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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끝났다고? ‘3D 터치’를 보라

2015.11.20

“도대체 뭐가 바뀐 것인지 모르겠다.”

애플이 새 아이폰을 내놓을 때마다 사용자들 사이에서 매번 나오는 반응이다. 특히, 이름 뒤에 ’s’ 알파벳이 붙은 제품이 나올 때는 더 심하다. 이전 제품과 비교해 디자인이 달라진 것도 아니고, 성능이 향상됐다지만 그건 체험해 봐야만 알 수 있는 부분이니까.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찾지 못하는 이들이 이를 불평하는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오죽하면 이런 평가까지 나왔을까. “로즈골드 색깔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은 것은 이것이 새 아이폰이라는 점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그런데도 애플은 이렇게 말한다. 마치 사용자 들으라는 듯 말이다.

“달라진 것은 단 하나,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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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6s’

애플의 새 아이폰 ‘아이폰6s’와 ‘아이폰6s+’가 국내 출시된 지도 한 달여가 지났다. 디자인은 똑같지만, 하드웨어 부품이 업그레이드됐다. 못 보던 색깔로 은은한 분홍빛을 내는 로즈골드가 추가됐다. 겉에서 보기에 달라진 점은 이 정도다. 하지만 ‘3D 터치’ 기술은 주목할만한 변화다. 애플은 3D 터치 기술을 가리켜 “멀티 터치의 다음 세대”라고 부른다. 단순한 마케팅용 수사법일 수도 있다. 혹은 앞으로 모바일 기기의 조작법을 영원히 혁신하게 되거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3D 터치 덕분에 새 아이폰이 의미 있는 변곡점을 지났다는 점이다.

3D 터치, 어떻게 쓰길래

3D 터치는 활용 방법에 따라 두 가지 동작으로 나뉜다. ‘픽앤팝(Peek-and-Pop)’과 ‘퀵액션(Quick action)’이다. 픽앤팝은 화면에 압력을 가하는 정도에 따라 콘텐츠를 열람하는 방법을 달리할 수 있는 기능을 말한다. 퀵액션은 3D 터치를 활용해 자주 쓰는 기능에 더 빠르게 접근하도록 돕는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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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앱에서 3D 터치 픽앤팝 활용하기

“누르면 보여요”…픽앤팝

픽앤팝은 아이메시지나 e메일, 사진 등 응용프로그램(앱) 내부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메시지에서 상대방이 보낸 링크를 살짝 압력을 가해 누르면, 링크가 표기하는 웹페이지를 마치 ‘팝업창’처럼 볼 수 있다. 이 과정이 픽(Peek)이다. 이 상태에서 좀 더 강하게 누르면, 팝업창 화면이 아이폰 화면의 전체화면으로 전환된다. 팝업창이 웹브라우저 창으로 변한다는 뜻이다. 이 동작을 팝(Pop)이라고 부른다.

e메일이나 사진 앱에서도 마찬가지다. e메일 목록에서 e메일을 살짝 누르면, 팝업창을 띄워 내용을 훑어볼 수 있다. 더 강하게 누르면 e메일 내용 속으로 들어가 e메일 전문을 읽을 수 있다. 픽 상태에서는 ‘읽지 않음’ 표시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한 특징이다. 팝 상태가 될 때까지 화면에 압력을 가해야 내용을 읽은 것으로 표시된다. 바꿔말하면, 아이메시지에서는 3D 터치의 픽 기능을 활용해 상대방 몰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3D 터치의 픽앤팝 동작은 애플이 만든 앱에서만 동작하는 것은 아니다. 웹페이지의 링크나 다른 누를 수 있는 영역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파리 웹브라우저로 ‘네이버’ 모바일페이지에 접속해 뉴스를 읽는다고 가정해보자. 뉴스 헤드라인을 눌러 기사 속으로 집입하지 않아도 픽 동작을 이용해 내용 중 앞 부분을 일부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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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리’ 앱의 퀵액션

“빨리 열어주세요”퀵액션

퀵액션을 가장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곳은 바로 홈 화면의 앱 아이콘이다. 앱 아이콘에 살짝 압력을 가해 누르면, 앱으로 할 수 있는 일 중 자주 쓰는 기능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진 앱에서는 ‘셀카 찍기’나 ‘비디오 녹화’ 기능을 퀵액션으로 바로 실행할 수 있다. 아이메시지 앱에서는 ‘새로운 메시지’ 화면으로 바로 진입하거나 최근 연락한 친구와의 대화창에 바로 접근할 수 있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는 아직 앱 아이콘에서 퀵액션을 지원하는 앱이 그리 많지 않다. 사진, 전화, 메시지 등 애플이 직접 만든 일부 앱에서만 동작한다. 앞으로 3D 터치의 퀵액션을 지원하는 앱 숫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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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터치는 사파리 웹브라우저에서 콘텐츠를 보는 데도 유용하다(네이버 뉴스 페이지).

