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피디아 페이지랭크로 세계 대학 순위 매겨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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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학평가 순위는 그것의 영향력만큼이나 폐해도 곧잘 지적된다. 교육보다 연구를 중시하는 경향은 오래된 지적 사항이었다. 때론 대학별로 수집된 데이터에 신뢰성을 의심할 만한 요소기 발견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우후죽순 등장하는 순위 평가로 전세계 대학들이 몸살을 앓는다는 보도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현재 나름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대학순위에는 중국 상하이 자오퉁대학의 ‘세계대학학술순위’, 더타임스의 ‘타임스 고등교육 세계대학랭킹’, QS의 ‘QS 세계대학순위’ 등이 있다. 그렇다고 이들 기관이 집계한 대학순위가 흠결이 없을 만큼 객관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대학의 역사와 지리적 특성, 문화적 영향력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는 매해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프랑스 프랑쉐-콩테 대학의 조세 라게 교수 등이 지난 12월7일 발표한 논문 ‘세계대학의 위키피디아 랭킹’은 그간의 대학평가방식을 전혀 다른 방법론으로 접근해 눈길을 끌고 있다. 위키피디아에 언급된 빈도를 구글 페이지랭크 방식으로 계산해 세계대학평가 순위를 매겼기 때문이다.

위키피디아 페이지랭크 어떻게 측정했나

Wikipedia ranking

조세 라게 교수 연구팀이 위키피디아 인용횟수를 기반으로 페이지랭크를 분석해 시각화한 그래프.(이미지 출처 : 논문 ‘Wikipedia Ranking of World Universities’)

 

조세 라게 교수팀은 기존 대학평가 기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위키피디아의 언어적, 지리적 다양성에 주목했다. 현재 위키피디아는 전세계 287개 언어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위키피디아가 제공하는 다양한 언어군은 영어권 중심의 평가 지표를 보완하기에 매력적인 요소다. 연구팀은 이 가운데 24개 언어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전세계 인구의 59%, 위키피디아 기사의 68%에 해당하는 규모다.

PR(A) = (1-d) + d (PR(T1)/C(T1) + … + PR(Tn)/C(Tn))

연구팀은 대학순위 평가를 위해 구글 페이지랭크 알고리즘을 차용했다. 페이지랭크는 구글 검색 알고리즘의 기반이 되는 기술로 하이퍼링크의 인용횟수를 기반으로 순위가 결정되는 구조다. 단지 하이퍼링크로 연결된 횟수가 높다고 해서 페이지랭크가 상승하는 방식은 아니다. 얼마나 신뢰할 만한 페이지에서 하이퍼링크로 인용됐느냐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ㄱ’이라는 웹페이지를 10번 인용한 A라는 웹페이지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럴 경우 ‘ㄱ’페이지가 A라는 웹페이지로 부여받는 페이지랭크는 (A페이지/10회)가 된다 다시 말해 특정 한 개 페이지에 인용된 링크가 많다고 해서 ‘ㄱ’의 페이지랭크가 상승하는 방식은 아니라는 얘기다.

조세 라게 교수팀은 웹페이지 대신 대학명을 네트워크상의 노드로 설정했다. 위키피디아에서 얼마나 많이 특정 대학명이 인용됐는지, 그리고 인용한 다른 노드는 페이지랭크가 높은지 등을 반영해 측정했다. 데이터는 2013년 2월 수집했다고 연구팀을 밝혔다. 실제 논문에는 페이지랭크뿐 아니라 체이랭크(CheiRank), 2D랭크(2DRank)를 적용한 결과도 포함돼있다.

위키피디아 페이지랭크로 측정한 세계 대학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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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알고리즘별로 파악한 대학 소재지별 분포표.(이미지 출처 : 논문 ‘Wikipedia Ranking of World Universities’)

 

조세 라게 교수팀이 24개국 위키피디아 페이지랭크로 집계한 세계 대학순위를 보면, 영국 명문 대학인 캠브리지 대학과 옥스퍼드 대학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이어 하버드대학, 콜럼비아대학, 프린스턴대학 순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독일 등 유럽권 대학의 랭킹이다. 20위 안에 포함된 훔볼트 대학과 하이델베르크 대학은 기존 세계대학순위 평가표에서는 100권 안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문화적 영향력이 큰, 전통 깊은 대학들을 위키피디아 리스트가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훔볼트 대학은 1810년 설립된 독일 베를린 소재 대학으로 2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독일 명문대학이다.

상위 100위로 범위를 넓히면 그 차이는 비교적 뚜렷해진다. 2013년 발표된 ‘세계대학학술순위’ 상위 100위 대학을 보면 미국 소재 대학이 52%를 차지했지만 위키피디아 페이지랭크에선 38%에 머물렀다. 반면 독일 대학은 세계대학학술순위 상위 100위 분포표에선 4%에 불과했지만 위키피디아 페이지랭크에선 10%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전체적으로 대학의 문화적, 역사적 요인이 위키피디아 리스트에 풍부하게 고려되면서 지역별 균형이 안정적으로 배분되는 흐름을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 대학의 순위는?

한국 대학도 기타 평가방식에 비해 상위에 랭크됐다. 서울대 105위, 고려대 190위, 연세대 197위, 한양대 237위, 중앙대 256위 등이었다. 하지만 서울대를 제외하면 국내 대학 대부분이 위키피디아 1개 언어권에서만 인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위키피디아 한국어판을 제외하면 타언어권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계대학학술순위’에선 200~300위권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위키피디아 페이지랭크에선 100~200위권으로 상승한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독일 훔볼트 대학처럼 인문예술 분야가 강세인 대학이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세계대학 위키피디아 랭킹‘ 논문 확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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