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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니] ‘프로’를 위한 태블릿PC, ’아이패드 프로’

2015.12.09

애플이 최신 태블릿PC ‘아이패드 프로’의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애플 펜슬’이라는 이름이 붙은 입력 도구도 함께 소개되며 주목받았다.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를 생산을 위한 기기라고 주장한다. 지금의 데스크톱과 노트북의 생산 영역을 앞으로 태블릿PC가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사람들의 눈과 귀가 아이패드 프로에 쏠려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엔 그림 한 장 그려본 적 없는 사람 대신, 그동안 그림 좀 그려본 이에게 애플 펜슬을 맡겼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이패드 프로는 ‘프로’ 들의 생산적인 활동을 모바일 영역에서 보조하는 도구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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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그리고, 듣는 이들을 위한 최적의 태블릿PC

상자를 열면, 우선 본체의 크기에 놀란다. 11인치 맥북에어나 13인치급 맥북프로와 비교해보면, 아이패드 프로의 화면이 얼마나 큰지 더 쉽게 가늠할 수 있다. 화면 크기가 12.9인치니 13인치 맥북프로와 크기가 비슷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이패드 프로의 화면은 체감상 더 크게 느껴진다. 9.7인치 아이패드 혹은 7인치급 태블릿PC만 익숙하게 보아왔기 때문이다. 무게는 셀룰러 모델을 기준으로 723g이다. 2011년 처음으로 등장한 아이패드와 비슷하다. 사용자에 따라 다소 무겁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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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인치 맥북에어, 13인치 맥북프로,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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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프로(왼쪽)와 11인치 맥북에어

아이패드 프로는 쓰고, 그리고, 듣는 이들을 위한 제품이다. 우선 화면을 보자. 아이패드 프로는 기존 아이패드 에어2와 비교해 78% 더 넓은 화면을 제공한다. 해상도는 2732×2048이다. 짧은 쪽 해상도가 기존 ‘아이패드 에어2’의 긴 쪽과 같다. 쓰기 기능을 많이 이용하는 이들에게 아이패드 프로는 안정적이다. 특히, 화면을 나누는 멀티태스크 기능과 함께 쓰면 더 좋다. 아이패드 프로를 가로로 눕혀 써도 웹브라우저나 문서 작성 응용프로그램(앱)을 쓰는 것이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왼쪽 화면에 ‘사파리’ 웹브라우저를 띄우고, 오른쪽 화면에 ‘페이지’나 ‘MS 오피스 워드’ 등 문서 작성 도구를 띄우는 식이다.

스마트 키보드도 쓰기 도구로 아이패드 프로를 고려하고 있는 이들에게 필수 품목이다. 기존 맥 컴퓨터에서 지원하는 단축키를 아이패드의 문서 작성 앱에서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좋다. ‘커맨드(command)+탭(tab)’ 단축키를 활용하면, 다른 앱을 빠르게 불러올 수도 있다. 스마트 키보드 덮개를 어떻게 접느냐에 따라 키보드 모드로 세울 수도 있고, 감상용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스마트 키보드는 아이패드를 마치 하이브리드 태블릿 PC처럼 만들어주는 중요한 액세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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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키보드 구성품

업무의 생산성 영역이라면, 아이패드 프로의 그리기 능력을 빼놓을 수 없다. 애플 펜슬이 매우 인상적이다. 그림을 그리거나 디자인을 업으로 삼는 전문가들도 아이패드 프로의 세밀한 표현력에 감탄할 정도다.

애플 펜슬은 크게 2가지 방법으로 펜의 압력을 아이패드 프로에 전달한다. 하나는 팁의 압력이다. 사용자가 얼마나 힘을 주어 애플 펜슬을 누르느냐에 따라 표현되는 선의 굵기가 달라진다. 다른 하나는 팁 내부에 수직으로 탑재된 두 개의 센서다. 애플 펜슬을 눕히면, 센서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고, 수직으로 세울 수록 센서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원리를 이용한 입력 방법이다. 애플 펜슬을 눕히면, 마치 파스텔로 은은하게 색깔을 칠하는 것과 같은 표현을 쉽게 할 수 있다. 미술 시간에 주로 쓰는 4B 연필을 최대한 눕혀 그림자를 표현하는 것처럼 말이다.

