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문화재단, “발달장애인 의사소통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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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은 말을 잘 못 합니다. 사람들은 그들은 의사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표현하기 어렵거나 다소 어눌할 뿐이지 의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말을 할 수 없거나 표현이 서툰 발달장애인들의 의사는 외면당하기 일쑤다. 자해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발달장애인들의 과격한 행동은 십중팔구 제지의 대상이다. 심지어 발달장애인들은 요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는 오류다. 의중을 묻고자 한 적이 없었으므로. 황보정희 한마음어린이집 원장은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발달장애인들에게도 당연한 권리”라고 설명했다.

비영리 사회공헌 재단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이 11월24일 ‘나의 AAC’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일상생활에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인과 교육기관, 그리고 가정에 스마트폰과 응용프로그램(앱)으로 도움을 주기 위한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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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엔씨소프트문화재단 전무

외면당하는 당연한 권리, ‘소통’

발달장애는 두 분류로 나뉜다.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다. 국내에는 20만명 정도가 이 같은 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전체 장애인 중 약 8%에 해당한다.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은 국내에서 발달장애인의 소통을 돕는 AAC(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 보완대체의사소통) 연구가 더딘 까닭을 여기서 찾는다.

하나는 도움이 필요한 전체 장애인 중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 때문에 제대로 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의사소통이라는 특수한 목적 때문이다. 영어를 함께 쓰는 영어권 나라와 비교해 한국어를 쓰는 이들을 위한 연구와 해결책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또,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정량화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시력이나 청력처럼 숫자로 치환해 쉽게 도움을 줄 방법을 찾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AAC 개발과 연구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원하는 이가 없다고 해서 필요한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엔씨소프트가 AAC에 관심을 갖고, 스마트폰을 활용한 솔루션을 내놓은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재성 엔씨소프트문화재단 전무는 “의사소통장애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지만, 지금까지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나의 AAC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비슷한 분야에서 많은 이들의 동참을 끌어낼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계별로 도와주는 ‘나의 AAC’

나의 AAC는 상징과 상징을 연결해 의사소통을 돕도록 설계돼 있다. 그림과 그림을 연결해 발달장애인들이 하고자 하는 말을 만들어주는 앱이다. 예를 들어 물을 먹고 싶다면, ‘물’ 그림을 선택하고, ‘먹고 싶어요’ 낱말을 고르면 된다. 기존에도 상징을 활용해 의사소통을 돕는 AAC 도구는 많았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활용도가 떨어졌다.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은 스마트폰을 활용해 누구나 무료로 AAC 도구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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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문화재단의 나의 AAC는 의사소통에 불편함을 겪는 정도별로 앱을 구분했다. 의사소통이 매우 어려운 장애인들은 ‘기초 버전’을 내려받으면 된다. AAC 도구를 처음 접하거나, 의사표현에 심각한 장애가 있는 사람들, 혹은 움직임이 매우 제한적인 이들이 쓸 수 있도록 설계된 버전이다. 그림을 선택해 의사를 표현하는 것에 집중해 기초적인 기능을 지원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어느 정도 의사표현이 가능한 발달장애인들은 나의 AAC ‘아동 버전’을 쓰면 좋다. 그림과 그림을 연결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했고, 생활에서 자주 겪는 상황 300개를 핵심 콘텐츠로 구성해 좀 더 쉽고 빠르게 의사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의사소통으로 겪는 불편함이 이들보다 더 적은 이들은 ‘일반 버전’을 내려받으면 된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만나는 950개 상황을 그림으로 구성해 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 버전에는 사용자가 그림을 선택하면, 다음 선택지를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예측 기능이 포함돼 있다. ‘물’ 아이콘을 터치하면, 그다음 메시지로 ‘먹고 싶어요’ 낱말을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식이다.

이재성 전무는 “앱 하나에 모든 기능을 다 넣거나, 모두 다 지원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공급자 중심의 생각”이라며 “의사소통 수준은 사람마다 다르고, 정도에 따라 각기 다른 앱을 쓸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나의 AAC는 무료로 배포 중이다. 안드로이드용 앱은 구글플레이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아이폰용 앱도 11월 안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나의 AAC 기초(구글플레이)
나의 AAC 아동(구글플레이)
나의 AAC 일반(구글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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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AAC ‘아동’ 버전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의 목표는 단순히 발달장애인들에게 의사를 묻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그래서 더욱 표현하기를 꺼리는 이들이 나의 AAC와 스마트폰의 도움으로 의사를 표현하게끔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보통은 상황이 해결되는 것을 가장 원하거든요. 하지만 상황을 해결하는 것은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닙니다. AAC를 이용해 ‘내가 물을 먹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는 것과 그냥 냉장고 앞에 가서 서는 것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는 없어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의사를 표현했느냐는 것이죠.”

이재성 전무는 “발달장애 아동에게 의중을 묻고, 대답을 듣고, 혹은 질문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나의 AAC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날 소개된 나의 AAC는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이 지난 2014년 여름 처음으로 공개한 ‘나의 첫 AAC’의 후속 버전이다. 하나로 통합돼 있던 AAC 기능을 세 가지로 나누고, 상황별로 쉽게 학습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AAC 도구가 발달장애인들의 의사소통 단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전용 AAC 도구를 쓸 때 발달장애인과 보호자가 으레 경험하는 장애인 낙인효과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은 나의 AAC 공개 이후 지자체나 교육기관, 정부와 함께 발달장애인들의 의사소통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