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의 ‘창고’ 실험…“일상에서 혁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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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하게 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큰 꿈을 꾸고, 실패하더라도 계속 시도하는 것이죠. 때문에, 개러지에서는 이를 실패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실패하면 털고 일어나서 다시 시도하면 되니까요.”

마이크로소프트(MS)는 독특한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이름은 ‘개러지(Garage) 프로젝트’다. 우리말 ‘창고’를 뜻하는 개러지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이가 창고에서 기어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MS는 전세계 MS 직원을 대상으로 개러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마이크 펠 MS 개러지 프로젝트 수석디자이너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에게 조직의 혁신에 관해 물었다. 답은 간단했다. 실패해도, 일어나 다시 도전하라는 것.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쉽게 시도할 수는 없는 일이다. MS에서는 어떻게 개러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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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펠 MS 개러지 프로젝트 수석 디자이너

MS의 개러지 프로젝트는 2009년 출범했다. 시작은 MS 오피스 사업부였다. 당시 MS 오피스 사업부의 한 팀장급 직원이 조직이 너무 느리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에 불만을 품었다고 한다. 그 직원은 그 길로 미국 레드몬드 MS 본사에 있는 한 창고를 사무실로 개조하기에 이른다. 창고는 MS 직원들의 일종의 실험실이요, 놀이터가 됐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모였고, 기술을 활용한 다채로운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직원 사이에서 창고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인기있는 놀이판이 됐다. 점차 더 많은 직원들이 창고에 참여하게 됐다.

물론, 창고가 처음부터 MS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팀원이 창고에 가는 것을 꺼리는 상사도 있었을 정도라고 하니, 그 위상이 어땠을지 알 만하다. 어떤 직원은 창고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을 자신의 상사에게는 비밀로 했을 정도라고 한다.

“2년 전, MS를 사티야 나델라 CEO가 맡게 되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어요. 혁신에 다른 시각을 갖게 된 것이죠. 새 CEO는 우리가 해킹이나 재미있는 실험을 하는 모든 것에서 새로운 성장과 혁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2014년 초, MS에 새 CEO로 사티야 나델라가 취임하면서 창고의 위상이 격상됐다. 해킹, 실험, 온갖 분야에서 도전이 이루어지는 창고는 MS를 다음 단계로 이끌 수 있는 혁신이 태어날 장소가 됐다. 개러지 프로젝트라는 이름도 갖게 됐고, 전세계 MS 직원이 자유롭게 접근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 홈페이지도 생겼다. 지금도 매일 MS 직원들은 개러지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접속해 아이디어를 내고, 팀원을 모은다. 보통 사용자도 개러지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어떤 아이디어가 실제 완성된 프로젝트로 가동 중인지 확인할 수 있다.

“어느 날 개러지에 들어가니까 밝은 파란색 빛이 나오고 있더라고요. 코너를 돌아보니 거대한 실린더에 채워진 물로 채소를 재배하고 있더군요. 최근 개러지 프로젝트에서 나온 아이디어죠. 흙 없이 물만으로 실내에서 채소를 재배하는 기술을 이용해 실제 MS 사내 식당에서는 직접 수상 재배한 채소를 요리에 이용하고 있어요.”

MS는 개러지 프로젝트에서 나온 실내 수상 재배 아이디어를 통해 땅에서 채소를 기를 때보다 95% 더 적은 양의 물로 채소를 재배할 수 있었다고 한다. 농장이 채소를 기르고, 다시 이를 최종 소비지까지 운송하는 데 발생하는 탄소발자국도 줄일 수 있었다. 기대하지 못했던 발견이다.

중국 베이징의 공기 질을 측정하는 스마트폰용 응용프로그램(앱 ) ‘유어웨어’는 중국 MS 연구팀의 개러지 프로젝트로 탄생했다. 중국 정부가 제공하는 날씨 데이터와 MS의 데이터 과학이 어우러진 앱으로, 베이징 시민이 외출하기 전 공기의 질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앱이다. 서비스 시작 이후 접속자가 몰려 정부의 관련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마이크 펠 수석 디자이너는 “지역 문화에 맞는 디자인과 지역에 어울리는 서비스로 대규모 도시에서 사용자에게 어떻게 적절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지를 증명한 성공적인 사례”라고 ‘유어웨어’를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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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러지 프로젝트 홈페이지에는 그동안 진행돼 완성된 프로젝트가 무료, 혹은 오픈소스로 일반 사용자에게 공개돼 있다.

개러지 프로젝트는 아이디어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플랫폼에도 제한이 없다. 기술과 아이디어의 사이의 담장을 허물고, 둘을 더해 그 어떤 것도 상상해도 좋은 열린 놀이판이다. 어떤 MS 직원은 애플 ‘아이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을 만들기도 하고, 다른 어떤 이는 실내에서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도 한다. iOS용으로만 개발된 중국 개러지 프로젝트 팀이 만든 ‘유어웨더’처럼 말이다. 해킹과 프로그래밍, 메이커 운동이 모두 개러지 프로젝트 속에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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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러지의 목적은 몇십억짜리 차세대 제품을 발굴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 개발과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이 개러지의 목적이죠. 개러지 프로젝트에 참여한 직원이 본래 있던 팀으로 돌아갔을 때, 다시 그 팀의 혁신에도 이바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마이크 펠 수석 디자이너는 “개러지의 성공지표는 프로젝트에 소속돼 일을 진행하는 팀원이 일상적인 생활에서도 혁신을 지속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팀이나 개인이 매 순간 직관적이고, 자연스럽게 혁신을 시도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도 친숙한 미국의 IT 대기업 중에서는 유독 창고에서 출발한 업체가 많다. HP가 그랬고, 애플이 그러했다. 어쩌면 창고는 미국 IT 기업의 출발과 혁신과 논할 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작은 것부터 도전하라.” MS의 창고에서 온 마이크 펠 수석 디자이너가 한국의 스타트업과 IT 기업에 던지는 조언이다.

“혁신이라는 것이 사실 시작부터 대도약을 전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지만 실험적인 발견도 훌륭한 혁신일 수 있거든요. 한 발 뒤로 물러서서 그동안 보아오지 못했던 것을 다시 보는 것도 작은 혁신을 시작하는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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