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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기에 충실한 모범생, ’넥서스5X’

2015.12.03

단순하다. 단출하다. 단단하다. 구글과 LG전자의 새 레퍼런스 스마트폰 ‘넥서스5X’에 관한 설명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넥서스5X는 ‘넥서스6P’와 함께 등장한 최신 안드로이드 레퍼런스 스마트폰이다. 이동통신업체나 제조업체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되, 안드로이드 기본 기능에 집중한 제품이다. 동시대 기기 대비 빼어난 성능을 내는 것도 아니고, 뚜렷하게 기억될만한 특징적인 기능이 포함되는 것도 아니지만, 매력은 차고 넘치는 제품이다. 넥서스5X는 안드로이드의 기본을 보여주기에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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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함이 주는 신뢰의 레퍼런스

넥서스5X의 겉모습은 놀랍도록 단순하다. 플라스틱 소재는 최근 유행인 금속 재질보다 유행에 뒤처져 보일 수 있지만, 값싸 보이지는 않는다. 광택 없는 부드러운 몸체는 손에서도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다. 다만, 색깔 변화가 눈에 띄는 소재라는 점은 불만이다. 흰색(쿼츠 색상)이나 아이스(옅은 초록색) 제품은 옷이나 기타 오염에 취약하다. 케이스를 씌워야 할 정도로 애지중지할 만한 제품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기기가 닳거나 더러워지는 것을 싫어하는 이들은 검은색(카본) 제품을 고르는 것도 좋다.

한 가지 불만은 마치 분화구처럼 봉곳 솟은 카메라다. 사용자들은 이른바 ‘카툭튀’라고 부른다. 케이스를 씌우지 않고 그대로 책상에 올려두기에는 부담스러운 요소다. 뒷면의 미관을 해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얇은 카메라에 고성능 카레라를 탑재하는 것이 최근 스마트폰 설계 추세다. 카툭튀는 애플이나 삼성도 피해갈 수 없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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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툭튀’는 이 정도!

툭 튀어나온 카메라 밑으로, 카메라 렌즈와 같은 크기로 디자인된 원형 단추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단추는 아니다. 지문을 인식하는 센서다. 넥서스5X의 지문인식은 뒷면의 지문인식 센서에 손가락을 접촉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인식 속도는 훌륭하다. 전화기를 들어 올려 넥서스5X 몸체 뒷면에 손가락 끝을 살짝 스치기만 해도 잠금화면이 풀린다. 넥서스5X 사용자라면 만족할만한 기능 중 하나다.

넥서스5X보다 고급 제품인 넥서스6P에도 똑같은 지문인식 센서가 들어가 있다. 구글은 이를 ‘넥서스 임프린트’라고 부른다. 구글은 넥서스5X와 넥서스6P를 통해 선보인 안드로이드6.0(마시멜로)을 통해 본격적으로 지문인식 기능을 지원할 계획이다. 넥서스 임프린트의 빠른 인식 속도와 높은 정확도에도 불구하고, 쓸 곳이 마땅찮다는 점은 아쉽다. 지문인식 기능을 쓰는 경우는 화면 잠금을 풀 때, 구글플레이에서 결제할 때 뿐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페이’가 활성화되면 좀 더 자주 지문인식 기능을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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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인식 속도와 정확도는 매우 만족스러운 수준

보통의 하드웨어, 충분한 매력

넥서스5X에는 퀄컴이 만든 ‘스냅드래곤 808’ 모바일 프로세서가 들어가 있다. 넥서스6P에 적용된 ‘스냅드래곤 810’보다 한 단계 낮은 성능을 내는 프로세서지만, 부족한 제품은 아니다. 지난해 말부터 가정에 서서히 보급되기 시작한 ‘기가인터넷’을 쓰는 이들이라면, 802.11ac 규격의 와이파이를 통해 빠른 인터넷 서핑을 즐길 수 있다. 2GB 용량의 내장 램과 1920×1080 풀HD 해상도는 기본이다.

5.2인치 화면 크기도 적당한 수준이다. ‘아이폰6s’는 4.7인치, ‘아이폰6s+’나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보통 5.5인치 수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작아서 답답할 일도, 커서 불편할 일도 없는 크기다. 두께는 7.9mm, 무게는 136g이다. 확실히 금속 재질로 몸을 치장한 다른 제품과 비교해 가볍다.