‘3D 터치’, 터치 조작의 미래 바꿀까

3D 터치의 가장 큰 의미는 조작의 단계를 줄여준다는 데 있다. 말하자면 지름길이다. 아이폰에서 앱을 이용할 때마다 ‘목록’과 ‘내용’을 번갈아가며 들락날락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e메일, 문자메시지 앱 등에서 특히 유용하다. ‘인스타그램’은 3D 터치 기술을 빠르게 도입한 앱 개발업체 중 하나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친구의 페이지에서 친구가 올린 사진을 크게 보려면 매번 사진을 눌러 들어갔다가, 밖으로 빠져나와야 하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인스타그램의 친구 페이지: 사진을 누른다→사진을 띄운다→빠져나온다

각 단계는 모두 별도의 화면으로 구성돼 있다. e메일이나 메시지도 마찬가지다. 매 단계 별도로 구성된 화면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수고를 반복해야 한다. 3D 터치는 인스타그램의 사용자경험(UX)을 다음 한 문장으로 단축한다.

인스타그램의 친구 페이지: 사진을 강하게 눌렀다가 손을 뗀다

사진을 강하게 누르면, 팝업창이 나타난다. 손을 떼면, 팝업창이 닫힌다. 별도의 화면 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수고는 3D 터치로 간단하게 대체된다.

△ 인스타그램의 3D 터치 활용 동영상 보러가기(링크)

애플은 3D 터치를 ‘멀티터치’의 차세대 기술로 소개한다. 멀티터치는 ‘터치’와 ‘스와이프’, ‘핀치줌’ 등으로 대표되는 모바일기기의 보편적인 조작법이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사용자는 손가락으로 쓸어 넘기거나 위∙아래로 스크롤 할 수 있다. 2차원 동작에 머무르는 터치 조작에 3차원 공간감을 더한 것이 3D 터치다. 스마트폰 화면을 x, y 축으로 이루어진 2차원 평면이라고 본다면, 3D 터치는 여기에 z 축이 추가된 셈이다. 실제로 손가락이 화면을 뚫고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누르는 동작의 강약을 구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 모바일기기에서 멀티터치가 보편화한 것처럼, 3D 터치로 모바일기기의 조작법을 혁신하겠다는 게 애플의 포부다.

애플은 3D 터치 개발 API를 공개한 상태다. 앱 개발자는 앱에 3D 터치를 응용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게임 앱이라면, 화면에 가하는 압력에 따라 적을 공격하는 방법을 달리할 수 있고, 소셜미디어에서는 3D 터치를 활용해 프로필이나 사진 등 다양한 기능을 바꿀 수 있다. 앞으로 좀 더 다양한 앱에 3D 터치 기능이 추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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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터치는 2차원 평면에서 이루어지는 터치 조작을 3차원 공간으로 확장한 것과 같다.

사용자 학습이 중요한 과제

편리하게 쓸 수 있는 기능이지만, 3D 터치는 큰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멀티터치에 익숙한 사용자가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등장 직후 사용자들은 큰 어려움 없이 터치로 화면을 조작하는 방법을 배웠다. 2차원 평면에서 손가락을 움직이기만 하면 됐으니까. 직관적이고,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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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터치는 누르는 동작이 추가됐다는 점에서 사용자에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 2차원 멀티터치로 이미 필요한 모든 조작을 할 수 있는데, 굳이 3D 터치 기능을 쓰려고 하는 이들이 있을까. 아는 사람만 아는 편리한 기능에 머무를지도 모를 일이다.

앱 개발업체의 비협조적인 대응도 문제를 더한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는 3D 터치 기술을 도입한 앱을 찾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전국민이 쓴다는 ‘카카오톡’도 아직 3D 터치 기술을 적용하지 않았다. 만약 카카오톡에 3D 터치 기술이 적용되면, ‘읽음 표시(메시지의 숫자 1)’를 지우지 않고도 메시지를 읽을 수 있게 된다. 원하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 물론, 3D 터치가 카카오톡에 적용될지조차 불투명하다.

인스타그램이나 일부 게임, 생산성 도구를 제외하면, 3D 터치를 완전히 지원하는 앱은 그리 많지 않다. 사용자 스스로 학습하는 것이 중요한 기술인만큼, 3D 터치를 활용할 기회가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한다. 많은 앱 개발업체의 빠른 변화가 특히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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