애플 펜슬은 블루투스로 아이패드 프로와 연결된다. 하지만 애플 펜슬을 사용할 때마다 아이패드 프로에서 ‘설정→블루투스’ 메뉴에 들어가 연결할 필요는 없다. 라이트닝 커넥터에 처음 끼울 때 자동으로 연결되는 덕분에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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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펜슬 구성품. 여분의 팁과 충전기 연결을 위한 커넥터가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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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프로에 끼우면 애플 펜슬이 충전되는 방식이다. 아이패드 프로의 알림 위젯에서 배터리 잔량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패드 프로는 듣기 능력도 향상됐다. 스피커 성능이 향상된 덕분이다. 아이패드 프로에는 총 4개의 스피커가 탑재돼 있다. 모두 동시 출력된다. 특히 스피커 위치에 따라 서로 출력을 달리한다는 점이 아이패드 프로의 특징이다. 예를 들어 아이패드 프로를 눕히면, 화면 양쪽에 각 2개씩 스피커가 위치하게 된다. 이 중 위쪽 스피커 두 개는 아래쪽 스피커와 비교해 중·고음을 더 강하게 출력한다. 사용자가 태블릿PC를 손에 들 때, 보통 아래쪽 스피커를 가리게 된다는 것을 고려한 설계다. 아이패드 프로를 세우거나 눕힐 때, 어느 스피커가 위로 향하게 되는지 자동으로 감지한다는 점에서는 애플의 디테일을 엿볼 수 있다. 기존 아이패드 시리즈와 비교해 화면이 커지고, 스피커 사이가 더 멀어진 덕분에 스테레오 사운드를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앱 개발 업체에서는 애플 펜슬의 그리기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앱을 업데이트하는 중이다. 어도비가 가장 대표적이다. 어도비는 잡지 편집 도구나 포토샵 도구 등 앱을 앱스트어를 통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오토데스크의 ‘오토캐드 360’은 3D 설계자를 위해, 스캐치 앱 ‘페이퍼’는 그림을 그리는 이들을 위해 발 빠르게 애플 펜슬 지원을 시작했다. 디자이너나 잡지 편집자, 일러스트레이터라면 애플 펜슬은 가장 탐나는 액세서리다.

‘펜슬’의 탁월함과 ‘키보드’의 아쉬움에 대하여

애플 펜슬은 전문 디자이너나 일러스트레이터의 손에서 탁월하게 제 역할을 한다. 전문가가 많이 쓰는 기존 ‘타블렛’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다. 애플 펜슬과 사용자의 손이 화면에 동시에 닿았을 때, 손바닥의 터치 입력을 막아주는 ‘팜 리젝션’ 기능도 만족스럽다. 애플 펜슬로 그림을 그리다가 손가락 두 개를 터치해 각종 추가 기능을 활성화하는 멀티터치 기능도 쓰임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림을 그리다가 ‘자’나 ‘도형 그리기 도구’ 등을 바로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앱을 쓰느냐에 따라, 혹은 앱 개발업체가 앱에 어떤 기능을 추가하느냐에 따라 애플 펜슬의 잠재력은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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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펜슬은 아이패드 프로와 처음 연결할 때, 끼우면 자동으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반대로 애플 펜슬과 함께 등장한 스마트 키보드는 여러모로 아쉬운 제품이다. 우선 한글 표기가 없다. 한글 표기만 없는 것은 아니다. 애플은 스마트 키보드를 오로지 영문 표기로만 만들어 전세계에 출시했다. 영문 표기 키보드로 한글을 타이핑 하는 것이 어려운 이들에겐 감점 요소다.

키보드를 치는 느낌도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다. 두께가 너무 얇고, 반발력이 약한 탓이다. 스마트 키보드가 사용자의 손가락을 밀어내는 원리는 두 가지다. 하나는 키캡 밑에 있는 버튼의 반발력이고, 다른 하나는 소재로 쓰인 천이 가진 기본 반발력이다. 멤브레인, 펜타그래프, 혹은 애플의 버터플라이 방식으로 작동하는 기존 키보드의 느낌과 비교할 생각이라면, 일찌감치 기대를 접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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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키보드의 천 소재

무엇보다 손가락이 쉽게 피로해진다는 점이 문제다. 키캡이 눌리는 거리가 너무 짧기 때문에 손가락에 전달하는 힘이 그대로 바닥을 치기 때문이다. 약한 반발력과 짧은 거리 때문에 스마트 키보드의 타이핑 경험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애플의 스마트 키보드와 비슷한 제품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 ‘서피스’ 시리즈에 붙여 쓰는 ‘타이프커버’를 꼽을 수 있다. 서피스프로4와 아이패드 프로를 키보드만 두고 평가한다면, MS의 손을 들어주고 싶을 정도로 애플 스마트 키보드의 품질은 불만족스럽다.

