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열린 뉴스’ vs 페이스북의 ‘닫힌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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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닫혀 있다. ‘닫힘’에는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의 욕망이 투영돼 있다. ‘갇힌 정원’이 성공에 이르는 첩경이라는 바로 그 욕망이다. 되든 안 되든 모든 콘텐츠를 자사 플랫폼에 가둬놓을 때 경쟁사를 따돌리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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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 국내 언론사에도 문화가 개방되는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

한국의 뉴스 생태계는 네이버라는 가두리에 갇혀 지냈다. 사용자들도 익숙해졌다. 여기에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이 또 다른 가두리를 치기 위해 국내 뉴스 산업에 진입한다. 박상현 페이스북코리아 홍보 총괄은 지난 11월24일 <블로터>와 전화 통화에서 내년 상반기에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을 국내에서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가두리 플랫폼과 글로벌 가두리 플랫폼의 뉴스 전쟁은 내년에 불꽃이 튈 전망이다. 언론사들은 양쪽 모두에 뉴스를 공급하면서 필요한 이득을 챙기면 된다. 네이버로부터는 전재료를, 페이스북으로부터는 광고 수익을 배분받으면 그만이다. 그러는 사이 플랫폼 종속성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간과되는 사실 한 가지가 있다. 웹 개방성도 동시에 위협을 받는다는 점이다.

구글 AMP 프로젝트와 웹 개방성

구글 AMP 데모 화면.

구글 AMP 데모 화면.

뉴스를 얻으려는 치열한 경쟁판에 구글이 곧 뛰어든다. 그런데 구글의 전략은 앞선 두 IT 기업과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오히려 정반대다. 구글은 웹은 열려 있어야 하고 더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외침을 근간에 두고 있다. 구글은 ‘AMP‘(Accelerated Mobile Pages)라고 이름 붙였다. 있는 그대로 번역하면 ‘가속 모바일 페이지‘다.

구글 AMP는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 스냅챗 디스커버리와 같은 뉴스 서비스 모델은 아니다. 모바일웹 속도 최적화 플랫폼에 가깝다. 페이지 로딩 시간을 잡아먹는 자바스크립트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HTML5 표준 문법을 도입하면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만큼 속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제안을 담고 있다.

여기에 구글의 캐싱 기술을 지원함으로써 ‘느린 웹’의 한계를 넘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구글 검색 결과에도 일정 수준 혜택을 얻을 수도 있다. 이미 워드프레스닷컴, 트위터, 링크드인이 AMP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BBC>, <가디언>, <허핑턴포스트>도 AMP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오픈소스로 공개된 덕분에 누구나 적용해볼 수도 있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리차드 깅그라스 구글 뉴스 헤드는 <포춘>과 인터뷰에서 “주된 목적은 거래 없는 환경의 구축”이라며 “검색 결과 그 이면에 비즈니스 관계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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깅그라스의 이 발언은 페이스북의 철학을 겨냥하고 있다. 언론사와 페이스북은 속도와 경험을 뉴스 콘텐츠와 교환하자며 손을 잡았다. 언론사는 뉴스를 페이스북 ‘갇힌 정원’에 넘겨주는 대신 속도와 광고 수익을 얻는다. 페이스북은 ’가두리 정원’의 공고함을 취하게 된다. 비즈니스 계약이고 거래다. 명분은 독자 혹은 사용자의 편의 증진이다.

네이버도 페이스북과 그리 다르지 않다. 네이버에 전송된 뉴스는 외부 검색엔진이 함부로 수집하지 못한다. robots.txt로 가두리망을 쳐놓았기 때문이다. 이 망을 설치하기 위해 네이버는 언론사들에게 상당한 금액의 전재료를 지급하고 있다. 대신 언론사는 콘텐츠를 네이버의 가두리망으로 넘겨준다. 이 또한 비즈니스 거래다.

그렇다고 페이스북처럼 네이티브 앱 안에 모든 콘텐츠를 가둬놓고 좌판을 깔지는 않는다. 페이스북보다 개방적이지만 구글만큼 개방적이지는 않다. 다만, 사용자들이 자사 플랫폼을 떠나지 않기를 갈망한다는 접근법에선 차이가 없다.

구글 ‘열어야 한다’ vs 페이스북 ‘가둬야 한다’

대형 IT 기업들의 가두리망이 영역을 확장하면 웹은 피폐해진다. 웹의 초기상태가 열림이 아니라 닫힘으로 변모해갈 수도 있다.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의 확산은 웹과 페이스북의 분리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기에 위험한 측면이 있다.

구글의 AMP 프로젝트는 열린 웹을 지향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바람직한 움직임이다. 그렇다고 AMP를 구글의 ‘선한 의지’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구글은 ’갇힌 정원’이 넓어질수록 비즈니스가 어려워진다. 웹이라는 공간에 더 많은 정보와 뉴스가 넘실될 때에 위력을 발휘하는 시스템이다. 네이티브 앱이 늘어나고 웹이라는 공간에 신뢰할 만한 정보가 적어지면 구글 검색엔진의 존재 의미도 약화된다.

구글이 앱 인덱싱이라는 기술을 개발한 배경도 이와 관련이 깊다. 구글의 앱 인덱싱 기술은 네이티브 앱에만 존재하는 콘텐츠를 구글의 검색 대상으로 포섭하는 기술이다. 갇힌 정원에 구멍을 뚫어 열린 공간과 연결될 수 있는 고리를 만들어가는 작업이다. 당연히 앱 개발자와의 파트너십이 무엇보다 중요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구글 AMP와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은 개방과 폐쇄의 대결이다. 뉴스는 이들이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보물섬이다. 문제는 언론사가 고래 간의 싸움에 끼어들 여지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더 많은 떡고물을 던져주는 곳에 운명을 내맡길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페이스북에 더 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플랫폼 전쟁에 볼모가 된 웹 개방성

 

오픈웹.(이미지 출처 : W3C 홈페이지)

오픈웹.(이미지 출처 : W3C 홈페이지)

뿐만 아니라 구글 AMP를 언론사가 도입하기엔 난관이 따른다. 화려하고 동적인 온라인 광고는 대부분 스크립트에 의존하고 있다. 광고 효과를 추적하기 위한 스크립트 코드도 포기하기 어렵다. 아직 플래시 광고가 횡행하는 곳이 한국 언론사의 웹페이지다. 자칫 언론사는 AMP가 가져다줄 속도와 광고 수익을 맞교환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어쩌면 구글 애드센스에만 의존해야 할지도 모른다.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언론사들이 웹의 개방을 택할지는 의문이다.

구글의 AMP는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그래서 제기된다. 저명한 미디어 비평가 펠릭스 샐먼은 최근 <가디언> 기고문에서 “매우 제한된 활용 조건으로 인해 실패한 기획으로 증명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광고주의 요청을 넘어설 수 있는 언론사가 과연 많을 것인가에 대한 회의가 깔려 있다.

웹의 개방성은 그래서 더 위태로워 보인다. 디지털 전환으로 생존의 위기에 직면한 언론사, 페이스북은 광고 수익이라는 당근을 던져주면서 웹의 개방을 포기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반면 구글은 광고 수익을 일정 부분 희생해서라도 웹의 개방성을 지켜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배가 고픈 언론사가 선택할 결과는 자명하다. 이 싸움에 웹 개방성은 볼모로 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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