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그림의 떡, NFC 결제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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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페이, 삼성페이, 스마일페이, 시럽페이, 셀프페이, SSG페이, 오픈페이, NFC 간편결제, LG페이, 티몬페이, 카카오페이, 케이페이, 페이나우, 페이코…. 다양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등장했다. 모바일 결제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2013년 6조6천억원에서 2014년 14조9천억원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통계청 온라인쇼핑 동향를 살펴보면 지난 9월 온라인쇼핑 거래액 중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2조4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56.6% 증가했다. 온라인쇼핑 거래액 중 모바일쇼핑 거래액 비중은 47.2%나 된다. 적지 않은 거래가 모바일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이들 수치는 오프라인에서의 모바일 결제 금액을 반영하지 않는다. 앞에서 언급한 다양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 중에 정작 오프라인에서 내 지갑을 대신할 수 있는 서비스도 드물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모바일 결제 온도차이가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희비 엇갈린 MST vs NFC

오프라인 모바일 결제는 국내에서 크게 ‘모바일 간편결제’ 와 ‘모바일 카드’ 방식으로 나뉜다.

모바일 간편결제는 주로 비금융권 사업자가 주도하는 결제 방식이다. 삼성페이나 애플페이처럼 본인 인증 후 근거리무선통신(NFC)이나 마그네틱 보안전송(MST) 방식을 이용해 전용 단말기에 스마트폰을 접촉하면 거래가 이뤄진다.

모바일 카드는 국내 주요 카드사가 채택한 방식이다. 스마트폰에 전용 응용프로그램(앱)을 내려받아 카드를 등록한 뒤 이를 실행한다. 신용카드 기능을 앱에 저장한 형태다. 주로 NFC, QR코드, 바코드를 이용한다.

이 중 국내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오프라인 모바일 결제 수단으로는 삼성페이를 꼽을 수 있다. 삼성페이는 지난 10월 기준으로 국내 출시 두 달만에 누적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페이의 하루 평균 결제 건수는 10만건에 이른다. 서비스 초기 하루 평균 7~8억원 정도에서 이뤄졌던 결제 금액은 최근 20억원으로 크게 올랐다. 누적 결제금액은 이미 1천억원을 넘어섰다.

samgsung pay

삼성페이 사용률이 높은 배경엔 MST 공이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미국 전자결제 업체 루프페이를 인수하면서 MST 기술을 얻었다. MST는 마그네틱 테이프 신용카드 방식을 모방해 가맹점 단말기에 카드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기존 구형 단말기로도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가맹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그 덕에 사용자 역시 따로 사용처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된다.

반면 NFC를 활용한 오프라인 모바일 결제 서비스는 사정이 좀 다르다. 우선 NFC 결제를 지원하는 가맹점을 찾기 어렵다. 사용 접근성이 MST 방식보다 떨어진다.

NFC 기반의 모바일 결제가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려면 가맹점마다 NFC를 인지할 수 있는 동글이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 가맹점 분위기는 싸늘하다. 기존 구형 단말기를 신형 단말기로 교체할 때 드는 비용 때문이다.

분위기 반전의 기회가 생겼다. 전 세계적으로 마그네틱카드는 복제 등 보안 취약성 때문에 IC카드로 대체되는 추세다. 미국은 마그네틱카드 결제기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지난 10월부터 구형 단말기를 EMV 호환성을 갖춘 NFC 단말기로 바꾸지 않으면 정보 유출 피해 책임을 판매점이 지도록 규정을 바꿨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현금카드 IC 의무화, ATM에서 신용카드로 출금시 IC 의무화가 이뤄졌다. 지난 7월부터는 새로 설치되는 모든 단말기에서 IC카드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에서 기존 단말기에 대해 3년간 유예기간을 둔다고 결정했지만, 마그네틱 방식은 언젠가 사라지고 IC로 변환이 이뤄질 예정이다.

NFC, 누구도 먼저 주도하지 않는 ‘계륵’

IC로 변환이 예고되면서 NFC 기반 모바일 결제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가맹점이 신규 단말기를 구매하면서 NFC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좀 미묘하다. IC로의 변환과 NFC 보급은 전혀 상관없는 일로 이뤄지고 있다.

NFC를 지원하는 IC 결제 단말기 방식은 2가지가 있다. 카드를 리더에 삽입하고 PIN을 눌러서 결제하는 ‘접촉형’과, NFC를 지원하는 카드를 RF 리더에 갖다대는 ‘비접촉형’이 있다. 접촉형 방식은 상대적으로 도입 비용이 더 저렴하다. 그래서 가맹점은 접촉식 카드 방식을 취해 IC로 변환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국내 대다수 카드사도 접촉형 방식 도입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등 국내 다수 카드사는 2018년 7월까지 새로 교체되는 IC 단말기에 NFC 기능을 집어넣는 데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 카드사는 영세 가맹점 IC 단말기 전환 사업에서 단말기에 NFC 기능을 넣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오직 BC카드와 하나카드만 NFC 기능을 추가한 비접촉형 방식을 선호했다.

