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언론사들, 왜 채팅 앱에 공을 들이나

가 +
가 -

소셜미디어의 시대가 가고 채팅 앱의 시대가 오는 것일까. 해외 주요 언론사들이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만큼 채팅 앱에도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수백만명의 팔로어 집단을 보유한 언론사가 줄을 잇고 있고, 전담팀을 둔 조직도 등장하고 있다.

채팅 앱의 주 사용층인 10·20대를 흡인하기 위해 저마다 독특한 소통 방식을 적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해당 지역의 뉴스를 수집하는 용도로 쓰는 등 활용 방식도 다양화하는 추세다. 뉴스를 유통하는 대안 채널로서 채팅 앱은 매력적인 도구가 돼가고 있는 현실이다.

채팅 앱 위력 어느 정도?

채팅앱의 성장 곡선.(출처 : 토우 센터 '채팅앱을 향한 가이드)

채팅앱의 성장 곡선.(출처 : 토우 센터 ‘채팅앱에 대한 가이드‘)

콜럼비아대 저널리즘스쿨 산하 토우센터는 지난 11월9일 ‘채팅 앱을 향한 가이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는 현재 채팅 앱으로 뉴스를 유통하는 언론사들의 사례들이 총망라돼 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왓츠앱’에서부터 국내 사용자에 익숙한 ‘라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입 사례를 유형별로 분류해 소개했다.

이 보고서가 채팅 앱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기존 소셜미디어를 위협하고 있는 방대한 사용자 규모 때문이다. 최근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자료를 보면, 4대 소셜미디어의 사용자수보다 위챗, 바이버,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의 사용자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트위터 투자자 가운데 한 명인 프레드 윌슨은 “소셜미디어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그의 발언은 허언이 아니다. 단순히 사용자수에 그치지 않고 활용도 측면에서도 최상위에 올라 있다. ‘인터넷 트렌드 2015’ 보고서를 보면, 사용 빈도 기준으로 글로벌 상위 60%가 메신저 앱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냅챗과 왓츠앱의 사용률이 두드러진다. 페이스북의 위력을 넘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지만, 채팅 앱이 광범위하게 사용자 층을 확보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언론사들, 독자 개발 위해 뛰어들다

채팅 앱의 성장은 언론사의 관심을 불러냈다. 취약한 연령대 독자에 접근하기 위한 수단으로 채팅 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트류샤 배럿과 이탄 오렌은 “채팅 앱이 독자 개발과 참여를 높일 수 있는 중대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기술했다. 무엇보다 채팅 앱은 기존 소셜미디어와 달리 성장의 초입에 겨우 진입했을 뿐이어서 앞으로의 성장이 더 기대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현재 두 번째로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채팅 앱은 왓츠앱이다. 2015년 9월 기준으로 왓츠앱의 월 활동 사용자수는 9억명에 이른다. 페이스북과 비교하면 약 3분의 2 수준이지만 성장 속도는 그것에 뒤지지 않는다.

왓츠앱을 특별하게 활용하는 언론사로 이 보고서는 <BBC>를 꼽았다. <BBC>는 지난 2014년, 언론사로는 처음으로 뉴스 목적을 위해 왓츠앱에 계정을 개설했다. <BBC>는 왓츠앱 사용자층에 인도와 남아프리카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 착안해,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을 알리는 속보 서비스를 실험했다.

이 실험을 토대로 <BBC>는 사용자 콘텐츠 수집 단계로 나아갔다. 네팔 지진 사태 당시 <BBC>의 왓츠앱 계정은 위력을 발휘했다. 유선 통신 인프라가 지진으로 유실됐을 때, 시민들이 사건 현장을 직접 촬영한 이미지 등을 왓츠앱을 통해 제공했고 <BBC>는 네팔 현지 시민들이 전송한 사진을 보도에 활용했다.

<BBC>의 UGC 허브 기자인 나탈리 밀러는 연구진과의 인터뷰에서 “유전전화의 통신 두절로 e메일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왓츠앱은 빠르게 시민들이 직접 목젹한 광경, 사진, 영상을 우리에게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왔다”라고 설명했다. 팩트 검증 측면에서도 왓츠앱은 유용했다고도 말했다. 발신자의 현지 휴대전화번호를 확인할 수 있어서 위치 파악이 즉각 이뤄진다는 것이다.

