체를 저지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윈필드 교수는 “나는 자동화 반대론자가 절대 아니다”라며 “기업은 자동화가 초래할 해고에 대해 높은 수준의 책임감을 받아들일 것을 독려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업은 그들이 터잡고 있는 공동체에 보다 폭넓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했다. 로봇에 의한 자동화가 해고를 유발했을 경우에만 부과한다는 측면에서 나름 현실성을 담고 있는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무인 교통 본격화하는 2020년 다가오는데

How it works – Google Self-Driving Car Project

오는 2020년이면 테슬라를 위시해 구글, 애플 등이 무인자동차를 출시하는 시점이다. 일본에선 로봇택시라는 기업이 무인택시를 상용화하는 첫 해기도 하다. 중국에선 무인버스가 시험 운행에 성공했고 메르세데스 벤츠는 무인트럭도 초기 모델이나마 선을 보였다. 운송 분야에서 무인화는 가정을 넘어 현실화 수순을 밟고 있다.

더 읽어보세요!

제조업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MIT는 최근 예민한 수작업이 요구되는 작업을 대체할 수 있는 센서 기반 로봇 손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실리콘으로 제작된 이 로봇 손은 기존 인공지능 로봇 등과 결합해 인간 노동의 고유 영역을 파고들 기세다. 인공지능 로봇이 침투할 수 있는 산업군이 그만큼 더 넓어진다는 얘기다.

이미 중국에서는 로봇에 의한 자동화로 5년 만에 인력을 2천명이나 줄인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컴퓨터 키보드와 마우스를 생산하는 라푸테크놀로지는 스웨덴 ABB 로봇 80대를 도입한 뒤 직원수가 3천명에서 1천명으로 감소했다. 중국은 노동자의 임금 상승을 로봇으로 대체하며 억제하고 있다.

문제는 정치권이 이러한 기술의 비약적 발전 속도에 상대적으로 둔감하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다가올 미래의 얘기쯤으로 치부하는 것이 현실이다. 운송 자동화가 시작될 2020년은 차기 총선과 대선으로 선출된 시민의 대변자들이 국회와 청와대에서 직접 정책을 주도하는 시점과 물려있다. 임기 내에 벌어질 심각한 일자리 감소에 대해선 여전히 미온적인 반응이다.

리씽크 로보틱스의 인공지능 산업 로봇 소이어. 가격은 2만 달러대이다.(사진 출처 : 리씽크 로보틱스 홈페이지)

리씽크 로보틱스의 인공지능 산업 로봇 소이어. 가격은 2만 달러대이다.(사진 출처 : 리씽크 로보틱스 홈페이지)

새누리당의 씽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 대책에 대해 “담당 연구자가 국책기관장으로 옮겨가면서 퇴직하는 바람에 그 문제를 얘기해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차원에서라도 정리한 입장이 없느냐는 질문에도 “당에 문의해보라”고만 답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사정은 비슷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미래 성장정책을 연구하는 정상희 부연구원은 무인화와 일자리 문제에 대해 “현재 연구 차원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정 부연구원은 “필요하긴 하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다”라며 “현재 신성장동력을 큰틀에서 접근하고 있는 중이라 그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시 강조하지만 산업의 무인화는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무인화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으면 일자리 창출 정책은 무력화될 수 있다. 노동 비용을 감소시키려는 기업들의 욕망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촉발된 고용 수요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 로봇에 의한 대체 가능성이 높은 산업군에서는 몇 년 뒤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은 유난스럽게도 로봇에 의한 노동 대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경제적 조건을 품고 있다.

네티즌의견(총 9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