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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

미디어여, 움직여라…‘움짤’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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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5년 12월28일, 프랑스 한 카페에서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 상영회가 열렸다. 50초 길이의 움직이는 이미지는 이날 ‘영화’가 됐다.

영화가 탄생한 지 올해로 120년, 지금 움직이는 이미지 또는 활동 사진들은  웹에 있다. 물론 영화라고 호명되진 않는다.  대부분 ‘움짤'(움직이는 짤방) 1이라고 부른다. 웹 공간에서 이미지를 움직이기 위해 움짤이라고 하는 것들은 다 애니메이션 GIF 형식이다. 애니메이션 GIF는 제작 파일 하나에 여러 이미지를 프레임처럼 묶어 간단한 애니메이션 효과를 낼 수 있는 파일 형식이다.

120년 전 움직이는 열차를 보고 놀라 도망친 관객이 있었다면, 지금 시대 ‘움짤’은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소통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 인터넷 세대에게 마찬가지다. <와이어드>는 올해 초 “순간을 캡처할 수 있지만 움직임이 있으며, 개인적이면서도 공유하기 쉽다”란 이유를 들며 “애니메이션 GIF는 완벽한 인터넷 예술 형태”라고 보도한 바 있다.

움짤의 인기가 높아지자 우선 이용자들의 활동을 먹고 사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나섰다. 2013년을 기점으로 트위터텀블러 등 다양한 소셜 미디어들이 애니메이션 GIF 파일 형식을 지원하기 올리고 공유할 수 있게 나섰다. 카카오의 카카오스토리와 플레인, 네이버의 폴라 역시 움짤을 지원한다.

마지막까지 움짤 대열에 동참하지 않았던 페이스북마저 올해 5월부터 움직이는 GIF 파일을 공유하고 볼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지난 10월19일부터는 페이스북 페이지까지 움짤 기능을 적용했다. 또한 현재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 공간에 7초 이내의 반복 재생되는 동영상을 추가할 수 있는 기능을 미국과 영국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하고 있다.

뉴미디어와 움짤, 궁합 잘 맞네

버즈피드나 훌루, 텀블러 등 상대적으로 전통 매체에 비해 틀을 깨는 시도를 하는 미디어들이나,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잡은 곳들이 움짤과 친하게 지내려 노력한다. 특히 버즈피드는 움짤을 활용해 스토리텔링하는 기사를 잘 생산해내는 것으로 워낙 유명한 매체다. 버즈피드식 움짤 구성 기사는 전세계 많은 매체들에 영향을 주었다.

버즈피드는 움짤 활용을 좀 더 진화시켜 모바일에 더 최적화할 계획이다. 올해 초 2월 버즈피드는 동영상을 움짤로 만들어 주던 앱 ‘고팝’을 개발했던 모바일 인터랙티브 미디어 스타트업 고팝을 인수했다. 당시 제시 섀핀 고팝 최고경영자(CEO)는 “버즈피드의 모바일 실험을 이끄는 일은 고팝의 핵심 철학을 계속 모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미국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 역시 지난 4월 GIF 파일 검색엔진 ‘퍼펙트 GIF’를 출시했다. 훌루는 미국의 지상파 방송을 주도하는 전통적 미디어 회사들이 합작해 만든 곳이지만, 존재 자제가 ‘뉴미디어’이며 존재하기 위해선 움짤 문화에 익숙한 세대에 다가가야 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움짤 서비스 출시는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퍼펙트 GIF’는 훌루가 콘텐츠를 제공하는 폭스와 NBC, ABC, MTV, 쇼타임에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나 ‘스타트랙’, ‘X파일’ 같은 고전물에서 저작권 문제가 없는 양질의 콘텐츠를 GIF 파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훌루는 저작권 문제가 없는 양질의 움짤을 제공함으로써 움짤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훌루를 알리고, 더 나아가 구독자로 포섭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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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플랫폼 서비스 텀블러는 움짤만 나오는 TV 서비스 ‘텀블러TV’를 6월 공개했다. 텀블러TV에선 GIF 파일이 자동으로 돌아가며 무한 재생된다. PC웹버전으로 공개된 텀블러TV는 움짤을 전체화면으로 제공한다. 텀블러TV에 나오는 TV채널은 단순하다. 움짤 하나가 2~5번씩 반복해 재생된 후 다른 움짤로 넘어가 재생되는 식이다. ‘재생’ 버튼과 함께 ‘앞으로 가기’, ‘뒤로 가기’ 버튼도 있다. 마치 슬라이드쇼 느낌도 든다.

시청자는 특정 블로그나 해시태그 등으로 재생될 움짤의 주제나 소재 등을 설정해 놓을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움짤에는 관련 태그가 붙어 있다. 또한 텀블러는 왼쪽 상단에 검색창을 배치했다. 시청자는 검색창을 통해 관심 있는 주제의 움짤만 모아 볼 수 있다. 시청자 개개인만의 움짤TV가 나오는 셈이다. 만약 시청자가 따로 설정해두지 않으면 텀블러가 알아서 최근 인기 높은 움짤을 모아 재생시켜준다.

