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의 가장 큰 적은 이명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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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상식과 원칙을 강조하던 노무현이란 정치인이 필마단기로 대선에 출마,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에게는 돈도 백도 이렇다할 정치적 기반도 없었다. 아젠다를 좌우하던 보수 언론들도 그의 편이 아니었다. 명분과 유권자들을 상대로 쏟아내는 시원시원한 메시지들이 그가 지닌 자산의 전부였다.

임금자리는 하늘이 낸다는 말이 사실이었을까? 그가 갖고 있던 자산은 예상을 뒤업고 대선판에서 실로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기존 정치에 실망하던 많은 대중들은 그가 토해냈던 사자후에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고 이것을 발판으로 그는 그 누구도, 심지어 자신마저도 예상하지 못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그에 대한 대중의 열광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미국에 할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그는 명백한 침략전쟁인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우리 국군을 파병한데 있어 국가보안법 철폐, 교육 개혁, 노동문제 등에 있어서도 대통령이 되기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통령 후보 시절 보여준 불온한 자유주의자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고, 갈수록 그가 그토록 대립각을 세우고자 했던 보수정치인의 냄새를 풍겼을 뿐이었다.  

이런 그의 모습에 많은 대중들이 실망하고 좌절했다. 지역 균형 발전 정책 등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으나 그에 대해 대중들이 지녔던 기대치를 뛰어넘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는 자신이 하겠다고 했던 일들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기득권층의 저항 때문”이라며 수시로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그를 감싸안기 보다는 그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분노했다. 술자리에서 그를 씹는 대중들의 목소리가 밤마다 울려퍼졌다.

어쩌면 그의 말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수구적인 거대 야당과 기득권층의 저항 그리고 보수 언론들의 프로파간다가 대한민국을 변화시키고자했던 그의 의지를 꺾어버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 하다. 변화를 기대하며 그를 선택한 대중들에게 달라진 그는 잘못뽑은 정치인의 모습으로 다가올 뿐이었다. 이것은 말과 생각만으론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고정 관념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뿌리내리는 커다란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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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또 한명의 ‘불온한(?) 정치신인’이 대권에 출사표를 던졌다. 유한킴벌리에서 사람중심의 경영으로 희망을 쏘아올린 문국현 후보다. 이런 그가 지난 1일 밤 블로거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키워드는 과거와의 단절이었다. 뿌리깊은 부패, 반인간적인 신자유주의를 버리고 사람이 중심이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가짜 이명박 vs 진짜 문국현’ 구도로 대선판을 끌고 나가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비정규직 문제, 부동산, 교육, 정부 개혁 부문에서 그는 기득권층이 들으면 놀라 자빠질만한 파격적인 얘기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관련글1: 블로거, 문국현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묻다
관련글2: 문국현 : 좋은 기업가가 좋은 대통령이 될 수도 있을까.

듣는사람 입장에서 대부분이 속시원한 얘기들이었다. 개인적으론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참석한 블로거들 대부분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문 후보의 발언들을 들으며 속시원한 생각은 들면서 한편으로는 과연 될까라는 의구심도 적잖이 밀려들었다. 다들 마찬가지였나 보다. 간담회에 참석한 블로거들은 “기득권층의 저항을 어떻게 뛰어넘겠느냐?”는 질문을 많이 던졌고, 이에 대해 문국현 후보는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정면돌파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런 그의 자신감은 대중들에게 어느정도 호소력을 발휘하게 될까? 개인적으론 다소 회의적이다. 그의 논리에 동조하는 이들이 많을지 몰라도 실현 가능성을 놓고서는 회의적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실망감을 맛본 많은 대중들이 파격적인 슬로건을 들고 나온 문 후보를 지지하는데 있어 머뭇거릴 가능성이 높다. ‘이상주의만으로는 변화를 이끌 수 없다’는 무서운 고정관념이 대중들의 선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싫든 좋든 많은 이들이 이상보다는 현실에 무게를 두고 살아가는 시대가 아니던가? 많은 대중들은 이제 바람앞에 흔들리는 순수한(?) 갈대는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국현 후보는 이명박과의 일대일 대결 구도를 만든다면 승산이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문국현씨에게 가장 큰 적은 이명박씨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그의 정책에 실현 가능성이란 잣대로 접근하는 고정관념들이 넘어야할 더 큰 장애물이 아닐까?

그는 자신의 정책과 비전이 이상주의적으로 몰리는 것에 대해 억울해할지도 모르겠다. 그가 보기에는 오랫동안 준비해왔고, 충분히 해볼만한 승부수인데 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문 후보가 아니라 대중들의 생각일 것이다. 선거에서 당락을 좌우하는 것은 문 후보의 생각 자체가 아니라 대중들이 문 후보의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대중들이 그의 생각을 이상주의적이라고 여긴다면 그가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어떤 정치인의 정책을 꼼꼼히 살펴보고 그에 대해 판단하지 않는 편이다. 신문과 방송에서 나타나는  발언들을 놓고 지지 여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아쉽지만 이게 현실이다. 이에 문 후보가 현실속에서 대중들에게 이상주의자 이미지로 비춰진다면 그에게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글을 쓰는 것은 문 후보의 정치적 한계성을 논하고자 함이 아니다. 그가 지닌 생각중 많은 것들은 지금의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것들이다. 이에 그가 이명박 후보와 명승부를 펼치려면 앞으로 자신를 이상주의자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데 좀더 신경을 써야하지 않을까 싶다.

자신감만으로는 50% 부족해 보인다. 맞고 틀리다와 상관없이 지금의 문국현에겐 자신에게 드리워진 이상주의자란 이미지를 희석시킬 필요가 있다. 다음이 아니라 이번 대선에서 승부를 보려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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