넥서스5X는 배터리를 바꿀 수 없도록 디자인됐다. 보통 금속 소재를 사용한 제품이 배터리 일체형으로 나오기 마련인데, 넥서스5X도 배터리 일체형 디자인을 선택했다. 배터리 용량은 2700mAh다. 전화나 웹서핑, 문자메시지를 주로 쓰는 사용자라면, 아침에 집을 나서서 집에 돌아갈 때까지 스마트폰이 꺼지지는 않을까 불안해할 필요는 없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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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5X에는 USB 타입C 규격이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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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타입C 규격은 아직 지원하는 제품이 많지 않지만, 편리하다.

확장성도 다소 부족하다. 별도로 마이크로SD 카드를 지원하지 않는 탓이다. 게다가 용량도 박하다. 넥서스5X는 저장용량에 따라 16GB와 32GB로 나뉜다. 마이크로SD 카드의 용량이 최근에는 200GB 수준까지 늘어났는데, 대용량 확장 옵션을 눈앞에 두고도 선택할 수 없도록 디자인된 셈이다. 스마트폰에 이것저것 대용량 자료를 넣고 다닐 수 있다는 점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장점으로 꼽는 이들에게는 아쉬울 만한 점이다.

넥서스5X는 USB 타입C 포트가 처음으로 적용된 구글 레퍼런스 스마트폰이기도 하다. USB 타입C는 앞뒷면 구분이 없는 USB 포트 규격을 말한다. 문제는 USB 타입C 규격이 이제 막 보급되기 시작한 표준이라는 점이다. USB 타입C 포트를 볼 수 있는 제품은 애플의 12인치 ‘맥북’이나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의 일부 스마트폰 제조업체 정도다. 당연히 호스트 쪽 연결을 지원하는 제품도 많지 않다. 넥서스5X를 PC 등 다른 기기와 연결하려면, 당분간은 USB 타입 A 포트로 바꿔주는 젠더가 필수다. 물론, 안드로이드 레퍼런스폰에 USB 타입C 포트가 쓰인 만큼 다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업체도 이를 빠르게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USB 타입C가 일반적으로 쓰이게 될 날도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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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5X(왼쪽)와 넥서스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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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인치 넥서스5X(왼쪽)와 5.7인치 넥서스6P

이런 사용자에게 제격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과하지 않은 기능,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스마트폰이 바로 레퍼런스 제품이지만, 판매량 측면에서는 그리 재미를 보지 못한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국내에서는 안드로이드폰 시장이 특히 초고가 제품에 쏠린 탓이기도 하고, 구글플레이를 통해 스마트폰을 직접 구입하는 것보다 통신업체의 대리점에서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인 풍토 때문이다. 애플과 국내 일부 업체의 굵직한 플래그십 제품이 아니면, 아는 사람만 아는 제품이 되는 것이 보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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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넥서스5X는 이런 사용자가 쓰기 좋다. 80~9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 제품에는 큰 관심이 없거나 곡면 디스플레이니, 손떨림방지니 하는 고급 기술에 갈증이 없는 이들, 혹은 빠른 안드로이드 업데이트를 원하는 이들에게 좋다. 구글플레이에서 제품을 구입해 알뜰폰 요금제에 직접 가입하는 수고를 마다치 않는 이들에게도 추천할만하다.

이동통신업체를 통해 가입하는 조건도 나쁘지 않다. 구글플레이를 기준으로 16GB 제품은 50만9천원, 32GB 제품은 56만9천원이지만, 이동통신업체 3사는 20만원 정도의 지원금을 제공한다. SK텔레콤은 ‘밴드 데이터 59’ 요금제를 선택할 때 22만4천원, KT와 LG유플러스도 지원금으로 21만2천원을 제공한다.

평이한 제품인 것처럼 설명했지만, 매력은 충분하다. 넥서스5X를 설명할 때 어쩌면 학창시절의 다음과 같은 친구를 떠올려보면 어떨까. 비교적 앞줄에 앉아 사고를 치는 일이 없던 친구. 말수도 적고,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했지만, 공부는 무척 잘했던 그런 친구 말이다. 그런 좋은 친구는 쉽게 기억에서 잊히는 것이 보통이라는 점이겠지만, 그것마저 넥서스5X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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