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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사-SK플래닛 ‘지도게이트’

2015.11.03

SK플래닛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김기사’를 서비스 중인 록앤올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SK플래닛의 지도 데이터를 김기사가 무단으로 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록앤올은 11월3일 오전 긴급 기자간담회를 마련하고, SK플래닛의 주장을 반박했다. 록앤올은 SK플래닛의 주장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맞받았다.

2015년 6월30일부로 SK플래닛과 록앤올(김기사)의 지도 데이터베이스 공급 계약이 종료됐다. 7월1일부터 김기사에서는 모든 T맵 데이터를 삭제하고 자체 지도 데이터를 활용해 서비스를 해야 한다. 하지만 SK플래닛은 다양한 증거(워터마크, POI)를 들어 지금도 김기사에 T맵 데이터가 남아 있다고 주장한다. 김기사는 이를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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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환 록앤올 대표

SK플래닛 : “김기사가 지재권 침해”…근거는 오타

김기사가 지도 데이터를 무단으로 쓰고 있다는 SK플래닛 주장의 핵심은 지도 속 오타다. SK플래닛은 이 오타를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고의로 삽입한 ‘워터마크’의 일종이라고 주장한다. SK플래닛의 워터마크, 즉 오타가 김기사 내비게이션에도 똑같이 삽입돼 있다는 것이 SK플래닛 주장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SK플래닛 지도 데이터의 길 안내 방면 명칭 중에는 ‘황룔, 남면 방면’이라는 표기가 있다. ‘황룔’은 ‘황룡’의 오기로 SK플래닛이 지적재산권 보호와 불법 사용 추적을 위해 고의로 넣은 오타다. ‘황룔’ 표기는 김기사 내비게이션에도 들어 있다는 게 SK플래닛의 주장이다. 또, 경남 함안군 군북면의 방면 안내는 ‘군복, 가야방면’으로, 나주군 일부 지역의 방면 안내는 ‘도암, 나두방면’으로 표기돼 있다. SK플래닛은 이 역시 김기사 내비게이션에서 똑같이 발견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SK플래닛과 김기사는 2015년 6월30일을 마지막으로 지도 데이터 공급 계약이 끝났다. 따라서 김기사는 지난 7월1일부터 SK플래닛의 지도가 아닌 자체 지도를 활용해야 한다. SK플래닛은 고의로 삽입한 오타를 근거로 들어 김기사가 아직도 일부 지도 데이터에 SK플래닛의 재산을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록앤올 : “오타는 있을 수 있다”

김기사 쪽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막대한 양의 방면 명칭 데이터 중 일부 똑같은 오타를 발견했다는 것을 지적재산권 침해의 근거로 들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박종환 대표는 긴급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지도 데이터 안에서 방면 명칭만 해도 10만여건이 넘는다”라며 “어떤 방식으로 똑같은 오타가 들어갔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지도 데이터 제작 업체는 지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수많은 오류를 낸다. 글을 쓸 때 오타를 내는 것이나 소스코드를 짤 때 잘못된 코드를 넣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도 데이터도 사람이 개발하는 과정에서 여러 작은 오류를 포함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보통 지도를 제작할 때는 작업자가 시중에 있는 오픈된 지도를 보면서 지도의 오류를 수정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현장에서 수집한 데이터와 사무실에서의 작업한 결과를 결합해 지도를 완성하는데, 그 과정에서 오타는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것이고요. 다른 업체의 지도 데이터를 가져오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똑같은 오타가 삽입됐을까. 록앤올은 지도 데이터 개발자가 수기로 명칭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오타를 냈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 SK플래닛의 오타와 똑같은 오타가 일부 발견된 까닭에 대해서는 여러 지도를 참고해 작업하는 과정에서 오기를 그대로 옮겨적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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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플래닛의 주장한 김기사의 ‘오타(워터마크)’ 발견 사례

SK플래닛 : “지재권 침해가 아니고선 들어갈 수 없는 오타”

록앤올의 이같은 주장을 SK플래닛은 다시 반박한다. 지적재산권 침해가 아니고서는 삽입될 수 없는 오타라는 것이 그 이유다. 예를 들어 도로 위에서 방향을 안내하는 방면명칭은 실제 그 위치에서만 나타난다. 김기사의 지도 개발자가 실제 그 위치에서 지도를 수정한 것이 아닌 이상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오타라는 설명이다. SK플래닛은 사람들이 자주 찾지 않는 지역 몇 곳에 이같은 오타를 의도적으로 삽입해 놨다.

