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70조원에 EMC 인수…4가지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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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이 10월12일 EMC를 670억달러, 우리돈 약 70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IT업계에서 이뤄진 인수합병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다. 2014년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인수했을 때 약 191억달러(20조원)를 투자했다. 2009년 오라클이 썬마이크로시스템을 인수했을 땐 약 82억달러(8.5조원)를 썼다. 이와 비교하면 이번 인수가 얼마나 큰 규모인지 알 수 있다. 델은 무엇때문에 EMC를 사려 했을까. 델의 EMC 인수건과 관련한 궁금증을 살펴보자.

1. 델·EMC는 어떤 기업?

델은 1984년 설립된 기업이다. 2013년 기준으로 직원은 10만명 정도다. 초기에 PC와 모니터 같은 B2C 사업에 집중했고, 2012년부터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시장에 적극 뛰어들었다. 현재는 PC와 서버 분야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가트너, IDC 등에 따르면 주력 제품이던 PC와 서버 분야에서 매출 기준으로 업계 점유율이 2-4위에 머무르고 있는 걸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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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C는 1979년에 설립된 기업이다. 델에 비해 일반 소비자들에겐 익숙하지 않지만, B2B 업계에서는 입지가 넓은 기업이다. 특히 스토리지 업계에 1위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다. IDC 발표에 따르면 국내 외장형 디스크 스토리지 시스템 시장에서 EMC는 매출 기준으로 약 41%의 시장점유율로 10년 넘게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EMC는 VM웨어, 피보탈, RSA 시큐리티같은 B2B 기업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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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델, EMC 인수 후 계획은?

델은 EMC와의 인수 작업을 2016년 5~10월께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델은 EMC 주주에게 주당 24.05달러의 현금과 EMC 자회사인 VM웨어 부문에 대한 트래킹 주식을 줄 예정이다. 델코리아는 본사 보도자료 외에 따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국내 EMC 홍보팀은 “인수 작업이 끝나기 전까지 EMC는 국내 영업서비스, 유지서비스, 컨설팅, 고객관리를 예전처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MC는 델에 인수되면서 비상장 상태로 전환된다. 이미 상장된 EMC의 자회사 VM웨어는 앞으로 델이 관리한다. 델은 보도자료를 통해 “VM웨어는 일단 상장기업으로 유지된다”라고 설명했다.

델 본사는 지금처럼 텍사스에 자리잡게 된다. 델은 보도자료를 통해 “두 회사가 합병 된 뒤 새로운 엔터프라이즈 부서의 사무실은 매사추세츠주 홉킨턴이란 도시에 위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EMC 본사가 홉킨턴에 있으므로, 두 회사의 합작 작품은 EMC 사무실에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3. 델·EMC 중 어디가 더 ‘잘 나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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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기업 규모는 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시가총액)로 어림한다. 델은 현재 시가총액을 알 수 없는 상태다. 상장 폐지된 이후 재무와 관련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델은 2013년 상장폐지를 발표하면서 “244억달러 규모 지분을 인수했다”라고 설명하며 당시 델의 가치를 설명했다.

EMC는 현재 상장된 상태로 시가총액이 540억달러 규모다. EMC 매출에서 자회사 VM웨어 비중이 크기 때문에 해당 시가총액엔 VM웨어의 가치가 포함돼 있는 상태다. 델은 2013년 이후 크게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 시가총액이 540억달러를 넘지는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다시 말해 델이 자신보다 몸집이 큰 기업을 인수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델은 이번 인수를 위해 MSD파트너스와 실버레이크라는 투자사와 손잡고 자금을 준비했다.

EMC의 자회사 VM웨어의 시가총액은 약 290억달러다. EMC는 자회사인 VM웨어의 주식을 80% 정도 소유하고 있다. 델이 EMC를 인수한다는 발표가 나자 VM웨어 주식이 8% 하락하기도 했다.

4. 델은 왜 EMC를 인수했을까?

델과 EMC는 일부 경쟁관계이지만, 주력 제품은 서로 다른 편이었다. 델은 서버 업계 2위이며, PC 제조업체 시장에서는 3위였다. 델은 스토리지 사업을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EMC의 경쟁업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했다. EMC의 경쟁자라면 보통 HP, 넷앱, 히타치, IBM 등을 꼽는다.

많은 외신들은 델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EMC를 인수했다고 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설립된 지 30년도 더 된 회사들이다. 이러한 기업들은 좋게 말하면 전통기업으로, 기술의 노하우와 안정성이 보장되는 기업이다. 반대로 보자면 혁신이 없고, 성장률이 낮은 기업이라고 평가받는다. 매출은 예전만큼 유지는 되긴 하나 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니 기업가치가 떨어진다.

실제 델의 핵심 산업인 PC 사업은 상장폐지 전부터 하락세를 유지했다. 델이 상장폐지 후 B2B 산업에 집중한 이유도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서버 시장이나 전통적인 엔터프라이즈 시장이 침체되고 있으며, 델은 서버 시장 업계 1위인 HP와 격차를 못 좁히고 있다. 최근 1년간 델의 서버관련 매출 성장률은 10%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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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폐지 전의 델의 수익(사진 : 스태티스타)

<뉴욕타임스>는 10월12일 ‘델의 야심찬 베팅’이라는 보도를 통해 “델이 EMC를 사느라 많은 대출을 받았을 것”이라며 “PC 사업을 넘어 엔터프라이즈 사업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MC 입장도 마찬가지다. <블룸버그>는 10월12일 보도를 통해 “EMC가 새로운 기업을 인수하면서 입지를 넓혔지만 성장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라며 “2014년에 이미 EMC 이사회가 새로운 전략을 찾기 위해 HP에 인수되는 것을 검토하기도 했다”라고 보도했다. 두 기업은 앞으로 각자 준비하고 있던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SDDC) 같은 기술을 함께 준비해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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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C 지난 4년간 총수익과, 순이익(사진:인베스팅닷컴)

델이 단순히 하드웨어 사업을 얻기 위해 EMC를 인수한 게 아니라, 자회사 VM웨어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현재 가상화, 컨테이너 같은 기술이 엔터프라이즈 업계에서 성장하고 있으므로 델의 하드웨어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다. <네트워크월드>는 10월12일 보도를 통해 “일부 분석가는 VM웨어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말하고, 어떤 분석가는 나름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보았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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