모바일 동영상, 점점 움짤스럽게

최근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마주하는 영상들이 점점 더 ‘움짤스러워진다’는 인상을 받는다.  물론 그들의 포맷을 놓고 본다면 그 경계선들을 명확히 그을 수 있지만.

‘움짤스러움’의 요소는 2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길이가 짧다. 유튜브가 15분으로 업로드 제한 길이를 두었던 것에 비해 최근 모바일 토양에서 등장한 서비스들은 러닝타임을 초 단위로 잡는다. 더구나 이 길이마저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반복재생(loop)이라는 형식도 움짤과 흡사하다. 영상이 한 번 재생된 뒤, 플레이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무한 반복되는 바인과 같은 플랫폼이 등장한 것이다.

트위터가 2012년 인수한 바인은 6초짜리 동영상을 제작해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다. ‘6초’라는 짧은 길이만큼 중요한 장치는 ‘반복재생’이다. 이는 바인 식의 문법을 만들어 냈다. 시청자에게도 6초 찰나가 무한 반복되며 다른 의미와 재미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바인 영상 길이 시간이 6초일 뿐, 시청 시간은 60초 또는 6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바인’ 햄튜브. 루프(loops) 수 1천만회를 넘기기도 한다.

2010년 출시된 인스타그램에 동영상 기능이 들어간 건 2013년 6월이다. 당시 캐빈 시스트롬 인스타그램 공동창업자는 ‘비디오 온 인스타그램’을 소개하며 “업로드 영상 길이를 15초로 제한하기로 했다”라며 “이용자가 길지도, 짧지도 않다고 느끼는 가장 이상적인 길이가 15초라고 판단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인스타그램은 최근 이 ‘이상적인 길이’를 좀 더 짧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22일(현지시각) 인스타그램은 움짤 느낌을 주는 1초짜리 영상 제작 앱 ‘부메랑’을 출시했다. 부메랑은 사진 찍듯, 셔터 한 번에 여러 장의 사진을 연속 촬영해 짤막한 영상을 만들어 준다. 영상을 거꾸로 재생시키는 움직임 효과 기능도 있다. 트위터의 ‘바인’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은 “그동안 이용자들이 인스타그램에 반복 재생이나 움직임 실험 영상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라고 공식 블로그를 통해 출시 배경을 밝혔다.

인스타그램에 앞서 네이버도 바인과 비슷한 동영상 기능을 ‘폴라’에 담았다. 지난 7월 네이버는 ‘폴라’에 6장의 사진을 연속 촬영하면 GIF 파일을 손쉽게 제작할 수 있는 ‘루픽’ 기능을 추가했다. 루픽(Loopic)은 ‘순환(looping)’과 ‘사진(picture)’을 합성한 말이다. 이름이 무한 반복되는 이미지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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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는 루픽을 선보인지 두 달 만에 짤 페스티벌을 열었다.

스냅챗은 바인이나 인스타그램, 폴라 등보다 한발 더 나간다. 움짤스러운 영상이 의사소통 수단으로 주요하게 기능하는 메신저 서비스다. 이 짤막한 영상을 꾸미는 수단들이 주로 스냅챗의 수익모델이기도 하기에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최근 스냅챗은 스마트폰 영상에 애니메이션 효과를 손쉽게 줄 수 있는 기술에 특화된 스타트업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15일 스냅챗은 이모티콘을 활용해 입으로 무지개를 토하거나 눈에 하트 모양 등을 만들 수 있는 필터 ‘스냅챗 렌즈’를 새로 선보였다. 그런데 같은 날, 스냅챗 렌즈와 이와 매우 비슷한 앱 ‘룩서리’가 앱스토어에서 사라졌다. <테크크런치>는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를 인용해 스냅챗이 우크라이나 기반의 스타트업인 룩서리를 1억5천만달러에 인수했다고 보도했다.

움짤은 인터넷 문화의 알파벳

이처럼 움짤이 인터넷 공간에서 익숙한 소통 도구로 자리잡자 움짤을 언어로 만들겠다는 시도도 나온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랩의 트래비스 리치와 캐빈 후는 움짤을 인터넷 시대의 보편적 언어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 ‘GIFGIF’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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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IFGIF

‘GIFGIF’는 크라우드소싱 방식으로 움짤이 함의하고 있는 정의를 내리고자 한다. 이용자들에게 ‘화나는’이라는 형용사를 보여주고 움짤 2개를 보여준 뒤, 더 화나는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고르라는 식이다. 움짤은 수요 위주로 정하고 주로 지피 웹사이트에서 가져온다. ‘GIFGIF’ 서비스는 영어로만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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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IFGIF

트래비스 리치는 MIT 미디어랩에서 데이터 시각화를, 캐빈 후는 전기공학을 연구 중이다. 전공이 다른 둘은 꿈은 같다고 한다. 말로 하지 않아도 되는 소통 도구를 만드는 것이다. GIFGIF 역시 틈틈이 진행하고 있다. 둘은 <버즈피드>와 인터뷰에서 “움짤은 인터넷 문화의 알파벳”이라며 “인터넷 공간에서 소통하기에 적합한 표현 수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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