그 이면에는 각 카드사의 복잡한 셈법이 숨어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통신사를 뒷배로 두고 있는 BC카드는 자체 NFC 국가표준, KS NFC를 지원하고 있으며 SK가 인수한 하나카드도 비슷한 상황으로 앱카드 방식의 다른 카드사와는 전혀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라며 “통신사 유심칩을 활용해 NFC 결제를 할 땐 통신사에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나머지 카드사가 좋아할 리 없다”라고 말했다.

app card

다른 카드사 6곳(신한카드, 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농협)은 공동으로 스펙을 정의해 애플리케이션 기반의 앱카드를 선보였다. 앱카드는 OTC라는 형태의 일회용 카드 번호를 읽는 방식을 이용한다. 비접촉형 NFC 동글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다.

이런 상황은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2015년 한국 신용카드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애플페이는 NFC 단말기 교체 비용에 대한 가맹점 입주의 거부감으로 현재 사용처 확산이 제한적, 또한 대형 유통사들이 애플페이 결제를 거부하고 독자적인 지급·결제 솔루션 서비스를 준비중”이라며 “애플페이 성장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NFC 기반 모바일 결제 보급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이 발생한 점도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끼쳤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베스트바이, 월마트 등 주요 글로벌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NFC 결제 대신 MCX라는 새로운 컨소시엄을 결성해 새로운 결제 수단으로 NFC가 아닌 스마트폰 바코드로 독자적인 모바일 결제 시스템 구축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앱카드는 바코드로도 결제를 할 수 있는 반면 유심 기반 NFC는 반드시 NFC 동글이 있어야 하는데, 과연 누가 홀로 나서 동글 설치 비용을 지원하면서까지 NFC 결제를 지원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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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통사와 모바일 제조업체 역시 NFC 기반 결제에 관조적이다. 과거 SK텔레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진행한 ‘모네타’ 서비스가 저조한 성적으로 마무리 된 모습을 경험했기에 더욱 조심하는 분위기다. 자기들이 먼저 서둘러서 판을 키울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는 모양새다.

지난 2011년 6월,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내 NFC 산업 활성화와 각 분야의 표준 개발을 위해 ‘코리아 NFC 표준화 포럼’을 출범시킨 바 있다. 당시에도 NFC 동글이 설치 비용 부담을 누가 할 것인지를 두고 국내 통신사와 카드사, 제조업체, PG사 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렀지만 국내 상황은 여기서 조금도 나아가지 않았다. 여전히 눈치를 보면서 남이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 얹을 생각만 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페이는 현재 급할 게 전혀 없는 입장이며, 애플페이는 옆에 큰 시장인 중국과 일본을 두고 한국에 NFC 동글을 설치 비용까지 부담하며 환경을 만드는 데 급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이게 겨우 스마트폰에 금융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확산돼 오프라인에서 결제하려고 하는 단계로, 당분간은 모든 업체가 현재와 같은 상황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NFC 결제 시장은 열릴 것

딜로이트는 ‘비접촉 모바일 결제는 상승중 TMT 예측 2015’ 보고서를 통해 “2015년 말이 되면 600만~650만개에 이르는 NFC 탑재 모바일 기기 중 5%는 적어도 한 달에 매장에서 쓰일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상했다. 딜로이트가 1년 전 같은 보고서에서 “450만~500만개 NFC 폰 사용자 중 0.5%만이 NFC 결제를 사용하고 있다”라고 발표한 것과 비교된다.

앞서 언급한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들 모두 시장 분위기가 ‘NFC 기반 결제로 갈 것’이라는 데는 동의했다. 다만 언제 열릴지 모를 그 시장을 위해 직접 투자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deloitte mobile payment 2015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이 있다. 티머니와 손잡고 NFC 기반 오프라인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페이코다. 티머니는 ‘페이코티머니’를 이용하면 현재 오프라인 10만곳 매장에서 결제를 할 수 있다.

페이코 관계자는 “연내 NFC 지원 POS기기 1만대를 무료로 공급할 계획”이라며 “티머니페이코 사용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서 직접 나서 NFC 결제를 할 수 있는 동글을 보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페이코는 내년에도 동글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 땐 사인패드 기능까지 추가해서 보급할 방침이다. 무료로 공급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현재 페이코티머니는 가산과 판교 지역에서 NFC 동글을 보급해 시험 서비스 중이다.

SK플래닛의 시럽페이도 다양한 결제 방식을 지원하는 형태로 NFC 모바일 결제에 대응하고 있다. SK플래닛은 과거 ‘스마트월렛’이었던 시절에도 유심에 발급된 모바일 신용카드를 자동으로 읽어서 보여주는 서비스를 하는 등 NFC 지원에 호의적이었다.

SK플래닛 관계자는 “여전히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라며 “오프라인 진출을 고려했을 때 한 가지 수단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는만큼, 지원 가능한 모든 걸 고려하려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