PC를 대체하게 될까?

아이패드 프로가 등장한 이후 가장 많은 이들이 쏟아낸 질문은 “아이패드 프로가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을 대체할 것인가?”다. 이 같은 질문은 지금 시점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아무도 아이패드 프로가 전문가의 책상에서 데스크톱이나 워크스테이션 노트북을 치울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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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프로는 전문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뛰어난 도구임은 분명하지만, 책상을 떠났을 때만 그렇다. 글을 쓰거나 도시의 구조를 3D로 설계하려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는 운영체제(OS)가 iOS이기 때문에, 혹은 제품의 형태가 태블릿PC이기 때문은 아니다. 생산 영역을 담당하던 기존 플랫폼(PC, 노트북)과 모바일기기 사이의 하드웨어 격차는 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좁혀지고 있다.

생각해보자. iOS는 꾸준히 기능을 개선하는 중이다. OS의 발전 속도만큼 태블릿PC를 구동하도록 하는 하드웨어 역시 빠른 속도로 성능을 끌어올리고 있다. 해외 IT 매체 <아스테크니카>가 아이패드 프로의 하드웨어 성능을 가늠해보기 위해 벤치마크 소프트웨어로 실험을 해봤더니 2013년 출시된 인텔 프로세서(인텔 코어 i5)를 탑재한 노트북과 비슷한 성능을 내더란다. 2015년 한 해 동안 출시된 모든 노트북 중 상위 20% 안에 들 정도로 높은 성능을 보여준 셈이다. 아이패드 프로에 쓰인 ‘A9X’ 칩의 그래픽 처리 성능은 인텔의 내장형 그래픽처리장치(GPU)인 ‘아이리스 프로 5200’마저 뛰어넘었다. 아이리스 프로 5200이 2013년 출시된 인텔 하스웰 아키텍처의 최상위 GPU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아이패드 프로의 GPU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가늠해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오늘날 모바일기기의가 기존 플랫폼의 성능을 뛰어넘을 수 없으리라는 견해는 과거의 편견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데스크톱과 노트북 이후 차세대 생산성 도구는 무엇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입력장치의 문제다. 그리고 애플은 제품의 형태와 입력방식에서 미래를 저울질하는 업체 중 하나다. ‘아이폰6s’와 함께 등장한 ‘3D터치’와 아이패드 프로와 같이 소개된 탈부착 방식의 키보드, 그리고 애플 펜슬은 애플이 내놓은 고민의 결과물 중 일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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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처음의 질문은 이렇게 바꾸는 것이 적절하다. “탈부착 키보드와 개선된 터치 입력 방식, 스타일러스는 지금의 키보드와 마우스를 대체하게 될까?” 현재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답은 “아직은 아니다”다.

아이패드 프로는 전문 일러스트레이터의 모바일 근무환경과 같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매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작업물의 완성이 아닌 거친 스케치가 필요한 상황 말이다. 혹은 ‘아스트로패드 그래픽 태블릿’과 같은 앱을 이용하면, 아이패드 프로를 데스크톱 업무 환경에서 기존의 와콤 타블렛 대신 활용할 수도 있다. 말하자면, 아이패드 프로는 ‘프로’를 위한 보조 도구로 적절하다는 뜻이다.

키보드와 마우스는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한 이후 책상에서 가장 대표적인 입력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손가락을 이용한 ‘아이폰’의 멀티터치 입력은 모바일 영역에서 스마트폰의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애플이 내놓은 3D 터치와 애플 펜슬이 과연 차세대 입력방식이 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애플 스스로 먼저 내놓은 답을 지우고, 다른 해답을 내놓을 가능성도 열어둬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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