<버즈피드>는 ‘라인’, <워싱턴포스트>는 ‘킥’

IMG_4142

<워싱턴포스트>의 채팅봇.(출처 : 킥 블로그)

네이버가 일본 법인을 통해 출시한 라인도 언론사들이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채팅 앱이다. <버즈피드>는 그 가운데서도 톡톡 튀는 운영 방식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버즈피드>는 스티커를 사용자들과의 교감 수단으로 삼고 있다. 경성보다는 연성 콘텐츠에 집중하면서 빠르게 세를 확장하고 있다.

<버즈피드>는 불과 몇 달 만에 라인 구독자 20만명을 확보했다. 비결은 스티커였다. <버즈피드>는 자체 제작한 스티커를 구독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며 사용자를 끌어모았다. 이렇게 모은 사용자들에게 <버즈피드> 특유의 재치발랄한 콘텐츠를 노출해 재방문을 유도했다.

‘당신에게 가장 잘 맞는 해리포터 호그와트의 집은 어떤 것인가’를 묻는 질문형 퀴즈는 <버즈피드>가 계정을 개설한 이후 가장 많이 본 콘텐츠로 기록되기도 했다. <버즈피드>의 브라이언트 후아는 “경성 뉴스는 라인에서 잘 공유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캐나다 스타트업이 개발한 채팅 앱 ‘킥'(Kik)도 사례 연구 목록에 포함시켰다. 킥은 월 활성사용자 8천만명으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익명 가입, 챗봇 서비스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킥의 챗봇으로 사용자와 일대일로 소통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챗봇은 일종의 인공지능으로 사용자가 질문을 하면 키워드를 인식해 봇이 자동으로 답변을 제시한다. 로봇이 글을 작성하는 경우에도 ‘<워싱턴포스트>는 현재 타이핑 중입니다’라는 문구를 띄워, 사용자들이 친근함을 느끼도록 하고 있다.

챗봇은 ‘채팅형 광고‘(chatvertising)이라는 단어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언론사들에 챗팅 기반의 새로운 수익모델을 내놓은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동안 주고받은 10억개의 메시지 가운데 절반이 프로모션 챗 즉 챗봇이 작성했다고 밝혔다. 킥의 플랫폼 서비스 디렉터는 “채팅은 더욱 세련된 인공지능을 거치면서 디지털과 실재 세계를 연결하는 주된 인터페이스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채팅앱 한계, 수용자 측정 안된다

CHATAPPS_Page9_Graph

채팅 앱은 젊은 독자들의 발견과 개발, 그들과의 교감 확대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많지만 아직은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탓에 부족한 요소도 다수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콘텐츠 효과 측정이다. 보고서는 대부분의 채팅 앱이 “메시지의 도달이 얼마나 됐는지, 개별 콘텐츠에 얼마나 체류했는지, 오디오나 비디오가 몇 번이나 재생됐는지, 링크는 얼마나 클릭했는지, 어떤 콘텐츠가 인기가 있었는지 알 수 없다”고 적고 있다.

더 읽어보세요!

게다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제작 환경도 그리 매끄럽지 않다. 자체 콘텐츠관리시스템(CMS )를 제공하고 있지만,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를 제작하기엔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위챗과 텔레그램 정도를 제외하면 API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 언론사 콘텐츠관리시스템과 유기적인 통합도 어렵다. 토우센터 연구진은 “이 때문에 채팅 앱을 그들의 시스템과 통합시켜 관리를 집중화하는 것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성숙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결핍’이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다수의 채팅 앱 개발사들은 수용자 측정과 콘텐츠관리시스템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끝으로 연구진은 “메시징은 전기와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은 특정 앱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미래에는 모든 디지털 기술의 기반을 차지하게 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미 트위터나 링크드인, 인스타그램 등에서 앱 내 메시징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메시징 경험은 더 밀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것이 아니라면 모든 서비스에 메시징 기술이 전기처럼 녹아드는 형태가 돼 개별적인 채팅앱이 필요 없어지는 그림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티즌의견(총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