‘관심점(Point of interest)’도 SK플래닛이 주장하는 록앤올의 지적재산권 침해 근거다. 관심점이란 지도에서 지명을 검색하거나 명칭을 검색할 때 그 명칭과 관련된 장소가 함께 뜨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연관검색어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컨대 ‘판교 SK플래닛 사옥’이라고 검색하면, POI 내용으로 ‘판교 SK플래닛 지하주차장’이 나타나는 식이다. SK플래닛은 이 POI에도 의도적인 오류를 삽입해 뒀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판교 SK플래닛 제2주차장’을 삽입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김기사에서도 실제로는 없지만, SK플래닛 지도 데이터에만 있는 똑같은 POI가 발견된다는 게 SK플래닛의 주장이다.

이광섭 SK플래닛 LBS사업팀 부장은 “보통 워터마크는 오타 형태로만 입력하지는 않는다”라며 “지도에서 눈에 보이는 데이터라면 수기로 참고하는 과정에서 똑같이 표기했다는 것을 납득할 수 있는데, 이 같은 워터마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지적재산권 침해를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록앤올 : “딴 목적 있는 것 아니냐”

김기사는 SK플래닛의 이번 소송 목적을 다른 곳에서 찾고 있다.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승승장구 중인 소규모 업체의 서비스에 대기업의 흠집내기 아니냐는 주장이다.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만난 박종환 대표는 다소 격앙돼 있었다. 그동안 SK플래닛으로부터 수많은 감정적인 압박을 받아왔다는 말로 SK플래닛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기사와 SK플래닛의 악연은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됐다.

2010년 박종환 대표는 김기사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준비하며 지도DB 업체인 SK M&C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지도 데이터를 공급받기로 약속했다. 2011년 1월 정식으로 공급 계약이 맺어졌고, 같은 해 김기사가 출시됐다. 김기사는 2012년부터 꾸준히 사용자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박종환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김기사가 이른바 대박을 치자 SK플래닛의 몽니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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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SK플래닛으로부터 김기사에 지도 공급 계약을 끊겠다는 연락이 이어졌다. 2012년에는 SK플래닛에서 인수합병 제의가 오기도 했고, 인수합병을 준비하는 실사 과정에서 SK플래닛이 김기사의 핵심 정보까지 요구했다고 한다. 인수합병이 무산되자 지도 공급 가격을 인상하는 조건을 내거는 등 김기사는 이른바 ‘을’의 입장에서 SK플래닛으로부터 많은 굴욕을 당했다는 게 박종환 대표의 주장이다. 2013년 록앤롤은 자체 지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현재 김기사가 쓰는 지도는 ‘정부3.0’ 일환으로 공개된 공공정보인 새주소 데이터베이스와 사용자들의 빅데이터를 이용해 제작한 것이라고 박 대표는 주장했다.

“심지어 2013년 겨울에는 SK플래닛에서 우리 회사를 벤치마킹할 기술자를 보내겠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어요. 엔지니어 6명이 왔더라고요. 기술 벤치마킹 하겠다고. 아무리 을의 입장이지만, 경쟁 서비스인데 그럴 수 있느냐라며 회사 앞 커피숍에서 설득해 돌려 보낸 적도 있습니다.”

박종환 대표는 “벤처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기술 개발이 아니라 영업이었다”라며 “지도 공급 계약을 끊겠다는 얘기부터 수많은 대기업의 견제를 극복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SK플래닛의 소송은 지난 10월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됐다. 아직 록앤롤 쪽에는 소장이 도작하지 않았다. 록앤롤은 SK플래닛의 소장을 검토한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를 포함한 적극적인 법률적인 대응을 고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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